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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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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누군가의 글을 읽었는데.

참으로 오래된. 추억속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마치 90년대에 나온 혹은 그시절 알게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글의 제목을 후다락 쓰면서 저도 그러한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되네요.

사람의 글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잘 느껴주는 것 같습니다.

세대에 따라서 쓰는 단어만 해도 굉장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글만 읽어보아도 글쓴이의 연령이 대략 짐작이 되기도 하지요.

여러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여러사람과 함께 하고 끝나고는 아이셋을 보러 집에 뛰어들어가다보니 차분히 컴퓨터의 하얀 화면을 검정 선으로 채우지 못하게 되고 그저 자극적인 문구의 뉴스 혹은 그와 비슷한 페이스북의 담벼락글들만 소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이 듭니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지?

대외적으로는 오디오가이 레코딩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레코딩 엔지니어이지만

실제 하는 일의 정말 많은 부분은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음반의 기획부터 발매까지의 무수히 수 많은 일들을 함께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작 스튜디오의 콘트롤룸에서 음악을 듣고 소리를 조정하는 시간보다 다른 시간들의 비중이 많아지면.

내자리는 어디인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것인지 하고 속으로 되새김질을 합니다.

그래도 마음속에 늘 잊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면 내가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만 상상으로 듣던 그 음악과 소리를 찾고 음반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두 음반을 만들었습니다.(혹은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한장은 디자인까지 마치고 CD 프레싱을 진행중이고 몇달후면 LP로도 발매가 됩니다.

오디오가이 "울림" 프로젝트로 선정된 아티스의 음반으로 녹음 후 결과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오디오가이의 100번째 카다로그 넘버로 미리 점찍어 둔 음반이기도 하지요.

AGCD0100

지금 스튜디오에서 심수봉 선생님 새음반 마지막곡을 녹음하고 있는데 코러스세션으로 오신분과 21년만에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20년도 그렇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음반을 만들어보자. 한것도 금새 100장이 되네요.

모두 한장 한장 아티스트들과 녹음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녹음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함께 하고 있는 터라 100장이라는 것이 참 적게도 느껴지는 반면. 처음 레이블을 시작할때 40년은 문닫지 말고 해야지.. 라고 생각은 해보았어도 얼만큼의 타이틀을 만들게 될런지는 몰랐었습니다.

사람들이 작곡가 서거 몇년이나 기념 몇년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때마다 그까짓 숫자가 무엇이 그렇게 대수라고.. 생각을 하지만

마음에 들어 숨겨둔 100번째 음반을 만들고 나서는 마음이...채워지네요.

누군가가 그러더라군요

" 모두의 존경을 받고 평온한 미소를 짓고있는 사람들도 남루하고 부끄러운 시절을 고스란히 겪어왔다"

이렇게 부끄러운 시절이라 더욱 더 음악과 소리에 매달리게 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제게 힘을 좀 빼라고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힘이 빠져야 하는데 무엇때문에 자꾸만 마음속에 힘이 들어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삶의 선배들을 오디오를 핑계로 찾아뵙고 좋은 말씀들을 귀동냥하였으나

늘 생각들이 더욱 더 많게 느껴지네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음악들은 대부분 늘 유명하고 화려한 아티스트들의 음반들에 치우쳐 있습니다.

사람들이 방송에서 KPOP만 나온다 이야기를 하지만 클래식이나 재즈 국악을 듣는 사람들도 맨날 똑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들만 듣는 것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혹은 누군가 아는 사람을 꼭 내가 안다고 이야기를 해야만 그 틈안에 들어갈 수 있다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세상에 음악과 음악가는 많아도 사람들부터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사람은 모두 남이 좋아하는 혹은 남이 좋아한다는. 아티스트들의 음악들만이 눈에 더욱 더 자주 띄입니다.

국내 제작 오디오를 보면서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리비도의 앰프 보다는 클라세나 코드의 앰프가

올닉이나 KTS의 진공관 앰프보다는 옥타브나 에어타이트 혹은 럭스만?

사운드포럼의 스피커보다는 B&W 나 윌슨이

카시오페아보다는 매지코가.. 등등

국내 제작 오디오의 열렬한 팬은 정말 정말 소수이지요..

그저 디자인이 별도다. 소리가 별로다. 제작자가 음악을 모른다 등등의 끝없는 험담만 주변에서 이야기 되고 들려옵니다.

오디오가이도 딱 그러한 국내 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디오가이에서 만든 음반들 과 비슷한류의 그것도 유명한. 사고 나서 SNS에 올리면 폼도 나는 그러한 음반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말이지요.

그래도 일단 100장은 만들네요.

눈물 콧물 쏙 빼면서 말이지요.

AGCD0100 은 무반주 첼로 솔로 음반입니다.

연상되는 바흐는 아니고 다양한 현대음악 코다이. 힌데미트의 무반주 첼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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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들과 녹음현장에서 늘 함께 하고 있다 보니 실제 실연으로 듣는 큰 음량과 강한 소리는 귀가 피로해질때도 있습니다.

특히나 피아노의 경우는 바로 눈앞에서 듣는 것보다

울림이 좋은 한 1000석짜리 홀의 2층 중앙 앞에서 관객이 아무도 없이

무대의 바닥에서 악기의 소리가 시작이 되어 높은 천장으로 전달이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반사를 하며

그렇게 직접음과 반사음을 함께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직접음은 앞에서 들리지만 반사음은 사방에서 나를 감싸주거든요.

손쉬운 DSP 를 사용한 디지털 리버브가 아닌 그 공간에서 악기가 울리는 소리.

공간의 특성이 명확하게 악기의 소리와 함께 녹아들어가 있는 소리 말이지요.

이번 무반주 첼로 음반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솔로악기에서 수많은 마이크를 사용해서 근접 마이크. 중간 마이크. 원거리 앰비언스 마이크들을 조합하여 위상차이를 이용한 스테레오의 깊이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요즘의 클래식 음악의 추세이지만

노이만 USM69I 스테레오 마이크 한대의 심플한 MS 세팅

음악을 미리 들어본 가까운 지인들은 첼로의 소리가 너무 멀게 들리는 것 같다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온 무반주첼로는 모두 첼로의 현을 긁는 소리(송진가루 떨어지는 소리)가 얼마나 잘 재현되는 것이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첼로의 음색을 기억해 오고 있습니다.

녹음 그리고 레코드라는 것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바로 코앞에서 듣는 첼로소리도 그렇지만

울림이 좋은 홀에서 고요히 혼자 듣는 무반주 첼로의 소리 역시 우리가 쉽게 경험을 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시스템이 커지고 많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 녹음을 하기 위해서는

좀더 쉽고 편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 그래야 운영이 되니까요


편한것보다는 불편하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위해 천천히..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돌아서 돌아서 100번째의 음반을 만들어 곧 세상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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