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이 :: 디지털처럼 정확하고 아날로그처럼 따뜻한 사람들
오디오가이

음악과 음향 [20] - 프로젝트와 시간들

페이지 정보

본문

칼럼을 쓰지 못한지 벌써 2달이나 지났네요.

최근 2달의 무더웠던 여름은. 두달 내내 비몽사몽하며 술 취한 사람마냥 지낸것 같습니다.

여름에 이렇게나 많은 작업들을 해보기는 처음이었어요.

참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요 몇달간 많이 진행했고 또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업한 다음에 사진과 함께 음원을 함께 올리면서 칼럼을 써야겠다..라고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만 자꾸 흘러가서. 새글의 표시가 없는 이 오디오가이 칼럼란을 볼때마다 마음한편이 조금은 무거워지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집에 아이가 있으니 컴퓨터앞에 한두시간 앉아 있을 수 있는것이 보통 어려운일이 아니더군요.

아무래도 앞으로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글을 쓰는 시간을 따로 가져야 할듯 싶습니다.^^


최근에 진행한 작업들 가운데 우선은 아리랑 프로젝트.

여러가지 아리랑을 해외 아티스트들이 연주를 해서 음반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영자가 담당한 아티스트는 유끼구라모토의 녹음. 지오반니 미라바시 트리오의 녹음. 믹싱. 그리고 리릿나워 와 잭리. 강은일이 연주한 아리랑의 믹싱. 마지막으로 이타라마 쿠락스의 녹음과 믹싱 이렇게 되었었는데요.

유끼구라모토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고 있는(특히나 자장가로..^^) 아티스트라 작업이 너무 기뻤습니다.

녹음은 상암동 CS뮤직앤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하였는데. 아티스트가 피아노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해서 좋았고요. 소리가 어떻냐는 질문에.

자신은 연주를.

소리는 당신에게 맞기겠습니다. 라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소리로 녹음이 되었습니다.

저는 늘 새로운 시도들을 해서 녹음을 해보는것을 좋아하는터라.

최근에는 DPA 4011을 건반의 해머근처에 AB페어로 두어 녹음하는 세팅에 한동안 빠져있는데요. 이전에는 얼스워크의 피아노 마이크를 사용해서 또 꾸준히 녹음을 하기도 하였었답니다.

다음에 지오반니 미라바시의 녹음은 제가 제안을 해서 서초동 DS홀에서 이루어졌고요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의 트리오.

http://blog.naver.com/audioguy1 에 있는 세팅으로 아주 심플하게 하였습니다.

원체 연주가 좋아서 역시나 결과물이 참 마음에 들게 되었답니다


이외에 리릿나워가 멋지게 연주한 아리랑과.

브라질의 보사노바 싱어인 이타라마 쿠락스와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녹음을 진행하였어요.

이때는 보컬부터 어쿠스틱 기타. 타악기까지 올 DPA 마이크를 사용해서 CS뮤직앤의 큰 부스에서 한방에 녹음을 하였는데.

기타연주자가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마이크가 무엇인지 물어보더군요^^


그리고 오디오가이 회원이신 "라퍼커션" 과 "이재경트리오"의 음반을 현재 작업중이랍니다.

라퍼커션은 30명이 연주하는 브라질의 바투카다팀으로 이렇게 재미있고 즐겁게 녹음을 한것은 참으로 오랫만이었어요.

이재경 트리오 역시 오디오가이 회원분과 함께 한 작업이었는데. 피아니스트의 아주 깨끗하고 깔끔한 터치에 피아노 소리가 근래의 영자의 녹음중에 가장 마음에 들게 나온 작업입니다.

이외에도 역시 오디오가이 가족분의 소개로 정명훈 선생님의 서울시향과 시향연습실에서 녹음작업을 하기도 했고.

예술의 전당에서 앙상블 디토의 실황을 녹음해서 DVD용의 서라운드 믹싱과 마스터링도 현재 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정말 여러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송지씨는 아마도 요 두달간 정말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토요일. 심지어 일요일에까지 녹음작업들을 진행하였어요.ㅜ.ㅜ

일요일 만큼은 꼭 쉰다..라는 것이 오랜시간 저의 마음가짐이었는데. 여러가지 스케줄들 가운데 일요일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 일들이 많아서 함께 하는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으며 진행을 하기도 하였지요.


이렇게 동시에 정말 많은 작업들을 진행하니.

모두 즐겁고 좋은 작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쳐가더군요

충분하지까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는 몸과 마음을 휴식을 하고 새로운 작업들을 시작하고 해야하는데.

이전에 진행하고 있는 작업들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또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또 새로운 음반을 시작하고 등등.. 이것이 계속이 되니.

오히려 이전 작업들의 완성시간들이 지연이 되고.

몸이 피곤해지니 무엇보다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오거나. 중요한 믹싱과 마스터링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것에 스스로가 흠칫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과거 정말 많은 작업들을 늘 하고 있는 레코딩 혹은 마스터링엔지니어들을 보면서 문득 느낀점중에 하나는

대부분 어느정도의 자신만의 세팅(시스템 혹은 프로세스)를 정해놓고 이 안에서만 주로 작업을 하고

몇몇 특별한 클라이언트의 작업에서만 플러스알파를 더해서 최선을 다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러한 부분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나에게 소중한 음악을 맞겨준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을만큼 늘 최선을 다해서 작업을 해야한다..라고

나에게 이 음반을 그동안 작업해온 수백장중에 한장이지만

이 아티스트에게는 평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한장의 앨범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라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왔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사람의 시간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는것 같습니다.

정말 수 많은 프로젝트들을 실수없이(작업의 결과물에 편차가 없이) 안정되게 작업을 하는것이야 말로 어쩌면 사람들이 내게 가장 원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하나에 혼신을 다해 작업하는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러한 과한 의욕과 욕심에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자만 해도 그렇습니다.

직접 기획부터 프로듀서.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을 하고 있는 오디오가이 레코드의 음반작업.

레코딩 엔지니어가 운영하는 음반회사이니 만큼 적어도 소리하나는 정말 좋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드는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늘 보면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작업시간도 두세배로 많이 투자하는 레이블 작업들의 사운드가

대부분 녹음 및 믹스를 의뢰받고 하는 작업들에 비해서 늘 결과물이 아쉬운편이 많습니다.

최근의 제작 음반들은 더욱 더 그러한 면이 많고요


오디오가이는 녹음실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늘 새로운 장소에서의 녹음

이것은 참 재미있고 저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신선하고 즐거운일이지만

때로는 결과물에 편차가 생기게되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어시스트 엔지니어는 늘 새로운 환경안에서도 완벽한 셋업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보통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것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15년전에 녹음실을 운영하다가 문 닫으며.

"나는 앞으로 절대로 녹음실을 직접 만들지는 않겠다" 라는 다짐을 깨고 새롭게 녹음실을 만들까 하는 생각들도 최근에는 지니고 있답니다.


새로운 환경들에서 적응하면서 커다란 그림을 그려가는것도 좋지만

늘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시스템으로.

안정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며. 거기에서 세밀한 마이크 세팅들도 더욱 더 개발해 가면서.

한달에도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더라도.

늘 일정수준 이상의 결과물로 뚝딱! 하고 나올 수 있게 하는것 말이지요.


뉴욕에 시스템투 라는 최근 재즈씬에서 아주 잘나가는 스튜디오가 있는데.

이곳에서 작업한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물어보니.

보통 녹음은 1일에서 3일사이.

그리고 믹싱은 하루.

마스터링도 하루.에 대부분 작업을 완성한다고 합니다.

이곳의 사운드를 들어보면 악기 하나하나가 정말이지 생동감있게 살아있고 어떠한 아티스트의 작업을 하더라도 결과물의 편차가 크지 않은것이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답니다.


저는 최근에 오디오가이 레코드의 새로운 신작 프로젝트로 "이판근 프로젝트"라는 팀의 앨범을 녹음하였는데.

드럼. 베이스. 피아노. 색소폰2대의 구성으로 처음에는 커다란 한 부스에서 녹음을 진행하다가.

한 2시간정도 사운드체크를 하다가 결국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얻지 못해

바쁜 스케줄들을 맞춘 프로듀서와 연주자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하고 또 창피하게도. 녹음을 중단하고 각각 악기마다 각방에 들어가서 녹음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다시 진행하자..라고 이야기를 하였답니다.

정말 아티스트들에게 창피한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로 녹음을 해서 나중에 믹싱때 억지로 어떻게 저렇게 해서 만든다는것은 정말이지 죽어도 싫어하는터라. 결국은 장소를 바꾸어 새롭게 녹음을 했답니다.


이녹음때 참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녹음을 할때마다 이전에는 시도해보지 않은 세팅으로 하는것을 이제 그만하고

그동안 좋은 결과를 얻었던 세팅 그대로 빠른 시간안에 작업을 완료하는것이 필요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말이지요.

과거에는 "이렇게 늘 똑같게만  발전이 없을거야" 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알지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았지만

이러한 어떠한 면에서는 결과물에 완벽한 책임을 지지못하는 "아마추어"적인 사고는 이제는 놓아야 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나에게 의뢰를 하는 사람은 늘 안정된 결과물을 원하고

프로라면 그것을 이루어주어야 할 수 있어야 하는것이니까요.


가끔은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이것이말로 프로야.. 라고 생각하는것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것이 이 직업인것 같습니다.

늘 작업들을 할때마다 느끼는것이. 결과가 정말 많은것을 이야기해준다는 것입니다.


새롭게 오늘 시작한 이번주도 스케줄러에는 여러 작업들이 올라와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즐거운 비명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의 욕심은 정말이지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영자가 요즘 어떠한 생각들이 드는지 아세요?

문득 몇달전까지만 해도 최근들어 마음에 들게 나오는 결과물들을 들으며. 만족하기도 하다가도.

요즘처럼 즐거운 작업들 안에서

새롭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실제로 녹음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는것만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과거에는 단지 녹음을 해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행복하고 즐겁고 했었는데요.


오히려 좋은 아티스트들과 작업들이 훨씬 더많아진 요즈음에는 이 직업에 대한 회의도 조금씩 들기도 하고.

일 그만두고 자그마한 커피숍이나 하나 차려서 맨날 책보고 음악듣고 이렇게 컴퓨터앞에 앉아 글쓰며 여생을 보내고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하하하.. 저를 잘 아는 오디오가이의 친구들은 이 글을 보자마자 생각할거에요.

정훈씨의 변덕이 또 시작되었구먼..

절친한 리즈뮤직님께서 얼마전에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늘 같은곳에만 머물러 있는것 같아서 딜레마에 빠지는것 같다고 했더니

"일년에 한번씩 작업실 옮기는 사람이 무슨 한곳에만 머물러 있는것 같다고 해요?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때는 신중하게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때만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라고 날카로운 지적에 정신이 순간 번쩍 들기도 했었는데.

여러작업들에 몽롱하게지내는 요즘에는 오히려 다시 제가 한곳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참 주변을 돌아보면 과거에 내가 꿈꾸고 상상하던 수 많은 것들와 함께 있음을 보지 못하고

녹음을 끝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

한적한 골목안에 편안한 빈티지 쇼파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는 그 카페의 주인장을 부러워하는 나 자신을 다시한번 스스로 바라보게 됩니다.

정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하는것을 말이지요.

정말 내용없은 칼럼이 된것같아 조금은 송구스럽네요.^^

관련자료

서보욱님의 댓글

이재경트리오 모니터 파일 듣고 있는데... 피아노 소리 너무 너무 좋습니다~

오늘 같은 날씨에 딱이예요~^^

조만간 마무리 작업하러 가겠습니다

푸른바다의전설님의 댓글

오늘쓰신 영자님의 칼럼이 한편으로는 제 마음을 이리 후벼 파는건 왜일까요?..공감 만백배와 더불어서..
제모습도 반추하게 되네요...

그녀사랑님의 댓글

정말 행복한 고민 이겠어요^^, 이렇게 일이 많으면 운영자님 컨셉으로 잘 셋업된 스튜디오가 필요 하겠어요. 아티스트도 그렇고 운영자님도 그렇고요.

목사님이나 교수들에게 있는 안식월/안식년 같은 시간을 꼭 가져 보세요. 일정이 바빠 질수록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요. 생각해보니 빌 게이츠도, 다른 CEO들도 이 안식기간을 꼭 지키더라구요.

그 시간동안 다음 몇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머리를 깨끗히 비우고 새로운 시각으로 '선택과 집중' 의 판단을 을 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김대희님의 댓글

이제 정훈씨는 녹음실하나 있어도 됩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녹음은 언제나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동안 쌓은 많은 경험을 집약시켜야죠... 행복한 고민...부럽습니다.ㅎㅎ

송규헌님의 댓글

건강하시죠?

항상 간만에 뵌다는 말씀만 드리고 가네요...

엔지니어가 좋은 뮤지션 만나는것도 복인것 같더라구요...

수고하세요~~
  • RSS
전체 324건 / 8페이지

+ 뉴스


+ 최근글


+ 새댓글


통계


  • 현재 접속자 113 명
  • 오늘 방문자 237 명
  • 어제 방문자 5,889 명
  • 최대 방문자 15,631 명
  • 전체 방문자 12,626,014 명
  • 오늘 가입자 0 명
  • 어제 가입자 0 명
  • 전체 회원수 37,527 명
  • 전체 게시물 243,925 개
  • 전체 댓글수 193,356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