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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가 무엇인가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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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분께서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밸런스"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한국어로 "균형" 을 뜻하는 밸런스는 사실 우리와 늘 함께 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음악이 아니더라도 참 많은 곳에 사용이 되는 중요한 단어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겠지요.



밸런스는 우선 상대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게 음악에서의 밸런스와 음향에서의 밸런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위 초기 녹음의 사진을 보면 어떤가요? 


원통의 마이크 앞에 여러 연주자들이 함께 있습니다.



마이크 가장 앞에 현악기가 그리고 마이크에서 살짝 벗어난 좌측에는 현악기보다 소리가 좀더 큰 목관악기가 위치하고 있고


가장 소리가 큰 금관악기는 마이크에서 가장 떨어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첼로의 위치를 보면 첼로의 음량이 마이크로 거리감이 있으면서도 충분한 음량으로 전달되기 위해서 의자위에서 높은 위치에 하고 있지요.


모노시대의 녹음입니다만 밸런스는 이 한장의 사진으로 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녹음이 되는 각 악기간의 음량 밸런스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 악기의 위치들이 사진과 같이 정해진것이지요.



만약에 마이크 바로 앞에 금관악기가 있고 가장 뒤에 바이올린이 위치하여 소리가 녹음이 된다면 어떠할까요? 


녹음된 소리가 균형감이 있지 않고 아무래도 부자연스럽게 들리겠지요.



이렇게 초창기 녹음에서는 레코딩 엔지니어를 밸런스 엔지니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음향엔지니어의 가장 큰 역할이 악기의 음색보다도 이렇게 균형감 있게 악기들의 소리가 마이크로 전달이 되어 녹음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멀티트랙 녹음이 시작되면서 악기들마다 각각 마이크를 설치해서 녹음을 하고


믹싱 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각 악기간의 밸런스를 조정하여 최종적인 음반을 만듭니다.



현재 우리가 듣는 그리고 만들어지는 음반 제작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믹싱작업에서는 단순히 음량 밸런스 뿐만 아니라 악기의 음색 그리고 공간감등을 함께 세밀하게 조정을 하는 작업이니까요.



오디오가이라는 레코딩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밸런스" 인데 (그래서 오디오가이에서 저의 직함은 레코딩 엔지니어가 아니라 밸런스 엔지니어라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음향에서 다른 요소들이 대부분 음색을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면 밸런스는 음악 그 자체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작곡가가 만든 멋진 교향곡도 각 악기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다면 전혀 다른 소리로 들릴 것 입니다.  


클래식 음악이 들어도 들어도 다채롭고 재미있게 들리는 것은 바로 이 밸런스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곡이라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연주되는 공간에 따라서 밸런스가 다르게 들리고 이것이 결국에는 음악적인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밸런스라고 하면 대부분 주파수 특성이 얼마나 고르게 잘 표현되고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음원(혹은 음반)에 는 콘트라 베이스가 상당히 크게 되어있는데 내가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북쉘프 스피커에서 저역이 거의 들리지 않는 다면 그것은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것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아주 대형 시스템을 작은 방에서 사용하는 경우 룸 튜닝의 영향으로 특정 주파수 혹은 특정 악기의 볼륨이 원본에 담겨 있는 정보보다 지나치게 음량이 크거나 혹은 작게 들리는 것 역시 밸런스가 좋지 않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감상이라는 것이 아티스트의 음악을 깊게 이해를 하고 있는 레코딩 프로듀서나 엔지니어들이 함께 만든 음원을 다양한 환경에서 듣는 것인데 


본래 아티스트가 음악에 관해서 생각하는 바가 충분히 잘 녹음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 녹음된 정보(음악)가 그대로 가정에 전달이 되는 것이 밸런스가 좋은 오디오시스템이라 볼 수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취향"에 관한 부분이 나오게 됩니다.


아티스트도 음악에 관한 해석의 취향이 있는 것처럼 음악을 듣는 사람도 음악적인 그리고 음악이 소리로 변화가 되는 음색적인 취향이 있습니다.


어떠한 사람들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음원의 무수히 많은 소리의 정보들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오래된 빈티지 스피커에서 고풍스럽고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소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으며


같은 음반이라도 듣는 오디오시스템에 따라서 전혀 다른 소리로 전달이 됩니다. 



하지만 음색에 대한 차이는 있더라도


아티스트가 녹음당시 생각한 그 "음악" 그 자체가 어떠한 재생기기에서도 본질이 흔들리지 않고 재생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밸런스가 좋은 오디오시스템이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를 들을때 반드시 밸런스가 잘 맞추어 져 있는 상태로 세팅을 하거나 또는 기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관련자료

누구게님의 댓글

최근에 회사가 표류하는 관계로 본의 아니게 여유가 생겨 여기 자주 들리게 됩니다. ^^;; 비디오가이인 제가 부러워하는 웹 사이트입니다. 영상 쪽은 이런 한국어 웹 사이트가 없습니다. 이런 웹 사이트를 만들고 20년을 향해 이끌어 오신 영자님께 존경의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대에 비하면 한적한 것일까요? 조금 아쉽습니다... ^^;;

아마추어가 나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제가 그런 거 눈치 보고 살아온 사람은 아니니 그냥 뒤집어 쓰기로 합니다. ㅎ ㅎ

지난 번 아래의 "유러피안재즈트리오 라이브 음반 녹음 - LP"에서의 논의에 이어서 이번에 영자님께서 올리신 밸런스와 공간감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1] 이라고 표시되었듯이, 이 첫 번째 글에서는 일반적인 악기 간의 밸런스를 주로 언급하셨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아마도 다루실 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고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제가 늘 고민해 왔던 (한 악기 소리에서의) "다이나믹"의 밸런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관문은 "원음"의 녹음과 재생이라는 레퍼런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음"이 무엇인가를 정의해야만 합니다.

논의를 쉽게 하기 위해서 일단 클래식 녹음을 대상으로 하자면, 역사적 과정의 산물인 "연주회"라는 음악 연주의 물리적 조건을 역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인 "재생"이라는 물리적 조건에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는데 여기서 원음이라는 것은 아마도 그 "연주회"가 기준이 될 것입니다. 연주회란 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인데, 녹음기술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었고 서양고전음악의 연주회 양식은 그 물리적 조건에서 녹음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현재에 이르는 동안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물리적 조건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미 그 이전 수백년에 걸쳐 음악과 악기의 변천, 그리고 건축과 생활양식의 확립을 통해 상당한 정도로 안정된 양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이러한 물리적 조건을 다분히 고정불변으로까지 느끼는 청중들의 기대 또한 녹음과 재생의 중요한 레퍼런스라고 아니할 수는 없습니다. 녹음의 100년사를 통해 연주자, 녹음기술을 개발해 온 공학자, 녹음을 해 온 엔지니어, 재생장치를 만들어 온 여러 당사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 왔습니다.

우선 연주회의 "원음"은 과연 객석의 어느 자리가 기준일까요? 당연히 S석일까요? 오케스트라이면 지휘자가 듣는 곳? 피아노 독주라면 혹시 연주자가 듣는 소리? (실제로 피아노의 개발과정을 통해 큰 공간에서 높은 효율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연구해 왔던 것과 함께 연주자의 모니터링 관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왔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도 연주자들은 암보 연주인 경우와 아닌 경우에 모니터링의 차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재생 조건에서 보자면 연주회의 재현이라는 목표를 상정한다고 했을 때 과연 연주를 하는 장소의 음향적 특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먼저 부딪칠 것입니다. 극단적 경우로는 녹음이 아닌 방식까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야마하의 브랜드명인 디스클라비어로 알려진 종류의 장치로, 디스클라비어로 진행하는 컴피티션까지도 존재합니다. 여기서 역대 컴피티션의 기록 파일을 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

http://www.piano-e-competition.com/midiinstructions.asp

이보다 더 나아가서 역사적 명연을 해석해서 구동장치로 재현을 시도한 프로젝트까지도 있었습니다. 호로비츠의 강림?:
http://www.youtube.com/watch?v=1GcIAfaAqgw

여기 이와는 좀 다르지만 드뷔시가 직접 연주한 기록장치로부터 재현한 녹음이 있습니다. 대체로 작곡가들의 연주가 예리하지만 일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드뷔시의 연주는 좀 충격적입니다. 이후의 어떤 연주도 그가 직접 연주한 것에 미치지 못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

드뷔시 달빛, 드뷔시 본인 연주, 1913년 피아노 롤에서 재현:
http://www.youtube.com/watch?v=Yri2JNhyG4k

드뷔시 연주의 실제 녹음도 일부 있는데 고도로 복원을 해서 1910년대 녹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달이 훌륭한 편입니다.

연주의 재현이라는 관점에서 극단적인 예를 뒤지다 보니 이야기가 좀 샜는데요... ^^;;; 어쨌든 연주를 재현하는 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차이를 보이는 레이블이 도이치 그라모폰과 필립스인 듯 합니다. 독일과 네덜란드라는 음향 강국의 색깔을 보여 주는 대조적인 접근입니다. 철학의 나라 독일답게 도이치 그라모폰은 "원음"의 총체적 진실(?)이 무엇인가 고민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아름다운 소리를 대표하는 연주회장인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 홀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연주회장을 재생장치를 통해 재현하기 위해 애써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알티버브의 AudioEase가 네덜란드 회사인 것도 우연이 아닌 듯...) 물론 이것도 시대에 따라 어느 정도 변해 왔지만 그런 개성이 전반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요셉 시게티, 뱅가드, 1956년 녹음:
https://www.youtube.com/watch?v=ApYWfMbtb0I&t=5s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아르투르 그뤼미오, 필립스, 1960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tBt_DuOmpDA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헨릭 쉐링, 도이치 그라모폰, 1967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02Brx2GIPaY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나단 밀스타인, 도이치 그라모폰, 1975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o6NgvRAg7lo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기돈 크레머, 필립스, 1980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s6cH0FnuFr8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힐러리 한, 1997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3VOkrddp6M8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기돈 크레머, 2001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14oYqILD7I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알리나 이브라기모바, 2005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N6Fezx1AD7Y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빅토리아 뮬로바, 2010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qDd9e-zAO5Q&list=RDODrm6GuB0L8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유키 카추마타, 아마도 2010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oWkcszow5gI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라나 트로토브섹, 2012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pzdcsJocD3Y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유리 미야마, 아마도 2015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L09IAFBUIfQ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최주희, 아마도 2016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8mVnY3_00sk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이수빈, 아마도 2016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gZlBWQotDFY

이 예들은 영자님이 다음에 쓰신 "공간감이 무엇인가요? [1]"와 더 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제가 여기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영자님이 지난 번 토론에서도 언급하셨던 "연주의 고유성"과 관련된 연주회의 생생함이라기보다는 연주의 음향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내용입니다. 실제로 연주자는 의식적으로, 반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시간과 관련된 함수라고 할 수 있는 프레이징을 제외하면) 음량의 변화를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매진합니다. 사실 다이나믹의 컨트롤은 연주의 단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이루어지는 음악적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걸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가 바로 원음의 녹음과 재생이라는 관점에서 내재된 목표가 될 것입니다.

위의 예들에서 공간감의 차이도 뚜렷하지만 동시에 다이나믹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측면이 그와는 어느 정도 상대적인 독립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도의 장비와 인력을 동원한 스튜디오 녹음들은 대체로 어떤 경우이든 나름의 조화로운 균형을 획득하고 있지만, 이상적인 조건의 녹음이 아닌 여러 실황들에서 더 극단적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이나믹은 연주 단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획득하지만 그 이전에 악기의 설계와 조절에서도, 그리고 연주장 음향의 설계와 조절에서도 역시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녹음의 단계에 와서는 녹음 장비들의 특성, 그 장비를 다루는 엔지니어의 의도와 구현에 영향을 받게 되겠죠. 여기서는 단순히 "다이나믹"이라고 했지만 실은 주파수 대역에 따른 불균질성까지 더해진 복합적 대상입니다. 요즘의 컴프레서들에서 보듯이 음량이라는 차원과 주파수라는 차원, 그리고 시간이라는 차원이 복합된 3차원의 대상입니다.

이 세 가지 차원이 관여하는 밸런스가 음악적 내용의 이상적인 전달을 위한 관련 당사자 모두의 목표일 것입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이수빈, 아마도 2016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gZlBWQotDFY

마지막 이수빈(이하 모두 존칭 생략)의 녹음을 들어 보면 위상 특성이 이상한 것은 전체 과정에서 어떤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일단 압축 과정에서 주파수 대역의 큰 손실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녹음 단계에서인지, 또는 그 이후의 과정에서인지 알 수 없으나 전반적 대역에 걸쳐서 다이나믹이 위로 올라붙어 있는 듯 합니다. 위쪽으로 플랫하게 분포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과장하자면 일종의 게이트가 작동한 것 같은 식으로 미약한 음량이 급격히 사라져 있는데, 이것도 압축과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압축 손상 외에도 압축 원본 자체가 어느 정도 다이나믹 밸런스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12살 때 메뉴힌 경연에서의 연주를 보니 신동입니다! ㅎ ㅎ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최주희, 아마도 2016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8mVnY3_00sk

그 위의 최주희의 녹음은 이수빈 녹음과 같은 압축손상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합니다. 이 역시 이수빈 녹음에서 언급한 일종의 게이트 효과는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다이나믹의 균형이 주파수 대역의 균형과 함께 얽혀서 둔하면서도 심지가 부족한 소리가 됐습니다. 연주장의 잔향 특성도 문제가 되겠죠. 잔향의 다이나믹도 균형의 열쇠가 됩니다. 직접음과의 균형, 그리고 잔향이 시간 도메인에서 감쇄하는 정도가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이 홀은 잔향이 두텁게 있다가 샥 사라지는 식의 뭉툭한 잔향인 듯 한데 높은 대역이 충분히 들리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네요. 역시 꿈나무!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유리 미야마, 아마도 2015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L09IAFBUIfQ

유리 미야마의 녹음은 다이나믹 균형이 빼촘한 건 낫습니다. 좀 깨져 들리긴 하는데, 너무 빼촘한 거죠. 보시는 대로 대역도 불균형하구요. 잔향과 직접음의 다이나믹 균형이 아주 불균형하죠. 어린 처자들이 다들 기개가 대단합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유키 카추마타, 아마도 2010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oWkcszow5gI

유키 카추마타의 녹음은 사실 직접음 자체로 보면 이수빈, 최주희, 유리 미야마의 녹음보다 더 균형잡힌 다이나믹 분포를 보여 주고 있어서 음악적 전달이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초기반사음과 잔향이 박시(Boxy)하게 들립니다. "박시(Boxy)"하다는 것을 주파수 대역과 시간 도메인에서의 요소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마이크가 둔한 것은 마찬가지이고, 연주 자체도 훌륭한 편이긴 하지만 이수빈이나 최주희에 비하면 보잉과 핑거링의 타격이 둔탁한 편이라 (악기 탓도 있을 수 있고) 각 음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연주 자체의 음향에서 아주 미시적 시간의 다이나믹의 변화가 펑퍼짐하게 되었습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알리나 이브라기모바, 2005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N6Fezx1AD7Y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의 실황은 동경의 시민회관이라고 하는데 소리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녹음도 좋은 장비로 프로페셔널한 엔지니어가 한 것 같네요. 마이크는 객석보다는 훨씬 가까운 데 있지만 홀이 정말 좋다면 객석에서도 이 녹음과 비슷한 소리를 들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바이올린에서도 다이나믹과 관련된 마이킹의 모순이 존재합니다. 바이올린은 높은 음은 특정 거리에서 쫙쫙 뻗는 반면에 멀어지면 잔향 성분이 확대됩니다. 그런데 낮은 음은 특히 거리가 멀어지면 양감도 떨어질 뿐 아니라 질감도 단순해집니다. 사실 낮은 음의 질감을 가장 잘 듣고 있는 것은 연주자 자신입니다. 이 녹음은 "연주회의 포착"이라는 관점에서는 훌륭한 편인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녹음이었다면 아마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질감을 포착하려는 시도를 했을 듯 합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라나 트로토브섹, 2012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pzdcsJocD3Y

라나 트로토브섹의 스튜디오 녹음이 바로 그 예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현대적인 녹음인데요, 다이나믹 균형이 화려한 콘트라스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주도 그렇고 녹음도 그런데, 이렇게 꽤 이상적인 조건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녹음이 스펙 상으로는 폭넓은 음향을 들려 주지만 음악적인 설득력이 이상하게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 녹음도 조금은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의 녹음들이 스튜디오 녹음이라도 대체로 일필휘지에 가깝게 녹음된 것들이 많아서 자연스러운 편인데 비해 그 이후 녹음 과정이 지나치게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가다 보니 맥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분의 녹음 중에도 실황은 아니지만 동영상을 찍은 이 녹음은 그런 면에서는 나은 것 같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RG7rx3BO6JY

그런데 이 녹음은 녹음 장소도 잔향이 풍부한 것 같은데 나중에 손을 댔거나 잔향을 위해 따로 설치한 마이크의 믹싱이 주 마이크의 잔향과 겹쳐지면서 뭔가 잔향이 둔탁하게 들립니다. 디케이가 너무 부풀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런 특성이 어느 정도는 컨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옛날 연주들에 비해서도 그렇고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에 비해서도 의도적으로 상당히 낭만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힐러리 한, 1997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3VOkrddp6M8

힐러리 한의 스튜디오 녹음은 방금 이야기했던 접근에 가까운데요, 마이크가 가깝습니다. 그런데 다이나믹 균형이 조금 위로 붙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연주 스타일일 수도 있는데, 이런 특성이 연주자의 성격을 보여 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흔한 경우이지만, 잔향이 저음 쪽은 가깝게 느껴지고 고음 쪽은 열려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큰 고민이죠. 이 분은 미국이 밀어 준 모범생이 아닌가 합니다. 아우라의 부재를 부분 부분 조성하는 품위로 커버하려는 듯... 알리나 이브라기모바의 허세 없으면서 선이 굵은 연주와 대조적입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빅토리아 뮬로바, 2010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qDd9e-zAO5Q&list=RDODrm6GuB0L8

빅토리아 뮬로바의 이 실황 녹음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 분은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 추구를 계속한 끝에 이제 가히 대가 반열에 오른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연주는 시대 스타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일단 피치가 많이 낮습니다.) 이 분도 시대 스타일 연주를 계속 연구해 오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홀이 흥미롭습니다. 얼마 전 작고하신 이란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건축이라네요. 우리나라에서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로 유명하죠. 연주는 물론이고 소리도 그렇고 녹음도 그렇고 여러가지 균형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잔향은 적은 편인데 연주 스타일에 잘 어울립니다. 이 연주를 보고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값을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지 생각하게 됩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요셉 시게티, 뱅가드, 1956년 녹음:
https://www.youtube.com/watch?v=ApYWfMbtb0I&t=5s

그런데 제가 폭넓은 연주 스타일과 녹음 스타일에 열려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요셉 시게티의 녹음입니다. 1950년대 스튜디오 녹음인데 정말 잔향이 적습니다. 사실 녹음도 녹음이지만 연주도 의문입니다. 뭔가 심오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ㅎ ㅎ 이에 비해 시게티 다음 세대의 대가인 헨릭 쉐링의 연주는 늘 좋았습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헨릭 쉐링, 도이치 그라모폰, 1967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02Brx2GIPaY

위에 링크한 그라모폰 녹음이 아닌 1968년 실황 녹음이 연주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0L1xlEUmjVc

빅토리아 뮬로바의 실황과 소리가 어딘가 닮아 있습니다. 도이치 그라모폰 스튜디오 녹음도 그렇고 이 실황도 그렇고 정말 표현과 질감이 풍부합니다. 우선 연주 자체가 그렇겠죠.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아르투르 그뤼미오, 필립스, 1960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tBt_DuOmpDA

아르투르 그뤼미오의 유명한 녹음이 1960년도였는지는 몰랐네요. 필립스 녹음의 전통을 보여 줍니다. 잔향이 화려하면서도 충분한 양감과 다이나믹의 균형을 조화롭게 담은 당시의 성공적인 녹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바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프렐류드, 기돈 크레머, 2001년 녹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14oYqILD7I

기돈 크레머의 2001년 동영상은... 자기 녹음을 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그야말로 덕후의 끝판왕다운 몰입감입니다. 연주가 너무 압도적이라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어떤 녹음의 조건이라도 상관없이 뚫고 전달될 것 같은 짱짱함...

옆에 길 샤함의 동영상이 있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zVsRRuFANEM

현대적인 녹음이지만 기돈 크레머의 연주와 대조적입니다. 이 분도 못지 않은 덕후스러움을 지니고 있지만 상당히 소박한 버전입니다. 제가 아르보 페르트의 프라트레스를 헌정받은 당사자인 기돈 크레머의 연주와 이 분의 연주를 들어 보고 느꼈던 것과 비슷합니다.

아르보 페르트 프라트레스, 기돈 크레머 / 키스 자렛, ECM, 1983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nJT0d7Rq46k

아르보 페르트 프라트레스, 길 샤함 / 니메 예르비, 도이치 그라모폰 1999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7vdgZAJVnes

누구게님의 댓글

이제 영자님이 녹음하신 V 라이브 콘서트입니다. ^^;;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번호 142의 3번, 임동혁, 2018 녹음:
http://www.vlive.tv/video/51045

특정 다이나믹 범위와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가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댓가가 있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에서 컴프레서 등의 다이나믹 분포를 바꾸는 도구를 썼느냐, 안 썼느냐와 관계없이, 현재의 균형은 대체로 중간 정도의 다이나믹이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제가 이 피아노와 홀은 잠시 구경을 해서 기억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 해도 이 분이 정말로 다이나믹 균형을 연주에서 이렇게 했을 지는 의문입니다. 음량으로 봐서는 인터넷 방송용으로 컴프레서를 심하게 걸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왜 그럴까요... 초기반사음과 직접음의 균형은... 초기반사음이 많고 잔향도 대역이 좀 치우쳐 있지만 그건 연주자와 엔지니어의 선택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주로 직접음으로 전달되는 표현의 질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그건 연주자와 엔지니어의 선택임에 틀림없습니다. 같은 곡을 역시 뵈젠도르퍼에서 실황으로 녹음한 영상입니다.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번호 142의 3번, 발렌티나 리짓사, 2011년 녹음:
http://www.youtube.com/watch?v=XhzOyuVgqxk

이 녹음은 저는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홀에 설치되어 있는 마이크로 크게 고민 안 하고 녹음한 것 같은... 연주도 그렇지만 녹음도 개성이 없고 대상감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에 반해 영자님의 임동혁 연주 녹음은 도전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연주와 녹음 모두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뵈젠도르퍼라도 보이싱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일률적으로 이렇다라고 할 수는 없으나 피아노도 발렌티나 리짓사의 실황에서는 좀 어둡고 클래식하다는 느낌이라면 오디오가이 홀의 뵈젠도르퍼는 좀 밝고 대중적인 것 같습니다. 제 추측에 네이버를 찾는 일반 대중들에게 묻는다면 다수가 오디오가이 홀의 피아노 소리가 좋다고 할 것 같습니다.

이건 같은 뵈젠도르퍼는 아니고 실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동영상입니다. (피아노는 함부르크 스타인웨이인 것 같습니다.)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번호 142의 3번, 알프레드 브렌델, 녹음시기는 미상이나 1980년대로 추측:
http://www.youtube.com/watch?v=xpXQNuce7jE

알프레드 브렌델의 녹음도 대체로 필립스여서 스튜디오 녹음이라도 잔향이 풍부한 편입니다. 영자님도 알프레드 브렌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셨지만 저도 그렇습니다. 비엔나의 적자를 자처하는 듯한, 연출된 "슈베르트스러움"이 부담스럽습니다. 또다른 같은 곡을 다른 연주자가 뵈젠도르퍼로 연주한 실황입니다.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번호 142의 3번, 안드라스 쉬프, 2016년 실황:
http://www.youtube.com/watch?v=uPy2Rp3zRUg&t=1045s

안드라스 쉬프는 많은 녹음을 뵈젠도르퍼로 해 왔습니다.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지적인 해석이 풍부한 그의 연주에 어울립니다. 이 실황녹음은 그런 성격을 잘 포착하는, 좋은 균형의 녹음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곡을 다른 연주자가 스타인웨이로 연주한 실황입니다.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번호 142의 3번,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1986년 실황:
http://www.youtube.com/watch?v=8YWcVO9Mncw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말년에 모스크바에서 가졌던 유명한 연주회 실황입니다. 안드라스 쉬프와 달리 이 분은 도전적이고 감각적인 스타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분이지요. 피아노도 자기 스타일에 맞게 특별하게 보이싱이 된 본인의 피아노를 공수해서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피아노도 그 피아노일 것입니다. 1980년대 녹음 치고는 상태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다이나믹 밸런스가 이 분의 연주 스타일에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들리네요. 피아노를 특수하게 보이싱한 것도 다이나믹 컨트롤에 방점이 두어진 것인데 극단적인 다이나믹의 폭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게 좀 어색하게 잡힌 경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가의 연주는 거침이 없네요. 호로비츠의 전 세대였지만 탈후기낭만의 기수였던 아르투르 토스카니니(호로비츠의 장인)와 대조적으로 낭만시대 최후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의 마지막 연주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오랫만에 같은 곡의 여러 연주들을 들춰 보았습니다. 유튜브 시대 이전이었다면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말입니다. ^^;;

운영자님의 댓글

안녕하셔요. 변함없이 여러 의견들 반갑습니다.

저는 한적한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꼭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욕심없이 쓴 글들이니까요^^

우선 원음과 재생음에 관한 의견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또 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더없이 반갑습니다.

https://blog.naver.com/audioguy1/220693653034

https://blog.naver.com/audioguy1/220710383131

https://blog.naver.com/audioguy1/220913099762

그런데 네이버 V 라이브는 제가 녹음한것은 아니고 외부 음향팀이 들어와서 진행하고 있답니다.^^

kdd0809님의 댓글

모니터 스피커 살 때,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혹은 믹싱을 할 때에도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이런 말들을 항상 들어왔었습니다. 그냥 학교 다닐 때 밸런스는 '균형'이었으니까 대충 뭐... 고음 저음 적당히, 아니면 악기 소리 너무 크지 않게 정도 개념으로 미루어짐작하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런 글을 보니까 밸런스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서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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