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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28] - 좋아하는일, 하고싶은일, 해야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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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재미있는 녹음들이 스튜디오에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늘 제가 어딘가의 장소(녹음실 혹은 공연장)에 가서 그곳 장소를 빌려서 녹음을 하다가

이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장소를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기분도 아주 묘하고 이거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고 좋으네요^^

1월달에는 모두 제가 직접 녹음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었지만

2월달의 대부분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엔지니어가 함께 와서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라.

저는 이렇게 근처 카페에서 제주도산 오미자차 한잔 시켜놓고. 노트북을 열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것이 참 좋으네요.


대부분의 녹음은 오후 2시부터 시작이 됩니다.

오디오가이 스튜디오는 아직 컨트롤룸이 한개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하는 믹싱이나 마스터링등의 작업등은 대부분 오전부터 점심 12시정도까지만 짧게 하는 편이지요.


요즘은 오디오가이 레이블에서 나올 여성보컬 재즈음반의 믹싱을 하고 있답니다.

제가 참 들겨듣는 재즈 스탠다드에 피아노 트리오에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들어간 재즈 보컬음반이라

과거부터 참 작업해보고 싶었던 구성이라 이번 작업을 무척이나 즐겁게 하고 있어요.



제가 자주 작업하는 재즈와 클래식의 경우 대부분 연주음악이 많은 편이라.(국내에서 발매되는 재즈음반중에 90%이상이 연주음반이니까요.)

가끔씩 보컬음반을 작업하는것은 여러모로 도전도 되고 참 재미있습니다.

같은 재즈라도 연주곡과 보컬은 믹싱의 방법과 관점들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제가 참 좋아하는 게이코리의 음반들을 들으면서.

그리고 찰리헤이든이 여러 보컬들(다이애나 크롤. 카산드라윌슨. 노라존스. 르네 플레밍등..)과 한 음반들을 들으면서

이번 작업하고 있는 박성연 님의 음반과 편곡과 구성이 비슷한 점이 많다보니 들어보면서 여러가지 부분들을 참조하고 또 연구하게 됩니다.


이번에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오랫동안 사용했던 리핀스키의 모니터 스피커가 없으니. 녹음은 몰라도 믹싱에는 바뀐 모니터 환경에 조금은 당황을 하고 있는데요.

어제부터 포칼 솔로 6BE 가 다행히 다시 들어와서 포칼로 하니 그나마 리핀스키와의 차이가 적은 편이라.

그런데 콘트라베이스의 음상이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에는 거의 7년넘게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울트라손 2500 헤드폰으로 최종 베이스는 체크를 하면서 작업을 했답니다.


스탠다드 재즈송에 오케스트라 반주.

그위에 살포시 올려져 있는 재즈 보컬의 음성.


게이코리나 찰리헤이든의 음반을 들으면서 참 이렇게 저렇게 믹싱을 하면서 시도를 해보고 싶고

들어보고 싶고. 만들어 보고 싶은 내용들이 많이 생깁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하나하나 작업하는 음반들 정말 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 아니 욕심이 드는것은 사실이겠지요.

음악과 연주를 위해서.. 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마음속 깊은곳에서는 결국은 자기자신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아무리 모두들 MP3에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해도

내가 하는 일의 차이를 나밖에는 다른사람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해도(사람은 꼭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살아가는것은 아니니까요..)


이미 소리의 길은 내가 선택한길.

직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니..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엔 음악이 중요하니 소리야 뭐가 중요해!! 라고 말해버리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음악은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소리도 중요하거든요

왜냐하면 이것은 나의 삶의 길이고 내가 선택한것이며. 내가 가장 즐거워하고 좋아하는것.

다름아니라 무지 사랑하는것이니까요.



아침에 여러가지 믹싱을 해보았습니다.

참 즐겁고 재미있어요.

한곡을 가지고 컴퓨터로 믹싱을 여러번 해보고

또 멋진 콘솔이 들어왔으니 콘솔로도 믹싱해보고

여러가지 시도해보고 들어보는것이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 행복한 나만의 시간을 좀더 집중하며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하지만.


아티스트들은 음반이 내일이라도 당장 나와주기를 원하고 있고.

아침부터이지만 저를 찾는 전화와 문자들은 계속 따르릉~ 하고 울려대지요.


허리를 꼿꼿히 펴고.

척추에 잔뜩 기를 불어놓은 다음

양 스피커 사이에서 보여지는 소리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와 문자로.

지금 내가 하는 이 작업과는 전혀 다른 대화를 하고 또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잠깐 몇분의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다시 믹싱하던것을 들어보면

아까의 집중력은 금새 사라져 버리고.

음악이 또 생경하게 들리기도 하네요.


참 아쉽습니다.

그저 소리의 길을 찾아서. 길이 좁던 넓던 험하던 가다 끈기던.(그럼 쉬었다가 다시 길을 만들어 가면 되지요.) 뭐가 어떻든.


나밖에 모르는 아주 쫌스럽고 작은 그 소리 하나하나에

좀더 스스로 행복하도록. 그래서 결국에는 그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더욱 더 즐겁고 행복하도록.

이렇게 음반들을 작업해 보고 싶은데 이것이 참 쉽지 않네요.


적어도 20대에는 온힘을 다해서 음반작업들을 했던것 같은데.

너무 많은 여러가지의 일들을 하고 있다보니. 실제로 아주 집중해서 음반 녹음이나 믹싱을 하게 되는것이 점점 갈수록 줄어들고 이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거의 석달가까이 작업을 쉬었더니

이전에 제가 작업한 음반중 몇몇을 들어보면.


아..이렇게 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때는 어떻게 한것이었지?? 라는 생각도 들고.

등등등..



스튜디오를 만들고 보니. 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유지해나가기 위해서 마음 깊은곳에서 하고 싶은것과는 또 다른 것을 해야한다는것이 어찌보면 아이러니 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어찌어찌해서 스튜디오를 만들고 나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정신을 번뜩 차리고 보니 내가 얼마나 무리를 한것인가 하고 화들짝 놀라게 되었어요.

스타인웨이 피아노 할부금이야 그렇다 해도

한달에 1000만원이 넘는 콘솔 할부금은 녹음실이 한달 내내 하루에 2프로씩 돌아간다 해도 콘솔 + 피아노 할부금 + 스튜디오 월세 같은 최소 운영비의 절반밖에 되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오디오가이의 많은 가족분들이 도와주셔서. 2월달에는 스튜디오가 많이 예약이 되어있지만.

문득 정신차리고 보면 참으로 막막한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이거.. 내가 이번에는 너무 큰 사고를 쳤구나.."

그동안 수백만원짜리 기기를 충동구매 하던것에서 뒷자리의 숫자가 한개도 하니고 두개나 더 하게 되다보니. 이것만 생각하면 부담이 되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원체 긍정적인 편이라..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비교적 편하게 보내고 있답니다. 하하하^^



스튜디오 만들면서 생긴 엄청난 대출들을 다 값고 나면

그때는 녹음과 믹싱에만 집중하면서 지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때되면 또 다른 빛들이 생겨나겠지요???

...

그래도 나만의 스튜디오를 만들게 되어 참 좋습니다.

함께 일하는 남송지씨는 저보다 더 좋아하구요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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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님의 댓글

광화문의 오피스텔에 처음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오픈하실때
'내가 잘 운영해나갈수 있을까' 라는 생각하셨다는 글이 기억나네요.

앞으로 몇 년 뒤엔 지금을 떠올리며, '그땐 걱정이 많았었죠'
하는 새로운 글을 쓰시고 또 더 큰 시도를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ㅎㅎ

저도 영자님처럼 계속 도전하며 살고 싶네요.
다시한번 스튜디오 오픈 너무 축하드리고, 너~~무 부럽습니다 :)

청미래님의 댓글

늘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고, 새로운 사운드를 향해 늘 열려있는 영자님이

존경스럽고, 멋집니다.

새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해서 영자님이 바라시고 꿈꾸시던 음악들과 사운드를 향해

더욱 더 나아가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네임님의 댓글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나름)금융쪽일을 하다가 쫄딱 망하고 어찌어찌 '아무튼'살아는 남은 입장이라

'융자','할부'의 덫. 조종자가 국가던 기업이던 거기에 휘둘릴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그리고 삶의 팍팍함.

거기에 매몰되는건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경험'.ㄷㄷㄷ 뭐.. 흔히들 말하는 사회생활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아야하고 어쩌고..하지만 영자님이나 한때 음악으로 먹고살고(좋은 의미)싶었던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독소가 되는 부분이 더 많은듯 싶어요.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누가 반드시 더 쓴 경험을 했다

라고 말하기도 뭐한 문제지만 거기에 쉽게 함몰되고 트라우마에 갖히는 저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쩌면 저보다 더 많은 문제를 겪었을지 모르는 영자님은 이렇게 낙천적이라는 것에 유쾌한 기분까지 드네요.

나는 지금 뭐하는거지? 라는 의문과 함께.ㅋ ..저는 융자는 금융위기 이후로는 단 한푼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월부도 없고 그냥 버는데로 전부 갚는데만 사용했답니다.거의 강박관념이 되어버린거죠.근데 사실 아까운건

영자님처럼 스튜디오를..즉, 내꿈을 위해 융자를 받았었더라면,투자를 했던거라면? 그런 생각은 있네요.

물론 지금은 돈놓고 돈먹기식의 장난은 치지 않고 살고 있고 그냥 순수하게 사업수입만으로 살고 있지만

영자님과 같은 용기를 기대하기엔 저는 매우 어려운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게 되었죠.그게 슬픈겁니다.

게다가 영자님은 천성이 낙천적이라 그냥 잘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경제논리의 무의미함을 배웁니다.ㅋ

영자님의 도전에 이런저런 걱정보다는 저사람은 저래서 되는거야 라는 생각이 듭니다.

VinnieKei님의 댓글

소심한 성격의 저로써는 영자님의 그 추진력과 대범함과 열정이 부럽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종합적으로 부럽습니다..^^a 매달 고정지출이 천만원 이상이라니..ㄷㄷㄷ 전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아요..-0- 영자님의 열정을 본받아 올해 안에는 계획했던 장비를 모두 사야겠습니다..-ㅅ-??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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