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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악기의 녹음 [23]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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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다 지나가고 있네요.

올해 6월. 어떻게들 보내셨는지요?

저는 이렇게 정신없이.. 밀려오는 잠을 청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으며 지내본적은 13년전 어시스트엔지니어로 근무할때 이후 처음이었던것 같습니다.


짧은 한달동안 정말 많은 프로젝트들(대부분이 클래식)을 녹음했는데.

게다가 그중에 2개의 앨범은 오디오가이 레코드의 신보녹음

한장은 기타. 건반을 연주한 정재일과. 드러머 김책의 듀오앨범

다른 한장은 잠시후에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휘자. 피아니스트 강신태선생님의 피아노솔로 앨범입니다.

기존에 유명한 클래식 교향곡들을 피아노 솔로로 편곡을 해서 연주를 하는 것이었는데.

아마도 오디오가이 레코드 제작 앨범 가운데 가장 범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재일. 김책 듀오녹음에 관한것은 다음에 다시한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이번에 피아노 솔로를 녹음한 곳은 광주 금호아트홀.

얼마전 실내악 페스티발을 녹음한 후 피아노에 괜찮은 인상을 받은곳으로 이곳에서 녹음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대부분 국내의 실내악 전문 공연장들 처럼. 아담한 사이즈(300석정도)에 벽은 나무와 시트지로 되어있는 고음역대의 잔향이 어느정도 억제되어있는 곳입니다.

사실 녹음전날까지 약간은 불안함이 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와의 작업.

하지만 홀과 피아노의 상태가 이상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과연 오디오가이 레코드 제작앨범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내 마음에 드는 피아노 사운드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서울 강남 터미널에서 새벽 5시30분 출발이라. 통의동 사무실에서 어시스트 엔지니어 남송지씨와 4시30분에 만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2시가 넘어서도 잠이 오지 않더군요


가서 제가 늘 하는 피아노 세팅을 먼저 하였습니다.

우선 피아노를 무대에서 가장 객석으로 가까운정로도. 마이크스탠드가 아슬아슬하게 무대에서 객석으로 떨어질랑 말랑할 위치까지 피아노를 무대에서 객석으로 당긴후.

피아노의 해머위 20cm에 노이만 USM69 XY

피아노 반사판 뚜껑 근처에 MBHO 604(고음 부스트 모델)

반사판 근처 AB로 MBGO 604 와이드 카디오이드 세팅

마이크프리는 늘 그렇듯이 새디. 녹음기도 새디로 88.2KHZ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사실 새디에서 기본적으로 모니터링을 디더를 건 상태로 저는 늘 16비트로만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44.1과 88.2의 소리차이가 잘 느껴지지가 않습니다.ㅜ.ㅜ

많이 느껴지는것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하드디스크의 잔량뿐.)


이렇게 하고 소리를 들어보니

전날의 걱정이 단순간에 사라지는 제가 지금까지 녹음한 피아노 사운드중 최고의 소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주자분이 이렇게 객석쪽으로 피아노가 빠지는것보다는

본인이 연주를 하면서 잔향을 좀더 느낄 수 있는 무대안쪽으로 들어가서 피아노를 설치하고

마이크를 피아노 본체에 안쪽으는 설치하지 않은 소리를 좋아하신다고 하시더군요

글로 하기에는 너무 지루한 아주 많은 피아노의 위치와 마이크의 위치를 바꾸어본 세팅끝에 최종적으로 설치한 마이크와 피아노의 위치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무엇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것이 느껴지시지 않으신지요?

마이크의 위치도 위치지만.

피아노의 위치를 한번 보세요


다름이 아니라 피아노의 반사판의 위치가 객석쪽이 아닌 무대쪽으로 향하게 되어있습니다.

공연장에 천장에 달려있는 마이크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송지씨와 함께 높은 마이크스탠드까지 들고 고속버스로 서울서 광주로 내려간지라..ㅜ.ㅜ

제가 가지고 간 마이크만 사용하였는데요


최종 세팅은

사진에서와 같이 메인은 우선 노이만 USM69를 MS로

그리고 앰비언스로 MBHO 604 와이드카디오이드입니다.


피아노의 위치만큼이나 재미있는것은 MBHO 마이크의 세팅입니다.

마이크가 피아노를 바라보지 않고

피아노 소리가 객석으로 바로 날아가지 않고 무대쪽에서 한번 튀어서 객석쪽으로 날아간후.

객석에서 반사되어 무대로 다시 오는 소리를 원포인트로 녹음을 하였습니다.

소리를 들어보니 앰비언스 마이크만 들어보면 귀로 듣는 앰비언스보다도 더욱 더 자연스럽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고민들을 하였지요

왜. 왜. 왜. 도대체 귀로 듣는 소리 그대로 녹음은 되지 않는것일까??


나름대로 피아노 사운드에 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생각을 하고 또 공부를 한 시간들 속에서 몇몇의 방법들만 가지고 제 자신이 너무 단조롭게 늘 같은 피아노의 세팅만을 고집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이러한 피아노의 배치는 연주자의 의견에서 시작이 되었지요

이렇게 하고 소리를 들어보니. 무대에서 듣는 소리가 정말 정말 좋더군요

그리고 앰비언스 마이크를 본래는 피아노를 향하게 설치하려고. 원래 되어있던 위치에서 조정을 하려 피아노를 등지고 있는데

피아노를 바라보는것보다 뒤에서 듣는 소리가 훨씬 더 음악적이고 아름답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냥 아무이유 없이 한개의 악기에 여러개의 마이크가 서로 바라보게 설치하는것이 싫더라고요


이렇게 세팅을 하니 연주자가 가장 신경쓰여 하던 페달노이즈도 전혀 마이크로 전달이 되지 않고요

3번째 사진을 보면 좀더 자세히 위치가 나와있답니다.


사실 녹음중에 노이만의 위치를 좀더 높혀보고 싶은 충동도 있었으나. 그 전에 1시간 30분이나 마이크세팅과 피아노위치 조절에 신경을 썼었기 때문에 연주자가 얼른 녹음에 집중하게 하고 싶어서.

이렇게 바로 녹음을 진행하였지요


별도의 컨트롤룸을 만들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헤드폰으로 소리를 들은지라. 사실 아주 정밀한 모니터링은 되지 않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늘 녹음하던 사운드와 다른

지금까지의 피아노 소리가 피아노의 몸통안에 머리를 박고 듣는 소리라면

이것은 잔향이 적절한 좋은 홀에서 좋은 피아노로 2층 앞쪽이나 1층 약간 뒷쪽에서 듣는 소리.

이러한 소리로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녹음이 끝나고 무척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작년 초 절친한 작곡가. 피아니스트인 애덤즈애플의 김용은씨가 제게 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쇼팽 앨범을 선물해주며 이야기를 하더군요

"실장님.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피아노 사운드중 압도적으로 이것이 정말 최고의 소리에요!"

오랜시간 함께 작업을 한터라 서로 피아노 사운드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었답니다.

큰 기대를 하고 소리를 들어보니.

레벨도 작고. 소리는 저 멀리서 불분명하게 들리고. 사운드는 거의 모노성이고..

어.. 이 소리를 왜 용은씨가 최고라고 했을까.. 라고 생각한채

시간이 지나 좋아하는 피아노곡 게다가 쇼팽이기 때문에 여러번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문득 느껴지더군요.

아..이것은 내가 공연장에서 멋진 음악회를 보고 들을때의 바로 그 소리이구나..

어쿠스틱 악기 녹음만을 하면서. 실제 연주에서의 소리와 녹음에서의 소리는 분명한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정말 제대로된 실연에서의 소리로 녹음을 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있구나..

많은 놀라움을 금치못하였지만

이미 저의 귀는 피아노 몸체 안에 제 머릿통을 박고 듣던 피아노 사운드에 이미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좀더 명확하고 깨끗한 소리를 얻기위해서만 생각을 했지

오히려 이렇게 어찌보면 탁하고. 흐리멍텅한 소리로 만들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답니다.


이번 녹음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마음속의 소리만이 모든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가장좋은것은 아닐 수 있다! 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사실 마음속의 소리에 가깝게 만들려고만 생각했지

그 마음속의 소리보다도

내가 미처 알고 듣고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소리의 세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러한 다른 세계의 소리도 분명히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무척 귀중한것임을.

이번 녹음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녹음 다음날인 오늘

사무실에서 남송지씨와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앨범의 첫곡은 비탈리 샤콘느를 피아노만으로 연주한 25분정도 되는 길이의 한곡.

ㅠ.ㅠ...

지금껏 제가 만들어온 소리중에 가장 마음을 움직입니다..

공간이 그리 크지 않은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버브가 전혀 필요없는 자연스러운 피아노 연주에 따라 춤을 추는 울림.

공연장의 뒷쪽 가운데에서 실제의 피아노를 듣는것과 같은 느낌.

그동안 외국의 공간음향이 좋은 곳을 부러워하며 늘 공간탓만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그냥 우리 곁에 있는 보통의 음향을 지닌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마이크의 세팅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잔향을 얻을 수 있다는것을 말이지요...


왜 지금까지는 이러한 생각들을 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속에 있는 늘 같은 방법으로(혹은 거의 비슷한)만 녹음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얼른 마스터링이 끝나고 이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오디오가이에 글을 쓸때나.

잠을 청할때. 혹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로 가기전에 하루를 시작하며.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앨범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소리를 함께 들은 아내는

무엇인가 소리가 답답하고. 확 터져주는 맛이 없어서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만(아내는 늘 소리를 같이 들으러 다녀서 그런지.

이렇게 마이크 세팅을 했다고 어젯밤에 이야기했더니.

"그럼 공연장 2층이나 가운데에서 들리는 소리로 녹음되었겠네?" 라고 바로 이야기할 정도랍니다.^^

하지만 아내도 분명 이 소리를 시간이 지나거나

혹은 몇번 더 듣게 되면 분명히 좋하하게 될 것 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어쩌면 내 마음속에 늘 있는것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시 녹음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겠어요

마음속의 소리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잊고요


어떠한 소리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마음이 무척이나 두근거립니다.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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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님의 댓글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건만....즐겁고 설레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생각이 잔뜩 쌓이는군요..^^녹음 하는 사람이 원하는 소리와 지휘자가 원하는 소리, 관객이 원하는 소리...연주자가 원하는 소리...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소리......어디에 있을까요? ^^;

김대희님의 댓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고민과 집중..연구..바로 엔지니어가 해야 할 일인 듯 합니다.

얼른 녹음된 소리 들어보고 싶네요..^^

Gremlin님의 댓글

저는 요즘들어 연주자분 또는 작곡자분으로 부터  연주되어진 소리(노래)가  청취하시는 분들에게

소리를 어떤 느낌으로 들려드리기 보다는 이 음악이 가지고있는 느낌(감동)을

어떻게 소리에 실어서 전달을 할까하는 고민에 빠져 봅니다만... 너무나 추상적이고 어렵죠... 

하지만 정훈님의 소리에 대하여 고민하고 연구하시는거 보면...

참으로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제인가 답이 오겠죠.

정말 노력하시는거 보면 부럽습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아마데우스강님의 글입니다.

******************************************************************

아마데우스강 (59.27.21.243)    날짜 : 09-06-29 23:21    조회 : 102    추천 : 0     
 
  트랙백 주소 : http://audioguy.co.kr/board/bbs/tb.php/c_audioguy/685 
 
특이한 방법이었을텐데~~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법에 호응해 주심에 연주자는 감사할 뿐이죠
무명의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즘을 사랑해 주심 감사합니다.

김용진님의 댓글

저 역시 녹음은 아니지만 피아노 마이킹할때 어떻게 하면 깨끗하고 고음이 살아있는 소리를 전달할까만

생각했었는데 많은 배울점을 느끼고 갑니다. 피아노..참 어려운 악기입니다..^^

누구게님의 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영자 님의 그 자세와 열정이 인상적입니다. 소리가 정말 궁금하네요. 꼭 사서 들어 봐야겠습니다. ^^

저는 제 개인적인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 30 년 동안 주로 들은 라이브와 녹음의 태반이 피아노입니다. 요즘도 피아노 소리와 음악의 전달에 대해서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끌로드 드뷔시가 직접 연주했던 녹음(복원판)에서부터 2000 년대 들어 녹음된 것까지 넓은 시대에 걸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연주자들의 녹음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녹음이 연주회의 재현인가, 아니면 홀로 존재하는 또하나의 레퍼런스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재생공간에 연주장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스피커를 음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지의 사이에는 정말 복잡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번에 녹음하신 강신태 선생님은 분명히 연주회장의 포착을 원하시는 경향이 강하신 듯 합니다만,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대표적으로 녹음의 음악적 전달 측면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글렌 굴드는 재생 장치가 음원(피아노)에 가까운 존재가 되기를 좀 더 기대한 쪽이 아니었나 합니다. 반대로, 필립스 녹음들이 대체로 연주장이 강조된 편이라고 기억합니다. 대표적으로 안드라스 쉬프의 녹음들이 그렇습니다. 글렌 굴드의 녹음과 비교하면 정말 극과 극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된 또하나의 고민은, 만약 글렌 굴드처럼 접근한다면 마치 야구장에 직접 간 사람은 볼 수 없는 경기의 세밀한 부분을 오히려 중계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과연 이게 합당할까요? 저는 쉽게 생각합니다. 그 더 보이는 부분이 충분히 경기의 본질적 측면을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면 그걸 일부러 무시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계방송을 보는 것이 야구장에 가는 것의 대용이 아니라 야구를 보는 중요한 한 방법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마이크로 피아노 가까이에서 포착한 소리는 연주회장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정말 섬세한 음악적 전달력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필립스 녹음이기는 하지만 알프레드 브렌델의 슈베르트 녹음들 중에 보면 대체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풍부한 공간적 질감이 전달되면서도 (특히 큰 규모의) 연주회장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극도로 섬세한 소리가 포착되었을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피아노의 종류와도 관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음색 변화가 풍부하고 반면에 연주가 까다로운 피아노가 있는가 하면, 음색이 좀 더 고르고 큰 연주회장에서 (주로 음량과 관계된) 높은 효율을 보이는 피아노도 있습니다. 꼭 큰 연주회장에 적합한 피아노가 녹음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만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풍부한 소리가 가장 음악적이냐에 대해서는 쉽게 그렇다고 만은 할 수 없다는 데 더 큰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에드빈 피셔의 녹음들은 비교적 오래된 것들이어서 녹음 상태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것이 아닌, J. S. 바하의 "음악의 헌정"의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를 지휘한 녹음은 상태가 좋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가 안 좋다"는 게 정말 안 좋다고 해야 할 지 고민이 되는 것이, 음악적으로는, 물론 연주가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말 훌륭한 전달력을 지닌 녹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정말 단지 "아련하게" 들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아련하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바람직한 것인지까지도 고민을 해 보게 해 주는 녹음입니다. 20 세기 후반기에 녹음된 녹음들 중에 음악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다른 예로는, 최근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백현진 씨의 공연 부트레그 비디오입니다. 최근에 호평을 받은 백현진 씨 새 음반의 스튜디오 녹음과 비교해 보면, 연주도 많이 다르지만 그 허접한 가정용 캠코더에 녹음된 소리가 오히려 스튜디오 녹음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알프레드 브렌델의 필립스 녹음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필립스여서 그런 지, 아무리 근접 포착이 많이 들어 있어도 연주장의 질감은 그라모폰보다는 훨씬 많이 들어 있습니다. 좋은 것들만 다 모아 놓는다고 꼭 결과가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치 부페에 간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

결국 연주, 녹음, 재생, 음악, 이런 것들이 어떻게 존재하는 지에 대한 총체적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문제를 짊어지고 가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마음 든든합니다. ^^ 앞으로도 정진하셔서 좋은 작업 많이 하시길 기대합니다.

"왜. 왜. 왜. 도대체 귀로 듣는 소리 그대로 녹음은 되지 않는것일까??"

이거 정말 그렇습니다. ^^ 어차피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이 거기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JesusReigns님의 댓글의 댓글

누구게 님이 쓰신 글을 읽다 보면 각 부분 부분 말씀하신 내용대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소리를 표현하는 능력도 소리를 많이 들어봐야 가능한 것인가 봅니다.  ^ ^

저두 교회에서 성가대 녹음을 하면서 처음엔 예배당에서 듣는 것 처럼 들리게 하는 데에만
열중하다가.. 이건 다를 수 밖에 없고 다른 조건에서 최대한 좋은 소리를 잡아보자.. 라고.. ^ ^
물론 저야 실력이 없기에 전혀 근처에도 다가갈 수도 없기에 어쩔 수 없는 변명이지만서도

요새들어선 사람의 청각이 시각과 닮아간다는..(표현이 잘 안되네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러니까.. 눈은 보이는 모든 것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을 눈이 쫓아가는 것인지
시선을 의식이 쫓아가는 것인지 구분은 잘 안되지만.. 그 시작점은 둘째로 하고라도
자신이 선택한 것을 따라가며 보듯, 듣는 것도 그렇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것을 듣고도 충분히 다르다고 느낄 수 있고 다른 것을 듣고도 같은 것이라 느낄 수도 있고..
의식의 선택을 받지 못한 다른 것들이 그렇다고 사라질 수 있는가? 그렇지도 않지요. 의식의
선택을 받지 못한 모든 것은 선택받은 것의 "선택받음"의 이유가 되는 것이거나 선택받은
것의 색깔을 한층 더 강하게 할 수도 있고. . . 또 이런 사람의 의식의 흐름을 고려하여 미리
선로를 깔아놓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겠죠. 아니면 ... 해학적으로 부러 선택받지 못할 곳에
자신의 메세지를 넣어놓아 오랜 후에 하나씩 하나씩 그 메세지들을 찾아내는 재미를 줄 수도 있고

이렇게 보면 사실, 레코딩이란 것은 그냥 연주자나 지휘자가 홀에서 완성해낸 작품을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녹음된 것이
같은 소리를 담았다는 녹음이 있다면, 홀의 냄새나 시각적 공간감, 조도, 옆에 앉았던 사람들 혹은
비어있는 홀의 느낌.. 이런 것은 무시될 수 있다는 얘기일까요? 혹은 그런 감흥마저 전달해 주는
녹음이 있다면 그 소리는 본래의 소리와 같은 소리일까요..?

어제는 영자님이 예전에 비교적 낮은 레벨로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것이 계속 머리에 맴돌더라구요. 그래서 퇴근길에 볼륨을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엘범을
들어보면서 .. 느껴진 것은 소리는 사진처럼 생각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제가 들은 엘범은 사진으로 치자면 gain을 낮추면 윤곽만 남는. . 그런 엘범이었습니다.
그런 반면 제가 믹싱하는 것들은 gain을 낮추면 윤곽도 볼륨과 함께 쉽게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하 이거구나 앞으로는 이 윤곽선을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링
하면서 볼륨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해봐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곧 드는 생각은...
그럼, 만화처럼 윤곽선을 뚜렷이 그려주는 것이 항상 옳은 그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은.. 여러가지가 있으니까요.. 여러가지 스타일.. 색조, 다이나믹스 등등..
그럼 뭐가 맞는 그림인가..? 그건 의도와 부합되는 것이 맞는 그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켈란젤로를 만화처럼 그릴 수는 있지만 그 느낌이 나지 않듯이 건담을 미켈란젤로처럼
그리면 나름 멋은 있을지 몰라도 그 느낌은 나지 않는 것처럼. . .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이런 요소들을 발견해 내고 요리하는지의 방법을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배움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스타일과 메세지는 앞으로의
작업에는 중요하지 않다.. 라기보다 필요에 따라선 버리려고 해야된다 정도?

잘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생각은 넘 많죠 ? ^ ^

암튼 영자님의 글도, 누구게님의 답글도 너무 재미있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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