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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명량'의 음악감독 김태성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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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영화 ‘명량’의 음악감독 김태성을 만나다  Part.1


영화음악 감독 김태성 

2004년 영화 ‘안녕 UFO’ 음악감독으로 데뷔하여 제16회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올해의 음악상, 제2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습니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최근작인 명량 이외에도 ‘최종병기 활’, ‘크로싱’, ‘시라노 연애조작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퍼펙트 게임’ 등, 오십여편의 영화 음악과 다섯 장의 OST 앨범을 발매했으며, 현재 ‘명량’의 OST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Gearlounge (이하 GL로 표기)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작업실이 아주 좋네요. 예전의 작업실에서 옮겨온 지 벌써 3년 정도 흘렀군요.

김태성: 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지금은 작업실 시스템과 몇몇 부분을 다시 갈아엎어 버리는 중이라 조금 어수선하네요.  

GL: 일단 독자분들을 위해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하기 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좋구요. 

김태성: 네,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작곡을 시작했어요. 피아노로 시작을 한 거죠. 대단하지는 않지만, 당시에도 어떤 이야기의 흐름, 즉, 스토리텔링에 곡을 붙이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교회의 문학의 밤, 이런 발표회 같은 행사 때 제가 그 스토리에 맞게 음악을 만들어 보았는데, 비록 그 교회 안에서의 일이지만, 그 음악이 좋다는 말이 돌아서 다른 부의 아이들도 제 음악으로 공연을 하곤 했었죠.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난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클래식을 전공하면서 상업음악과의 괴리감이 예상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었죠. 저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부터 영화음악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영화의 예고편에 삽입되는 음악 작업으로 시작했죠. 물론, 그 사이에도 독립영화 음악 작업은 꾸준히 계속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독립영화 감독님들과 많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렇게 흘러 흘러 오다 보니 이 업계 안에 들어와 있더라구요. 


“제목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음악이 제 흥미를 끌어내는 요소가 되는 거죠”



GL: 독립영화 음악 작업을 아주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태성: 네, 아마 수백 편은 했을 거에요. 독립영화의 제작여건이 넉넉하지도 않을뿐더러 저 역시도 아무 경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독립영화 작업에서 금전적인 대가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가끔씩 감독님들이 책을 선물하거나 문화상품권 등을 주시는 게 전부였죠. 그중에 두세 감독님은 현재 상업 장편영화에 입봉을 하셨습니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구요, ‘한공주’라는 영화를 연출하신 이수진 감독님도 그때 인연을 맺게 된 감독님들 중 한 분입니다. 그리고 독립 단편을 연출했던 감독님들 대부분이 현재도 PD, 조연출, 각본 작업을 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업계에 남아서 작업을 하고 계시니까요,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죠. 이런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GL: 개인적으로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 기승전결이 뚜렷한 프로그레시브 성향의 음악인가요?

김태성: 저는 음악만을 들을 때도 그 안에 스토리를 짜면서 상상하면서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기승전결이라기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악이라고 할까요? 뭔가 스토리가 느껴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그런 음악이요. 그래서 순수음악들, 예를 들어, 형식미가 꽉 짜여져 있다거나 음악 자체로 승부하는 영화보다는 약간 자유분방하고 어떤 상상을 채워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GL: 약간 아방가르드한 실험 음악도 그런 부류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김태성: 네, 좋아해요. 클래식의 예를 든다면 고전시대의 음악보다는 표제음악이랄까요. 제목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그런 음악이 제 흥미를 끌어내는 요소가 되는 거죠. 

GL: 그러면 영화음악이란 음악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시각적인 요소와 각본의 스토리가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그런 영화음악의 매력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태성: 일단 매력이라면, 영상과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겠죠. 음악과 영상이 맞부딪치면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힘을 발휘하고, 원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재미를 주는 일이죠. 시각적인 것은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낼 수 있는 것인데 여기에 어떤 음악, 사운드가 더해지느냐에 따라 특정한 감정을 부가시킬 수도 있고 반감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단점이라면, 영상에 종속되기 쉽다는 거죠. 이게 뮤직비디오가 아닌 이상, 음악이 메인이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화면을 해치거나 어울리지 않는 음악은 쓸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데서 음악감독의 어려움이 시작되죠. 화면과 음악이 대립하게 되거나, 물론, 이런 대립이 연출에 효과적이거나 의도된 거라면 상관없지만, 기본적으로 화면을 도와주는 역할이라서 상상력의 폭을 제한하는 면이 있죠. 

이런 차이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에도 존재하고 있어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는 그래도 많은 자유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하는 재미는 있어요. 하지만 장편 상업영화는 비교적 다수의 대중이 감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대중들의 취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죠. 그런 것들을 같이 고려하면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곡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합니다. 가끔은 그런 것들에 회의를 느낄 때도 없지 않아요. 

GL: 영화감독들과의 작업은 어떻습니까? 의견 일치가 되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태성: 저는 근본적으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감독은 그 작품을 만든 감독의 의도와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때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작업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 욕심보다는 감독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GL: 작업을 하다 보면 본인과 잘 맞는 스타일의 감독이 있을 텐데요. 

김태성: 모든 감독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보니까 제각각인데요. 일단, 끝까지 저를 괴롭혀주시는 분들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게으르기도 하고…(웃음) 이번 ‘명량’의 김한민 감독님의 예를 들면, 저의 작업실로 출근을 하셨어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제 작업실에서 상주하시면서 저를 감시하셨죠. 제작회의도 여기서 하시고, 사람 만날 일이 있어도 여기로 불러서 만나고, 정말 제 작업실을 떠나지 않으셨어요. 빨리 작업해라, 이런 말씀은 전혀 하질 않죠. 그냥 계속 저를 감시만 하는 거죠. 대신 피드백은 아주 직관적이고 빨라요. 좋으면 바로 말을 해주시고, 아니면 별말 없으시다가 ‘야, 그거 아니야!’ 한 마디 하는 거죠. 

이 감독님의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의 어떤 지점에서 음악을 극단적으로 사용해서 밀어붙이려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 역시 감독의 취향인 거죠. ‘최종병기 활’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사용한 지점들이 등장해요. 이 분의 장점은 선택과 집중을 굉장히 잘하는 감독님이에요. 그래서 음악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방향을 잘 잡아준 것 같아요. 


“영화음악이란 것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GL: 음악에 대해 굉장히 조예가 깊은 감독도 있을 테고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김태성: 오히려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 작업하기엔 좋아요. 어설프게 음악을 아는 감독님들이 훨씬 작업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예를 들어보면요, ‘이 부분에서는 이 악기를 빼야 할 것 같네요. 이 멜로디는 아닌 것 같아요.’ 심지어는 ‘이 부분에서 저음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렇게 한두 부분을 건드리다 보면 결국엔 음악 전체의 밸런스가 무너져버려요. 곡을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미디로 작업하고 나중엔 리얼 녹음으로 할 것이라든가 믹싱 작업 등, 저는 그런 후반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특정 악기나 선율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거한다든가 추가하는 식으로 선을 그어버리면 영화 전체에서 그 악기나 톤, 사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가능성이 막혀버리니까요.

차라리 음악은 잘 모르더라도 본능적인 직감이 있어서 캐치를 하는 감독님들은 ‘아, 이건 맞아, 이건 안 맞는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맞고 안 맞고의 문제를 짚어주죠.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음악 하는 사람에게는 좀 더 수월한 면이 있는 거죠. 특정 악기나 톤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영화적으로 효과가 있다 없다는 피드백을 주면 거기서 또 새로운 자유도가 부여되는 것이니까요. 영화음악이란 것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은 작업에 큰 도움이 되는 거죠.

 

GL: 자, 그럼 최근작인 ‘명량’에 대해서 물어볼게요. 명량의 영화음악, 컨셉과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김태성: 가장 기본적인 것은 초반 한 시간과 후반 한 시간의 컨셉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했어요. 이전에도 이순신이란 역사적인 인물을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그런 영화들과 ‘명량’이 다른 점은, 이순신이란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명량해전’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는 거에요. 그 사건을 통해 인물을 들여다보는 거죠. 그래서 이전의 전형적인 이순신의 이미지는 모두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위인의 일대기도 아니며 교훈적인 영화가 되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국악적인 접근은 처음부터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혹시라도 초반 한 시간동안 불가피하게 교훈적인 위인전의 내용이 등장할 때마다 음악으로 그 느낌을 눌러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을 지루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것은 완벽하게 의도된 것입니다. 그 이후 명량해전에 집중되도록 아주 느린 호흡으로, 그 사건을 통해 이순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려는 영화 전체의 의도에 충실하게 작업했어요.

반면 후반 61분의 전투장면은 음악으로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컨셉이었어요. 그 전투에도 고유한 스토리텔링이 있죠. 이 전투가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음악으로도 알려주는 친절한 가이드라고 할까요. 이순신의 두려움, 생각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관객은 눈으로도 전투상황을 타임라인과 함께 따라가고 있지만, 음악으로도 그 시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GL: 지금 ‘명량’은 개봉 이후로 새로운 흥행의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작업이 끝난 지금, 만족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은 어떤 것들인가요?

김태성: 우선 아직도 영화음악은 어려운 작업이에요. 이번 작업은 완벽하게 헐리우드의 사운드를 벤치마킹해서 그대로 구현해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 멀었죠. 도대체 그런 사운드의 정체를 모르겠어요. 소스의 문제인 것 같은데, 그런 프로세싱을 하나씩 체득해 나가야겠죠. 영화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3부작 중의 1편이에요. 나머지 두 편의 작업을 할 때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제작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만족하는 부분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 녹음을 해봤다는 거겠죠. 프라하에서 3일 동안 150여 명의 대형 오케스트라 레코딩을 작업했어요.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아직 한국에선 그 정도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녹음할 만한 공간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 레코딩을 통해 영화가 애국심이나 교훈에 기대지 않도록 이순신의 대사를 음악이 분산시키거나 눌러버리기도 하고 사극의 전형성을 탈피했다고 생각해요. 또한, 전투의 상황을 사운드로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죠.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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