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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향 [19] - 음반을 만든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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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것은 본인. 그리고 우리 모두가 스스로 그렇게 자신을 세뇌하고 있는 것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일이 많다.."

"나는 바쁘다.."

하지만 아주 잠시라도. 머리를 비우고 그저 도시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꼭 아주 새파란 하늘이 아니더라도 파란색 위에 흰색과 회색으로 덧칠해놓은 요즘같은 하늘을 바라보거나..

그리고 아주 가끔은 늦고 고요한밤. 하늘을 보며 오랫만에 별빛들에 어릴적 동심의 세계의 순수함을 다시 회상하거나..

찾아보면 잠깐만의 여유로 아주 많은 호흡을 길게 갈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많은데.

그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나는 바쁘다.."라고 만 생각을 하며 오히려 그 안에 같혀지내게 되는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요즘 짬짬히 책을 보는것에 무척이나 열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집에 없는동안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있는 아내는 집에와서는 자기랑 안놀아준다고 입술을 빼곡하니 내밀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최근에 책 두권에 푹 빠져서 보냈습니다.

먼저 한권은 "서울은 깊다."

책을 다 읽는데 거의 한달가까이 걸리기는 하였지만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참 귀한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최근에 자주 녹음을 하는 상암동 DMC 단지내 CS뮤직앤 스튜디오의 1층에는 서점이 있는데(게다가 10%할인이 됩니다. 저는 할인을 아주아주 좋아라 하는 편입니다. 관심이 없다가도 할인이라는 단어를 보면 살짝쿵 뒤돌아 보게되는..^^)

그곳에서 책한권이 쏙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간송 전상필"

성북동에 있는 귀한 곳 간송미술관의 설립자에 관한 이야기로.

조선후기 손꼽을 만한 젋은 부자였던 그가 정말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서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이 외국으로(특히 일본)으로 판매되지 않고.

우리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킬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인데요.

수많은 국보와 보물들. 게다가 유네스코 문화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훈민정음"도 이곳에 소장이 되어있답니다.

이책을 정말이지 2-3일만에 단숨에 잠을 줄여가며 보았어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것. 그리고  우리것에 대해서 더욱 더 관심이 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발매된 "거장들의 녹음현장"이라는 책도 이삼일만에 훌쩍 보았는데. 과거 "데카사운드의 모든것" 과 너무 중복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이러한 책이 나와있다는것 자체로만도 참 행복한 일입니다.


아직까지 서점에 가면 그래도 책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아직도 받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반은 우리가 알다싶히 조금은 다르지요.

물론 책도 글쓴이의 경력등을 위해서 쓰여지는것도 많지만 그래도 음반이 단순히 음악가의 "명함"정도로만 되어가는 음반의 현실보다는 좀더 낳은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그동안 그 어느해보다 오디오가이 레코드 제작앨범들이 많은 편입니다.

올해 기획되고 녹음되는것이 전부 10장이 넘으니까요..

이렇게 10장이 넘는 음반의 제작비를 마련한다는 것은 아무리 음반제작에 있어서 녹음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영자가 제작하는 클래식과 재즈음반 기준) 여러모로 많은 부담이 되는것은 사실입니다.

언젠가 아내와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그래도 허튼데 돈쓰지도 않고. 그래도 성실하고 또 부지런히. 무엇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는 왜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2개의 결론에 도출했습니다.

먼저.

레코딩 장비들을 너무 무리하게 구입을 한다는것..^^

다음은 바로 음반제작을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너무도 많이 소요가 된다는 것..

이었지요.

지금까지 발매한 음반이 20장이 넘으니. 한장당 1000만원의 제작비만 해도 이 금액을 모았으면 지금 살고 있는 엘레베이터 없는 4층의 전용면적 18평의 빌라보다는 좀더 평수가 더 넓어지거나 자그마한 아파트정도로는 갈 수 있지 않았을 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반은 농담이구요)

하지만 그래도 음반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고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 레이블을 시작할때.. "나는 적어도 40년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꼭 할거야.."라고 굳은 마음을 두었지만.

늘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는 회사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투자를 해서 음반을 만드는것. 내가 언제까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참으로 신기한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음반사를 운영한다고 하면 많은 아티스트들은 회사를 참 크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어느 클래식 아티스트의 음반을 제작하기로 해서 리허설도 참관하고 미팅도 하였는데.

본래 아티스트가 직접 앨범을 제작하는 줄 알았던 피아노 반주자분은

아티스트가 사비로 제작을 하는 줄 알았을때는 개런티를 전혀 이야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회사에서 제작을 한다.. 라고 하니 갑작스런 개런티 부분때문에 결국에는 함꼐 하지 못하게 된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의 음반을 만들더라도..

아티스트가 또 다른 친한 아티스트에게 내 음반을 만드는것을 도와달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무료도도 즐겁게 자신의 연주를 함꼐 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크건작건.

레코드회사에서 음반을 제작한다..하면 저희같이 작은 회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개런티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이럴때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지요.

그들도 그리고 우리도 그저 음악이 좋은것일뿐..

음반을 만들어서 엄청나게 돈을 버는 시대는 이제는 완전히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음악가들도 이 사실을 물론 알고 있으면서도 내심... 마음 한편에서는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내가 지금 노래나 연주를 직업으로 하고 있지 않아서 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것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라면 그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하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때때로 잠시나마 고민의 시간들도 스쳐가겠지만..)


저는 가지고 싶은것

그리고 하고 싶은것이 생기면 그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터라.

정확하게 준비하고 계산해서 행동을 하기 보다는.

그저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참 많은 편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지금도 제작하는 앨범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을 정도이지요..

이 사람의 음반을 만들고 싶다..

또 이사람의 음반도 만들고 싶다..

기회가 되면 이 음악단체의 음반도 만들어보고 싶다..

이것은 아마도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 탓일거에요.


오늘도 이번에 진행하고 있는 오디오가이 레코드의 신보음반에 관해

참여한 연주자의 개런티에 관해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남송지씨. 이동은씨가 아티스트와 오랜시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의 경우는..

함께 일하는 식구들은 맘이 약하다고 하는데요..

직접 만나서 사람들이 부탁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거기에 잘 거절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저 내가 손해보더라도.

서로 불편한 감정과 시간들을 단 몇초라도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더 커서..

늘 손해보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답니다.


모든것이 다 제 욕심일런지도 모르겠어요.

함께 만들고 싶은 음반들을 많치만.

사실 그 음반들을 만들어서 세상에 제대로 알리고 홍보할 능력도 없으면서 말이지요..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전집도 만들고 싶고.

바하의 평균율도 만들고 싶고.

오케스트라로 춤곡들 모음집도 만들고 싶고.

말러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집도 만들고 싶고.

스카틀라티 피아노 소나타도 만들고 싶고..

피아노 위주로 듀오의 서정적인 분위기 있는 재즈음반들도 만들고싶고..


그전에 지금 진행중은 음반들 부터 혼신을 다해서 만들어야지요.

올 봄 유럽에 가서 녹음을 했던 3음반의 믹싱과 마스터링도 이제 모두 끝나서 디자인작업을 하고 있고요.

사운드는 그리 잘되지는 않았지만 음악만큼은 참 좋게 되어. 기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음반도 너무 좋고요.

"클래식"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위 단어처럼. 오랜시간이 지나도 내가 직접 기획을 하고

아티스트들과 대화를 하며.

마이크를 설치해서 녹음을 하고.

또 밸런스를 조정하며 믹싱을 해서.

디자인을 감수하고.

이렇게 나로인해서 세상에 태어난 이 음반 한장 한장을 소중한 마음으로..(물론 아티스트에게 시작이 된것이지만..)

하나둘 쌓아가는 것이 참으로 보람되고 기쁜일입니다.


지금은 잠시 너무 무리하게 많은 앨범들을 진행하면서 잠시 힘들어서 부리는 영자의 투정일 뿐.

자고 일어나면 단순한 저는 다시 내게 주어진 시간 앞에 더욱 더 충실하고

내가 지닌 생각과 경험들을 모두 집중해서 "소리"로 남길 수 있는

그러한 시간들 속에 함께 살아나가겠지요..


어쩌면 말이지요.

지금의 이 순간이 나의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일런지도 모르겠어요.

늘 내 욕심때문에 현실의 아름다운 소소한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것이 아닐까요?


늘 익숙한 도시풍경속에 숨어있는..

그리고 이렇게 늦은 밤에 콘크리트와 창문에 가려져 있는 별빛들처럼 말이지요.


잠시 옥상에 올라가 기지개도 한번 펴고.

빙그레 웃으며 하늘도 한번 보고 내려와야 겠습니다.

이럴때는 4층에 살고있는것이 참으로 좋네요. 반층만 올라가면 옥상이니까요..

(물론 가끔씩 하이파이 오디오를 4층으로 오르락 내리락 할때는 정말이지 너무 힘이듭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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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사랑님의 댓글

운영자님 덕분에 좋은 음악 듣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도 운영자님 덕분에 수준높은 음악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할 것이라 믿습니다. 발매하신 클래식 음반 많이 구입하겠습니다^^

hans님의 댓글

영자님...집 충분히 넓든데....^^ 하고싶은걸 하면서 조금은 가난하게(?) 사는것..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난하여......^^

박영관님의 댓글

영자님의 글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보다 가치를 추구해야 퀄리티가 높아진다...
영자님의 글을 보면 그런 영자님이 추구하는 가치가 보입니다.
그래서 음반의 퀄리티도 모두들 인정하는 것인가 봅니다...^^
멋진 인물들의 삶을 보면 정말 힘들게 살더라구요...돈보다는 멋진 가치 때문이 아닐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쿠스틱러브님의 댓글

개런티를 요구하던 아티스트에서 시작해 제작을 하는 제작자가 된 저에게 많은 생각과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힘내세요 란 말은 불필요해보입니다. 좀 더 편안한게 음악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빨리오길 기도드립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가치를 실현하자구요^^ㅎ

amicus용이님의 댓글

영자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참 부럽습니다.

전 아직 이 쪽 분야에 뛰어 들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저도 영자님 같은 엔지니어가 될 수 있겠지요....ㅎㅎ

그날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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