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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9] - 음악가와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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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듭니다.

이래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드는 늦은 밤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며칠전 한 아티스트분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아주 오랫만의 통화였지요.

함께 여러앨범들도 작업을 하고. 그분의 작업에서는 늘 저와함께 해주어 참 좋았습니다.

작업이 끝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끝나고. 그사이 연락이 없다가 잠시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아주 아주 조금.. 말이지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함께 작업했던 아티스트분들과 가깝게 지내시는 편이신지요?


전 사실 함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과 아주 가깝게 지내는 편은 되지 못합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술잔은 여기 이곳 오디오가이 회원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녹음하는 도중에 갑자기 급속도로 가까워 지는 것이 아닌.

음반 작업이 끝나고. 엔지니어로써 내가 할일이 끝나고 나면.

왠지모르게. 음반작업을 함께 하던. 그 가까웠던 아티스트와의 시절은 금새 오랜 과거처럼 멀게 느껴지는 것이 두려울런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전 함께 음반을 작업하는 시간은 짧지만 많은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인간적으로 아주 가깝게 지내는 아티스트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에요.


항상 어느정도 냉정하게 거리감을 두는 편이지요.

표현도 그래요. 누군가에게 형으로 불리우지도 않고 또한 그렇게 부르지도 않고 말이지요..


사실 전 이것이 참 편합니다.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어요.

음악가에게 있어 엔지니어는 얼만큼 중요한 존재일까..

빙그레..

어쩌면 굳이 생각해볼필요도 없는 것일런지도 모르지요.



전 가끔 느낍니다.

오랜시간 함께 작업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느껴지는 음악가과 엔지니어의 그 거리감.

그리고 벽을 말이지요.

여러분들은 혹시 경험이 없으신가요?


물론 우리는 우리가 할일만을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면 그만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 잠시 이야기한것과 모순이 될런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세상은 어찌보면 음악과 음향만큼이나 그 이외에서 얻는 경험. 생각. 느낌. 그리고 감정 이 참으로 중요하니까요.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느끼는 감정은 더욱 더 중요하지요.


며칠전 전화통화로 그 아티스트에게 삐져서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랍니다.

언젠가 한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한 아티스트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몇몇 아티스트들과 그리고 엔지니어는 저만 있었지요.

서로 음악에 대해서 이런저런. 그냥 그렇게까지 진지하게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문득 한 아티스트가 저에게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 : 당신은 퍼포머(연주자 혹은 음악가의 의미)는 아니시잖아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는.

이친구 나이는 나와 같은데 참 생각이 어리구나.. 라는 생각을 문득 하고 그냥 말았\습니다만..


아마도 모든 아티스트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또한 모든 아티스트들의 어쩌면 아주 작은 마음 한편에 있어서.

음악과 관계된 사람들 보는데에 있어.


"음악가(작편곡자. 연주자)에게 있어 음악가 와 엔지니어는 어느정도 구분이 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가 평소에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아주 작고 작은 깊은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말이지요..


음악에 있어서 소리의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데..라고 우리는 생각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음악가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우리의 상상보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일런지도 모르겠어요.



저야 사람과 관계가 오랜시간을 두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고 가까워지는 편이라 더 그러한 것이겠습니다만.

어떤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관계에 있어 꽤나 오랜시간 걸려서 가까워진 사이가.

같은 음악가들에게는 단 하룻밤 혹은 며칠만으로도 훌쩍 뛰어넘어 더 가까워 지는 것을 보면 사실은 때론 질투가 나기도 해요^^ 하하하


사실 전 음악자체를 사랑하지.

그 음악을 만드는 사람을 사랑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그저 음악을 떠나서 그러한 음악가들 사이에 있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그 접점과 시선이.

어쩌면 음악가와 엔지니어의 같은 음악과 소리를 들으면서도 서로 다른 소리를 듣는 이유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생각을 해보니.

바로 위의 글을 솔직하게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것 만큼.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어요..

...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22 14:08:15 기초음향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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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as95님의 댓글

프로와 아마추어 관계가 아닌
프로와 프로 사이에서도 그런 감정을
그끼시는군요...

예술은 특히 음악은 타영역보다 독립성이 강하고
퍼포머의 뭐랄까 자존심과 동류의식 같은것이 강해서
더욱더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당..
특히 클래식 쪽에서는요^^

그리구 일부 퍼포머들은 마치 자신들이 음악을 창조하는
느낌을 많이 가진듯 합니다.. 비단 자신들도 남들이 창조한
음악을 단지 표현하는 것에 불구한데도 말이죠..
그래서 레코딩이나 다른 영역의 테크니컬한 면을 부각시켜
자신들과는 구분하는 작은 벽을 치기도 하더라구용..T.T

[ 제 와이프(참고로 클래식 작곡, 피아노전공)와
  저(단순무식 메탈,락 광팬)와의 벽은 흠..
  쥬라기공원에서 나온 20000볼트짜리 티라노사우르스 울타리 정도..
  공룡과 인간의 허물수 없는 벽정도 되겠네용^^]

허나 우리 정훈님은 누구에게서나 사랑받으실 인품을 가지신 분이시고
지금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시므로
이걸로 조그만 섭섭함을 훌훌 털어버리시지요..^^
(물론 여러 장비들에게도 많은 사랑받고 계십니다만.. ㅎㅎ 쿨럭)

P.S. 정훈님... 제 와이프가 제가 취미로 하는 음악이나 장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란
      흠... 무슨 집시를 바라보는양.. 멸시와 동정의 시선이랍니당.. 제가 이렇게 삽니당.ㅎㅎㅎ
      센치해지신 기분을 풀어드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썰렁~~~ 죄송합니당

안민용님의 댓글

저희쪽에서 종종 하는 말(정확하게 어떤 분이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습니다만) 중에, 평론가는 음악가에 대해 애증병존을 느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면 음악을 했었을 거라는 얘기도 되겠죠. 물론 꼭 그런 말이 아니더라도 저는 음악 하는 사람-특히 실력 있는 음악가-을 가장 인정하는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역할에 계층이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음악가가 최상위층이라는 생각도 하진 않습니다. 음악가가 있어야 평론가도 있고 엔지니어도 있고 관객도 있지만, 역으로 평론가도 없고 엔지니어도 없고 관객도 없는 음악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가 외에도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풍토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듭니다.

딴 얘기긴 했지만- 저도 영자님처럼 음악가들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는 편입니다. 음악가들과 친하게 지내면 '그 사람이 하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는 1%쯤 높아지겠죠. 하지만 그걸로 '음악에 대한 객관성'은 10% 이상 잃게 됩니다. 음향하시는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음악가와 친하게 지내서 그 분에게 잘 맞는 사운드를 잡아줄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그 음악에 잘 맞는 사운드의 객관성과 새로움은 그만큼 놓칠 수도 있겠지요.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라는 것. 어쨌거나 저는 한 가지에 충실하자는 편이라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음악가들의 삶에 뛰어들지는 않습니다. 늘 함께 하지는 않아도, 함께 하게 될 때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인정해주고 이해하려고 하면 어느정도 위안(?)이 될거라고 봅니다. ^^

+ 어찌되었든, 영자님은 음악가가 아닌 엔지니어로 인정받아야 하니까요- (음악가들에게 친구로 남는 것보다 좋은 엔지니어로 남는 게 더 좋으시겠죠?)

잘하자님의 댓글

예전에 여자펑크 그룹의 드러머가 취미로 기타를 배우러 왔었죠.

후에 앨범하나 냈다고 줘서 들어봤는데

그 친구랑 저랑 웃으면서 한말이

'프로듀서랑 엔지니어 분이 허접한 곡들을 정말 예술적으로 바꿔놨구나 ' 였죠;;;ㅎ

어렸을적엔 그냥 기획과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로만 생각했는데

점점 나이가들수록 퍼포머? 와 동등 또는 그 이상으로 여겨지네요.


유치하게 높고 낮음을 얘기하긴 좀 거시기한데

분명한건 최소한 그 분들이 퍼포머와 동등..혹은  더 높은 음악성과 센스를 가져야만 멋진 음반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자신과의 타협을 덜할수록;;;ㅎ


개인적으로 아는 엔지니어분들 시간 쪼개고 쪼개서 이 악기 저악기 배우러 다시시는 모습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잘하자님의 댓글

그런데 일반적으로 퍼포머들이 엔지니어분들을 매.우.딱.딱.하.다. 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거 같긴합니다. ㅎ

자신의 연주를 다 모니터링 하고 있으니 두렵기도 하고...제 얘기기도 합니다.ㅎ

아주 어렸을때 성수동에 있던 성음레코드에 놀러갔다가 녹음하는거 본 적 있는데 엔지니어분들이 연주자 욕하는거 보고

무지 겁먹었었다는;;;;요즘 엔지니어분들은 성격들이 다들 좋으신거 같아요;;ㅎㅎㅎㅎㅎ



참;;그런데 다른얘기인데 엔지니어분들이 아이디어나 의견제시를 많이 해주시는 분들이 편하고 좋은거 같습니다.

(가령 장비부터 시작해서 이 부분은 이 주법이 좋지 않을까? 이 스케일이 좋지 않을까 ?등등 깊은곳? 까지요;)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이 사람이 이걸 듣고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있어 맘이 편해지더군요

소닉99님의 댓글

이글을 여름쯤에 읽었다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그냥 지나칠수 있었겠다 란 생각이 드네요. 엊그제 눈이랑 비랑 섞어찌게로 내리더니 기분이 가라앉아서 자신에 대해 자꾸 돌아보게 되는데요.
저의 경운 20대의 패기와 왕성한 창조욕구에 가득찼던 시절에 본인 표현대로 악다구나만 하나 가지고 미국서 유학하고 돌아오신 이모엔지니어분과 형동생 하면서 작업했었던적이 있었지요. 당시 드라마음악 녹음을 했었는데요. 그분이 마치 하늘같이 느껴져서 감히 제가 원하는 소리를 말로 표현도 못했었지요. 오히려 그분이 보통의 엔지니어였다면 더 편하게 작업하면서 결과물도 더 좋았을꺼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분도 딱히 저를 무시하거나 그런표현을 한적이 없음에도 말로 표현 못할 그 벽때문에 무척 부담스러웠습니다. 이런 벽이 싫어서 "이제부턴 녹음정도는 내 스스로 척척 해낼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하자"라며 마음먹고 스스로 자기 곡은 믹싱단계까지 해내게 되었지만 이제 솔직하게 스스로 돌아보게 되면 그 시간이 무척 아깝고 터특한 스킬이나 경험보다는 잃은것이 더 많다 느껴집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관계 말입니다.
 결국엔 혼자 벽에 쌓여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아침이네요.
어느날은 제게 작곡레슨받던 후배가 자기곡을 믹싱하려는데 돈이 없어 제 작업실에 찾아와 부탁을 해왔었지요. 제가 어려운지 네가 원하는 소리가 이런거냐 이건 어떠냐 여러가지 소리들을 바꿔가며 작업하는데 다 좋다는겁니다. "어 형님 이것 저것도 좋네요" 딱히 주관이 없고 완전히 맡겨버리는겁니다. "솔직히 너 내가 어렵게 느껴지지? " 싶어서 작업 중단하고 삼겹살과 소주한잔 하고 작업하자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저는 어설픈 엔지니어적 파트를 파대면서 잃어버린 음악적 소양을 생각하면 후회를 꽤나 하고있답니다.
^^;

이장호님의 댓글

음악가든 엔지니어든 열정이 있고 꿈이 있다면 서로 느끼지 않을까요?
요즘들어 음악이 더욱더 숭고하게 느껴 지내요^^

민아님의 댓글

그 : 당신은 퍼포머(연주자 혹은 음악가의 의미)는 아니시잖아요...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이 얘기를 해주고 싶으네요.......

저같아도 대꾸할 가치를 못느껴서 말았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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