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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5] - 레코드가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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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여기에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것은.

시대의 발전에 편리함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마치 구시대적인 사람처럼 벌써 되어버리는 것일까요?

그러기에는 저는 너무나도 젋은 데 말이지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변한것이 별로 없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변한것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지 사실은 아주 많이 이미 변해져있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어느새 사라져버린 우리주위의 레코드가게들을 한번 추억해보았으면 합니다.


곁에 있었을때는 몰랐었지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때. 늘 앞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소리..

세운상가 옆 저렴하게 음반을 구입할 수 있었던 음반가게들.

저의 세대에서는 잠깐이었지만 세운상가 2층으로 올라가서 이상한,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비디오테입가게들 지나 구석에 있던 복제LP가게.

표지의 인쇄상태는 조악했지만 저렴한 가격에 게다가 구하기 힘든 음반이라는 뿌듯함 때문에 같은 음반을 서너개씩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중학교때.

늘 생일이면 LP를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는 아주 가까운 녀석들이 있는데요.


중학교 2학년때. 그때 한창 유행하던 댄스뮤직 LP를 마침 두녀석 모두 같은 앨범을 사들고 와서 저에게 빙긋이 웃으며 축하한다며 선물을 건네주더군요.


LP시절의 끝을 잠시 향기만 맡아본 저로써는 LP에 대한 추억보다는 오히려 라디오. 그리고 카세트테이프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동네에 단골 음반가게가 있어. 몇백원씩 용돈을 아껴가며 퀸이나 에어서플라이의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해와서는 정말이지 그것 하나로 너무 행복한 시간들을 선물 받았었습니다.


주머니는 그때 보다 아주 조금더 두둑해진 지금.

지금은 오히려 음반을 살때 그때만큼의 감동은 분명 적은 것 같습니다.


가끔씩 클래식음악을 듣고 싶을때면. 멀리 압구정동에 있던 신나라레코드에 가서. 두세시간씩 음악을 듣고 무료 잡지를 보고(그때 부터 거기에 있던 오디오를 참 부러워 했었습니다.)

다시 차비만 달랑 지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또는 세배돈이라도 받은날 다음에는 큰마음먹고 명동에 있는 디아파송에 가서 클래식 음반들 추천을 받고. 몇몇 음반은 직접 들어보며 그렇게 음반과 그리고 사랑하는 음악에 더욱 더 가까워 질 수 있었습니다.



저역시 음반을 사는것은 이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작년 제작년은 거의 음반을 구입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꼭 사라지지 않고 존재해 주었으면.. 하는 레코드 가게들이 몇군데 있습니다.


두곳다 그 레코드가게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그곳이 있는 공간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음악의 울림.

작지만 그저 들어와서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한 기분들이 강하게 인상에 남아있을 뿐이지요.


한곳은 시청역 전철역에 있는 곳이고요.(이곳은 상당히 외부로도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답니다.)

또 다른 한곳은 안국역 전철역 안에 있는 곳 입니다.


안국역 주변은 제 광화문 사무실과 가깝기도 하지만 그 동네를 참 좋아하는 터라 사람들과 약속을 잡을때 종종 "안국역 1번출구"로 약속을 잡기도 합니다.

1번출구 나가는 길.

작은 음반가게가 있는데 이곳에서 외부로 들려주는 음악들은 주로 국악이나 재즈가 많은데. 모두 참 좋게 느껴집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집에 있는 아주 좋은 오디오로 스피커 가운데에서 정좌하고 소리를 분석하며 들을 때 보다.

그저 생각치 못한 곳에서 음악과 선율. 그리고 소리를 만났을때가 어떨때는 훨씬 더 감동적이고 그로 인해서 무엇보다도 그곳을 지나치는 나의 발걸음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러한 경험은 가끔 만나본적이 있을거에요.



저는 요즘 다시 책들을 많이 얽고 있고.

산책을 다시 하며. 음악도 더욱 더 싱그러운 마음으로 생생하고 듣고.

이렇게 글도 쓰면서 있는 아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요즘은 제게 있어서 아주 편안하고 물결이 높이 치지 않고 아주 잔잔히. 평온하게 보내는 아주 행복한 시간들이지요.

이렇게 달콤하게 1.2월을 보내고 3월부터는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을 하며 정신없게 보낼까..미리 조금 두려워지기도 합니다만.

복잡한일들은 미리 생각치 않는 것이 전 마음이 더 편하더군요.


이전에는 그냥 음악만 들으며 지나쳤던

이제는 정말 만나기 어려워진 옛친구 "레코드가게"를 이제는 지나는 길에도 그냥 훌쩍 들어갑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음악이 있는 공간. 그곳을 말이지요.

특별히 어떤앨범을 사야겠다..라고 마음먹은 것은 없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정말 멋지고 감동적인 앨범들이 평생 다 들어도 듣지 못할만큼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편안한 기분으로 옛친구를 오랫만에 만나듯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 이지요.


가게안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구경을 합니다.

귀엽게 생긴 이쁜 아가씨가 반가운 미소를 지어주는 것은 이 가게에 대한 첫인상이 더욱 더 좋아지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물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반 그것으로 한장 주세요"

"재즈이던 국악이든 팝이든 관계없습니다.. 제가 지니고 있지 않은 음반이면 됩니다."

"추천해주시면 그것으로 듣겠습니다."


그녀는 제게 노르웨이의 재즈보컬리스트 잉거마리의 앨범을 집어주었습니다.

앨범을 계산하면서.

가끔씩 이곳에 들러.

그저 당신이 추천해주는 음반 한장씩 사들고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지요.



저와 절친한 지인들이 벌써 수근거리는 소리가 여기 광화문 사무실에까지 들리는군요.

"저 인간 작업이 또 시작이 됬구먼.."


하하하.. 농담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 비해서는 조금 가격이 비쌉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만

이 가격차이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순히 물질적인 비용은 좀더 비쌀런지도 모르지만.

전 이곳에서 빙그레.. 미소지을 수 있는 가슴기쁜 추억을 하나 선물을 받고. 게다가 마음속에 있었던 향수까지도 천천히 꺼내서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장바구니"를 몇번 클릭하고 신용카드 번호를 넣고. 며칠후 기다리는 도착하는 택배.

직접 가서 음악이 있는 곳에서 서로 좋아하는 음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눈빛과 목소리를 교환하고. 무엇보다도 음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며 사들고 오는 한장의 음반.

여러분들은 여기서 어떤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사실 전 아주 검소한편입니다.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버릴때는 늘 꽉 채워서. 떄로는 비닐입구를 늘려서 사용을 하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 방은 늘 불을 꺼두고.

겨울엔 난방도 잘 하지 않고 여름엔 에어컨도 잘 틀어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심장이 이렇게 두근두근 뛰고 있으며.

걷고. 또 보며 느끼는 것.

그로인해 마음속을 가득 채워주는 이러한 멋진 일상의 추억에는 왠지모르게 지갑을 열고 싶어집니다.

종이 한장을 주고.

음반과 추억을 받아온다.

참 좋지 않습니까?

^^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22 14:07:16 기초음향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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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민님의 댓글

슬픈 이야기도 아닌데 왜 코끝이 찡해지는 걸까요?

가지고 있던, 천장이 넘어가면서 헤아리기를 포기했던 수많던 CD들을 편의라는 이유만으로 고음질의 AAC로 변환하여 i-tune으로 즐기고 있는 요즘...예전에 두근 거리는 손으로 포장을 뜯고 CD 플레이어 안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던 그때의 감동은 정말 찾기 힘든것 같습니다. (더 나이드신 분들은 예전에 이렇게 말씀하셨겠지요. LP를 꺼내어 정성껏 닦고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바늘을 올려놓을때의 그 감동은 더이상 CD플레이어에서 찾기 힘들다..라고 ㅎㅎ)

음악파일들이 거의 천기가가 육박하는 요즘에는 진득히 한 앨범을 끝까지 들은적이 정말 드문것 같아요. 이거 클릭해서 좀 듣다가 저거 클릭하고 또 몇분뒤 다른거 클릭하고...

또 하나 아쉬운것은..예전에는 약속장소에 누구를 만나러 간다거나 혹은 등하교길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늘 음악을 들었는데 레코딩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한 후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일절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면서 거리에서 음악을 듣지 않았습니다. 얻는것이 있으면 늘 잃는것이 있는데...이쪽일을 하면서 행복하지만 혼자있던 시간에 늘 벗이 되어주던 것을 잃어버려서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마음이 훈훈해 지는 글...잘 읽었습니다.

독무진혼곡님의 댓글

이글을 읽으니 예전에 DJ시절 레코드 그입하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당시 보통 7000~9000 우너하던 앨범을 저는 4500원~5000원정도에 구입을 했었지요...

Dj 박스를 만드는 매장에 메인으로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LP 400~600장을 한번에 구입을 했기때문에
레쿠드 가계에 가면 한정판 LP나 그당시 인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도 좋은 암악이라면 레코드를 손에 쥐어주던 사장님도 생각이 나네요...

일주일에 LP두장씩 사라고 3~5만원 씩 쥐어주던 사장님들 얼굴도 생각이나고...

BEEGEES 의 음악중에 YOU WIN AGAIN이 수록된 음반을 사기위해 전주시내 레크드샵을 거의 뒤진적이 있었던 생각도 나네요...

지금은 해체된 투투의 메니져가 와서 음반 선전을 부탁하면서 1집을 내려옿고 가고...
1과1/2을 처음으로 턴테이블에 올려서 들었던 때....
크리스탈 피닉스의 음악을 처음듣고 놀랐던 그때...

글 읽으면서 생각이 새록새록 하네요 ㅎ

저니님의 댓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글을 씁니다..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했던 일들이 기억의 저편 깊은곳에서 떠오르네요..

저도 그렇게 설레는 맘으로 음반을 샀거든요...

상아레코드에서 수입음반을 고르며 맘에 들던것을 사고

마음이 참 뿌듯하였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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