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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2] - 25년된 탄노이 스피커로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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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1]편에서 명쾌한 답이나 생각을 전하지 못하고 그냥 페이지를 넘어와버렸습니다.

지금은 왠지 거기에 답을 찾는 다기 보다는.

좀더 기다려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 글쓰기를 중단하고 어젯밤에 방에서 책을 보며 음악을 들을때 들었던 생각의 조각을 조금 맞추어보고자 합니다.


나이를 조금씩 먹는 다는 것이 참 좋은 것이.

"기다릴 줄 아는 것"을 배웠다는 것 입니다.


누군가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도 기다릴줄 알게 되었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면서도 기다릴 줄 알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결과에 관해서도 기다릴 줄 알게 된것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소모임란에 하이파이란을 보시다 싶히 영자는 개인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참 좋아합니다.

음악에 연관된 악기연주와 더불어. 이보다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취미가운데 하나가 하닐까 합니다.

음향엔지니어들은 레코딩스튜디오에서 장시간 모니터스피커로 귀를 시달리거나.

PA현장에서 커다란 스피커로 대음량으로 음악을 듣다보면.

조용히 집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하이파이 오디오로 음악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음악을 직업으로 하기 이전보다 좀더 줄어든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있어 참으로 아쉬운 부분중에 하나가 아닐 까 하는데요.

저역시 연말에 많은 작업들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거실에 있는 하이파이 시스템은 커녕. 방안에 있는 오디오에도 전원을 넣는 것이 어려워 질때가 있습니다,


과거 그러한 말이 있었지요?

음악이나 미술 같은것은 고상한 사람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 가지는 취미라는.

지금의 현실하고는 많이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역시나 음악을 생활의 일부분이면서도.

어느정도 정서적인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게되는 것도 사실인것 같습니다.


공기처럼 늘 곁에 있는 음악도 좋지만.

떄론 연인처럼 마음에 스며드는 음악도 아주 멋진 친구이니까요.


이 친구를 만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책과 같기도 합니다.

늘 주변에 있기는 하지만.

바쁜 일상안에서는 책장으로 손이 가지 않게될때도 있지만.

다시 펼쳐서 보면.. 역시나 가족과 더불어 나의 마음의 고향이구나..라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게 만들기도 하지요.


하이파이 오디오라는 취미역시 저는 음향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그당시에도 상당히 많은 비용을 들여 구입한 KEF의 레퍼런스1 스피커로 행복한 음악생활을 하다가.

세운상가의 "현대전자"라는 곳에 잠시 들려서 ATC SCM10이라는 북쉘프 스피커에 마란츠#7 진공관 프리. 거기에 지금은 없어진 소닉프론티어즈의 파워2라는 진공관 앰프였습니다.

밀도감있는 중역에 엄청난 저역의 다이나믹스.

게다가 눈앞에 쫙 하고 펼쳐지는 공간감.

그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은 그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정말 충격을 받았지요.

그래서 오디오를 좋아하게 되고. 가족과 문제가 생길만큼 빠져서 지내다가. 한동안은 전혀 생각없이 지내다가 다시 또 빠져서 지내다가.. 하는 시간들을 반복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음향엔지니어 적인 관점에서 보는 하이파이 오디오는 참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

많은 음향엔지니어들이 하이파이 오디오 애호가에서 전문 엔지니어로 하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몇몇의 레코딩 스튜디오들에서 직접 모니터 스피커나 앰프등을 만들다가 이러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상품화 된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고요.


우리에게 아주 유명한 스털링 사운드의 테드젠센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과거에 마크레빈슨이라는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의 직원이었다는 것도 참 재미있고 신기한 부분입니다.

이때 당시 테드젠센은 마크레빈슨 사장과 함께 예일대학 오케스트라 녹음을 하기도 하고. 트럭을 운전하기도 하는 마크레빈슨사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외에도 마크레빈슨이 앰프쪽에서 유명한 회사라면 스피커쪽에서는 미국의 윌슨오디오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 역시 본래 사장이 의료기기를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녹음에도 관심이 많아 레코딩스튜디오를 만들었다가.

기존에 시장에 나와있는 모니터스피커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직접 WATT 라는 평행사변형 모양의 스피커를 만들었는데. 이 스피커가 엔지니어들 사이에 대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하이파이 시장에서도 최고의 소리로 인정을 받는 그리고 스튜디오에서도 종종 사용이 되는 스피커 중에 하나라고 볼수 있습니다.



또하나 많은 하이파이제조회사들이 프로용 장비들을 함께 만들거나 반대로 많은 프로용 기기 회사들이 하이파이용 기기들도 만드는 것은 이제는 거의 보편화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디지털 부분에서는 DCS. EMMLAP. WEISS. 등

아날로그 부분에서는 맨리나 그 밖에 수많은 무수히 많은 회사들이 제품들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맨리의 경우도 재미있게도 우리에게는 그가 기기를 만드는 사람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가 자신이 직접 만든 마이크나 마이크프리등을 이용해서 녹음해서 시중에 나와있는 음반들도 꽤 있답니다.

위에 마크레빈슨역시 본래 베이스연주자라(외국에는 음향기기를 만들거나 컨설팅. 판매를 하는 분들 가운데에도 연주를 할줄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아..참 그리고 일본의 가장 유명한 하이파이 잡지인 "스테레오사운드"의 필자들 가운데에서도 오랫동안 레코딩엔지니어를 했던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요.


이렇듯. 하이파이 오디오는 어떻게 보면 음악을 듣는. 그리고 소리를 듣는 우리들에게는 가족과 연인만큼이나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때론 전혀 잊고 지내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전 요즘의 겨울밤은 참 행복한 시간을 맛보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방인데요.

나온지 25년이나된 오래된 탄노이 스피커 "그리니치"와 함께 보내고 있는 나날들이 참 달콤해요



겨울엔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두터운 이불을 깔고. 방바닥에서 잠을 청합니다.

잠을 청하기전. 침대옆으로 베게를 세워서 등받이로 하고.

또 다른 베게는 무릎위에 올려놓고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한 밤에 읽는 책의 그 맛!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일상입니다.



25년된 스피커를 들으면서.

물론 요즈음의 높고 화려한 초고역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10k 이상은 거의 나지 않는 것 같은데요.(사실은 8K 이상도 잘 안나오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들려주는 음악은 너무나 아름답고 신기하게도 제게는 너무나 편안하고 좋은 소리랍니다.

무엇보다도 감정적인 사람의 목소리를 참 부드럽게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오래된 음향기기들에 매력에 빠져있는 것을 주변에서 종종 보고는 사실 저는 좀 시큰둥했습니다.

전 무엇보다도 이쁘고. 기기가 나중에 고장이라도 나면 기계치나 다름없는 저는 거기에 또 스트레스를 받는지라. 그냥 새것을 처음부터 제가 애지중지하며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녹음에 사용하는 기기도 그렇고.

집에서 음악을 들을때 사용하는 오디오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 아주 오래된 탄노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무엇보다도 음악은.

참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어 줍니다.


요즘 나오는 스피커에 비하면 "물리적"인 특성은 정말 말도 안되게 떨어지고 좋지 않을 것 입니다.

저처럼 취향에 잘 맞는 임자를 만나서 그런것일런지는 몰라도

제게는 지금까지 들었던 스피커에서와는 다른 정말.. 글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냥 소리가 아닌 "음악"만을 들려준다고 해야할까요?

음.. 아니면 소리가 음악에 완전히 동화되어있다고 해야하나..

잘 표현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용할줄 아는 어휘들이 점점 줄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음향기기들가운데에서도 빈티지들을 좋아하시는분들을 주변에서 종종 뵐 수 있습니다.

저는 관리상의 문제나 그러한것들때문에 빈티지 제품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분들이 늘 제게 이야기를 합니다.

"빈티지 기기들에는 거기에만 있는. 다른 기기들에는 없는 보편적이지 않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이글이 빈티지 음향기기들에 대한 옹호하는 내용은 전혀아닙니다.

저는 변함없이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전반에 빈티지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고 오히려 두려워 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시 탄노이 스피커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저..


언젠간 이야기를 한적이 한번 있을거에요.

음악은 "고인 채 떨어지지 않는 눈물" 이라고요.



이 아주 오래된 낡은 탄노이 스피커는 늘 제방에서 겨울밤을 따듯하게. 마음이 따듯하게.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아닌 음악에만 훌쩍. 빠지며.

양쪽 눈가에 눈물이 고이거나.

콧잔등이 시큰해지며 콧물을 훌쩍거리게 만들어주거든요.



많은 사람들을 많나고 또 많은 일들을 하다보면.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은 점점 더 줄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정말 생생하게 그 순간. 그 분위기.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16살의 나.

집에서 늘 그렇듯이 거실에서 어머니가 선물해주신 "환타지아" 컴포넌트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듣던시절

어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어떤 곡을 듣고.

"아.. 나는 평생을 음악과 함께. 음악을 하면서 지내리라.."  하는 감동을 말이지요.


그 음악을 듣고 조용히 아무말 하지 않고 근처 단골 레코드가게로 가서 생애 첫 CD를 구입했습니다.

그때는 LP나 아니면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많이 듣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정말 제 평생에 이 음반만큼 반복해서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들은 음반이 또 있을까요?


전 아직도 그 순간의 내몸을 휩싸던 그 큰 감동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오래된 탄노이 스피커는 그때의 그 감동을 잠시 흘러가는 세월에 가슴 한켠에 살짝 묻어두며지냈던 저에게

다시 한번 그때의 감정을 상기시켜 주는군요.


내 기억안에 있던 것이지만.

마치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저와 같은 음악에 관한. 그리고 음향에 관한 마음속에 아련한, 그러면서도 강렬한 추억들이 모두 다 마음속에 하나씩은 담아두고 계시지요?

때론. 마음속에 있던 그 "뜨거움"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22 14:06:31 기초음향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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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곰대장님의 댓글

2008년에 영자님이 쓰신 글에,
2016년에 새내기 꼬맹이가 댓글을 남깁니다.
열다섯의 저는 조지 벤슨의 six play를 듣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곡의 도입부의 흐름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용기를 냅니다. 사랑하는 음악을 잃지 말자구요.

운영자님의 댓글의 댓글

그러게요.

음악이라는 것이. 저는 2008년이나 지금이나 생각은 변함이 없네요

여러모로 부침이 있을때도 있지만 단지 그것은 음악계에 있는다고 해서 그러한것은 아닌 사람이 살다보면 생기는 여러가지 일들중에 하나이니

지금처럼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이 참으로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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