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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M 구종필 엔지니어 : ANTELOPE AUDIO를 이용한 녹음과 믹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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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엔터테인먼트의 구종필 엔지니어

 

K-POP은 이제 세계 대중음악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K-POP 아티스트는 다른 나라의 아이돌과는 달리 음악적, 퍼포먼스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K-POP을 이끌어나가는 많은 회사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곡들은 대부분 K-POP의 선구자로 불리는 SM 엔터테인먼트의 곡이었습니다.

현재 BoA,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EXO, SHINee, f(x), 레드벨벳, NCT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를 배출하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는 전세계 최고의 작곡가 및 엔지니어들과 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녹음 및 믹싱 엔지니어인 구종필 엔지니어는 BoA의 Only One, SHINee의 View, 소녀시대의 Hoot, EXO의 Monster 등 수많은 곡의 녹음과 믹스를 담당했습니다. 이번, 그와의 인터뷰에서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작업 방식과 그가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종필입니다. 현재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녹음과 믹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1년에 엔지니어 일을 시작해서, 이제 16년 됐습니다. 


16년이면 프로젝트를 엄청나게 많이 하셨겠네요.

이제는 무슨 프로젝트를 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기도 힘듭니다. (웃음)


16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작업 방식이라든지 바뀐 점이 많은가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변화한 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제가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릴 테이프를 쓰던 시절이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테이프와 프로툴이 공존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많았던 시대라서 멀티로 녹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일단, 디지털로의 변화는 엔지니어보다 뮤지션들이 주도했다고 생각합니다. 값도 싸고, 편하고, 작업 환경을 스스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지금처럼 장비가 싸지는 않았지만, 데모 작업을 컴퓨터로 직접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예전에는 무조건 녹음실에 장비를 다 가져와서 녹음해야 하는 환경이었는데, 언제부턴가 CD나 USB로 트랙을 갖고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디지털로의 전환이 한 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때도 결국에는 릴 테이프에 다시 녹음해서 믹스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테이프를 파는 가게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하드디스크가 싸지면서 급격하게 하드디스크 기반으로 옮겨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하드디스크의 안정성도 좋아지다 보니까 비싼 돈을 들여서 테이프를 쓸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작곡가들이 본인의 창의성을 더 살리기 위해서 직접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테이프로 녹음하던 시절에는 녹음실에서 준비 시간도 많이 필요했었죠?

그때는 뭐든지 세팅을 하려면 한 시간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테이프를 쓸 수 있는 녹음실이 좋은 녹음실이라는 인식이 있었고요.


테이프 머신은 엄청 비싼 장비죠?

Studer 테이프 머신은 한 1억씩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테이프 머신이 있는 녹음실이 큰 녹음실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예약이 많았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시절이라, 준비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테이프와 하드디스크를 둘 다 사용하셨었는데요, 요즘에는 테이프 에뮬레이션 플러그인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죠. 에뮬레이션을 실제 테이프 머신과 비교하면 단지 향수를 넘어서 물리적으로 다른 점이 있을 텐데, 이를 체감하시나요?

그때는 잘 몰랐어요. 그때는 워크플로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체감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체감하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전인데, 제가 처음 릴 테이프으로 작업했던 곡의 마스터를 아직도 갖고 있거든요. 그것을 다시 들어봤을 때, 스킬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전체적인 사운드의 느낌만 봤을 때는 매우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기분 좋게 다르다는 거죠?

네. 지금은 건조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에뮬레이션을 한다고 해도 차이가 납니다. 녹음 매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고, 트랙을 만들 때 사용되는 VSTi 등의 작은 변화가 모두 합쳐지면서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어쨌든 다시 들어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부터 작업을 해오신 선배 엔지니어 분들은 다 같은 얘기를 하세요. “뭔가가 옛날만큼 안 나온다.” 그 뭔가라는 건 본인만이 알 거예요. 감성적인 부분이라서 말로 하기는 힘들지만 말입니다.


요즘에는 테이프 머신을 안 쓰나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전혀 쓰지 않습니다.

 

이펙트를 위해서 한번 거친다거나 하지도 않나요?

지금은 하지 않지만,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해본 적이 있습니다. 잘 알고 쓰면 좋겠지만, 그때는 그냥 거치면 좋아질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필요한 것만 넣었다 빼는 게 필요한데, 한 번씩 테이프를 거친 트랙의 하모닉스가 다 합쳐진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막연히 모든 트랙을 한 번씩 넣었다 빼는 생 노동을 했던거죠.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좋았던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 작업을 할 때는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해요. (웃음)

 

이 작업실에는 콘솔도 안 보이는데, 지금의 워크플로우는 어떻게 되나요?

프로툴로 다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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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SM의 음반 제작 방식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아티스트가 곡을 가지고 오는 부분부터 전체적인 워크플로우도 설명해주세요.

일단 데모가 오면 A&R에서 필터링해서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곡을 찾고, 가사를 의뢰하고, 가수가 녹음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이 스튜디오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진행되나요?

A&R 사무실에 개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거기서 진행합니다. 그리고 SM에는 또 하나의 작업 방식이 있는데, 바로 송라이팅 캠프입니다. 한국/외국의 작곡가들이 모여서 일정 기간 동안 곡을 쓰는 작업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곳에서 나온 곡 중에 좋은 곡은 별도로 선정해서 프로젝트로 진행하는데, 그 경우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오직 SM 아티스트만 사용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녹음은 주로 보컬 녹음만 하시나요?

네 주로 그렇습니다. 리드 보컬, 백킹 보컬 등등 다 녹음합니다.

 

녹음도 직접 하시고, 믹스도 직접 하시나요?

네, 녹음도 하지만 믹스 작업이 더 많습니다.

 

녹음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다른 곳에서 녹음을 하고 믹스는 여기에서 하기도 하나요?

저희 기본 원칙은 ‘안에서 시작한 것은 안에서, 밖에서 시작한 것은 밖에서 끝낸다’입니다. 일단 처음 녹음을 시작한 스튜디오에서 마무리하고 정리를 해놓는 것이 데이터를 관리하기에 편합니다. 회사 내에서 녹음하는 경우에도 이 방에서 시작하면 이 방에서 끝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약간 구식이고 불편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렇게 진행하는 편이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별히 타이틀의 경우에는 대부분 내부 녹음실에서 녹음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계신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지금은 NCT 127의 새 프로젝트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몇 곡이나 들어가죠?

7곡이 들어가고, 저는 그중에 2곡을 맡았습니다.

 

스케줄이 빡빡할텐데, 작업의 효율도 중요할 것 같아요. 엔지니어들을 보면 각자의 노하우나 습관적인 시그널체인이 있던데, 본인도 그런게 있나요?

저는 딱히 없습니다.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한번 썼던 세트를 다시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접근법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한 곡 믹싱할 때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편인가요?

곡마다 다른데, 하루에 다 끝나는 경우도, 반나절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떨 때는 3일씩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곡마다 트랙도 성격도 다를 테니까요.

제가 한 번에 캐치해서 정리를 잘 할 수 있는 장르가 있고, 도전을 해야 하는 장르가 있으니까, 그런 경우엔 시간이 더 걸리죠.

 

자신 있는 장르는 뭔가요?

딱히 자신 있는 장르가 있는 건 아니지만, SM에서 일하면서 댄스 음악의 경우에는 이렇게 하면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겠다거나 더 신나게 만들 수 있겠다는 감이 생겨서 어느 정도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반면에 발라드 같은 경우에는 사실 몇 트랙 안 되거든요. 오히려 이런 경우에 며칠씩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반나절 만에 끝날 때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저희 회사 프로젝트에는 보컬 트랙이 많으니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최근 작업한 곡 중에 시간이 많이 걸렸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지금 하고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래 걸리는 데에는 많은 상황이 있습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타이틀곡의 경우에는 이수만 대표프로듀서께서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셔서 모니터하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음악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곡은 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가이드는 구체적인 편인가요?

굉장히 구체적입니다.

 

여기서 1dB 올려라 같은 가이드인가요?

그런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808을 쓰는 곡이라면, ‘이 808 사운드에는 50Hz 부근이 더 많은 편이 좋겠다. 로우컷을 하더라도 그 대역이 힘있게 더 잘 들렸으면 좋겠다’던가.

 

엔지니어적 지식이 많으시네요?

네, 지식이 너무 많으셔서 힘듭니다. (웃음)

 

다시 돌아가서, 이번 곡은 어떤 성향의 곡인가요?

힙합 베이스에 아이돌이 해야 하는 것들, 퍼포먼스, 비주얼, 팬들이 좋아하는 포인트, 어디서 밀리지 않는 좋은 음악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매우 많았던 곡입니다. 그런 것들이 최대한 많이 담길 수 있게 만든 곡입니다. 기본은 힙합입니다.

 

https://youtu.be/WkuHLzMMTZM

NCT 127 – Cherry Bomb

 

작업하다 보면 댄스곡이라 해도 힙합, 하우스 등, 항상 다른 스타일을 하실 텐데, 어려운 점이 있나요?

많죠. 두루두루 섭렵해야 한다는 점이 큽니다. 그리고 저는 된장찌개를 먹고 자라서, 햄버거 먹고 자란 사람들이 만든 음악을 쫓아가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희는 외국 작가 곡을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외국 작곡가와는 작업하는 방식도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국의 작업 분위기, 즉 녹음실에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놀면서 작업한다고 알고 있는 모습들이 있는데, 프로들은 사실 그렇지 않아요. 오늘 곡을 써야 한다면 다 모여서 한 번에 다 끝내는데, 이런 면은 한국 작곡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과 외국의 작업 환경은 녹음단에서 차이가 크지 않나요?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녹음할 때 컴프레서도 적극적으로 쓰고, 멀티 마이킹 기타를 처음부터 투트랙으로 프린팅해서 톤을 잡아버리기도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보컬만 녹음하기 때문에 보컬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제가 녹음하고 제가 믹싱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저는 녹음할 때부터 컴프레싱과 EQ에 과감한 편이예요. 사람마다 보컬 톤이 다른데, 곡에 잘 어울리는 보컬 톤을 만들지, 가수의 원래 톤을 살릴지 항상 고민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저음이 매력적인데, 그 곡에는 저음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저음을 날려야 합니다. 그러면 매력 없는 목소리가 되어버리죠. 따라서 항상 딜레마입니다. 어쨌든, 저는 프로세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녹음하는 편입니다. 저는 LA-2A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를 알지도 못하던 시절에 기어라운지를 통해서 LA-2A를 써보고서는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녹음이 편할 수가 있구나! 물론 단점도 있지만, 녹음 작업이 매우 편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편한가요?

일단 레벨링을 컨트롤하는 부분이 매우 편합니다. 아이돌 가수들은 노래를 하는 스킬이 약간씩 다 다른데, 어떤 사람은 수월하게 톤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녹음하는 방식이 몸에 배어있지 않아서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매우 편하게 톤을 만들어줍니다.

 

보컬의 퍼포먼스에도 영향을 미치겠네요. 부르는 사람이 편하니까.

그렇죠. 웬만큼의 리덕션으로는 본인 목소리가 컴프레션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수준의 좋은 사운드를 내주니까요. 그리고 녹음하는 입장에서는 ‘여기까지는 밀어부쳐도 되겠구나’ 라는 한계를 정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점은 아마 다른 외부 스튜디오랑 다를 것입니다. 저희는 클라이언트에게 이 소스를 줄 일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자유롭게 녹음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Q도 과감하게 걸고요. 


외부 스튜디오보다는 엔지니어의 창의성이 더 들어갈 수 있겠네요.

그리고 엔지니어에게 모든 걸 일임하는 회사 분위기도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도도 높고, 엔지니어의 색깔도 많이 입힐 수 있군요?

그런데, 이렇게 과감한 방식으로 녹음하다 보면 녹음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하지만 아티스트와 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서 유대감이 있다 보니, 가수에게 다시 상황 설명을 하고 재녹음을 요청하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또한, 아티스트도 퀄리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을 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는요?

당연히 보아입니다.


어떤 점에서요?

일단,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아의 이미지처럼, 확실한 의사 표현이 좋습니다. 한편, 이 사람이 어떤 부문의 전문가라면 일단 믿고 맡겨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일단 노래를 너무 잘 표현하니까, 함께 작업하면 매우 즐겁습니다. 물론 네임 밸류도, 회사 안에서 위치도 있어서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 분위기를 조절해주는 능력도 있어요. 어쨌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얻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아티스트예요. 마지막으로 아티스트의 위치상,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크게 떠안다 보니까 끝나고 나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https://youtu.be/PQjovLrnvVo

BoA – Only One


보아는 일본에서 많이 활동했었는데, 그때의 사운드와 지금의 사운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쉽게 말하자면 일본 곡과 팝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K-POP은 팝에 가까운 사운드를 추구하지요?

네 그렇죠. 본인 스스로도 귀가 엄청 좋아요. 믹스가 끝난 후에 들어보더니 리버브가 너무 길다고 해서, 리버브 양도 아니고 리버브 타임을 줄여서 다시 보냈습니다. 그것을 들어보더니 리버브가 기분이 달라졌다고 피드백을 보내줬습니다. 당황스러웠죠. 저도 못 듣는 부분을 듣더라고요.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 확실해서, 작업하는 입장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가 명확해 작업이 수월합니다. 본인이 이 곡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습니다. 무엇보다, 미리 연습을 다 해온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가이드 들어볼게요’라고 말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연습이 다 된 상태로 들어와서 바로 녹음을 합니다. 글자수 어절 체크도 스튜디오에서 들으면서 그 자리에서 하는 게 아니라 미리 다 해와요. ‘여기가 이상하더라. 가사를 바꾸는 게 좋지 않겠냐’ 라고.


그럼 보컬 디렉터가 없이 녹음하나요?

본인은 있는걸 선호해요. 누가 됐든, 본인이 선택한 디렉터가 있는 편을 선호합니다.


객관성이 필요하기 때문일까요?

네. 그리고, 부스 안에서 모니터하는 것과 부스 밖에서 모니터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가끔 본인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에서 부른 후 다시 들어보고, 살릴 곳은 살리고 알아서 해요. 하지만 대부분은 디렉터와 같이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제 장비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자신만의 시그널 체인은 없다고 하셨는데, 애용하는 장비는 있지 않나요?

녹음할 때는 Neve 1073을 진짜 좋아하는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는 써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좋던가요?

믹스할 때 알 수 있어요. 프리앰프 여러 개를 놓고 똑같이 받아서 비교해보기는 사실 어렵죠. 그래서 그냥 녹음된 것만 듣고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는 어려운데, 믹스를 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덩어리를 유지하면서 끝까지 쭉 가느냐 마느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역대가 별로 없는 것처럼 들리는데, 부스팅을 조금씩 해보면 확 드러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음도 단단합니다. 그래서 아주 적절한 포인트만 걷어내면 보컬의 저음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1073과 LA-2A의 조합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가수에 잘 어울리는 조합이죠.

 

안 맞는 경우도 있나요?

네 있었어요.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다른 앰프로 바꿨더니 훨씬 소리가 좋아진 경우도 있어요. 저는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을 주로 사용하는 편인데,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유연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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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앰프나 프리앰프에서 좋은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나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부분도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AD 컨버팅에 대해서도 경험이 많으신가요?

지금은 HD I/O를 쓰고 있고, 예전에 다른 AD 컨버터도 써봤는데, 사실 AD 하나만으로는 극적인 효과를 느끼기는 어려웠어요. AD뿐만 아니라 DA의 특징도 합쳐지고 여러 채널이 쌓인다면 또 모르겠는데, AD 하나만 놓고 보면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 섞어놓고 보면 저조차도 뭐가 뭐로 녹음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이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미련을 버렸죠.

 

디지털 장비가 많을 때는 클럭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왜 중요한가요?

제가 이해하는 대로 클럭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디지털 포맷은 독자적인 ID를 갖고 있는데, 각기 다른 포맷들이 한 도로 위를 달리느라 서로 엉키고 정신이 없을 때, 워드클럭이라는 하나의 규칙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가면 더 빠르고 아름답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포맷들을 같이 쓰면 충돌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면 지터가 발생합니다. 이것이 들리면 다행인데 안 들리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엔지니어도 모를 정도라면, 최종 결과물에 과연 영향이 있을까요?

분명 영향이 있습니다. 디지털이라는 세계는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엉켜있는데, 워드클럭이 정리를 해준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윈도우 컴퓨터를 부팅하면 얘가 뭘 하길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진행이 되잖아요. 디지털은, 결국 컴퓨터 내에서 신호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걸 감독해주는 감독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독관이 없으면 어떤 일꾼은 일을 하다가 뻗어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반항하는 일꾼도 있을 것이고요.

 

녹음할 때도 프로듀서, 엔지니어, 아티스트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네, 그렇죠. 단순하게 보면, 주차장에 차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 사진과, 아무렇게나 주차돼있는 사진 중에 고르라면 대부분 전자를 고르겠죠.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갈 길과 해야 할 일을 잘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로스가 생길 일이 별로 없겠죠. 지터가 됐든, 뭐가 됐든, 그 이상 깊이 들어가면 그건 과학의 영역입니다. 과학자들이나 알겠죠. (웃음) 이론적으로는 그렇고, 저는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면서 점점 장비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더라고요. 

 

주로 동기화 관점에서 말씀하셨는데, 고가의 정밀한 클럭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가격과 성능은 비례한다는 점이 있겠죠. 제가 많은 클럭을 써봤는데, 유일하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이 이 Antelope의 클럭이예요. 다른 클럭의 경우에는 지터가 굉장히 자주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소리가 주저앉는 등 울렁거림이 있고, 어느 순간 지터가 들리죠. 그래서 액정을 보면 깜빡이기도 하고 혹은 연결이 떨어져 있기도 해서 또 장비를 뺐다 꽂는 작업이 반복되고요. 이것은 단순히 전기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하드웨어 자체의 품질이든, 클럭의 품질이든, 퀄리티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봐요. 그런데 Antelope 클럭을 쓸 때는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어요. 소리가 좋냐 안 좋냐를 따지자면 직접 써보면 알 거라고 생각해요. 소리는 주관적인 영역이고, 객관적인 영역으로 보자면 정말 문제가 한 번도 생기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좋은 제품은 꽂아놓고 잊어버리는데, 그런 점이랑 비슷한 것이군요?

네, 그렇죠. 비싼 차를 타는 이유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잘한 부분에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점이 크지 않을까요? 지금 쓰는 OCX HD를 쓰기 전부터 Isochrone OCX를 계속 써왔는데, 지금 7년째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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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chrone OCX와 OCX HD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소프트웨어가 있어서 매우 편해졌어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때문에 생기는 단점도 있어요. 제 입장에서의 단점은 마운틴라이언에서 소프트웨어 구동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쓰면 왠지 불안한 점이 있어요. Antelope의 클럭은 하드웨어 상태에서 뱅크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 편했어요. 프로젝트가 44.1, 48, 96kHz 등 각각 다르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이 가능해야 하는데, 뱅크로 지정해두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그렇다면, 음질적으로는 OCX HD급의 하이엔드 마스터 클럭을 사용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명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치로는 말할 수 없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어요. 프로툴에는 팬 뎁스라고, -2.5 ~ -6까지 팬을 벌려주는 기능이 있어요. 저는 어느 정도 고정을 해놓고 쓰지만, 클럭을 썼을 때랑 안 썼을 때랑 그 와이드함이 달라요. 그리고 스테레오 음장 안에 흩뿌려지는 소리들이 훨씬 선명해요. 따라서 스테레오 이미지를 강하게 내야 하는 경우에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넓은 효과를 부담스럽지 않게 낼 수 있어요. 명확하고 명쾌한 사운드를 내는 점에 대해서는 그 영향력을 매우 인정합니다.

한번은, 공연할 때 일반적인 셋업으로 준비하는 와중에, 디지털 콘솔에 문제가 있어서 지터가 들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워드 클럭을 연결해보자 하고 연결했는데 확 달라졌어요. 공연장 분들은 더 크게 실감하시더라고요. 라이브에서 들리는 차이가 훨씬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희는 해외 투어를 많이 다니는데, 해외에서는 Antelope 클럭을 공연 렌탈용으로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공연할 때는 디지털 콘솔, 인터페이스를 다 클럭으로 연결해서 쓰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요. 예전에 제이지였나, 비욘세였나, 공연할 때 Antelope의 10M 마스터클럭을 연결해서 쓰는 것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기억으로 공연장에서 한번 연결해본 것이었는데 제대로 터졌죠.

 

OCX HD의 장점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장비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아웃풋이 여러 가지로 나가요. 그래서 디지털 기기가 많은 사람일수록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워드클럭이 8개나 나가는 점도 좋고, 각 포트별로 각각 다른 샘플레이트로 내보낼 수도 있어요. 이 제품은 2배수 단위로만 내보내는데, 48kHz와 96kHz가 동시에 나가니까 편합니다.

 

단점은 무엇인가요?

동사의 마스터 클럭인 Trinity와의 다른 점인데, 멀티 클럭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44.1kHz와 48kHz를 함께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마스터를 96kHz로 하는데, 44.1kHz 프로젝트를 96kHz로 맞추려고 해도, 2배수밖에 지원하지 않아서 88.2kHz가 돼버립니다. 이런 점만 빼면, 디지털 기기가 많은 경우에는 클럭은 필수라고 봐야죠. 가격의 압박이 있지만 자잘한 문제가 안 생겨서 마음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재 K-Pop의 스탠다드는 24-bit/48kHz로 알고 있는데요?

네, 스탠다드라고 말할 수는 없고, 가장 많이 쓰이고 있죠. 제 생각에 48kHz의 샘플레이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샘플레이트가 크니 아날로그스럽게 잘 담을 수 있기 때문이고, 24-bit를 쓰는 이유는, 다이내믹 레인지가 충분히 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테이프 멀티가 48kHz이었어요. 프로툴이 처음 들어올 때, 테이프와 동기화를 해야 했으니까 48kHz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는 디지털 데이터도 무조건 콘솔에 올려놓고 썼기 때문에, 샘플레이트가 큰 의미가 없어서 클럭도 필요 없었죠. 콘솔에서 아날로그로 믹스를 마치고 16-bit/44.1kHz로 녹음을 받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48kHz로 굳어진 것 같아요.

 

샘플레이트가 크면, 사운드를 아날로그스럽게 잘 담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데도 96kHz를 안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데이터가 많아져서 컴퓨터가 힘들어해요. 트랙이 많아질수록 소프트웨어 자체도 힘들어합니다. 플러그인도 96kHz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8트랙짜리 클래식처럼 트랙이 적은 경우에 96kHz로 녹음하면 사운드가 정말 좋아요. 예전에 96kHz로 클래식을 녹음해 본 경험이 있는데, 지금까지 그곳에서 녹음했던 바이올린 소리가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지하 3층이었는데, 지상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생생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작업물을 96kHz로 녹음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믹스까지 다 했는데, 결국엔 후회했어요. 트랙이 많아지니 사운드 정보도 많아지죠. 한 트랙 안에서 들리는 게 너무 많았어요. 거기에 트랙이 겹쳐지면서 너무 많은 정보가 귀로 들어오니까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미디로 작업된 경우엔 업샘플링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에러도 많이 생기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음악이 달라붙지 않고 붕 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리는 넓고 좋은데 음악에 착 붙는 느낌이 안 난다고 할까요. 오히려 16-bit/44.1kHz가 낫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제 스킬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그때의 음악 장르 때문일 수도 있는데, 겪어보고 나니 굳이 96kHz로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할 때는 보이스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니까 컨트롤하기가 어렵습니다.

 

얻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간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래서 트랙을 많이 안 쓰는 국악, 클래식, 재즈 등에 쓰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국악 명창 녹음할 때 96kHz로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클럭 외에도 Antelope 제품을 써본 적이 있습니까?

Orion32를 써본 적이 있습니다. 별로 기대를 안 했었는데 크게 놀랐어요. 앞에도 말했지만, 저희 회사는 공연이 매우 많아요. 주로 공연에서는 프로툴을 사용하는데, 메인 시스템이 꼬여서 오토메이션이 완전히 엉망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Orion32를 갖고 있었지만 어디에 써야 좋을지 몰라서 백업용으로 가져갔었는데, 써 볼 기회가 생긴 것이었죠. 기대했던 것보다 소리가 잘 나와서 모두 놀라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메인 시스템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었어요. 작고 간편하니 들고 다니기도 편했고요.


Antelope에게 바라는 새로운 기능이 있습니까?

Eclipse라는 컨버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투트랙용 초 하이엔드 컨버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팻한 것보다 솔리드하고 펀치감있는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세추레이션이 더해지면서 맥시마이저처럼 크게 레벨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앞으로도 최고의 제품을 많이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 이 인터뷰는 Antelope Audio와 GearLounge가 공동으로 진행하였으며, Antelope Audio의 홈페이지에서 영문 인터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http://en.antelopeaudio.com/2017/06/interview-with-jong-pil-gu-about-recording-and-mixing-with-antelope-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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