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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명량'의 음악감독 김태성을 만나다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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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영화 ‘명량’의 음악감독 김태성을 만나다 Part. 2

 

영화음악 감독 김태성 

2004년 영화 ‘안녕 UFO’ 음악감독으로 데뷔하여 제16회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올해의 음악상, 제2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습니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최근작인 명량 이외에도 ‘최종병기 활’, ‘크로싱’, ‘시라노 연애조작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퍼펙트 게임’ 등, 오십여편의 영화 음악과 다섯 장의 OST 앨범을 발매했으며, 현재 ‘명량’의 OST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GL: 믹싱과 마스터링을 다른 엔지니어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혼자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김태성: 네, 제가 엔지니어링이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닌데, 이렇게 작업을 하는 데는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곡을 만든 사람이 음악의 완성까지 책임지는 것이니까 누구보다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장점이 있을 테고, 단점은 아시다시피 제가 믹싱이나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아니다 보니까 그런 기술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단점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어요.

  ‘명량’의 작업은 100% UAD-2로 만들어졌습니다. Apollo 16을 ‘명량’ 작업이 들어가기 전에 구입했는데 제게는 최상의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방금 말씀드린 단점을 이걸로 극복할 수 있던 거죠. 이 Apollo와 UAD-2가 없었으면 ‘명량’ 작업을 저 혼자 할 수는 없었을 거에요. 심지어 Waves와 UAD가 겹치면 무조건 UAD로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곡의 프로젝트를 열어보면 전부 UAD-2에요.(웃음) 특히 Pultec의 EQ는 모든 인서트에 사용했고 Lexicon, Manley, 이 세 개의 플러그인은 정말 많이 사용했습니다. 

 

 

GL: 기본적인 워크플로우는 어떻습니까?

김태성: 제일 먼저 Logic을 실행합니다. 안정성도 좋고 심플한 DAW라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요. 거기다 영상파일을 불러올 때도 번거로운 임포트 과정 없이 바로 가져올 수 있죠. Logic으로 믹스와 마스터링까지 모두 해결했습니다. 곡을 쓸 때는 마스터키보드로 피아노 계열에서 시작하죠. 미디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에요. 나중에 리얼 녹음을 할 것을 염두에 두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실제 연주를 더 좋아해요. 특별할 것 없는 아주 간단한 워크플로우죠.

 

 

“장비는 대부분 다 정리했고, UAD-2와 아날로그 서밍 믹서, 좋은 스피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명량의 프로젝트 스크린샷

 

GL: 작업실 장비를 한번 소개해주세요.

김태성: 지금 제 작업실은 다시 한번 격변의 시대를 겪고 있네요. 그동안은 쭉 Logic 하나만 사용해 왔는데, 이제는 작곡은 이전처럼 그대로 Logic으로 가되, 믹싱과 마스터링은 Pro Tools에서 해보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Avid HD I/O 16x16을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작곡과 믹스/마스터링을 분리하려는 이유는 해외 스튜디오나 엔지니어와 세션을 교환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요. 작곡과 믹싱의 경계선을 두어 믹싱에 더 집중하도록 하려는 건데요. 보통 작업을 하다 보면 믹싱을 하면서도 새로운 트랙을 녹음하게 되고 편집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작업이 더 루즈해지고 아직 작곡의 과정에 있는 건지 믹싱의 영역으로 들어온 건지 불분명하게 되는 걸 바꾸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전처럼 Logic에서는 ‘자 이제 이 곡은 다 완성된 거야’로 마치고 Pro Tools에서는 오로지 믹싱과 마스터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가중 한 명인 한스짐머(Hans Zimmer)가 사용해서 유명한 Quested VS2108 스피커를 처분하고 마스터링까지도 커버할 수 있게 최근에 B&W 802D로 바꾸었어요.

그리고 원래는 Chandler의 Mini Rack Mixer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구입한 SPL Mix Dream, Dangerous Monitor ST, Apollo 16, Millennia 마이크프리와 AKG 마이크 등이 있구요. 레퍼런스 모니터로 Focal Solo 6 Be를 들여놓을 생각이에요. 예전엔 아웃보드도 꽤 있었는데, 이제는 플러그인으로 작업하는 것이 작업의 효율과 창작의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부분 다 정리했고, UAD-2와 아날로그 서밍 믹서, 좋은 스피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때때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변에서 빌리기도 하고 그러죠. 

GL: UAD-2를 그 정도로 많이 사용하셨는 줄은 몰랐네요. 그러면 특히 어떤 플러그인을 자주 사용했나요?

김태성: 일단 영화음악의 특성상 EQ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첫 번째는 단연코 Pultec Passive EQ Collection입니다. 정말 모든 단에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한스짐머가 사랑하는 장비죠, Manley Massive Passive EQ입니다. 5,000달러가 훨씬 넘는 가격의 이런 장비를 플러그인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혜택이에요. 경제적인 면에서 봐도 돈을 버는 셈인거죠. 그리고 Lexicon 224 Digital Reverb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잔향감이나 공간감에서 아주 큰 효과를 봤습니다. 이렇게 많이 사용하다 보니까 Pultec은 공기감(Airy)을 주려는 부분에서 많이 사용했구요, 중저음의 질감을 만질 때는 Manley를 사용했습니다. 로우컷을 하고 Pultec과 Manley를 함께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플러그인은 ‘사용빈도가 높다’를 넘어 무조건 사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좋은 플러그인들입니다. 이 외에도 다른 UAD-2 플러그인들은 호기심에 한 번씩 사용해봐도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았습니다. 특별히 별로인 것이 없었어요. 이제 향후의 작품에서도 UAD-2로 작업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거 같네요.

GL: 보통 장비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김태성: 저는 시간이 흘러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엔 장비를 자주 바꾸고 늘리고를 반복했었어요.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느낀 것은 이왕 자신에게 필요한 장비라면 어설프게 저렴한 장비를 거치지 않고 한 번에 좋은 장비를 사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그렇지 않으면 많은 돈을 낭비하게 되더군요. 

저는 아직 프로페셔널 유저가 아니더라도 프로페셔널급의 장비를 사는 것이 아티스트로서의 애티튜드라고 생각해요. 창작자, 엔지니어라면 장비 욕심이 당연히 있는 것 아닐까요? 물론 자신에게 필요도 없는 고가의 장비를 사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겠죠. 하지만 프로페셔널 레벨의 장비를 사용하면 음악을 듣는 자세,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자신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건 간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소양이 쌓이는 것 같아요. 

 

 

“좋은 음악과 좋은 영화음악은 분명히 다릅니다”

 

 

GL: 마지막으로 영화음악의 꿈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이랄까요, 도움의 말을 부탁드립니다.

김태성: 영상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제가 알기에도 꽤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에 비해 기회는 많지 않은 편이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어느 정도는 인내를 해야 해요. 몇 년 안에 엄청난 흥행작의 음악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죠. 독립작품이라도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기회가 반드시 올 겁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칩거의 수준으로 집에서 작업만 한다거나 학교에서만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유학을 간다는 말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이 필드에 나와서 좋든 좋지 않든 간에 계속 작품을 내놓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클래식을 전공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었어요. 마음의 결심을 내렸다면 무조건 누군가를 찾아가서 어떤 것이 됐든, ‘시작’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다만, 열악한 환경이라도 자신의 저작권은 자기 자신이 적절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창작의 측면에서 해드릴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입니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거에요. 좋은 음악과 좋은 영화음악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것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충분히 뛰어난 영화음악감독이 될 수 있습니다. 

GL: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작업중인 ‘명량 OST’도 잘 마치시기 바랍니다.

김태성: 네, 저도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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