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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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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lody At Night With You
Keith Jarrett

재즈부터 클래식 그리고 현대음악까지 넘나들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키스자렛의 비교적 신보인 이 앨범은 밤에 잠을 청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는 그의 자그마한 선물과도 같은 앨범이라 하겠다.

레퍼런스 음반 추천에서 피아노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이렇게나 단순한 음반을 소개하는 것에 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본다.

이 앨범에서의 리버브는 어쩌고 컴프와 이큐처리는 주절주절 나열 할 것조차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레코딩 엔지니어 크레딧에 키스 자렛 본인의 이름만 하나 나와있는 것을 보면 범상치 않은 피아노소리를 담고있음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호에는 피아니스트가 녹음한 이상적인 피아노사운드에 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지난달의 레퍼런스음반 추천기사에서 와 마찬가지로 이번 달에도 공교롭게 피아니스트의 음반을 다루게 되었다.

피아노는 어커스틱 기타와 함께 우리 가정에서 가장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악기이다.

어렸을적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엘과 체르니를 배우는 것을 일종의 통과의례로 받아들이는 만큼 피아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이상적인 피아노소리는 어떠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상적인 녹음 그리고 이상적인 음반의 믹스라는 것은 무엇이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한 장의 조용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혹자는 제작비가 덜 들어간 음반이라 썰렁하다고 표현할 런지도 모르는 이 음반에서는 이상적인 녹음과 믹스에 관한 자그마한 기준과 이상을 제시해주고 있다.

많은 음향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전문서적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뒤척이며 콘솔 앞에서 스피커와 함께 음악적 그리고 음향적 번뇌에 휩싸이게 된다.

음향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많은 기초지식들과 실제로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자신만의 노하우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음향을 직업으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학문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은 채 음악과 음향에만 몰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니컬하게도 이렇게 음악과 음향밖에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이상적인 소리가 담긴 음반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소리로써 아름다움을 대중들에게 전달해주는 음향엔지니어라는 직업은 음악과 음향의 전문적인 지식들과 함께 철학 미학 인류학 같은 순수학문에도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음악과 음향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에서의 지적호기심과 지적수준이 높은 사람이 더 높은 수준의 이상적인 음악과 음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음향적인 전문지식에는 문외한인 한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녹음한 이 음반은 이러한 사실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처음 이 음반을 플레이어에 올려놓고 스피커사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피아노 소리에 고음이 부족하다 또는 소리가 너무 답답하다 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음반에 담겨있는 일률적인 피아노 소리는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깨끗하고 투명한 소리들과는 많이 거리가 있다.

청취자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는 듯한 공간감.. 차분하기가 지나쳐 눅눅하기까지 생각되는 피아노의 음색 그리고 억제한 울림등...

하지만 실제로 당신이 잠을 청하고 있는 사이 바로 옆에서 자장가를 위한 피아노를 연주보다는 문 밖에서 아니면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에 더욱 더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을 수 있음을 한번 상기해 보기 바란다.

지나치게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중역과 초고역 보다는 따뜻한 중 저역의 소리에서 많은 사람들은 늦은 밤에 훨씬 더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단순히 조용한 곡들로 이루어진 피아노 솔로 음반을 녹음한다고 생각하면 우리 음향엔지니어들은 평소에 피아노에 자주 사용하던 B&K 나 AKG사의 마이크들에 습관처럼 손이 가게 될 것이다.

자신이 잠시 후에 녹음할 음악이 어떤 스타일인지 대중들에게 어떠한 목적으로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고 연주자는 어떠한 감성으로 연주를 하는 것인지..과연 녹음하기 전에 이러한 요소들을 생각하는 음향엔지니어가 얼마나 될는지 필자는 의구심이 생긴다.

필자 역시 녹음실에서 녹음작업을 하면서 위와 같은 음악적이고 미학적인 관점보다는 지금 어시스트가 마이크패널에 케이블은 제대로 연결했는지 아니면 패치는 정확하게 연결한것인가 또는 현재 마이크 위치가 내가 생각한 대로 셋업 되어 있는 것인 지에 관해 먼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신의 이상적인 사운드를 생각하고 시도해보기에 앞서서 프로듀서나 연주자에게 지금 나오는 소리가 마음에 드십니까? 라고 물어본 후 그들의 대답이 긍정적이면 더 이상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녹음 작업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녹음실이라는 시간이 바로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많은 음악과 음향적 시도에 있어서 제약이 있다. 한 프로에 수십만원 이나 하는 녹음실에서 마이크세팅도 하기 전에 음악의 파악을 위해서 연주자의 연주를 듣고 있는 것..

이것은 뒤에 있는 프로듀서나 제작자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차원이 단순한 녹음을 해서는 결코 이 키스자렛 의 음반과 같은 음반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녹음하기 전부터 녹음할 음악에 관해서 미리 정보도 수집하고 프로듀서와 연주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어떠한 사운드로 마무리 할 것인가에 관해 충분한 토의와 생각이 필요하다.

소리라는 것은 작곡가의 정신세계와 연주자의 마음을 투영하는 창과 같은 것이다.

음향엔지니어는 녹음하기에 앞서 이러한 생각들을 머릿속에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음반에서는 이렇게 음향엔지니어가 할 일을 키스자렛 본인이 담당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의 입맛에 맛는 엔지니어가 없었다 라기 보다는 음악의 연주시 부터 그리고 이 음반의 기획단계 에서부터 어떠한 소리로 마무리 할 것인가에 관해 명확하게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녹음을 담당했을 것이다.

결과는 어떠한가? 전문 엔지니어가 녹음한 음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듣고 있으면 스르르 자연스럽게 잠에 빠질 수 있는 너무나도 매혹적인 피아노 소리이다.

이 음반의 제목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리라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점이 필자가 이 코너를 통해 소개했던 과거의 쟁쟁한 음반들과 같은 반열에 이 음반을 올려놓는 이유이다.

Tht Melody At Night With You 키스자렛이 들려주는 피아노 음색중 가장 흥미로운점은 바로 완벽에 가까운 조율상태이다.

많은 훌륭한 음질의 피아노녹음의 경우 음질에 있어서 100점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미묘한 튜닝의 불안 때문인데 이 음반에서의 각각의 곡들은 일률적인 음질을 들려주고 있으면서도 튜닝 상태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특히 페달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음에 의한 위상변위에 대한 이질감이 덜 느껴지는 것이 놀랍다.

이 역시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을 배려한 미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 잠을 청하다가 아무리 아름다운 선율과 음색의 음악일지라도 위상 변위로 의한 불쾌감조차 느낄 수 없게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음을 최대한 억제한 것 역시 조용한 음악의 특성과 너무도 잘 매치가 된다.

이제는 이상적인 소리라는 것은 단순히 화려한 주파수레인지들의 경합이 아닌 바로 음악과 우리들의 느낌 안에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았으리라 본다.

단순한 일만 하나 남았다.

이 음반을 구입해서 플레이어에 올려놓은 후 음악이라는 사람의 입술인 소리라는 것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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