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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10] - 내가 좋아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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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모르게 분위기가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의 내용들이 많은 기초음향 칼럼의 "음악과 음향" 시리즈.

하지만 제가 음악과 음향안에 있는 이상은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그동안 칼럼에 올려야지.. 하고 여러곳들에서 녹음들을 하고 사진을 찍어두기도 하고. 내용들을 준비해두기는 하지만. 막상 올리게 되는 것은 참 적은 것 같아요.

평소에 너무도 많은 생각을 제가 하고 사는것일까요?

어떠한 글을 남기려고 하면. 이것에 관한 생각. 또 다른것에 관한 생각들 여러가지 조각들이 한꺼번에 떠올라서 좀처럼 그것을 잘 맞추어 정리를 하지를 못하겠어요.

그래서 그중에 비교적 마음한편에 가장 커다랗게 차지를 하고있는 내용을 이렇게 글로 남긴답니다.


이번에는 바로 지금까지 너무도 많이 화두가 되어 오히려 식상해진.

바로 음반에 담긴 큰 음량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얼마전에 한 분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느 아티스트에게 오디오가이에서 작업한 음반을 들려드리고. 이번 녹음작업을 이사람에 맞겨보려고 하는데 어떠신가요? 하고 음반을 들려드리자.

음량이 너무 작아서. 싫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러니까. 제가 작업한 작품이 소박이라도 맞아서 무척 상처를 받아서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은 아니고요^^


요즘은 팝 뿐만이 아니라 재즈. 심지어 클래식까지 음량이 큰 음반을(혹은 음원)을 무척이나 선호하는것이 이제는 자연스레 되었어요.


얼마전에 세종 체임버홀에서 소프라노 김혜란씨의 실황녹음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성악은 어떻게 녹음을 해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마음에 들게 되었어요.

프로듀서. 성악가 분과 함께 광화문 오디오가이 사무실에서 믹싱을 하며. 모두들 소리에 대해서 만족을 하고 저는 모니터CD를 구워서 집에 와서 들어보았답니다.

대부분 믹싱이나 마스터링이 끝난후 저는 집에 가서 하루정도 지나서 들어보는데요.


역시나 일반 음반들에 비해서 제가 한 음반들은 참 음량이 작아요.

음량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기기중에 하나인 TC 마스터링6000 을 가지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아주 약하게 컴프레서와 리미터를 사용할 뿐이지요.

이제는 토탈이큐도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여러 기기들의 시그널 경로와 파라미터를 조정해서 음량을 높힐때도 있어요.

하지만 음량을 꽉 채워서 CD에 담는 소리가 이상하게도 너무 마음에 들지가 않아요.

물론 자연스러움을 유지한채 최대의 음량으로 CD에 담는것이 뛰어난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중요한 요건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것은 음량을 높일 수 있다! 없다!를 떠나서.

내 마음자체가, 나의 소리에 대한 성향과 취향 자체가 소리가 커지는것은 왠지모르게 불편하게 들립니다..

아마도 요즈음 작업하고 있는 장르의 90%정도가 클래식이라서 더욱 더 그러한 것일런지도 모르겠어요..


마스터의 음량을 높게 키울때면 늘 그 소리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위화감이 생겨요.

충분한 다이나믹을 가지고..

음악 중간에 나오는 연주자의 아주아주아주 작은 피아니시모를 가지고 저는 눈물을 글썽이거나..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거든요.

또한 반대로 너무도 좋아하는 기돈크레머의 피아졸라 앨범에서 여리게 시작되는 전주를 지나 나오는 클라이막스에 마찬가지로 온 정신을 빼앗길만큼 감동에 빠지게 되요.

이러한 음악과 음향에서 느끼는 저의 감동은.

작곡자의 텍스트를 연주자가 표현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연주자의 그 느낌들이 온전히 CD를 통해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그렇게 듣기를 원합니다...



어떨땐 체스키레코드의 음반을 컴퓨터 스피커나 특히 외부 소음이 있는 차량 안에서 들으면.

음반의 느낌들이 잘 살지가 않아요.


CD를 트레이에 넣고 5~6초나 지나서 첫음이 시작이 되는 ECM 레코드의 음반도 마찬가지이지요.

(이 두회사는 제가 오디오가이 레코드를 설립하게 된데 있어서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곳이고. 지금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요.

물론 이들은 한국의 작디 작은 레이블인 오디오가이 레코드에대해서 알고 있지는 못하지겠지만요..)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자 마자 터져나오는 음압에 어울리는 팝이나 락 음악들.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때론 일요일 한가로운 오후에는 창문이 흔들릴만큼 메탈리카의 블랙앨범을 듣기도 하지요.(이 음반도 요즘 음반들에 비하면 음량아 작은 축에 속할듯 합니다.)



이것은 비단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등 음향의 전반적인 거의 모든 단계에서 느끼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 있는데요.


소리도 소리지만.

"음악적인 소리"

너무 상투적이면서 모호한 표현인가요?



요즘들어 제가 믹싱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떻게 보면 소리가 참 멍청하게 들립니다.

전 요즘 믹싱에 필요성에 대해서도 약간의 회의를 느끼고 있어요(제가 작업하는 클래식. 재즈에 한함)


그렇기 때문에 녹음할 당시. 여러 마이크를 바꾸어보고 프리의 세팅을 바꾸어보며.

DAW 안에 페이더가 유니티 상태에서도 내가 원하는 밸런스로 큰소리는 크게. 작은 소리는 아주 작게 녹음을 해둡니다.

믹싱할때 별도의 페이더를 많이 움직이지를 않아요. 아주 약간..

오토메이션도 과거보다는 훨씬 더 적게 하는 편이지요.

대신 녹음당시에 아티스트에게 늘 녹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요구를 해요.

당신의 감정을 담아서 마이크를 연인이라 생각을 하고 음악을 들려달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녹음당시 아예 어느정도 모니터링 환경을 좋게 만들어두고.

바로 2트랙으로 믹싱을 다 끝낼까.. 하는 생각도 지니고 있어요.


물론 한번에 여러 프로젝트들을 함께 하다보니 나중에 믹싱을 할때는 작업들이 밀려서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스스로 자책감을 느껴서 그러한것도 없지 않기는 합니다만..


녹음. 믹싱. 마스터링의 전단계에서

모든 과정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혹은 어떠한 프로젝트에서는. 지금까지 늘 해온 나만의 방식과 세팅에 아티스트의 음악을 맞추어서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스스로 많아지게 되는 것을 보면서..

갈수록 녹음에 최대한 집중을 하고 있어요.

사실 요즘은 녹음이 끝나면 그 음악과 음반에 대한 집중력이 녹음 할때처럼 높은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녹음한 음반에 대한 소리를 이야기 하다가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다시 돌아와서.

제가 작업한 음반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음반들은 확실히 단번에 귀를 휘어잡는 초고역의 화려함이나 투명도를 지니고 있지는 않아요.

게다가 무시무시한 저역의 임팩트감이나. 소리의 홍수를 청자에게 들려주지도 않고요.


녹음때 여러 마이크를 통해서 오케스트라를 녹음한 경우.

믹싱때 늘 드는 생각은.


"어떠한 마이크에서 들리는 소리가"

"가장 음악적인 소리로 들리는 가"

라는 것입니다.


믹싱을 하다보면 때론 소리를 보느라. 미처 음악을 보고 또 듣지를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리에 화려한 느낌은 없지만.

저는 그저 아티스트의 음악적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러한 소리를 좋아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소리에요.


그래서 전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소리의 길로. 더욱 더 천천히 걸어가고 있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소리를 좋아하시는지요?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22 14:08:30 기초음향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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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시종일관 큰소리...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딱잘라서 말한것인가요?^^;;

PaSSion님의 댓글

참... 항상 정훈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쓰실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ㅋ

믹싱이 필요 없을 정도의 레코딩.
저도 꼭 도전하고 싶군요~ ^^

소닉99님의 댓글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꽉 채운 음악들이 귀를 피곤하게 만들더군요. 첨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또 이런 생각들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있다는것 자체에도 감사해야 겠습니다. 그런데 클래식 쪽도 비슷한 상황인게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네요. 2천년대가 지나면서부터는 거의 모든 음반들의 피아니시모가 사라지거나 없어지는건 아닌가 하는 자조를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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