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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싱 - 끝없는 고민의 시간들 [5] 옅어지는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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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부터 벼르고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오디오가이 칼럼을 써야겠다.

하지만 일주일이 훌쩍 지나고 나니. 그때 쓰려고 했던 내용들은 이미 금새 사라져 버리고 몇몇 나뭇가지(하지만 조금은 굵은 것도 있는)들만 남아버렸네요.


포럼에"믹싱시 잘못된 습관"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주신분이 계십니다.

사실은 영자도 마치 그분과 똑같은 상황이랍니다.


이전에는 믹싱 = 하면 먼저 콘솔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였을 것 입니다.

하지만 지금음 믹싱 = ???

무엇이 떠오르시는지요?

역시 "컴퓨터"일 것 입니다.


스튜디오를 처음 만들었을때나.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근무를 할때 콘솔로 하다가 2트랙 CD로 구워서 집에 가서 들어본 후.

다음날 다시 믹싱을 수정할때면.

전날 세팅을 그냥 두고 가거나.

아니면 콘솔의 페이더 옆에 종이테이프를 붙여놓고 게인라이딩의 표시를  데이터를 적어놓다던가. 혹은 아웃보드들의 경우는 시트에다가 노브눈금값을 표기해놓고 다음날 하나하나 리콜해서 다시 믹싱의 세밀한 부분들을 수정하며 이렇게 믹싱을 하였었지요.

그러다가 98년 프로툴스로 믹싱을 해보면서 너무 편했습니다.

바로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대로 언제든지 믹스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이었습니다.

주변 선배들이 콘솔없이 컴퓨터로 무슨 장난이냐..믹스를 하냐.. 라고 하였지만.

컴퓨터믹스 자체의 사운드보다는 제가 생각하고 미세한 수정들을 완벽하게 재현을 해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게다가 컴프레서 사용법에 미숙한 저로써는 컴프레서의 프리셋들이 믹싱하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고.

이퀄라이저의 프리셋을 보면서 나름대로 주파수특성에 따른 음색의 느낌들을 더욱 더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 많은 종류의 플러그인들.

이제는 플러그인들은 인서트만 시켜두어도 그 플러그인 특유의 소리를 들려주는 시대까지 되어버렸습니다.

같은 파라미터라도 각각의 플러그인에 따라서 전혀 새로운 시각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며.

플러그인의 프리셋들은 정말이지 뛰어난 실력의 베테랑 엔지니어들의 오랜 노하우들이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플러그인으로만 믹싱을 하고 거기에 있는 프리셋에 많은 의존을 하다보니.

오히려 과거보다 "나만의 독창성"이나 오히려 기술개발들은 점점 줄어가고.

그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플러그인을 인서트해가며 소리를 들어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조금은 과장을 해서 표현을 하자면 마치 내가 직접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하지 않고.

모두 준비해놓은 인스탄트에 물만 넣어 요리를 만드는 것 과 같은 것이 되었나고나 할까요?


손수 재료를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거기에 따른 각자만의 경험이 담긴 생각들이 남게됩니다.


저는 과거부터 여러가지 플러그인을 이리저리 인서트하면서 플러그인을 고르는것보다는.

그저 적은 종류의 플러그인으로 그 플러그인만이 가진 특성을 파악해서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활용을 하자..라는 생각을 지금도 변함없이 지니고 있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사실 사용하는 플러그인의 종류가 극히 한정이 되어있는데요.

이제는 플러그인들도 아웃보드처럼 각각의 고유한 특징들이 있는터라 한개의 플러그인의 특성을 어느정도 파악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컴프레서는 말할것도 없고, 이퀄라이저의 경우도 같은 주파수를 같은 Q값으로 부스트를 시켜보아도 적용되는 느낌은 플러그인마다 전혀 다른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니까요.


이렇듯 DAW안에서 편리하게 믹싱을 하고 있는 요즘.

오히려 반대의 생각들을 또한 하게 됩니다.


처음의 DAW믹싱에 빠지게 된 그 완벽한 재현성의 "토탈리콜" 이것이 과연 좋은 면만 있는것일까?

오히려 이러한 토탈리콜때문에 한번의 믹스를 할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어떤곡을 하다가 금새 창을 닫고 또 다른곡의 믹스를 하고.. 그러다가 또 다른곡의 믹스를 하고..

이렇게 하면서 오히려 한곡한곡의 집중도는 떨어지고 쉽게 실증을 내는. 마치위에서 잠시 이야기한바와 같이 "인스탄트식 믹싱"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마치.

MP3로 인해서 청자들은 손쉽게 음악과 음원을 구할 수 가 있게 되면서.

이전보다 음악을 집중해서 진지하게 듣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것처럼.

대부분 한 1절이나 간주정도까지만 듣고.

쉽게 다음 곡. 또 다음곡 이렇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고 하지요.

이런데 이것은 비단 음악을 듣는 대중들 뿐만이 아니라.

음악과 음향을 만드는 우리들도 어느새엔가 컴퓨터에 젖어 이렇게 된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로인해서 어쩌면 이전보다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사람들도 적어졌고

더욱 더 안타까운것은

음악에 감동하며 녹음이나 믹싱을 하는 경험들이 우리들또한 점점 줄어들고있는 것이 아닐까요?


영자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전에는 상상만 하던 수 많은 좋은 아티스트들...

얼마전에는 어릴적에는 늘 무대에서 공연으로만 보던 그들의 연주를.

직접 녹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사무실에 나와서 내일 모니터링을 위해서 모니터믹싱을 하면서..

이 음악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외에 또 다른 프로젝트들이 어느정도 있으니.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들을 빨리 끝내고.

나만의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까..하고 생각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놀라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슬픈마음이 듭니다.


내가 좋아서. 세상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선택해서 한 음악의 길에서.

함께 길을 걷고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게되며.

멀리서 동경만 하던 음악과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어도.

이전처럼 그 음악에 감동하는 마음은 왠일인지 잘 들게 되지 않게 변해버렸고 또 변해가고 있습니다.



영자는 작년에 수많은 시스템들을 갈아치우며. 마치 음향기기를 바꾸어가며 소리를 듣는것이

"직접 사용해보고 들어봐야 오디오가이에 답변을 쓸때도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라는 방패막이 된 탓인지.

기기들을 잘 활용을 해서 음악을 만들기보다는 음향기기들의 소리를 들어보는데 더욱 더 많은 시간들을 보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금 기기들이 안정화 되고.

과거같으면 내 상상속을 더욱 더 넘어서 많고 또 멋진(적어도 제게는) 기기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요즘들어 소리들을 다시 한번.. 그리고 음악들을 다시 한번 들어보게 됩니다.


전 왠일인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다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지라.

얼마전부터 SADIE사의 LRX-2 라는 기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디는 주로 마스터링에 사용이 되는 DAW로 소리가 좋기로 유명한데요.

그만큼 가격도 상상초월하게 비쌉니다만..

그래서 녹음해온 파일들을 불러들려서 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소리가 참 깨끗하고 좋더라구요.


하지만 과연 깨끗한 음향. 결코 좋은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LRX-2에서 16채널 A/D/A가 들어있으므로 데인저러스뮤직의 2BUS LT로 소리를 서밍해서 사용중입니다.

새디에서 나오는 소리와 데인저러스뮤직의 서밍으로 해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 참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마스터 레코더로 사용중인 타스캄 DVRA-1000HD의 경우도

데인저러스뮤직 MONITOR 라는 기기에 디지털로도 연결이 되어있고. 아날로그로도 연결이 되어있는데요.

CD를 플레이해서 들어보면 아날로그로 듣는것과 디지털로 듣는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고음역대의 깔끔함은 디지털로 듣는것이 확실히 "깨끗하게는" 들립니다.

꺠끗하게는..말이지요.


하지만 아날로그로 들어보면 디지털로 들을때와 비교해서 우선 훨씬 더 좌우가 더 넓고.

중저음도 풍부하고. 중고역의 피크감도 없어져서 청감상 마치 아주 적절한 컴프레서를 사용한것 처럼 아주 듣기가 좋아집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열화"가 없는 디지털인데 말이지요(당연히 클락은 연결이 되어있답니다.)


깨끗하면서도 믹스의 재현성이 높은 디지털..

정확한 디지털..


하지만 음악이라는 것이 꼭 정확한 신호에서 청감상 좋은 소리. 내가 선호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에 비해서 청감상 음량도 더 크고. 특히나 좌우의 스테레오 이미지가 더 넓게 들리는것에 관해서 지난주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러한 가설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디지털은 좌우의 정보가 너무 정확하게 표현이 되어서. 좌우의 편차가 그만큼 적기 때문에 아날로그에 비해서 좌우가 좁게 들리는 것이 아닐까?

반면에 믹서등에서 믹스를 하는 경우.

각각의 신호들이 아날로그 회로등을 거치며서 생기는 약간의 시간차이나 음색차이등으로 아날로그가 더욱 더 스테레오 이미지가 넓게 들리는 것이아닐까 하고요..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런지는 모르겠지만.


깨끗하고 깔끔하며. 믹스의 재현성이 완벽한 디지털보다.

왠일인지 자꾸만 아날로그 기기들을 통과한 소리가 제 마음에 들어옵니다.


지금시스템도 대단히 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메이션이 되지 않는 API 1608 믹서를 제대로 값을 능력도 없이 수입처에서 좋은 조건에 주신다는 말씀을 듣고.

덜컥 주문을 한것 처럼 말이지요.


컴퓨터 한대에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도 얼마든지 믹싱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렇게 해왔고요.


초창기에는 SSL이나 니브 같은 라지포맷의 유연한 루팅을 따라하면 DAW가. 이제는 그 어떤 아날로그 콘솔들보다도 더욱 더 간편하고 유연한 루팅들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한 엔지니어의 인터뷰에서 본적이 있어요.

"난 SSL 콘솔로 믹스하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SSL은 내 머릿속의 상상의 모든것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유연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제는 이러한 문구는 DAW입장에서 본다면 코웃음을 칠만큼 아나로그 콘솔의 루팅은 디지털에 비해서는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울런지도 몰라도.

믹싱을 할때 나의 "감성"을 더할 수 있는 아날로그에서의 작업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DAW에 수 많은 아웃보드들의 외장으로 인서트시켜놓고. 하나하나 설정을 해가며.

그리고 곡마다 세팅을 바꾸어가며 아웃보드들을 만진다는 것은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번거로운 것 입니다.

네..정말 번거롭지요..

하지만 반면에 번거로운 만큼. 세팅을 다시 불러들여서 또 다시 믹싱 수정을 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더 집중을 해서 믹싱을 하게 되며.

믹싱된 것을 들어볼때도 음향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더욱 더 내가 생각하는 머릿속의 그림에 완벽에 가깝도록 노력을 합니다.

DAW에서는 금새 창을 닫고 다른곡을 하다가. 그저 문득 생각이 나면 다시 창을 열고 믹싱의 수정을 시작하지요.

그래서 때로는 믹싱을 수정하면 수정할 수록 이전보다 오히려 못하게들리는 것도 꽤 많아 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날로그로 믹스를 할때도 수정은 합니다만.

한번 할때의 집중력이 나중에 얼마든지 수정을 할 수 있는 DAW에 비하면 확실히 저의경우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보컬등의 오토메이션 데이터를 만지는 것 역시.

그래프로 점을 찍고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처럼 정확하게는 되지만.

페이더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내 머릿속의 음악적인 감정에서

그것을 실행하는 손 끝까지의 시간차이가 오히려 음악을 더욱 더 음악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면 너무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지나쳐 비약에까지 이르른것일까요?


여러분들에게 꼭 한번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맥키 오닉스나 마이다스 베니스 정도만 되어도 너무나 훌륭합니다.

오디오인터페이스의 출력을 한번 믹서로 보내서.

플러그인과는 확실히 다른 음색이 음악적으로 마치 악기처럼 변하는 아날로그 콘솔에 달려있는 이퀄라이저의 느낌을 한번 경험해보세요.

마우스를 오랜시간 손목에 경련이 일어날정도로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대신.

아날로그 믹서에 달린

마치 자동적으로 페이드인 아웃이 되는 아날로그 콘솔의 페이더로 음악을 보면서.

컴퓨터 모니터가 아닌 두 스피커 사이를 보면서 한번 음량밸런스를 조정해보세요.

세밀한 완성은 컴퓨터에서 하는 편이 더 좋겠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데까지의 걸리는 시간은 아날로그 믹서쪽이 아마도 두배이상 빠르게 밸런스를 잡고.

"음악적인 생각과 고민"들을 할 시간들을 우리에게 더욱 더 많이 주어줄 것 입니다.

분명히..말이지요..


그리고

아마도 이로인해 여러분들의 잃어버렸거나 잠시 망각했던 음악적인 감정들이 다시 되살아날런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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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님의 댓글

영자님 생각에 100%동감입니다.
저도 요새 녹음실에서 작업하기 보다는 간단한 시스템에 이것저것 좋은 플럭인들을 인서트 해가며 또한
간단한 프리셋을 설정해놓고 작업해가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답니다. 그래서 다시금.. 일부러라도 녹음실에가서
작업을 한답니다..
 감성만큼 음악을 음악 되게하는 것은 없는 것같습니다. 오디오가이 첫화면에서 뜨는 모토 처럼
아날로그 처럼 따듯한 감성을 지니고 디지털 처럼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이 음악이 음악 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요새 저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ㅎㅎ...

별나라왕자님의 댓글

영자님 글을 읽어보니 왠지모르게 위로가 됩니다
시대가 복잡해질수록 욕심도 버리고 단순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를 정리하고 마음가짐을 차분히 하고 소리를 더욱 자세히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믹싱은 사람이 하는거지 기계가 하는게 아니더군요..
한동안 저는 기계와 과학 기술을 쫒아가는 사람이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민을 나눌수 있으니 정말 행복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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