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이 :: 디지털처럼 정확하고 아날로그처럼 따뜻한 사람들
오디오가이

음악과 음향 [12] - 엔지니어와 프로듀서

페이지 정보

본문

새로운 통의동의 사무실.

눈과 입. 그리고 귀에 익은 광화문과는 사실 거의 떨어져 있지 않은 무척 가까운 곳이지요.

아직도 페인트 냄새가 가시지 않아서 기침을 콜록콜록 거리고는 있습니다만.


장비들 세팅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너무너무 마음에 들고(전원부터 케이블. 기기들에 관한 모든것들이)

소리도 참 좋게 쑥쑥 잘 나오고

(어제 B&W 805S를 모니터 스피커로 사용하시는 리즈뮤직스튜디오님이 녹음하신 음악을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함께 들었는데. B&W 로 들을때보다 소리가 더 좋게 들린다고 내심 마음에 들어하시다가 가셨답니다~)


무엇보다도 함께 일하고 있는 한영민. 남송지. 그리고 김현석씨가 있어 참 좋아요.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음향이라지만.


저는 저 혼자 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좋은 사람. 믿고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참으로 좋은 것 같아요.

음악의 태생 자체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의 것일런지도 모르니까요.


요즘은 중요한 작업들도 거의 끝나고

일년중 어쩌면 가장 한가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물론 이번주에 바로 마산과 광주에 가서 새로운 녹음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정서적인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아무래도 하루를 더욱 더 일찍 시작하게 되는데요.


오늘도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천천히 샤워하고.

최근 저의 가장 큰 스승중에 하나인 클래식 DVD 들을 보고(특히 CD에 부록되어 있는 레코딩세션 DVD를 즐겨봅니다)

이번주에 있을 대편성 오케스트라. 합창단. 솔리스트의 마산녹음과.

피아노 반주의 합창녹음이 있는 광주 녹음의 세팅에 관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하고요.


작년부터 마음에만 있던 오디오가이에서 레코딩한 클래식 음악들의 샘플 CD 작업도 거의 끝났어요.

작업이라는것이 특별한것은 없고 어떤곡들을 넣고 어떤 배치로 할것인가 등등이지요.


이렇게 샘플CD를 만들어서 사무실의 시스템에서 천천히 들어보고 있는데.

아..내가 참 이런저런 참 다양한 녹음들을 하고 지내왔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평소에는 자신이 녹음한것을 잘 듣지않게 되는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처럼. 저도 자주 듣는 앨범은 드문편인데.

좋아하는 저의 녹음들만 이렇게 모아두니. 개인적으로 제게는 듣기에도 참 좋네요^^

하하..


이번 샘플CD에는 각 음원들에 사용한 마이크나 기기들도 표기하고.

제대로 디자인과 프레싱도 해서. 주변의 지인분들에게 드리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번 음반중에서 가장 소리가 마음에 드는 것은 오디오가이 칼럼에서도 글을 남겼던 "화음체임버 오케스트라"인데요.


화음체임버와는 오디오가이의 친한 그리고 오래된 가족분 소개로 녹음을 진행하게 되어

두달에 한번씩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는 공연실황을 녹음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많은 좋은 아티스트들과 작업들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 화음 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저는 물론이고 오디오가이의 식구들에게도 무척 좋은 경험이 되고있어요.


좋은 공연장에서

아주 연주가 좋은 아티스트들과 녹음을 하니.

할때마다 제가 듣기에는 확실히 소리도 확실하게 좋아지고 있고요.

새로운 녹음방법에 대한 시도를 통해서 지금까지 작업했던 소리와는 또 다른 소리를 만날 수도 있었고요

참 기쁩니다..


최근 화음체임버의 녹음은 그동안 제가 작업한 클래식 음악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퀄리티로 되었어요.

클래식의 경우는 실황녹음이 무척 보편화되어있는 만큼.

실황공연이 아닌 녹음과 실황과 큰 차이가 있지 않은 음반들이 많은편인데요.

전 오히려  실황쪽이 무언가 좀더 긴장감안에서 빠릿하게 집중이 된다고나 해야할까요?

이때는 조금 예민해질때도 있지만 이러한 실황녹음의 긴장감이 저는 참 좋아요.


이번 화음녹음은 음질적으로는 무척 마음에 들게 되었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어요.


정작 함께 프로듀서로 작업을 하고 있는 화음체임버의 음악감독님께서는 이번 공연의 연주를 지난 공연들에 비해서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원체 다들 소리도 좋고. 대부분의 연주도 좋게 들리는데.

중간중간들의 섬세한 부분들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실황이니 만큼.

음악감독님 입장에서는 앨범에 실린다면 마음에 걸리어 하시는 부분이 몇곳씩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와의 작업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편집때문에 오디오가이 사무실을 몇번씩 감독님께서 오셔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것을 보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감독님이 믹싱된 음원을 듣기 전에.

음악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레코딩 하는 입장에서 다른 녹음된 테이크들이나 혹은 편집을 통해서 수정을 해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굳이 프로듀서가 바쁜 스케줄 가운데에서도 몇번씩 우리 스튜디오에 오지않아도 될텐데...라는 생각을 말이지요.


참..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무리 녹음이 좋고 소리가 좋아도.

음악과 연주가 더 좋아야 하는것임을 말이지요.

소리라는 것이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니는 음악장르도 때때로 있을 수 는 있지만

음악에 대한 표현의 방법이니까요.


내가 이번에는 믹싱을 하면서 전혀 음악과 연주는 잘 듣지 않고.

믹싱때 필요한 각 파트들의 앙상블. 그리고 작곡자와 연주자가 표현하는 느낌을 극대화시키는 음향적인 부분들외에

연주 하나하나의 섬세한 부분들까지 왜 신경을 쓰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연주를 한다면.

레코딩 엔지니어가 내가 여러테이크를 녹음해놓고.

음악적으로 크게 어긋나있는 부분들이 있으면 알아서 다 수정을 해서 믹싱. 마스터링을 해서 보내주면 훨씬 더 수월하고 편하고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부분이 바로 프로듀서와 엔지니어의 경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아티스트.(연주자. 작곡자) 프로듀서. 엔지니어의 경계가 갈수록 희미해져가고 있지요.

연주자들이 직접 녹음 믹싱을 하는것은 이제 아주 보편화된것이니까요.


내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렇게 재미있는 클래식 음악 녹음을 계속해간다면.

지금의 음향에 대한 부분만 책임을 지는 엔지니어에서.

음악적인 부분까지 함께 하는 프로듀서로써의 부분들도 더욱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것이 아닌가..


혹시나 앞으로 엔지니어는 거의 누구나 하게되는것 처럼 없어지고.

오히려 프로듀서를 함께 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만 남는것이 아닐까..하는 조금은 사람에 따라서 이상하게 들릴런지도 모르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프로듀서가 악보에 꼼꼼히 편집할 부분들을 기입해 두고 자리를 떠난 후.

함께 일하는 어시스트 남송지씨와 잠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우리 모두가 프로듀서. 엔지니어를 함께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그렇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악보리딩이 더욱더 중요해니. 녹음하는 곡들을 녹음 전이나 후에. 악보와 함께 미리 여러차례 보고나서 녹음 및 편집. 믹싱. 마스터링을 하자.. 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녹음시 음악적인 세세한 부분은 제가 챙기고

녹음이 끝난후 편집에서 세밀한 부분은 함께 하는 남송지씨가 담당을 하는것으로 서로 이렇게 앞으로는 음악적인 부분들에 좀더 신경을 많이 쓰자..하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운이 좋게도 갈수록 함께 하는 아티스트들의 수준을 높아지는데.

이것을 녹음하는 나의 음악적인 수준은 늘 제자리를 넘지 못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녹음된 화음 체임버의 연주의 믹싱 모니터 cd를 집에서 여러차례 들으면서 그때마다 전체적인 연주가 너무너무 좋구나..하고 감탄만을 하였지.

실제 연주자들이 신경을 쓰는 세밀한 부분들까지는 들으려고 하는 귀를 닫고 음악의 전체적인 그림만을 바라보았던것 같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대중들은 전반적인 이미지나 느낌. 그러한것들을 인상에 남기지요.

음악회나 음반을 들으면서 악보를 펼추어 두고. 이 사람이 지금 어느 부분을 틀렸나..하고 생각하면서 듣는 관객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가 최종 음반이 시중에 나와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기전에 이러한 작업을 해야한다면.

이것은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때부터인가 습관처럼 혼자중얼거리는 이야기가 하나있어요.

때론 하루에 몇번씩. 혹은 일주일에 한두번이 되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좀더 좋은 소리로 녹음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아주 작은 소리고 혼자 중얼중얼 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데요.

이것은 녹음과 전혀 관계가 없는 상황들에서도 그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생각들이 드는 것 같아요.



저는 늦는다는 것을 그리 믿지 않는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늦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리를 듣고 단번에 내가 원하는 소리이고 아님을 듣듯이

이제는 음악을 듣고 단번에 내가 생각하는 연주인지 아니인지도 느낄 수 있는것이 무척 중요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오디오가이의 많은 분들이 작업하시는 일반 음악쪽에는 물론 프로듀서와 엔지니어의 개념이 조금 다르다고 볼수 있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제가 생각하고 그리고 하고 싶어하는 클래식 아티스트들과 작업들을 하려면.

이쪽에서는 이 두경계 사이를 늘 함께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척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 호로비츠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게다가 제가 무척 좋아하는 음악중에 하나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음반에 보너스 DVD에 보면 녹음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1980년도 후반 호로비츠가 무척 나이가 많고 바로 은퇴하기 직전즈음의 녹음이라.

약간은 거동이 불편한 그를 팔장을 끼고 부축을 하며 녹음을 하는 장소에 들어가고.

녹음하기전. 그리고 녹음된것을 모니터하면서 지휘자(이때는 쥴리니)와 호로비츠 사이의 의견을 조율을 하고.

녹음중 명확하게 미스가 있는 부분에서는 연주자와 지휘자에게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프로듀서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콘솔데스크 앞에서 악보에 담긴 음악과 더불어 스피커에서 다가오는 소리도 함께 듣고 있었고요.

이 장면을 보니 이 프로듀서가 호로비츠와 얼마나 오랜세월을 함께 한 사람이구나..

둘은 단순히 음악적인 것을 넘어. 나이차를 넘어 참으로 인간적인 친구와 같은 존재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답니다.


얼마전 한국의 유명한 첼리스트 장한나의 새로운 앨범 소개에서.

그녀가 처음 데뷔했을 10대 초중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늘 같은 레코딩 프로듀서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물론 변함없이 같은 레이블이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훌륭한 아티스트와 오랜시간. 10년 20년 함께 작업을 하는 것도 참 부럽고 좋은 일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오랜시간 함께 그들의 연주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인간적인 분위기와 느낌을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알수 있다면

음반에서 그들이 원하는 음악적인 그리고 음향적인 내용들이 무엇인지 훨씬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22 14:09:04 기초음향에서 이동 됨]

관련자료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전체 324건 / 11페이지

+ 뉴스


+ 최근글


+ 새댓글


통계


  • 현재 접속자 267 명
  • 오늘 방문자 2,545 명
  • 어제 방문자 4,957 명
  • 최대 방문자 15,631 명
  • 전체 방문자 12,659,664 명
  • 오늘 가입자 0 명
  • 어제 가입자 1 명
  • 전체 회원수 37,533 명
  • 전체 게시물 247,572 개
  • 전체 댓글수 193,36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