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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16] - 스승과 제자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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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것이 한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저에게는 왠지모르게 한 석달은 글을 쓰지 못한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이 한달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여러가지 녹음들과 믹싱. 마스터링을 하며 많은 생각들을 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이 생각들의 대부분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그래도 들을만하게 괜찮게 되었다.. 라고 생각이 들었던 제가 작업했던 음반을들을 들으며..

정말 부끄러운 생각들을 금치못하는 시간들이 많이 있었어요

소리라는 것이 정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잘 하려고 좋은 결과만을 바라 보고 하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게 되는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늘 집중을 하면서 해도 마음처럼 결과물들이 나오지 않을때도 많고요.


저는 요즘에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바로 아래아래 있는 칼럼의 제목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녹음" 을 변함없이 하고 있답니다.

왜 최고의 기기들을 사용해서(심지어는 케이블 하나하나에 까지.) 좋은 환경에서 녹음을 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들어보면 왜이리도 부족한것이 많게 느껴질까..

녹음하고 믹싱하고 마스터링 하는 그 순간에는 왜 이러한것들을 느낄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들을 말이지요.


최근에는 정말이지 클래식 음악을 녹음을 할때 최소한의 마이크들만 사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수십장을 녹음하고 믹싱했지만 마음에 드는것은 한두장정도뿐인 합창음악 녹음에 있어서도. 거의 메인 2개의 마이크. 그리고 피아노에 스팟마이크는 1개만 사용해서. 3개정도로 녹음을 하고 있지요.

전에는 그랬어요..

우선 메인 마이크를 설치하고. 그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 마이크를 설치해서 그것을 보충하고.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생기면 그곳에 마이크를 더하고..더하고.. 더하고..

이렇게 녹음들을 해왔지요.

하지만 결과는 늘 좋지 않았어요. 부자연스러운 소리만을 남겨두었지요.


저는 클래식 녹음을 많이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스스로의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해요.

아무래도 내가 소리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이 클래식 음악녹음에서 시작이 된것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에서 시작이 된 탓인지.

클래식에서의 그 자연스러운느낌이 없다고나 해야할까..

소리가 하나로 앙상블이 되는 느낌이 없이

내가 작업한 클래식 음악들을 보면 늘 악기들이 융합되지 못하고 서로 다투는 느낌이 들때가 많이 있어요.


위에 잠시 녹음의 마이크 수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지요.

그렇게 메인에서 부족한 부분에. 마이크를 더 추가하는것보다.

이제는 메인 마이크의 위치를 어떻게 아쉬운 부분이 없이 좋은 곳에 설치할 수 있을까..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왜 이렇게나 단순한 생각을 10년이 넘도록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그동안 주변의많은 친구와 스승님들이 분명히 이러한 이야기를 나에게 직접 적으로 해주었거나 혹은 힌트를 주었지만.

내가 미처 인지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늘 오디오가이 칼럼에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이야기를 하지요.

이제는 무엇인가 길을 본것같다.

좋은 방법을 찾아낸것 같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찌보면 전부다 과정중에 하나일런지도 모르겠어요.


최근에는 이렇게 적은 수의 마이크로 사용을 해서 녹음을 하고 있는데.

음질은 몰라도 음악은 참 자연스럽고 마음에 드네요.

메인 마이크로만 최소로 녹음을 하니. 더욱 더 좋은 최고의 마이크를 찾아서 녹음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새로운 마이크들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지금도 정말 넘칠만큼 좋은 마이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메인 마이크의 세팅들을 바꾸어보니. 단 몇 CM정도의 세팅이 바뀌는 것만으로.

마이크를 바꾼것과 같은. 아니 그보다도 더 큰 소리의 변화가 있네요.


녹음이라는 것은

아주 작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것임을 때때로 잊어버리게 되는것이 많은 것 같아요.


음향에 관한 책을 본지가 참으로 오래되었습니다.

최근에 새로나오는 책을 보며 감수를 하느라 다시 보게되었는데.

역시나 책은 참 재미있고 많은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때떄로 어떤사람들은 책에 있는것을 모두 알고 있는것인것처럼. "특별한 내용이 없다"라고 말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5년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다시한번 음향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게 되면 분명 그때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한 이야기를 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책이라는 것은 보면 볼 수 록

그리고 내가 경험과 결과물에 대한 완성도가 조금 더 높아가면 높아갈수록

책에서 그동안 보거나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다시 얻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스승"입니다.

물론 이곳 오디오가이 사이트에서 여러분들께서 의견을 주시는것도 마찬가지로 좋은 "스승"이자 친구이지요.


오늘은 중요한 녹음이 있는 날이었는데.

함께하고 있는 식구들에게 부탁을하고 저는 집에서 쉬었답니다.


매년 광주에서하는 정율성국제음악제의녹음을 담당하고 있는데. 오늘은 공연의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 백혜선씨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어요.

사실 그동안 클래식 피아노 솔로 녹음한것중에 마음에 드는 음악도 없고.

이번에는 좋아하는 피아노와 공연장. 게다가 좋은 아티스트.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은 들었지만. 광주에 있는 오디오가이 레코드에서 함께 하고 있는 식구들이 분명 좋은 결과물을 들고 와줄것같다는 믿음을 지니고 저는 생일이라는. 그리고 아내가 만삭이라 오늘내일 한다는 핑계로 충분히 쉬었습니다.

전 쉬는 날은 거의 한결같이 만화책을 보는데.

문득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컴퓨터 앞에 하얀 바탕화면에 검은색 가느다란 글자들을 채워가게 되었답니다.


바로 스승과 제자. 그리고 친구.


음향을 하다보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경우는 아주 이른나이에 음향에 대한 강의나 수업등을 하게 되었어요.

무엇인가 나도 공부하는것이 좋지만 함께 음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것이 참 좋고 스스로도 기뻤거든요.

하지만 최근에는 음향에 관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그러한 것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함께일을 하고 있는 송지씨에게도 녹음이나 믹싱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있는 편이에요.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나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지 않겠다" 라는 것은 아니고요.

아마도 이곳 오디오가이에 있는 분들가운데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멋모르고 음악과 소리에 대해서 이렇쿵 저렇쿵 신나게 이야기를 할떄와는 다르게.

지금은 어찌보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갈수록 적어지는 같아요.

아마도 이것은 아직도 나 스스로의 소리에 대한 정립과 정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없는것이겠만요.

누군가 사람들이 물어요.

"녹음하는 방법좀 가르쳐주세요"

"이 악기는 어떻게 녹음해야 하나요?"

이러한 단순한 질문을 받으면 저는 곧 머리가 폭팔할만큼 복잡해지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듭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곡들은. 어떤 연주자와? 어떠한기기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소리로?? 등등등.


단순한 질문일수록 어떨때는 더 당황하게 될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제가 그나마 정리한 저의 녹음 방법이라면.

"특별히 무엇을 어떻게. 라는 것이 규정되어있지 않다" 라는 것입니다.

잠시 이야기를 해보면

먼저 녹음하는 공간에 가서 음악을 듣습니다.

이떄는 너무 잘하려고나 실수할까봐 두렵거나 하는 긴장이 있어서는 절대 되지 않아요.

몸이 긴장되고 경직되면 절대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든요.

아주 릴렉스된 편안한 상태에서 녹음하는 장소의 좋은 위치에서 연주자가 연주하는 소리를 들어요

소리들이 공간을 꽉 채울때도. 그리고 공간위나 아래로 흩어져 날라갈때도 있지요.

이렇게 소리가 공간으로 사방으로 움직이는 것을 귀와 더불어 눈으로 봅니다.

그리고 소리가 지나는 길 그곳에 신뢰할만한 마이크를 두는것이지요.


누군가가 녹음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하면 저는 이 이야기외에는 크게 할수 있는 부분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소리에 대해서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스승을 만나는것인가가.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너무너무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조금 마음에서 꺼내기는 어려운 이야기중에 하나입니다만.

음향엔지니어라는 일은 스승과 제자. 라는것이 참 어려운 직업중에 하나인것 같습니다.


제자들은 스승에게 1-2년만 배워도 이제 어서 세상밖으로 나가 스승정도되는 사람들과 경쟁을 하고 싶어합니다.

사실은 그저 아무것도 그러한 복잡한 생각없이 그냥 음향에 관해 무엇인가를 하는것이 좋아서 그런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제자는 나름대로의 자신의 길이 생깁니다.

그럼 이제는 스승은 과거의 사람이 되고. 제자의 머릿속에서는 스승이라는 단어보다는.

그저 같은 일을 하는 미묘한 사이의 경쟁자. 가 되기 쉽상이지요.



참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스승은 본래 제자에 칼에 쓰러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만

세상이 이렇게 살벌해서야 우리가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음악과 음향을 하는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친구.와의 사이에서도 때론 이러한 일들이 생길때도 있습니다.

함께 많은 시간들을 음향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며 친하게 보내지만.

때로는 결국 서로 경쟁자가 되어버리면 누군가를 말로써 깍아내리고 그 자리를 올라가려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오디오가이에서 만큼은.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을 통해서 서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만큼은 이러한 것들이 없이 지낼 수 있기를 바라기에는.

이미 오디오가이 사이트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곳기 때문에 이것은 어려운것일까요?

...

글을 여기까지만 써두고 오랜시간 열어두지 않았네요.

글의 요지는 같은 음향일을 한다고 해서 너무 경쟁자로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서로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나갔으면 하는것입니다.

누군가가 만든 소리에 대해서 그냥 "그거 별로야~" 라고 쉽사리 그 사람이 많은 고민과 시간을 통해서 만든 결과물을 단 몇분정도 듣지도 않은상태에서 그렇게 평하기 보다는.

음향이 얼마나 마음처럼 잘 되지 않고 어려운것임을 알고 있는 우리 오디오가이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만이라도.

서로 더 격려를 해주고.

함께 공부하고 또 생각을 나누고.

서로가 만든 소리들도 들어보며 솔직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관계들이 앞으로 더욱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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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n님의 댓글

항상 배움의 마음들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가진9개보다 다른이의 1개를 더 존중하려고 애씁니다.

영자님의 글 속에서 지식이 아닌 지혜를 배워갑니다.

음향디자이너님의 댓글

저도 어느 덧 누군가를 가르치고 익숙하게 훈련 시키는 일을 하는게 당연한 짬밥(?)이 되어 그렇게 소수의 사람들을 가르치고 길러내고 있습니다만.. 늘 제가 느끼는 것은.. 스승은.. 제자가 크면 당연히 그 품을 떠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전.. 선생님, 싸부, 란 호칭보단..

아비라는 호칭이 더 좋습니다. 세상엔 나 보다 뛰어난 실력자들도 많고.. 훨씬 더 감각적인 사람들도 부지기수 입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내겐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 중에 하나가.. 어리기만 하던 애들이.. 조금씩

어른스러워 지고.. 어느 덧.. 내가 의지해도 될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이죠.. 내 새끼들.. 밖에 나가서 잘 되기를

바랍니다.. 내 어깨를 밟고 서서 나의 정점이 그들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바람입니다..

제게 스승이란.. 제게 이런 것을 가르쳐 주신 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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