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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4] - 음향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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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딩엔지니어를 처음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실 고등학교때 였습니다.


본래 클래식음악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어 컴퓨터음악을 하며 곡을 만들고 편곡을 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참 많은 미디기기들을 모았습니다.

기기가 두개 이상이 되니. 믹서가 필요해서 믹서를 구입하고. 그러다보니 조금 더 좋게 모니터링을 하고 싶어서 그때당시 야마하보다 왠지 더 마음에 들던 알레시스의 모니터원 스피커를 구입하고.

그러다보니 멀티로도 녹음을 해보고 싶어서 ADAT를 구입하고.

가끔씩 데모를 만들다보니 리버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엔소닉의 DP-4를 구입하고..

이렇게 고등학교 시절 약 2평정도되었던 제 방안에 기기들로 꽉 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스무살이 되니..

기기는 어느정도 있으니..공간을 빌려서 스튜디오를 한번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친한분들과 함께 스튜디오를 만들게 되었지요.


고등학교때 제가 편곡한 음악을 처음으로 녹음실 가서 녹음을 하면서.

그때 레코딩엔지니어에 관해서 많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기기들 만지는 것을 아주 좋아하니 직접 녹음을 해보자..하게 된것이지요.

그 시절 장인석 선생님을 만나. 레코딩과 음향에 세계를 더욱 더 사랑할 수 있게되었고요.



그러다가 강남역에 있던 CMT 컴퓨터학원의 스승님이셨던 이인규 선생님 소개로 아는 선배를 예당스튜디오에 어시스트 엔지니어로 소개를 하게 되었고.

우연히 그 선배를 보러 예당 스튜디오에 놀러갔다가 정문원 기사님을 처음 뵙고. 정도원기사님을 소개받아서

정도원 기사님과 함께 예음스튜디오에서 이틀이 지난 후 부터 어시스트로 일을 하게 되었지요.


지금생각하면 너무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장인석 선생님같은 분을 처음 공부할때 부터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정도원 기사님과 함께 예음스튜디오에서 있으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배웠습니다.

예음스튜디오에서 있다가 정도원 기사님이 ZZTOP 스튜디오로 가시면서 저도 함께 그곳으로 가게 되었고.

ZZTOP 스튜디오가 없어진 98년 이후로 쭈욱..프리랜서로 지내오고 있습니다.

중간에 잠깐 SR뮤직에서 사운드&레코딩 잡지의 수석기자로 일을 하기도 하고. 선배의 소개로 홍대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었고요.


스튜디오에서의 어시스트 경험은 아주 많은 생각들을 제게 남겨주었습니다.


먼저 스튜디오에 가서 제가 가장 놀란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사람들이 엄청 대음량으로 듣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늘 혼자 작업하면서 아주 작은 음량으로 들어왔던 탓인지.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커다란 제네렉 라지 스피커로 사람들이 들을때는 정말이지 귀가 너무너무 아프고 그랬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되더군요.

이때도 벌써 10년이 더 지난 시절이라. 지금의 스튜디오 분위기와는 조금은 다른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업을 할때 프로듀서나 세션맨들이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요즘처럼 어시스트엔지니어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전 가요작업은 전혀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몇몇 스튜디오에 있는 어시스트 엔지니어들에게 세션맨이나 프로듀서들이 너무 거친 말투와 행동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광경을 메인엔지니어가 곁에서 보고 있다면.

아무리 친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선배라고 해도.

잘 못된 것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가끔씩 예의가 너무 없거나. 함께 일하는 어시스트들에게 명령조로 말하거나 말을 놓는다거나 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다면.

그냥 다음부터는 그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음악작업이라는 것은 서로 가족처럼 편한 분위기에서만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때론.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나오는 신뢰에서 아주 좋은 음악과 음향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얼마전 장인석 선생님의 세미나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레코딩 엔지니어가 처한 현실은 비단 레코딩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것이다..라는 말씀이었지요.


우리. 그리고 음향엔지니어에게 필요한것이 있습니다.

아니..사실은 모두 지니고 있지만 표현을 하지 않았던 것이 있지요.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

"자기 존재에 대한 당당함" 입니다.


과거에는 음향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너무 크게 생각을 한다고 여긴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보면 오히려 지금처럼 지나치게 자신의 일에대한 신념이 주변상황에 위축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 오히려 일을 크게 생각했을때가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자부심과 당당함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어느새인가부터.

음향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그리고 오랫동안 음향의 길을 걸어온 엔지니어들조차 많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며칠전 책을 한권 구입했습니다.

구입하자마자 단숨에 잃게 되었는데요.

전 음악가 혹은 예술가들의 전기나 자서전을 참 좋아합니다.


책 제목은 "빅맨 빅보이스"..

키가 130cm 미터밖에 되지 않고 팔다리가 짧은 탈리토마이드 베이비로 태어난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자서전입니다.


요즘 아주아주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전 그의 앨범을 몇장 가지고 있는 터라. 그의 부드럽고 편안한. 절대로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달콤하고 나긋나긋한 음색의 바리톤을 참 좋아합니다.



이책에 눈과 제 생각을 단범에 휘어잡은 짧은 문장이 하나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음악은 사운드가 제대로 전달이 될때 아티스트의 진정한 감정과 의식을 전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가 곡 해석의 기본인것이다."




물론 너무 클래식 성악가의 입장에서만 보인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티스트가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번째로 내새운 소리.

우리는 그 "소리"를 담고 또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보다는 음반을 통해서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습니다.

어찌보면 아티스트의 음악성과 감정의 전달은. 우리 음향엔지니어의 손길에서 나오는 것이며.

때에 따라서 아티스트가 지니고 있는 음악성을 그대로 혹은 극대화 시켜서 청자들에게 전달을 할  수도 있고.

또는 전혀 그렇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특별함"을 주변상황에 너무도 위축이 되어서

자기 존재에 대한 자부심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당당함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이.

음악은 좋아하는데 연주나 작곡을 하기에는 내 자신의 음악성에 대해서 자신이 없고. 오랫동안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은 귀찮으니.

그저 음악과 가까운 "음향이나 할까"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음향을 바라보며 이 세계로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외국에는 가고 싶은데 딱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거나 하면 부모님에게 눈치가 보이거나. 비자문제도 있으니 음악을 좋아하니까 비슷해보이는 음향이나 한번 해볼까 하는 이들을 종종 보며(물론 그러한 경우 대부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정작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들.

우리가 지니고 있고 하고 있는 음악과 음향에 대한 사랑을 상처받게 된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후배들이 오디오가이를 통해서 음향에 대한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남깁니다.

요즘 상황이 않좋아 이 일은 어려우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오.. 라는 의견보다는.


"당신이 진정으로 음악과 음향을 사랑한다면"

"이것은 인생 최고의 행복이 될 것이다!"

라고 한번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런지요?


사실 우리들 마음한편에는 이러한 생각이. 이 글을 보고 있는 오디오가이 가족분들이라면

분명히.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변치 않는 음악과 음향에 대한 사랑과 꺼지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악과 음향을 제인생에서 만났다는 것을

삶을 선물받은 것. 가족과 함께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고요..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22 14:07:01 기초음향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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