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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14] - 엔지니어와 프로듀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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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울산에 있는 절친한 지인분에게 연락을 받고.

얼굴한번 보자! 라는 이야기를 하시길래.

"그럼 내일 내려가겠습니다." 하고 훌쩍 다음날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자유게시판에도 잠시 써보았습니다만.

사실 전 요즘 이러저러한 생각들에 빠져있어요.

약간의 슬럼프라고 해야할까요?

사무실도 이전을 하고 아담한 크기의 사무실이지만 벌써 이동네와 사무실에 슬슬 정이들어갑니다.

대로변이라 창문을 열면 차소리가 시끄러워서 거의 창문을 닫고 생활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아쉬움이 하나 있어야 더욱 더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울산까지는 서울역에서 기차로 4시간.

이 기차안에서의 4시간이 정말 많은 것을 제게 선물해주더군요

늘 저의 스트레스와 슬럼프의 원인은 아이러니 하게도 "일이 많다." 라는 것입니다.(어떠한 일이 든지)

참으로 아이러니한일이 아닐 수 없어요

늘 이런저런 재미있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는 것을 상상을 하며 그저 혼자 즐거워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너무 작업들이 많아 지면 오히려 힘들어지기도 하는것이지요.


그나마 올해부터는 보통 새벽6시나 그 이전에는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참으로 많아져서 좋은 편이기는 합니다만.

기차 안에서 조용히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여행의 로망. 아니 가장 큰 매력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서울에서 울산까지는 한번에 KTX가 가지 않기때문에 중간에 동대구역에서 내려서 무궁화나 새마을호로 환승을 해야합니다.

처음에는 이 환승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값비싼 KTX를 타는것인데 환승을 하면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도 생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KTX를 타는 보람이 적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이번에 보니 환승이라는것 참 좋더라구요

정신없이 직선으로만 빠르게 가는 KTX에서 바라보는 길도 좋지만

이에 비해 우리가 본래 타던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는 KTX에 비해서 길이 구불구불 하거나 빙~ 돌아가는 열차여행도 좋은것 같습니다.


무엇이든지 가장 짧고 빠른길로만 간다고 다 좋은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특히 빠른 KTX에서는 창밖의 풍경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다른 열차로 환승을 하니 풍경들이 천천히. 그리고 넓게 하나하나 세밀하게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갑자기 4배속 화면에서 느린 화면을 보는것 처럼 말이지요


중간에 환승하는 동대구역에서 대구하면 생각나는 오디오가이의 서정민친구에게 안부문자도 보내고(전 정말이지 누군가에게 안부전화나 문자를 잘 못하겠더라구요)

또 대구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횟수로 3년째 일하고 있는 오디오가이의 한영민군에게도 문자 보내고.

중간에 한 20분정도의 시간이 있어서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사다가. 새마을호로 갈아타서 열차안에서 맛있게 떡볶이도 먹으며 나홀로 참으로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서서히 창밖으로 지나는 풍경들을 보고. 중간중간 서는 생소한 역 이름들을 보며 이름 모를역에서 내려보고싶은 충동을 느껴보지않은 사람은 없지만 실제로 행하는사람은 드문것은 왜 그런것일까?

이렇게 중간중간 전혀 영양가 없는 공상들을 하며

아직 이른 봄이라 갈색 투성이의 텅빈 산자락 끝트머리에 있는 녹색의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득 "아티스트"가 한겨울에 산에 우뚝솟아있는 소나무라면 나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 새싹이 돋기전인 봄이라.

산위에 있는 소나무 몇그루들은 푸르르게 누가 보아도 한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하지만 그 아래로는 아직도 갈색을 띄고 있는 여러 나무와 숲등이 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프로듀서는 이 소나무와 더불어 그 다른 나무들까지 함께 품고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더불어 엔지니어는 이 소나무를 다음어 더욱 더 사람들의 눈의 그의 아름다운 존재를 고고히 빛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요.


요즘에는 오디오가이 레이블제작의 앨범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에요.

앨범을 만든다는 것.

아무리 주변에서 음반시장이 사양산업이다. 해도 전 변함없이 이 일이 참 좋은걸요.

게다가 대부분 엔지니어만 담당을 하는 녹음의뢰가 들어오는 프로젝트들에 비해서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음반은 프로듀서로도 함께 진행을 하고 있어서

여러가지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낄 수 있답니다

단순히 엔지니어만 하고 있을때 음악과 소리. 아티스트를 바라보는것과

프로듀서를 하면서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소리에 관해서 어떤것을 양보해야 되고. 어떤것은 꼭 얻어내야 한다는것에 대한 판단이라고나 해야할까요?

요즘 오디오가이 레이블에서 주로 제작을 하고 있는 음반은 피아노 반주에 성악음반입니다.

여러 성악가분들과 계약을 해서 진행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오디오가이 레이블에서 제작을 하는 경우는.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만 할때보다. 무엇보다도 음악과 연주 그 자체에 많은 집중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첫번째로 음악이 좋고 좋게 들려야 다른 소리부분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경우 녹음전 연습할때 장소로 찾아가 미리 연습하는 광경을 구석에 앉아. 혹은 연습실 주변을 조용히 천천히 걸으며 소리를 들어봅니다.

대부분 첫번째 연습에서는 저의 의견을 아티스트분들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한두곡 연습하는것만 듣고. 음악에 관해서 이런저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잘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대부분 저보다 연세도 훨씬더 많으신분들일터러 게다가 음악적인 경험도 더 많으신 분들이니까요.

이번의 경우는 한두곡의 연습이 끝나고 성악가 분께서 저의 의견을 물으셨는데요.

많은 피아노와 성악의 경우. 우리는 노래(멜로디)의 선율과 성악가의 음색. 감정처리.등 여러가지 부분들에 먼저 주의를 기울이게 되지만

저는 아무래도 노래가 나오기 전의 피아노 전주부분에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이탈리아 가곡들.

피아니스트분에게 이러한 부탁을 드렸어요


피아노 전주부분만 들어도.

마치 이탈리아의 날씨 좋은 광장에 앉아있는데. 곁에서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는 느낌으로..

또 다른곡에서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저녁 길가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다 순간 한쪽의 좁은 골목을 시선을 고정하며 조금은 쓸쓸함이 느껴지는 골목길과 노을이 생각하는 느낌으로...

피아노 전주만 들어도 무언가 듣는 사람에게 그 환경이 마음속의 시각적으로 연상이 되도록 말이지요.


또한 우리의 삶속에서 많은 관계는 바로 사람들과의 "대화"로 이루어 지는것처럼

우리가 이번에 만들고 있는 음악세계에 있어서도 피아노와 성악가분의 음악적인 서로 악기간의 "대화"이기 떄문에

상대방의 호흡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음악속에 나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는 느낌으로.

가장 많이 보게되는것은 사람과 그 시간들 함께 나누는것이기 때문에 우리모두  행복하게 연습시간을 즐기면서 하자! 라고 말씀을 드렸지요.^^

역시 두분은 세밀하게 템포. 음색. 등에 관해서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지 않고 이렇게 말씀드려도 단번에 그 뜻을 이해해주시더라구요.


최근에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도서출판 마티)라는 책이 발간되자마자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근래에 본 책들 가운데 이렇게나 재미있게 그리고 많은 생각들을 남겨둔 책은 참으로 오랫만이었는데요.

비단 클래식 음악 시장뿐만이 아닌 음반 레코딩 업계 전반적인것에 관한 시작부터 지금의 하향길(글쓴이의 표현을 빌리자면)에 관한 아주 적나라한 문체로 써내려가는 내용들.

그리고 알고 있지 못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남겨두었습니다.

과거의 프로듀서들이 어떠한 일들을 했었는지 엔지니어들은 어떠한 일들을 했었는지

지금의 우리는 정말이지 모든것이 같추어 있는 환경에서 녹음을 하고 작업을 하고 있구나..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중에 하나는

"소심한 프로듀서와 제멋대로인 지휘자가 만났을때 좋지 못한 최악의 음반이 나온다"

라는것이었는데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인것 같습니다.


때론 우리 스스로가 음악에 대해서 너무 멀게 생각을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어요

음악에, 그리고 이를 연주하고 만들어 내고 있는 아티스트에 관해서 말이지요.


음반프로듀서.엔지니어라는 것은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음악을 음반으로 담아내는것을 하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음악적인것 외에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최대한 극대화 해서 음반에 담거나.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장점들을 돋보이게 해서

음악을 사랑하는 청자들에게 전달을 하는 작업.

어떻게 보면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배달하는 것과 비슷할런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른점은 프로듀서는

연애편지를 쓰는것을 곁에서 보며.

너의 생각을 온전히 잘 전달이 되고있는지. 편지를 받은 사람이 좋아할지. 아니면 쳐다도 보게 되지 않을지를

곁에서 조언을 해줄수 있다는것이지요

편지를 쓰는 사람은 난생처음 쓰는것이라 많이 긴장되고 두렵고 하겠지만.

함께 있는 프로듀서는 그러한 개개인의 특별한 시간들을 자신만의 생각과 더불어 함께 융화하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엔지니어는 이 편지의 글씨를 써줍니다.

받아본 사람은 전반적인 글씨체가 아주 마음에 들어 내용을 보기도 전에 간혹 홀딱 넘어오는 사람도 있지요.


아주 소수에게만 해당이 되는 비유일수도 있겠지만

음악계 안에서 이 안의 시각만으로 나자신과 우리는 보는것보다는 때론 조금 다른 일과 치환해서 보는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여러 음반의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를 함께 해나가며 이에 관한 이야기과 느낌들도 종종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9-04-22 14:09:31 기초음향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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