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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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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딴지 일보에서의 조금은 과격했던 레코딩엔지니어에 관한 기사가 저는 아직도 종종 생각이 난답니다.



저는 최근  10월 2일 부터 10월17일까지 독일에 가서 클래식 녹음 세션이 예정되어있었는데.

출발하기 2틀전인 9월30일에 발권한 비행기 표까지 수십만원의 환불수수료를 내며 취소까지 하였습니다.

녹음은 내년 상반기로 연기를 하게 되었지요.


너무 정신없이 이렇게 스케줄에만 끌려다니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사랑스런 가을도 다가온 만큼 조금 느긋하게 지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만큼 그렇게 여유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세상의 그 어떤일을 하는 사람 누가. 20~30대에 여유롭고 한가하게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만은..


이렇게 모처럼만의 조금의 시간이 생겨.

사무실 근처 반디앤루니스를 다녀왔습니다.(지금까지는 반대앤루이스인줄 알았는데. 오늘 간판을 자세히 보니 루니스더군요)

사무실이 세종문화회관 바로 뒷편이라. 반디북스 보다 더 가까운 교보문고도 있고.

영풍문고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책이든 잡지든 앉아서 볼 수 있는 반디북스가 저는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서점안에서 나오는 음악의 선곡도 꽤 괜찮답니다.


새로운 한달의 첫날과 둘째날에는 늘 하던 것 처럼. 클래식 음악 관련 잡지들을 거의 모두 다 보고..

그리고 음악관련 잡지들. 오디오관련 잡지들.. 천천히 아주아주 재미있게 보고 옵니다.

보통 위 잡지들 보는데 2일은 걸리는 편이지요.


정말 간만에. 컴퓨터 음악과 음향 관련 서적코너를 가보았습니다.

먼저 컴퓨터음악관련 서적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직원에게 물으니..

" 아 미디서적이요?" 하면서 컴퓨터 음악 관련 서적의 진열장을 손으로 가르켜줍니다.

속으로.. 아.. 이제는 정말 거의 모든 사람에게도 "미디"라는 단어가 많이 친숙해 졌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그리고 나서는 공학쪽에 가서 음향관련 서적들을 찾아보는 데 보이지 않더군요.

직원에게 물으니. 음악이론 서적코너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속으로 내심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는 음향관련 서적들도 공학이 아닌 음악서적으로 분류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음향관련 책들은 그 수도 무척 적고. 무엇보다도 찾는 이가 무척 적은 가 봅니다.

가장 아래칸에 많은 먼지들에 둘려쌓여 제대로 꽂혀있지 않은 것도 있더군요.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새로운 책이 거의 없는 것에 조금은 놀랐습니다.

다만 새롭게 나온 책 한두권이 눈에 띄여서 천천히 살펴보았습니다.


오디오가이 게시판에 음악과 음향에 새로운 관심을 지니고 계신 가족분들이 서적추천관련 글을 올리시면.

지금까지의 전 늘. 시내 대형 서점에 가셔서 음향관련 책은 모두 다 구입해서읽어보십시오.. 라고 의견을 많이 드렸었지요.

하지만 새로나온 책들. 그리고 과거에 나왔던 많은 책들..

사실 은 조금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대부분이 실제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분들이 책을 쓰다보니.

외국 원서 번역에 짜집기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아는 것이 적으니. 무언가 독창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은 정말 정말 찾아보기가 어렵더군요.

그리고 한글로 나온 음향관련 책중에 레퍼런스라 할 수 있는  두 장선생님 의 책은 반디북 같은 큰 서점인데도 없는 것에 놀랐습니다.

물론 박상균씨가 쓴 "마이크와 이펙터"같은 정말 유용하고 좋은 책도 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책의 내용들이 너무너무 부실하고 정성이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비지니스를 위해 책을 만드는 것 외에는.

책. 게다가 이론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이해하고 책을 쓰는 사람이 극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무조건 책 쓰는 사람만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바로. 음향관련 책을 사서 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좋은 책 들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에. 음향학 에 관한 책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변함없이 일정한 수준들을 보여주더군요.

이제는 중국대사관 뒤에 외국 서적코너에서도. 그리고 대형서점의 외국 잡지 코너에서도.

쉽게 믹스지를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왠만한 시내 대형서점에서 쉽게 믹스지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것 같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MIX 잡지가 무엇인가 하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본인이 평생 음향엔지니어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라면.

적어도 MIX 정도는 매달은 아니더라도 자주 보는 편이 좋을 것 이라는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고 있는 "이론"이 아닌 "실기(실용)"는 책들보다는, 오히려 잡지들에서 더욱 더 쉽게 찾을 수도 있는 것 이니까요.

영자는 여기서 믹스지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음향엔지니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러한 최소한의 눈에 보이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잡지도 보지 않고. 책도 보지 않고. 게다가 장비 메뉴얼도 보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인터넷 사이트에 잠깐의 답답함과 의문점만을 올릴 뿐.


모두 들 mp3때문에 음반시장의 몰락이니. 이러한 것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일에게 더욱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에 더해서 열정과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오디오가이에서는 "열정"이라는 단어는이미 보통화명사화 되버릴 정도로 흔하게 나오는 단어입니다만.

아마도 이것은 그 만큼의 무게감이 크다는 이야기 겠지요.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버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

마음을 움직이고. 눈물을 흘리게 하며. 시선이 정지하는 등의 깊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것은 점점 더 줄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왠 60줄에 가까운 할아버지가 하는 이야기 같습니다만..

언제나 강조하는 이야기 다시 한번 해서 아마도 무척이나 지루하고.

그냥 글을 채 다 읽지도 않고 커서를 내려버리셨을 지도 모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글의 시작하고. 그리고 글을 끝머리만 읽으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마 오디오가이에서는 이러한 분들이 많지 않을 것 이라 생각이 듭니다만..



영자는 요 며칠 잠시 또 조금은 우울했습니다.

올해들어서 벌써 2번째 우울함을 느껴보는 것이네요.

만사 대부분 재미있고 즐겁게 사는 것을 좋아하기 떄문에. 우울함을 느끼는 것은 10년에 한번 있을 까 말까 할정도로 영자는 단순한 것을 좋아합니다.


10대 후반에 엔지니어 공부를 시작할 때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 가서 엔지니어를 정말 멋지게. 뽀대나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동경하던 마이클잭슨이나 머라이어캐리같은 팝 스타들의 음반의 레코딩이나 믹싱을 하고.

그리고 그래미 녹음상도 한번 받아보고.

이렇게 욕심이 컷던 탓인지. 공상과 상상. 더 나가 망상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잠시 이 일을 그만두려고도 생각했을 시기도 있었지요.

잠시 몸이 아프고 나니.

세상에 음악과 음향만이 전부가 아닌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음악말고도 미술. 건축. 문학. 철학. 역사 등등 세상에는 너무나 재미있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줄. 그때서야 알 수 있었지요.

그리고 나서는 어쿠스틱 음악 녹음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의레코딩엔지니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변함없이 지내오고나서의 몇년.

지금 현재의 나 자신을 잠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조금은 우울한 생각이 들더군요.


올해 부터 새롭게 광화문에 사무실도 만들면서. 좀더 본격적으로 구상하고 있던 것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영자에게 우울한 마음이 조금 들게 만든 것은.

역시 한국은 학연. 지연. 사회이구나.

영자나 그외 많은 오디오가이의 소시민들은. 자신의 상상들을 현실화 시키는데 있어서.

위의 "연"들이 있는 사람들에 비해 두세배 노력해도 힘든 부분들도.

아무리 음악이든 음향이든. 사람들이 함께 지내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존재하는 구나..라는 생각들을 들기도 하더군요.




이 외에도. 영자는 지금까지 거의 외국에 나가본적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우물안 개구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요즘은 많은 선배 엔지니어분들도 유학의 효용성에 관해서 과거의 맹목적인 추종이 아닌 이제는 다른 시각과 조언을 들려주기도 하는 것 처럼.

유학에 관한 시선은 이제 많이 변해있다고 볼 수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자가 녹음한 작품들. 현재 진행하는 작품들을 들어보면.

우울한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레이블의 엔지니어들이 만들어 내는 사운드와 감히 비교를 할 수 없겠지만.

유학을 가서 아주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온 한국 엔지니어 분들의 결과물과도 볼때는.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것 이 너무도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디 이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되면. 그 사람은 다 깨달은 것이라고 불교에서는 이야기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결과물과 그 도출하는 데 까지의 과정들에 있어서.

내 자신이 아직도 너무나도 어리숙하고 미숙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며칠동안은 참으로 우울했습니다.


지금은 그 우울함을 조금은 털어버린 상태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내가 10년동안 과연 무엇을 한 것인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음향을 시작할때의 좁쌀만한 미량의 지식들.

게다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들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고 공부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지식의 허영과 자신에 대한 나르시즘에 빠져있던 것 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음향서적들을 보아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자신 할 수 있는 것은 책의 내용에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클래식 레코딩을 하다보니.

경험도 중요하지만. 역시나 정확한 이론들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무엇보다도 실력이 늘지가 않습니다.

영자처럼 10년동안 실력도 늘지 않은 채 허송 세월만 보내고 싶으 신 분은 아마도 없으실 것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이나. 그리고 현재나.

음향엔지니어는 언제나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녹음 들 가운데.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 것 역시 너무도 중요한 것 이지만.

그것들을 깨달아 가는 데의 시간이 느립니다.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 혹은 노력을 하지 않고 편하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녹음과 믹싱만 하는 사람들은 말이지요.


너무 지나치게 영자의 주관적인 의견 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가만히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이 만들어 내는 음악과 사운드과 과거 몇년전과 비교해서 현격하게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만의 머릿속을 잠시 비워두고.

다시 한번 시작으로 돌아가서 첫 페이지부터 "알아"나가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래서 영자는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만. 한번 외국을 나가볼 까 합니다.

우연히 반디앤 루니스에서 보게 된 클래식 음악 잡지에

외국으 어느 한 학교의 음대에 레코딩 엔지니어 과정이 생길예정이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음대의 전체 정원이 210명만으로. 전액 장학금에. 숙식까지 제공해 준다고 하는 군요.^^


한국에서 게다가 너무나도 재미있는 서울에서 생활해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외국에 나가서.

영자는 특히 아시아의 문화를 참 좋아합니다.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작업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30대가 넘어 다시 처음 부터 시작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고. 아마도 오디오가이의 상욱님께서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내 후년 쯤이 될테니.

당분간은 영어 공부와 건강관리에나 유념해야 겠습니다.

물론 오디오가이 레코드도 그리고 녹음도 변함없이 재미있게.

그리고 노력하며 지내야 겠지요


가서 40대가 될 무렵이나 조금 넘어서 돌아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을 너무 지나치게 깊게만 하지 않으면.

정말 사람은 상상력의 동물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고.

또 무엇이든 생각하고 행 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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