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이 :: 디지털처럼 정확하고 아날로그처럼 따뜻한 사람들
오디오가이

외국 연주자들과의 녹음작업 - 한중일 프로젝트

페이지 정보

본문

올해 초 자라섬 재즈페스티발의 계명국 사무국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가을에  자라섬 팀에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광주 월드뮤직 페스티발에 내한하는 외국 아티스트와 한국 아티스트들의 음반녹음이었는데요.
 
늘 수많은 해외의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딸랑 공연만 하고 가는 것보다는
 
한국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이번이 그러한 작업이 되었습니다.
 
 
근래 녹음들 가운데 가장 많은 생각이 들었던 작업이 아니었나 싶어요.
 
9월에는 녹음실이 눈코뜰새없이 바쁜터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감당할 수 없을만큼 너무 많은 의뢰들이 들어오는 것은 또한 질적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기에.
 
오늘은 저는 하루를 푹 쉬고 느즈막한 저녁에서야 스튜디오로 나와서 남송지씨와 하이파이브로 바톤터치를 하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 최근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 입사한 김보종군이 녹음진행을 잘 해주고 있어서
 
저는 녹음세션중에 이러한 글을 쓸수도 있어 참 좋으네요.^^
 
 
한 중 일 프로젝트팀 녹음으로 지난 토요일, 그리고 월요일 녹음
 
마침 폴커비 트리오의 녹음도 토요일부터 있어서 토요일 녹음은 오랫만에 상암동에 CS 뮤직앤 녹음실로 갔습니다.
 

드럼은 사이먼바커라는 호주 드러머
 
"땡큐 마스터 킴"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오버헤드는 DPA 4011 그리고 각 드럼셋에 킥에 오테 ATM25. 마운티드 탐에 ATM23, 플로어 탐은 ATM25
 
그밖에 스네어 SM57 등등..
 
이번에는 어떻게 녹음했다는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네요.
 
 
아..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할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아니면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우선 음악이야기부터.
 
이사람 사이먼 바커 라는 드러머 참으로 훌륭하더군요.
 
녹음하는 내내 음악과 연주를 들으면서 몸이 짜릿짜릿 했습니다
 
"우와..이사람의 드럼 연주를 국내의 보다 많은 드러머들에게 한번 들려주고 싶다.."
 
박재천 선생님의 "코리안 그립"을 제외하고서
 
지금까지 어떤 한국 드러머보다 이사람처럼 한국 전통 장단을 드럼으로 잘 표현하는 사람은 처음이고
 
그것이 외국인어서 충격이 아니라.
 
수준이 너무 높아서, 음악적으나 또한 대중적으로나,
 
우리음악이 가야할길이 과연 무엇인지, 드럼 연주 하나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남겨주던지요.
 
 
당연히 드럼의 튜닝과 터치가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녹음한 드럼 탐 소리 가운데 가장 멋진 탐탐 소리로 녹음이 되었는데요.
 
이사람은 주로 탐을 많이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전 늘 상 녹음하는 재즈 녹음 세팅으로 탐에 마이크를 설치하지 않고 오버헤드와 킥 스네어만 두었는데,
 
테스트 녹음된 소리를 듣더니 소리가 너무 멀게 들린다며 스팟마이크를 더하였지요.
 
 
이번 녹음에서는 사운드 체크만 한 2시간 넘게 하였어요.
 
이야..풀 오케스트라 녹음을 해도 사운드 체크 시간은 30분 내외.
 
대부분의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재즈 세션은 사운드 체크 거의 10분 내외.
 
하지만 이번에는 거의 3시간 가까이 사운드 체크를 하였습니다.
 
모든 멤버들이 본인이 원하는 사운드로 확실하게 녹음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녹음 시작을 하지 않더군요
 
사운드 체크 3시간을 하고 녹음은 1시간만에 끝냈지만 이에 관한 불평은 전~혀 없었습니다.
 

서로 아이컨택때문에 사진처럼 드럼 바로 옆에서 콘트라 베이스 녹음을 하였습니다.
 
베이스는 여성 베이시스트 린다 오
 
핑거링하는 손을 마치 춤을 추듯 연주를 하는 모습이 외국 사람들이 보면 참 보기 좋겠더군요.^^
 
소리가 너무 좋아서 클래식을 하다가 재즈로 전향을 한것인줄 알았는데. 베이스를 스무살넘어 시작했다 합니다.
 
사진처럼 스탠드에 카펫을 하는 것은 그녀의 아이디어였고
 
처음에는 다른 마이크를 설치했었는데
 
뉴욕 스튜디오들에서는 콘트라 베이스 녹음에 U47 아니면 거의 대부분이 U87로 녹음을 하기 때문에 꼭 U87로 셋업을 하고 싶다 하더군요^^
 
처음 세팅을 하는데 베이스에 사용하는 마이크의 브랜드를 물어보는것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습니다만..
 
사진처럼 본인이 스탠드와 카펫을 설치하고
 
뒷벽에 고보를 설치해달라고 해서 여러 자리들중 자신의 소리가 좋게 울리는 곳을 찾아서 연주를 하는 모습
 
그리고 많은 베이시스트들이랑 녹음할때마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
 
"꼭 마이크 앞에 있어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없이
 
헤드폰으로 마이크와 본인 악기의 거리감을 조정하며. 터치를 조정하며
 
자기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더군요.
 
베이스 사운드 체크에만도 40분 넘게 걸렸습니다.
 
사실 사운드는 제가 좋아하는 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전형적인 뉴욕 재즈 사운드 스타일.
 
저는 아주 가까이서 근접음을 집음해서 믹스하는 뉴욕 재즈 사운드 보다는
 
보다 클래시컬한 터치의 유러피안 재즈 사운드를 선호하는 터라.
 
재즈 녹음하면서 이번처럼 마이크들 가깝게 사용해보기는 또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제가 늘 하는 소리에서 이렇게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는것이 더 어려웠을런지도 모릅니다.
 
U87에 로우컷을 해서 악기 아주 가깝게 설치하였고.
 
U87의 로우컷은 상당히 높은 주파수 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근접효과가 거의 없고
 
드럼 옆에서 연주했는데도 악기와 마이크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간섭음의 거리감도 적당합니다.
 
 
이날 녹음 끝나고 조금은 격양된 기분으로 아내에게 이날 녹음세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본인만의 사운드를 지니고 있는 아티스트들과 녹음작업을 하니 정말 너무너무 즐거웠다고 하니..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만약 당신에게 이렇게 저렇게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외국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이었어도 여보가 같은 반응이었을까?^^ 하고요.
 
하지만 외국 사람. 한국 사람을 떠나서
 
단지 이친구가 웨인쇼터밴드에서 베이스를 하고 요즘 뉴욕에서 엄청나게 잘 나가는 것을 떠나서(사실 전 이번에 이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연주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모두들 본인들이 생각하는 사운드가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고(아마도 수많은 레코딩의 경험을 통해서 일까요?)
 
이 사운드가 나오기 전에는 절대로 녹음을 그냥 시작하지 않습니다.
 
드럼. 베이스. 곧 이야기할 피아노도
 
귀가 좋은 아티스트들이랑 작업을 하니까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저도 늘 하는 세팅에서 무엇인가 다르게 해보고 말이지요.
 

피아노는 일본사람 하쿠에이 킴
 
마이크는 베이어다이나믹 MC930 페어를 사용했습니다.
 
가격은 착한데 정말 녹음에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 입니다.
 
아무리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마이크들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한두번 테스트해보는것이면 몰라도 실제 제 녹음에 사용은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마이크는 사용했습니다!!
 
피아노에 소리 좋습니다!!
 
마이크는 사진과 같이 세팅
 
실제는 훨씬 더 가깝습니다.
 
아마도 마이크와 현과의 거리가 약 10cm가 될런가요? 
피아니스트 그리고 함꼐 사운드를 듣고 있는 베이시스트도 제가 처음에 한 세팅보다 이 세팅이 더 좋다 하더군요
 
역시나 전형적인 뉴욕 재즈 피아노 사운드 스타일
 
어택이 아주 강하고 또랑또랑한
 
저는 이보다 좀더 공간감이 있고 여운이 있는 소리가 좋은데 말이지요..
 
그런데 드럼과 장구의 복잡한 리듬의 조화속에 순간 순간 번뜩이는 피아노 사운드는 이것이 맞더군요.
 

대금과 장구에는 민영치님
 
오래전 그가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마음을 쏙 빼앗긴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녹음으로 만나게 되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릅니다. 하하하^^
 
사이먼이 연주하는 드럼 장단에 정말 탄성이 나올정도로 절묘하게 장구가 함께 합니다.
 
드럼이 먼저 나오고 중간에 장구가 나오는데요
 
장구가 피아니시모로 차고 들어가는 그 순간이 정말 연주자의 양손의 채의 움직임이 마치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연주하기 어려운 음악을 정말 즐겁고 재미있게 연주하는 이들을 보면서 진짜 진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음이 8시에 끝나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10시부터 스튜디오에서 믹싱을 했습니다.
 
저는 보통 12시에는 작업을 땡, 하는 편인데 이날은 새벽 2시넘어서까지 정말 즐겁게 믹싱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며칠후 피아니스트에게 아래와 같은 편지가 왔더군요
 
Hi Joon Hoon,

How are you doing?
I've just arrived in Tokyo now.
I just want to thank you for ask you have done for us at the recording session the other day.
It was such a wonderful experience for me:)
Please thank the other engineers too.
Again, thank you so much for your musical passion and I hope to work with you in the near future again.
Please take care and all the best and luck to you!

Hakuei Kim/ハクエイ キム (pianist, composer)
 
 
정말 저에게도 의미가 있었고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토요일이 지나고 월요일,
 
이날은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2팀의 한중일 프로젝트 녹음이 있었습니다.
 
녹음하느라 사진을 담지 못해 아쉽네요.
 
비파. 거문고, 타악기의 트리오.(피처링 보컬)
 
비파에는 숍스 MK4
 
거문고에는 처음에는 C24 MS로 했다가
 
노이만 TML170R 과 140 MS 로 했다가
 
거문고 연주자분이 사운드 체크중에
 
"여기서 들리는 거문고 소리가 너무 좋으네요. 이렇게만 녹음되게 해주세요!" 하시는 말씀에
 
얼른 더미헤드 마이크를 설치하니 그때서야 마음에 드는 소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사운드를 함께 듣던 일본 드러머가 사운드 홀에 보조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더군요
 
저는 가야금의 경우는 사운드홀에 설치하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가 않았습니다.
 
소리의 배음이 없고 기본음만 있는 느낌
 
조금은 망설여 졌지만 이곳에 PZM 마이크를 설치
 
드러머는 다이나믹 마이크 설치를 권했지만 이것은 PA 가 아닌 레코딩이니까 다이나믹보다 PZM 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좋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거문고 사운드 홀에 PZM을 설치해서 더미헤드 마이크와 믹스를 하니
 
정말 "실제의 거문고 소리"가 녹음이 되더군요.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날 함께한 일본 드러머. 중국계 여자 보컬, 이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거문고의 소리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물론 오랜시간 함께 연주를 해서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것을 명확하게 구현해내는것에 놀랐습니다.
 
이 팀역시 본인들이 원하는 사운드가 나와야 녹음을 시작합니다.
 
하하하..
 
 
 
요즘 스튜디오의 스케줄때문에 녹음은 엄청나게 쌓이고 있고
 
후반작업들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믹싱등을 하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이번 녹음작업을 통해서
 
내가 그리고 오디오가이 레이블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무엇인가
 
또한 내가 마음속에서 진짜로 하고 싶은것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ECM 전시(아라아트센터 9월말까지)를 위해 한국을 찾은 만프레드 아이허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그 주변에 있는 뛰어난 연주자들이 참으로 부러웠는데
 
내가 있는 한국. 그리고 일본 중국에도 유럽에 몾지않은 정말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다는것을 말이지요.
 
물론 ECM 처럼 조금은 서정적인 음악들을 좋아하는것에 반해
 
동양의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좀더 날것의 느낌. 아주 음악에 힘이 느껴진다고나 해야할까요.
 
 
국악에 대한 관점도,
 
본래 거의 즉흥음악이나 다름없었던 국악이 갈수록 정형화 되고 그 정형화를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또한 팝음악의 모방에 그치지 않은 부분들에서
 
한국의 음악(국악)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나아가야 할 부분들이 과연 어떠한 것일까..
 
나름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어요
 
 
누가 종종 쓰는 단어인데요
 
유사 재즈. 유사 음악..
 
몇십년동안 늘 우리것을 찾자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좀더 새로운 것을 찾아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안에 분명 우리것이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오디오가이 레이블에서 나올 즉흥성에 기반한 국악과 현대 음악들의 조화.
 
많이 기대해주셔요!!!
 
 


관련자료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전체 324건 / 6페이지

+ 뉴스


+ 최근글


+ 새댓글


통계


  • 현재 접속자 141 명
  • 오늘 방문자 2,921 명
  • 어제 방문자 6,190 명
  • 최대 방문자 15,631 명
  • 전체 방문자 12,586,298 명
  • 오늘 가입자 0 명
  • 어제 가입자 0 명
  • 전체 회원수 37,521 명
  • 전체 게시물 235,931 개
  • 전체 댓글수 193,355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