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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악기의 녹음 [32] - 국악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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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악과 더불어서 미술과 건축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입니다.


오래전부터 한국미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처음 미술을 좋아할때는 서양 미술의 그 강렬함에 뿍 빠져지내다가.

몇몇 우리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접하고 나서는 선 하나에 담겨있는 그 오묘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국 고미술들을 조금씩 모아보는것이 앞으로의 소망입니다.

어릴적에는 때로는 고물상에서도 미술그림을 사오시던 아버지가 참으로 이상하게 느껴졌었는데요.

왜 저런것을 보시고 좋아하실까? 하고 말이지요.

지금생각해보니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은 참 맞는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좋아하다 보니. 최근에는 자연스레 관심이 한옥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어제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새벽1시넘어서까지 한옥이야기를 했는데요.

(저는 최근 한옥에 매력에 푹 빠져있어서 관련 서적들을 완전히 닥치는대로 모두 다 읽고 있어요.^^)


아내가 먼저 우리 나중에

넓은 한옥을 지어서 지하실에 녹음실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영자네 부부는이렇게 늘 희망사항으로 이사에 관한 앞으로의 생각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것을 좋아한답니다.)

하하.. 역시 레코딩 엔지니어의 아내다운 이야기였어요.

게다가 한옥을 아주 조용한 부암동 산 중턱이나 윗쪽 같은곳에 지어서.

한옥 지하에서도 녹음을 하고.

조용한 밤에는 그냥 한옥 대청마루나 방에서도 녹음도 하고

남은 방은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서 외국 아티스트들와서 함께 녹음작업도 하면 좋겠다고 하는 아이디어를 주어서.

밤늦게까지 무파마 라면을 끓여먹으며 어머니가 담가주신 알타리 김치와 함께 맛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기본 벽체는 물론이고 바닥과 중간중간이 모두 나무로 되어있거나 창호지. 그리고 흙으로 되어있는 한옥은 어찌보면 상당히 소리가 좋은 음향을 들려줄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떻게 만드는가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자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국악녹음".

레코딩엔지니어로써 참 많은 생각들을 남기게 해주는 분야입니다.

오히려 클래식이나 재즈음악보다도 좀더 거리감이 느껴지는 장르중에 하나인 국악.


클래식이나 재즈만큼은 아니지만 소릿꾼 김용수씨나 이광수선생님등 국악음악 작업들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과거에 국악녹음을 할때마다 정말 어찌해야할줄 모르고 너무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악원에 다니시는분에게 해금을 직접 배워보기도 하고.

국악연주회도 가서 음악과 악기소리도 듣고.


녹음이 잘된 일본과 독일에서 녹음된 국악음반을 들을때마다 얼마나 마음한편이 시리던지요..

일본엔지니어가 녹음한 박병천 선생님의 "구음 다스림" 음반은 지금들어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독일 CMP 레이블에서 녹음한 우리의 국악음반도.

그리고 수십년전 미국에서 실황녹음된 김소희명창의 음반도 정말 퀄리티가 대단하지요..


우리의 것인데 우리가 가장 모르고 있는 국악.

저도 아직까지는 손을 뻗는다해서 쉽게 잡히는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최근 국악녹음을 하나 하였습니다.

구성은 피리. 대금. 장구

김용우씨 앨범 녹음에 세션으로 연주를 했던 피리 연주자 김경아씨의 녹음이었는데요.

그때 김경아씨의 피리 소리를 듣고. 제가 지금까지 듣던 피리소리와는 또 다른. 아주 중음이 꽉차고 피리 전체에서 울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다음에 이 사람의 음반을 꼭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문득 연락이 와서 무척이나 반가웠답니다.


이번에 피리연주자는 조금 국악가로써는 조금 신선한 제안을 했어요.

지금까지 일반적인 데드한 음향을 지니고 있는 스튜디오가 아닌.

성당이나 홀 처럼 잔향이 있는곳에서. 풍부한 잔향을 들으며 연주를 하고 또 녹음을 해보고 싶다고 말이지요.

과거 성당에서 연주회를 해본적이 있었는데 예상외로 느낌이 상당히 신선하고 좋았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녹음장소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녹음장소 이전에. 제가 늘 녹음전에 빠지지 않고 챙기는 과정.

바로 "리허설 참관" 입니다.


국악원 연습실에서 있는 연습때 참관을 해서 각기의 연주자들이 지니고 있는 소리. 그리고 연주 스타일에 대해서 듣고 생각한후.

이 음악을 음반으로써 어떠한 이미지로 최종 담기게 할것인가.. 에 관해 고민을 하였습니다.


성당같이 너무 잔향이 많은 곳보다는.

오히려 적당히 잔향이 있는. 특히 이 음악에서 장구의 역할은 감초같은 부분이라.

장구의 소리가 여음이 너무 길지 않게 떨어지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지요.

그래서 선택한 곳은 율하우스녹음실.

http://www.audioguy.co.kr/board/bbs/board.php?bo_table=mystudio&wr_id=273

최근 이곳에서는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바리톤 정록기 녹음과

서울기타콰르텟의 피아졸라 앨범의 녹음도 진행을 했던 곳이고요.

전체가 나무로 되어있어서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악기의 여음을 잘 살려주는 잔향을 지니고 있답니다.


리허설때 가서 들어보니 연주자의 수준이 대단히 높아서 소리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딱. 내 귀에 들리는 소리처럼 녹음을 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세팅을 해보았어요.



먼저 가장 중요한 메인 마이크.

메인 마이크 세팅보다도 더욱 더 중요한것은 바로 "연주자들의 위치"

피리가 가운데 있고

장구는 피리의 좌측. 대금은 우측에 자리하였습니다.


메인마이크는 DPA 4006으로 메인 마이크가 피리연주자를 가운데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설치.

높이도 그리 높지 않게 약 150cm 정도의 높이에 두었습니다.

클래식 녹음과는 다르게 국악녹음에서는 악기의 소릿길이 꼭 위로만 나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높이를 낮게 설치하는것이 더욱 더 좋은 결과를 들려줄때가 많이 있었어요.


DPA 4006은 스몰다이어프램이지만 플랫한 무지향성이라 저음이 아주 풍부한편입니다.

처음에는 이보다 좀더 높게 설치를 했다가.

그리고 좀더 뒤로 설치를 했다가. 소리를 들으며 지금의 자리로 최종 결정이 되었습니다.

마이크프리앰프는 최근 영자의 녹음에서 늘 메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실테크놀러지의 2채널 프리앰프

정말 밸런스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입니다.



피리마이크는 MG 의 UMT-70S

중고역이 피크감이 없이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그렇다고 해서 답답한 소리를 들려주지도 않는

아주 풍부한 성향의 마이크이지요.

피리소리가 중역대에 피크감이 있으므로 이러한 느낌을 순화시키고 싶어서 MG사의 70S를  사용하였습니다.


마이크의 위치 역시 연주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러번의 세팅을 바꾸어서 들어보았습니다.

연주자도 좀더 좋은 소리로 녹음을 하는것에 대한 기대가 큰 탓인지 아주 흔쾌하게 사운드 테스트를 위한 연주를 해주었었고요.

지난번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피리 마림바 듀오 앨범때는 피리 스팟 마이크를 연주자의 측면에 설치를 한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시 정면에 사용.

마이크가 피리 정면의 약간 아래에서 위를 살짝 바라보는 각도로 설치.

피리끝에서 마이크까지의 거리는 약 50cm 정도 입니다.



대금의 경우는 메인 마이크 사진에 가장 아랫쪽에 있는 DPA 4015 반무지향성을 사용.

마이크를 설치한후 먼저 메인마이크의 소리를 듣고.

메인 마이크와 가장 자연스럽게 섞이는 포지션을 찾아서 마이크 위치를 3-4번 정도 수정을 해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장구.

과거에 장구녹음에는 정말 어떻게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만큼 고생했던적이 있었는데요.

최근의 장구녹음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녹음이 되고 있답니다.


모든 악기가 다 그렇지만 장구의 경우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악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소리를 들려줍니다만.

저의 경우는 지금 포지션이 소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김용우씨 음반의 장구녹음에서부터 사용한 세팅인데요.

가끔 국악녹음을 할때면 연주자나 프로듀서가 왜 다이나믹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가.에 관해서 제게 물어보기도 하는데요.

다들 국악기에는 다이나믹 마이크가 좋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만,

전 아무리 생각해도 악기의 원음. 그리고 여음. 무엇보다도 공간음을 함께 녹음할 수 있는 콘덴서 마이크로 녹음을 하는편이 소리가 마음에 듭니다.


장구 마이크사진을 보면 조금 이상한점이 느껴지시지 않으신지요?^^

사진의 좌측이 궁편

우측이 채편의 세팅입니다.

마이크는 모두 DPA 4011

마이크프리의 경우 모두 메인 4006을 제외하고는 모두 트루시스템이고요.

채편의 경우 사진에서 처럼 메인 마이크로 들어오는 반사음이 너무 길어서 테이핑을 해서 아주 약간 뮤트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악기 녹음의 경우.

마이크가 음원(악기)를 향해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구의 궁편의 경우는 마이크를 오히려 궁편쪽으로 바라보게 하면 "꿍~"하는 저음의 여음이 잘 녹음이 되지 않고.

"딱!" 하고 시끄러운 중음만 녹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오히려 마이크를 저음의 여음부분이 잘 들어오는 포지션으로 두는것이 좋은데요.

사진의 자리가 바로 그곳입니다.

마이크는 장구가 아니라 오히려 바닥쪽을 향하고 있게된답니다.

하지만 궁편의 소리는 우리가 귀로 듣는것과 거의 동일하게 녹음이 됩니다.


채편의 경우는 일반적인 타악기 녹음의 방법과 비슷한 포지션.

울림통의 가운데 부분일수록 기본음이

림부분에 가까이 갈수록 림에서 울리는 배음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림부분에 가깝게 하는것이

어택이 강한 소리로 녹음이 됩니다.

채편의 소리가 메인 마이크로 들어가는 시간과.

채편 마이크로 들어가는 시간차이가 너무 크게나면 소리가 중첩되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마이크를 너무 가깝게 설치하지 않고 지금정도 거리에 두게 된것이지요.



다음으로는 대금이 빠지고 피리와 장구의 듀오

피리와 장구가 서로 마주보게 자리를 하고

메인 마이크를 피리쪽으로. 좀더 가깝고 낮게 설치를 하고

장구소리는 메인 마이크인 DPA 4006의 후면에서 들어오는 소리로만 녹음을 하였습니다.

채편쪽으로 울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사진에서처럼 약간의 흡음을 해서 밸런스를 조정하였고요

장구에도 마이크는 설치하였지만 최종 믹싱에서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녹음이 된 국악.

믹싱때는 늘 하는것처럼 컴프레서나 이퀄라이저 없이. 그리고 피리 스팟 마이크에만 아주 조금 리버브를 주고 다른 모든 마이크에는 리버브도 없이 믹싱을 진행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녹음한 국악음반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소리로 된것같습니다.

다음주에 음원 파일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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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라빵님의 댓글

그냥 질문 드리는 거에요 장구자체가 모노 악기라 봐야 하지않을까요? 우리나라 고유의악기인데 서양식으로 마이킹 한다는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 좋은 소리를 잘받으면 되지라 생각도 들고요.  아직 겁없는 학생입니다 저의 생각이 잘못된거면 과감하게 혼내주세요 ^^ 태클 거는게 아니라 몰라서 물어봅니다

조준님의 댓글

장구 녹음때문에 애먹은게 한두번이 아닌데,

그래서 장구는 무조건 다이나믹이야 라는 결론을 갖고 있었는데

다른 방법으로 하셨군요~ 꼭 들어보고싶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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