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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30] - 코트. 라벨.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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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무리를 해서 이쁜 겨울 코트를 사주었습니다.

가을용의 얇은 코트를 거의 16년동안이나 입고다녔지요

그옷은 약간 헤지기는 했지만 변함없이 제가 좋아하는 옷이기도 합니다.

저는 대부분 옷은 헤질때까지. 셔츠는 목이 닿는부분과 손목쪽이 거의 닮을때까지 입는 편인데요.(사실 닮아도 요즘 계절처럼 니트안으로 입는경우는 가끔 입을때도 있습니다.)

 

코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중에 하나가.

오래전에 아버지가 제 나이또래일때 입으셨던 검정색 가죽코트가 있었습니다.

카라가 정말 길고. 지금 다시 무척이나 보고 싶은 옷인데요

한..십여년 전인가.. 옷장정리를 하면서 아버지의 검정색 가죽코트를 헌옷수거함에 넣고 왔지요.

이것은 이십년전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정말 화려하고 멋진 무늬가 있는 장농을 버린것과 함께 무엇을 버림에 있어서 제가 가장 후회가 남는 일중 하나입니다.

아버지가 제 또래이실때 입으셨던 검정색 가죽코트를. 물론 지금 관점에서는 무척이나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아들이 그 나이가 되어서 입는 것.. 생각만해도 멋진일이지 않을까요?

이때만 해도 오래된 것에 대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제가 너무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서야 조금이나마 알수 있게 된것에 감사할따름이지요.

이것은 통의동에서 좋은 분들(사실은 선생님들)에게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우게 된것 같습니다.

 

위에 아내가 이번에 사준 코트는 브랜드라벨이 없습니다.

물론 억지로 찾다보면 안주머니(게다가 안주머니는 보통의 코트가 왼쪽에 있는 것에 비해서 이것은 오른쪽에 있어요. 일주일간 어색하다가 이제서야 좀 적응이 됩니다. )근처에 아주 작게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찾아야 보이게 안감과 비슷한 색으로 작게 붙어있습니다.

 

브랜드 라벨이 없다는 것.

이 하나가 오늘 저에게 정말 많은 생각을 남겨주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이사람은 왜 자신의 옷에 브랜드로고를 넣지 않았을까요 - 같은 브랜드의 다른 셔츠나 니트에는 물론 있습니다.

브랜드 라벨을 넣지 않을것이면 깔끔하게 두지 저 가죽끈(?)은 또 무엇일까요?

 

12월은 한해에 제가 녹음. 믹싱. 마스터링한 참 많은 음악들이 음반으로 나오는 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올봄에 함께 작업했던 노바샘양의 음반발매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http://blog.naver.com/audioguy1/220180929025

공연을 보면서 나 자신을 반성하며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노바샘양의 음악을 한번 들어보시지요,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459848

"향유"라는 곡입니다.

바샘양의 음반가운데 유일하게 종교적인 가사의 곡입니다만. 종교적인것을 떠나서 음악이 참 아름답습니다..

지금 다시 음악을 들어보니.. 이때 보컬마이크를 숍스의 신형 마이크를 사용했던까지 기억이 나네요^^

오늘 노바샘양의 음반발매 공연에서 티켓 담당자분에게 가장 뒷자리를 부탁드렸는데(전 대부분 뒷자리에서의 소리가 좋더군요 pa시스템을 사용하는 공연에 있어서)  피아노 바로 앞자리. 앞에서 두번째 줄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샘양이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었지요..

공연 시작하기전에 오프닝을 담당한 아티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할때.

아..피아노 터치 연습좀 하지.. 마치 신디사이저 건반을 두드리듯이 그랜드 피아노의 건반을 꿍쾅꿍쾅 치는 것을 보며..

내가 이자리에 왜 있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그분께는 죄송합니다.ㅜ.ㅜ)

 
하지만 바샘양의 공연이 시작되고 그녀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오른손이 건반위에서 허공으로 올라가는 순간.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그 동작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같은 피아노 임에도 너무도 아름다운 울림..

피아노라는 악기를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 연주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피아노와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피아노라는 악기 그리고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  그 모든것이 투영되어 조심스럽게 한음한음에 표현이 되고 있었습니다.

정말 아주 단순한 선율일지라도 피아노의 한음한음에 그렇게나 마음을 담아서 연주를 하는 모습에 마음속 깊히 감동하였고. 아름다웠지요.

 
오늘 공연은 참 모처럼만에 보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연주였습니다.

마음속 깊히 반성하였습니다.

난 그동안 음악의 브랜드 라벨만 보고 지내왔구나...

늘 유명한 아티스트들과만 작업을 하는 것만을 꿈꾸고.. 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하지만 유명한 아티스트들외에도 음악을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이렇게나 많을텐데..

 

나는 그들의 음악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그저 유명세들만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것 옷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을 말이지요..

 
제가 운영하는 오디오가이라는 레코딩 회사는 녹음이나 믹싱. 마스터링에 관한 비용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저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이렇게 지난 20년동안 끊임없이 노력하고. 나의 모든것을 다 투자해서 조금이나마 더 좋은 소리. 좋은 음악이 전달 될수있도록 노력하는데.

이정도의 대가는 당연한것이다..라고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회사에 녹음을 의뢰하는 아티스트(혹은 회사)들은 대부분 어느정도 여유가 있거나. 이름이 알려져서 음반제작비에 어느정도 투자를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은 편입니다.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작업들도 무척 많은 편이고요..

그동안 저도 모르게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겁니다!!

오늘 공연에서 바샘양이 이곡을 연주하기 앞서.

본인은 재즈를 좋아하지만 재즈를 잘하지 못한다.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물론 오스카피터슨이 연주하는 스윙감 있는 것만이 유일하게 재즈다..라고 말한다면 그녀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음악을 듣고. 이것은 그녀만의, 한국사람만의 재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곡을 외워서 연주를 하고(본인의 곡을 공연때 잘 외우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이 더 많습니다.)

음반 이상으로 더욱 더 섬세하고 아름다운 터치로 음악을 들려주었지요.

 

내년에는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오랜시간 꿈으로만 꾸어왔던 드림 스튜디오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오늘 공연을 들으면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오디오가이 스튜디오를 만들게 되면 - 물론 비용은 비싸게 받을 겁니다.ㅜ.ㅜ 죄송합니다.

스튜디오 공간에 작지만 알차게. 추가로 공간을 만들어서 이곳 오디오가이 미니 스튜디오(가칭)는 절반정도의 스튜디오 사용료를 내고.

이렇게 신인 아티스트들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그래서 저도 기존의 유명한 아티스트들외에 이렇게 숨겨져 있는 진실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소통할수 있도록..

꼭 그렇게 해야겠다..라고 말이지요.

 

늘 같은 일을 하다보면

더 유명하고. 더 많은 일들을 하는 것만 바라고 생각하게 되기 쉽상인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욕심만 늘어가는것이 아닐런지 모르겠어요.

 
글을 더이상 길게 쓰면 SNS 에 익숙한 많은 분들에게는 읽혀지지 않을테니

마지막으로..

 

여러분들 브람스 참 좋아하시지요?
 
게다가 이렇게 춥고 쌀쌀한 계절에는 왠지모르게 더욱 더 듣기 좋으니까요.

브람스의 곡들은 템포에 관한 정확한 지시가 없는 것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음악과 템포에 대한 느낌은 그날그날 마다. 오늘과 내일이 같을 수 없다는 그의 신념때문이지요..

 

음악이라는 것이 그 어떤 고정관념과 틀에 박히는 순간. 어지보면 예술 본래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름. 브랜드. 또는 그 무엇으로 인해서 우리는 고정관념을 지니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폴스미스가 만든 코트하나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12월의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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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y님의 댓글

대표님...!! 처음 바샘양 레코딩을 오디오가이로 결정하고 글을 남기던 순간부터, 함께 즐겁게 작업을하던 시간에도, 미리 사운드를 들어주시려 공연 한 시간 전부터 오셔서 함께 해주신 엊그제 까지... 참으로 귀하고 뜻 깊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부족한 공연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또 한번 감사드리고요...  또 좋은 작업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작은노래를 함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로우님의 댓글

플레이어로 향유를 틀어놓고 칼럼을 쭉 읽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네요..
빠르고 정신없게 트랜드를 쫓아가도록 우리를 재촉하는 문화 가운데에서
무엇인가에 차분하고 진지하게 마주하며 오랜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참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희주다님의 댓글

정말 음악이 좋아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음악을 시작했고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된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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