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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딩 메뉴얼 [7] - 스튜디오의 인턴 들에게 하고 싶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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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레코딩 스튜디오에 "인턴"으로 입사를 해서 레코딩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희망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구인에서 처음으로 알게된것은.
 
꼭 레코딩 엔지니어를 하고 싶어서가 아닌. 그냥 음악에 관계된 무엇인가 일을 하고는 싶은데. 현재 마땅하게 하고 싶거나 해야할일을 찾지 못한분들이 무척 많아서 놀랐습니다.
 
늘 음악계 상황이 좋지 않다. 스튜디오의 상황들이 좋지 않다..라는 푸념식의 이야기들이 참 많이 들려옵니다만
 
여러가지 환경이나 상황을 탓할 시간에 내 자신에 대해서 오히려 좀더 찾을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전 절친한 레코드팩토리의 박종희 대표님과 통의동 고희에서 함께 브런치를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이 내용을 한번 남겨보고 싶어 오랫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려 봅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인턴"이라는 것이 오디오가이팀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인턴" 이라는 말은 무엇인가 가족보다는 너무 멀게느껴진다고나 해야할까요?
 
 
특히나 급여부분에 관해서 인턴이라고 하면 무조건 너무도 적게 주는것이 마뜩하지 않아,
 
제 능력이 가능한만큼은 함께하는 식구들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급여가 지급이 되지 않은 인턴 이라는 존재는 제게 있어서 많이 어색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매일 같이 오전에 통의동 오디오가이 스튜디오로 출근을 하는 인턴이 2명이나 생기게 되고
 
저외에도 함께 하는 녹음실장님 한분. 그리고 이달중순부터는 레코딩엔지니어분이 한분 새롭게 오시기로 되어있어서.
 
 
오랜시간 저나 남송지씨 그리고 한분 더 해서 대부분 2명 혹은 3명이서 꾸려갔던 오디오가이가 이렇게 많은 인원이 있어보기는 처음입니다.
 
뭘 5명가지고 많은 인원이라 그러느냐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큰 회사의 대표스타일이 되지 못하는 저는 식구가 세명만 넘어도 소통과 대화에 전전 긍긍 한답니다..ㅜ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소리를 저만큼 좋아하고,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더 좋을 것같다고 늘 생각은 하는데
 
음악이라는 것을 좋아해서 모였더라도 서로의 취향과 경험이 모두 다른만큼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교육생"같은 인턴의 존재는 제게 있어서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사람이 우리와 함께 정말 긴시간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한발자국 뒤에서 작업하는 환경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그밖에 스튜디오의 여러가지 업무들을 하기도 하는 등등..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마음을 주고 가까워 지기도 망설여 지기도 합니다.
 
그간 거의 100명정도의 레코딩 엔지니어를 지망하는 사람들과 길던 짧던 함께 일을 해본결과.
 
점점 새로온 식구들에게 마음을 닫게 되더라구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을 열고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했지만
 
냉정하게 우리가 사랑하는 공간을 떠나버리는 것을 경험하며 마음속이 여기저기 할퀴어 지다 보니
 
이내 지금은 새로운 식구의 기대와 뜨거운 마음보다는
 
어쩌면 조금은 냉정하고 심드렁해지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알게되고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두근거리는 일인지요?
 
반면에 떠나가고, 그리고 잊혀진다는 것역시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요?
 
 
이것이 참...어렵더라구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인턴엔지니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지난 다시 시작한 레코딩 메뉴얼 [6] 을 한번 미리 보시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청소에 관한 것은 다시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요즘도 스튜디오의 식구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늘었지만 오전에 일찍 믹싱할때마다 컴퓨터 모니터에 정신없이 뭍어있는 손자국들.
 
기기들 데스크위에 있는 먼지들,
 
가끔씩 케이블이라도 한번 뺏다 껴놓으려고 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오랜시간 컨트롤룸안에서 숙성되어있는 먼지 덩어리들.
 
엘레베이터 4층에 내려서 오전에 가장먼저 보게되는 것은 맑고 깨끗한 창문이 아닌 먼지로 뿌연 창문과 문틀,
 
 
청소와 정리정돈의 중요함은 나중에는 결국 깨닫게 됩니다
 
무엇인가 바쁜 녹음세션중에 케이블 하나를 찾으려고 서랍채로 사람들 다 있는 부스안에서 케이블들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아티스트들에게 보이는 것은 어떨까요? 
본인이 근무하는 곳에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 지조차 잘 모르고 일을 한다는 것은 너무 창피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확실하게 정리 정돈을 하고.
 
우리처럼 로케이션 레코딩이 많은 경우는 기기들이 이동이 많기 때문에 더욱 더 중요하지요.
 
외부에서 사용했던 마이크케이블들은 또 먼지 투성이라 스튜디오안으로 정리할때 한번씩 닦아서 넣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턴기간 혹은 학교나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계신 분들에게.
 
스튜디오에 인턴이나 어시스트 엔지니어로 입사하기 전에 미리 꼭 배웠으면 하는 부분 3가지만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첫번째, 프로툴을 능숙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고 꼭 단축키를 재빠르게 사용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각 메뉴들의 기능들에 대해서 꼼꼼하게 파악을 하고 있을 것, 특히나 기기들의 컴퓨터를 포함한 기기들의 셋업들에 관해서.
 
두번째, 레코딩 스튜디오라는 곳에서의  기본적인 "시그널 플로우"를 확실하게 파악을 하고 이해를 하고 있을 것
 
제가 늘 로케이션 레코딩을 하거나 스튜디오에서 셋팅을 할때마다
 
기기를 설치할때는 "신호의 흐름대로"
 
녹음이 끝나고 기기의 전원을 끌때는 "신호흐름의 반대로"
 
기기를 철수할때도 "신호의 흐름대로"
 
정말 이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요.
 
인턴 시절에 시그널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것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스튜디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헛되지 않습니다.
 
이것을 알고 있지 못하면 세션들을 참관하더라도. 거기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저 처음에는 조금 신기하다가 이내 지루한 시간만 갈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마이크부터 시작해서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레코딩의 시그널의 흐름에서 부터
 
믹싱을 하면서 마스터링을 끝나고 마스터 CD가 나오기 까지의 과정과 흐름에 대해서 먼저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장 마이킹을 어떻게 하고. 플러그인을 어떻게 사용해서 믹싱을 하는 등의 것은 사실상 인턴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저는 이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요.
 
함께 녹음을 진행하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녹음 작업이라는 것은 수 많은 대화와 소통의 연속인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면 실제로 좋은 녹음으로 만들어지기가 어렵겠지요? 
 
적어도 내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어서 레코딩 스튜디오라는 곳에 인턴으로 왔다면
 
녹음세션중에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던가
 
그저 아무생각없이 멍때리는 것 같은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작은일이라도 무엇이 하나 더 있을까 늘 살펴봐주세요.
 
 
물론 이때문에 프리앰프의 전원이 꺼지기는 했습니다만^^ 어제 루터교회에서의 합창녹음때 사람들이 추워할때 제가 히터를 가져다 준것 처럼 말이지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세션을 진행하는 저나 실장님에게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보고 또 보고 주변을 살피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꼭 무엇이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 상황과 공기감을 느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고 발견해주세요.
 
 
 
2-3년전엔가 한달정도 스튜디오에 와서 도와준 레코딩엔지니어가 있었는데
 
이친구가 있던 한달동안 저는 정말 정말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믹싱이 스케줄러에 있는 날이면 제가 굳이 그 세션을 열고 준비해놓아 주세요.!
 
이말을 한달동안 단 한번도 한적이 없습니다. 늘 완벽하게 청소를 해놓고 믹싱 세션 준비를 해놓았고
 
믹싱을 할때도 트랙과 파일정리들이 완벽,
 
아주 작은 BUS 하나등도 제가 사용하기 쉽게 필요한것들만 생성되도록 세션을 만들어 놓고.
 
그의 세세한 배려에 정말 정말 감사했고.
 
작업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그만큼 결과도 더 좋게 나왔다 생각합니다.
 
 
 
스튜디오에서의 인턴 혹은 어시스트 엔지니어는 그 안에서 핸드폰 게임이나 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런사람은 굳이 렌탈 스튜디오에 있을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스튜디오에서 시간이 남아있다면 스튜디오 안에 기기들과 악세사리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둘러보고
 
함께 일을 하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가지 오디오가이 칼럼들도 잃어보고,
 
또는 궁금한점이 있으면 저나 실장님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우리 스튜디오에 있는 기기들의 메뉴얼이라도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무엇인가 알고 있고 준비가 되어있으면
 
결국 몸이 편합니다.
 
사람들은 스튜디오의 일들이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다고 하는데요.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들 가운데 좀더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아낄 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아마도 하루에 두세시간 이상은 될겁니다..
 
 
지금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관해서 유심히 살펴보고 기억하고(또는 기록하고)
 
그안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발견해주세요
 
그저 컨트롤룸 한구석에서 사람들과 대화도 하지 않고 무시당한채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보다는
 
무엇 하나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노력해주세요.
 
내가 잘 모르는것에 대해서 주저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물어보기가 창피하거나 망설여 진다면 스스로 찾아보세요.
 
이렇게 충실하고 진실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알게되겠지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확실하게 말이지요.
 
 
그저 가벼운 농담이나 하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한척 하며 웃고 떠드는것보다는
 
저는 내안의 나 또다른 자신을 발견할때..
 
그리고 내가 가고 싶었던 것에 가까워 질때 이루어지는 쾌감이
 
훨씬 더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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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L8님의 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최근 인턴생활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덕분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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