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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17] 배우는것과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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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태어난지 한달가량 된 아이가 조용히 자는 동안.

모처럼만에 집에서 이런저런 음악들을 들으며 생각을 하니 글로 남기고 싶은 내용이 생각이 납니다.


위에 두장의 앨범이 있습니다.

수 많은 음반들이 있어도 꼭 몇몇 앨범에는 더욱 더 마음이 가고 의미가 있는 음반들이 있을텐데요.

제게는 바로 위 두 음반. (아티스트. 레이블)이 그렇습니다.


다이아나 크랄. 그리고 체스키레코드의 재즈 샘플러 음반입니다.

다이나라 크랄은 역시 엔지니어인 알슈미트의 작품이지요.

이 사람의 모든 앨범은 알슈미트가 담당을 하고 있어서(데뷔때부터 쭈욱.) 정말 다 소리가 좋습니다.

거의 모든 현대 음향에서 기준이 될만한 요건들을 충족하고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녹음을 하고 믹싱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외국 엔지니어를 꼽는다면 역시 알슈미트일것 입니다.

녹음과 믹싱에 있어서 이큐와 컴프레서를 최대한 자제를 하고.

마이킹을 중요시하며

녹음시 믹싱시의 90%가까운 사운드 밸런스를 나오도록 만든다는 것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것이야 말로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한때는 음반의 크레딧에서 알슈미트라는 이름만 보면 무조건 구입을 했었지요.(사실은 지금도 가끔 그럽니다. 이분이 만드는 최근의 소리는 어떨까?)

아..그리고 드럼부터 모든 악기의 녹음시 콘덴서 마이크를 먼저 선호하게 된것도 역시 알슈미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영향을 받게 된것이었는데.

이전까지는 드럼의 탐탐에는 제나이저 MD421같은 다이나믹만 사용해야하는것인줄 알았습니다.

알슈미트는 주로 탐탐에 C 414을 사용을 한다는것을 보고 많이 놀랐고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오디오가이의 레코딩과 사운드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여러악기를 동시에 한장소에 녹음을 할때.

"마이크가 좋으면 그 마이크에 전달되는 다른 악기의 간섭음도 좋게 들어오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을 처음 보았을때는 어찌나 크게 충격을 받았던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게이트로 간섭음들을 없애는것이 깨끗하고 펀치감있는 소리를 얻을 수 있는것인줄만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더 깨끗한 소리는 오히려 여러가지 직접음과 간섭음이 "제대로. 정확하게" 융합이 되었을때 청감상 훨씬더 다이나믹하고 깨끗한 소리가 난다는것을 많은 시일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한장소에서 여러악기들을 동시에 녹음을 하는것에 있어서 간섭음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녹음을 해야하는것인줄만 알았지만.

이후로는 오픈된 공간에서 여러악기들을 동시에 녹음하는것에 있어 두려움이 없이.

오히려 마이크로 들어오는 다른 악기의 간섭음들을 활용해서 더욱 더 자연스러운 소리와 공간감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것이 바로 오디오가이 사운드의 기틀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이 모든것을 알슈미트가 만든 음반. 소리. 그리고 인터뷰 내용들을 수십번. 반복해보며 읽고 생각하고 또 듣고 생각하고를 반복하며.

차근차근 나만의 생각들을 하나둘씩 더해나가며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알슈미트처럼 재즈음악 녹음을 많이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90년대 재즈음악이 아닌 미국 팝음악을 보면 몇몇 팝스타의 앨범들에서는 알슈미트가 스트링스만 레코딩하는경우도 종종 앨범의 크레딧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저도 얼마전부터는 제가 주로 작업하는 장르가 아닌 팝이나 영화. 드라마 음악들에서 스트링스와 피아노 녹음만 하게 되는경우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이 역시 알슈미트의 녹음방법과 관점. 생각들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어서 이렇게 운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도 해봅니다.^^



다음으로는 체스키의 귀그림음반 2탄.

귀그림음반 1탄에서. 아나카람이었던가?  "스페니쉬할렘"이라는 음악의 사운드를 듣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요..

세상에.. 이세상에 이러한 소리가 존재를 했었던 것인가?

내가 지금까지 들어온 메이저씬에서 만들어온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음반에 있는 다른 곡들도 역시 놀라운 소리를 들려주었지요.

과거에는 전혀 듣도보도 못한 소리였습니다.


체스키는 재즈던 클래식이던 대부분 뉴욕에 있는 성요한교회에서 녹음을 하는데.

컴프레서. 이큐. 심지어 리버브까지 사용하지 않는 녹음방식

녹음도 메인 마이크로 대부분의 밸런스와 음색. 공간감을 컨트롤하고 거기에 약간의 엑센트 마이크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클래식이 아닌 재즈도 그렇게 녹음을 한다는것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이때 이후로는 체스키의 마크만 보이면 무턱대고 사들이게 되었지요.(그리고 체스키 사운드의 기틀을 만든 엔지니어 밥카츠라는 이름을 이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엔지니어가 만든 레이블에 유독 관심이 많아 체스키 이전에도 DMP. 텔락 등의 음반을 꾸준히 모아왔었습니다.

영자가 지금의 오디오가이 레코드라는 레이블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역시 체스키.

그리고 가장 닮고 싶다..라는 레이블이 있다면 독일의 ECM일것입니다.

지금은 체스키보다는 ECM의 음반들을 더 자주 구입하는 편입니다..

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음악을 따라가게 되는것같아요..




저는 요즘 제가 최근에 작업한 음반을 아주 자주들어요.

그것도 아내와 함께 집에 와서 듣는데요.

바로 요 아래에 있는 "티미르호"의 음반.

아내도 처음 듣더니..귀가 번쩍트일만큼 소리도 좋고 음악도 좋다고 해서 먼저 틀어달라고 이야기도 할정도로 아내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음악입니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직접 작업한 음반들을 작업하면서 너무 많이 듣기때문에 오히려 집에서는 잘 듣지 않는 편이 많은데요.

이 음반의 경우는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리코더의 선율때문에 가족들과 듣기 참 좋은 앨범인것 같습니다.

아직 음반도 나오기 전인데 마스터CD의 모니터CD를 집의 오디오로 자주 듣는답니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들었어요.

하지만 오늘 들은것은 지금까지 집에서 들었던과는 다른.최종적으로 약간 수정을 해서 다시 마스터CD를 만든 버젼이었는데..

같은 음악이고. 밸런스도 크게 다른것은 없는데.

이전의 음악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떨어지고 자연스러운 느낌도 적게 들려서 아내가 훨씬 더 아쉬워 하더군요.

이렇게 곡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새롭게 작업하면서 부터는 전체레벨을 좀더 올렸답니다.

아직 자연스럽게 레벨을 올리는것 역시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큰 노하우중에 하나라서 그런지 저는 아직 그러한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저는 제가 작업하는 100%의 순수 어쿠스틱 음악들에서는 그냥 마스터링을 하지 않은 소리가 더 마음에 듭니다..

물론 레벨은 아주 작지요..

그러나 조금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레벨이 작으면 손으로 오디오기기의 볼륨을 살짝만 올려주면 된답니다.

레벨을 올리기위해서 하는 약간의 리미팅에도 분명히 어쿠스틱악기의 섬세한 배음은 손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천장이 내려간 사운드..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이번에 최종 만든 티미르호의 마스터CD에서는 전형적인 천장이 내려간 사운드.

그리고 꼭 디지털 컴프레서나 리미터를 사용하면

피아노 사운드에서 오른손은 얼핏들으면 중역이 튀어나오면서 반짝이는 것 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특히 왼손의 움직임은 소리가 스피커 안에서 공간감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머물지 않고 너무 부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와버립니다.

이것은 단 -1dB의 리미팅을 해도 생기는 현상이고요(영자가 사용하는것은 TC 마스터링 6000의 MD4나 혹은 2채널 브릭월리미터)

그렇기 때문에 얼마전부터 오디오가이 레코드에서 제작하는 앨범들은 아예 리미팅을 전혀 하지 않고 출시를 하고 있답니다.

외부의 의뢰받는 작업에서는 레벨이 너무 작은것은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그리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최소한의 리미팅(-3dB 이하)만 하는 편이랍니다.


다이아나 크랄의 앨범을 듣고 바로 체스키의 음반을 들었어요

함께 음악을 듣던 아내에게. 이 음반은 소리가 어때? 라고 물어보니..

"조금 심심하고 맥아리가 없는것 같아.." 라는 이야기가 돌아오더군요

바로 볼륨을 올려서 음악을 들으니.. 소리가 너무 좋다..라고 이야기를 하는것이었습니다.


제가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두 음반을 연달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두 음반은 우선 음량레벨이 완전히 다릅니다.

차이가 나도이렇게 많이 날수가 없어요

여기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것은 아니고요


바로 관점의 차이.

그리고 소비자의 차이.


다이아나크랄이 일반 대중들을 위한 음반이라면

체스키는 좀더 매니아틱한 주로 음악과 더불어서 소리와 오디오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인 오디오파일을 위한 회사이지요.


두 앨범의 엄청난 소리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새삼스레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과연. 내가 만드는 소리는 관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것일까?


정말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늘 잘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생각을 또 했습니다.

그럼 내가 배운것을 통해서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내가 남길 수 있는 소리라는것은 어떤것일까?


저는 바로 후자의 체스키의 "관점"을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레벨링하는것을 익히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레코딩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지니고.

그리고 청자들에게 전달이 되는 최종본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나가자..하는 생각을 말이지요.

아마도 이후로 영자가 만드는 음악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볼륨이 왜이리 작아?

소리가 왜 이렇게 맥아리가 없지?

하는 첫인상을 남기게 될런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만든 음반들이 아주 오랜시간 남아서 많은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몇몇의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또 이러한 저의 마음들과 생각들이 전해져서.

그 음반을 들은 사람에게 제가 알슈미트가 만든 소리들을 보고 느낀것처럼

제가 만든 소리를 나중에 시일이 흘러 사람들이 듣고

비록 아주 소수라도..

무엇인가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것을 미소지으며 꿈꾸어 봅니다.

...

빙그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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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님의 댓글

너무 좋은 글이네요... 너무 너무 맛있는 와플을 먹는 듯, 정신없이 읽다보니 다 읽어버렸네요... ^^


...입맛을 다시며 남아있는 달콤함을 느끼고 있는 중.ㅎ (글을 너무 잘 쓰세요...)

카리스님의 댓글

^^ 좋은 글입니다~
운영자님 말씀처럼
자기만의 시각이 있듯이 청각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애플님의 댓글

공감백배입니다^^
크라이언트에게 이리저리 휘둘려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는
그래서 더 점점 후달리는 때에
가슴에팍!! 오는 글입니다
영자님 멋쟁이~~~

joshua님의 댓글

천장이 내려간 싸운드.
ㅋ헉.......입니다....
쩝...
전 언제쯤.
이런소리에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을 까요?

오지성님의 댓글

다른 엔지니어들도 레벨링에 관심을 끄기 시작하면 자연스러움이 표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술 발달로 다이나믹 레인지는 넓어져 가는데... 아직까지도 레벨링의 목숨 거는게.....
가끔을 싫기도 합니다..^^:;;;

redbug님의 댓글

몇년전 audiolab 이라는 상호를 걸고 오디오 장사를 했었습니다.
이층집을 계조해서 리스닝 룸을 만들고 참 많은 오디오를 들었었는데
저도 주로 체스키 음반에 손이 많이 가더군요

지금은 그져 좋아하는 노래에 치중합니다.

가끔 AM 라듸오에서 오랫만에 듣는 노래가 나오면 젤루 좋네요
음악이 아니라 세월을 듣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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