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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악기의 녹음[41] - 합창녹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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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주도에 오디오가이에서 함께 하는 식구들 모두와 다녀왔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꼭 이곳에서 녹음을 해보고 싶다..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여행도 여행이지만 이렇게 녹음작업을 하러 떠나는 녹음여행이
 
때로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들보다도 더 기쁘기도 합니다.
 
 
녹음장소는 제주아트센터.
 
제주도립합창단의 녹음(지휘:조지웅)
 
 
제주아트센터의 실내음향이 그리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터라
 
조금 걱정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 가보니 생각했던것처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녹음이라는것이 늘 최상의 음향환경에서만 진행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고 있기에.
 
적당히 잔향이 있었고.(물론 잔향의 성분은 조금 어둡기는 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음이 없어서 녹음하기에는 좋다 생각합니다.
 
 
이러한 합창이나 소편성 클래식 음악에서는 잔향이 아주 긴 성당에서 녹음을 하는 것이 무척 좋은 일이지만
 
실제로 국내에 있는 성당들 가운데 레코딩 했을때. 아주 조용한곳은 그리 많지 않답니다.
 
 
유럽에서 녹음한다면 여러 좋은 소리를 지닌 성당이나 공연장, 그리고 강당들이 아주 많아서 좋겠지만(실제로 일본만 해도 실내음향이 좋은 공간이 아주 많지요)
 
우리나라에서 하는것은 또 상황에 맞추어서 거기서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서 최종 음반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저희 할일이니까요.
 
 
 
지난번 원주시립합창단 녹음때 깨달은것 처럼
 
합창녹음은 스팟마이크를 파트별로 여러대 사용하는 것보다는
 
"원포인트 녹음"이 합창음악의 밸런스가 가장 좋게 녹음이 된다는것에 확신을 지니고
 
이번에도 원포인트 위주의 심플한 세팅으로 녹음을 하였습니다.

 

 
피아노의 위치가 조금 색다르지요?
 
보통 합창녹음때처럼 피아노를 지휘자 왼쪽으로 두고. 피아노의 뚜껑을 낮은칸만 열고 하였는데
 
피아노 소리도 좋지 않고. 피아노의 정위가 너무 왼쪽으로 치우치는 감이 있어서
 
지휘자 등뒤로 피아노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는 뚜껑을 모두 오픈하고(이래야 제대로된 피아노 소리가 나오지요) 피아노 스팟마이크를 설치
 
 
많은 음악가분들이 늘 익숙한것에서 바꾸는것을 싫어하시는데.
 
이번 제주도립합창단의 지휘자분은 유럽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지 몇년되지 않은. 비교적 젊은 지휘자분(그래도 40대입니다.)이라
 
여러가지 부분에서 서로 대화가 잘 통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60년대 클래식 음악 녹음 황금기에 만들어진 여러 음반들을 들을때마다 감탄을 마지않해합니다.
 
연주도 그리고 그 연주를 담는 소리도 정말 50년의 세월을 넘어서도 대단히 좋은 음반들이 참 많지요.
 
왜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클래식 음악 녹음은 그때 이상의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것이 이렇게 어려운것일까? 라는 것에 관해서 얼마전 혼자 생각해 본적이 있었습니다.
 
 
우선 그때는 클래식음악 레코딩 엔지니어가 지금보다 수백분의 일로 (아니 어쩌면 수천분의 일)로 적었습니다.
 
몇몇의 엔지니어들이 대부분의 수 많은 클래식 음반들을 녹음을 하면서.
 
자연스레 많은 노하우들이 하나둘씩 차곡차곡 생겨났을것 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뿐일까요?
 
이때는 클래식 음악 엔지니어(프로듀서)가 많지 않았고.
 
클래식 음반 제작이라는 것이 철저하게 프로듀서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었습니다.
 
아직도 유럽에서는 이러한 전통이 조금은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프로듀서나 엔지니어가 꼭 음악가의 고용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반대로 프로듀서나 엔지니어가 음악가에게 음반녹음으로 인한 수익을 보장하는 쪽이었기때문에
 
지금의 음악가와 엔지니어의 명확한 상하관계와는 그때는 분명 달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60년대 클래식 음악 녹음,
 
특히 오페라 녹음하는것을 보면 그당시의 한정된 채널과 기기들로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녹음을 하고
 
연주자의 위치또한
 
지금은 공연이나 녹음이나 연주자의 위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상한 현실에 비해서
 
프로듀서 엔지니어와 지휘자가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더욱 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한
 
연주하는 위치 등 여러가지 부분에 많은 대화들을 나누었고
 
지금보다는 훨씬 엔지니어가 자신만의 소리에 대한 계획과 상상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로인해서 지금 들어도 놀랄만한 음질의 음반들이 이당시 참으로 많이 만들어졌지요..
 
이후 80년대를 지나 90년대 부터는 디지털 레코딩이 많이 나오고
 
엔지니어는 아티스트가 일을 주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찾아보아야 하는 상황이 전세계적으로 보편화 되었고
 
무엇보다도 과거에는 레이블이 투자를 해서 음반을 만든것에 반해
 
지금은 아티스트가 투자를 해서 음반을 만들기 때문에 엔지니어는 아티스트의 확실한 고용자가 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실황음반 녹음시. 무대위에 마이크의 수가 너무 많거나 하면 그것을 줄이거나
 
음악에 따라 새로운 시도와 구성으로 녹음을 해보고 싶어서 지휘자나 아티스트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제안을 해도
 
그것이 반영이 되는것은 어렵게 되었지요..
 
과거 어느 오케스트라 녹음을 할때 세컨 바이올린 파트의 위치를 바꾸는것을 지휘자에게 제안을 했더니
 
그렇게 바꾸면 세컨 바이올린이 퍼스트 바이올린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해서 연주자 잘 안나온다..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럼 과연 이때 지휘자가 하는 역할은??^^
 
 
하지만 이번 제주도 녹음에서는 달랐습니다.
 
지휘자에게 저의 의견을 전달하고 조금더 좋은 밸런스와 소리를 얻기 위해서
 
합창단원들 전체 의자 위치들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옆으로 갔다가..
 
많은 이동이 있었지요.
 
 
60년대에는 원포인트 위주의 최소한의 마이크들을 사용해서 오케스트라 녹음이 되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16개 나 24개 정도의 마이크들을 사용해서 오케스트라 녹음을 하는것이
 
이렇게 스팟마이크를 많이 사용을 하면 녹음시 연주자들의 위치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이동해야 하는 것이 드물고
 
믹싱때 간편하게 원하는 페이더로 인해서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에는 원포인트 위주로 녹음을 해서 연주당시 지휘자가 생각하는 음악적 밸런스가 결정이 되면 그것을 후반작업에서 바꾸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멀티마이크로 믹싱이나 편집에서 아예 새롭게 지휘를 다시 하는것처럼 아티큘레이션까지 조정을 해서 음반을 만드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보니
 
순수음악도 발전이 더디고
 
음향도 녹음후 믹싱에서 그럴듯하게 만드는 포장기술(?)만 늘어날뿐이지.
 
소리를 녹음에 담는 보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것에 대한 물음과 깊은 생각들을 주변에 엔지니어(국내외)들에게도 점점 찾기가 힘들어지는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지휘자나 아티스트들은
 
고통스런 녹음작업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편집과 믹싱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음악"을 그때서야 만들어내려 하니까요.
 
 
 
이번에는 제주도립단원분들이 정말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늘 녹음시간은 부족하지요.
 
부족한 시간에 마이크 세팅때문에 여러번 자리 이동을 하고. 테스트 녹음을 하고 들어보고 마이크 위치를 수정하고 등등.
 
이번에 녹음하면서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60년대 태어나서 클래식 음악 레코딩엔지니어 했으면 정말 정말 재미있었겠다 하고요(이것은 재즈레코딩에도 완벽하게 대입이 됩니다.)
 
 
이렇게 저의 의견을 고려해서
 
합창단 전체는 무대안쪽으로 좀더 깊게 들어가고
 
피아노는 무대의 거의 끝으로 지휘자 등뒤로 놓고.
 
제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모두 다 서로 대화를 통해서 현실화 시켜서 녹음을 할 수 있었습니다.

 
메인 마이크셋업은
 
숍스  NOS 세팅
 
 
사진은 각도상 NOS 보다 마이크가 조금 안쪽으로 된것처럼 보이네요.
 
 
메인을DPA 4011을 사용할까 하다가 숍스로 정했는데
 
정말 좋더군요.
 
숍스는 정말 이렇게 원거리 세팅에서 너무너무 좋습니다.(스팟마이크로도 물론 좋지만)
 
확실히 숍스가 DPA 보다 원거리용에서는 반사음이 훨씬 더 밝게 들어오기 때문에
 
녹음된 소리가 실제 홀에서 듣는것보다도 더 밝으면서도 생동감있게 녹음이 되었습니다.
 
합창녹음에서 잘 일어날 수 있는 실수인 피크감도 없었고요.
 
 
나중에 지금의 여러 신경쓰이는 상황들이 정리되면 숍스의 ORTF용 마이크 셋을 꼭 구입해야 겠습니다.
 

 
이렇게 생긴 녀석을 말이지요.
 
매번 ORTF나 NOS 셋업할때마다 A4용지에 그림을 그려놓고 조정을 하는데(물론 제가 직접 하는것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테레오 마이크들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피아노 마이킹은 이렇게
 
80년대 톰 라자레스가 호로비츠의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음반 녹음하는 동영상을 보고 발견한 피아노 마이크세팅
 
저는 호로비츠 세팅이라 이름을 붙였는데요^^
 
소리가 아주 똘망똘망 하고. 좌우의 넓이도 적당하고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세팅입니다.

 
앰비언스 마이크로는 노이만 TLM170R을 무대가 아닌 객석쪽으로 향하게 해서 세팅
 
공간안에 울리는 소리를 담기 위한 마이크이고. 메인 마이크랑 섞었을때 좌우의 이미지와 앞뒤 깊이감을 더해주는 용도로 사용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앰비언스 마이크를 설치하는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메인마이크의 스윗 포지션을 찾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앰비언스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와 거리감을 들으면서
 
메인마이크의 위치.
 
특히 앞뒤거리를 더욱 더 빠르고 신속하게 세팅을 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메인 마이크의 소리가 너무 가까울때마다 마이크스탠드를 약 10cm미만으로 움직이면서 계속 들어보았을것입니다.
 
뒤에 앰비언스 마이크로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원하는 소리는 지금 위치에서 50cm 혹은 그 이상 뒤에 있는지. 앞에있는지를 더욱 더 빠르게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요.
 

 

 
보시면 무대 상당히 안쪽으로 합창단원들이 자리하고
 
피아노를 무대 끝쪽.
 
앰비언스 마이크도 무대 끝쪽.
 
앰비언스 마이크와 피아노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피아노의 좋지않은 소리가 앰비언스 마이크로 들어가면서
 
전체 피아노의 소리가 좋지 않은 소리로 녹음이 되기 때문에
 
좌우의 확산감 및 피아노의 간섭음 정도를 함께 체크하면서 앰비언스 마이크의 위치를 결정합니다.
 

 
이번녹음에 사용한 장비는 메트릭할로 ULN-8 한대
 
마이크프리도 메트릭할로 ULN-8의 것을 사용했는데
 
다시한번 느꼈지만 전에는 메트릭할로의 프리가 초고역이 너무 적은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의 목소리에서 만큼은 정말로 고급스럽고 좋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합창코치 선생님(좌로부터)과 저 그리고 이번에 오디오가이에 새롭게 어시스트 엔지니어로 입사한 김보종군
 
사람들이 저와 이미지가 조금 비슷하다 합니다.^^
 
귀여운 선풍기는 맥북프로가 너무 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컴퓨터가 너무 열받으면 꺼지는것은 괜찮은데 노이즈가 생깁니다.
 
그래서 노트북 아래도 공간이 어느정도 있도록 인슐레이터로 살짝 띄워줍니다.
 
이렇게 로케이션 레코딩을 할때는 기기들이 안정적으로 동작하게 하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리고는 성악반주용 오르겔이 들어가는 곡들도 있었습니다.
 
이곡에서는 소프라노 파트의 소리가 크게 들려서 소프라노 파트만 전체가 조금 뒤로 들어갔습니다.
 
마이크를 좌측으로 이동하는것보다
 
이편이 여러사람이 잠시 귀찮기는 하지만 저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오르간의 위치는 처음에는 합창단 앞에서 하였지만
 
나중에는
 

 
이렇게 들어갔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비올라 다 감바도 함께 하는 곡들도 있었고요

 

 

이곡에서는 합창단의 배치를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피아노가 없고 합창의 소리가 조금더 좌우의 이미지를 넓게 하였지요
 
아카펠라 곡들도 같은 배치로 녹음
 
물론 녹음때마다 여러 파트들의 의자이동(?)이 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 녹음에서 정말 중요한것은
 
의자이동 이라는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지요.
 
늘 그 환경에서 해결이 되지 않을때.
 
단지 기술로만 그것을 해결하려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인것에서 용기내어 조율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은 녹음에서는 참으로 중요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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