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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악기의 녹음 [34] - 합창녹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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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안동을 다녀왔습니다.

안동은 오디오가이의 반호철님의 고향이기도 하고. 전통문화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곧 사무실 근처 한옥으로 이사까지 예정된 영자로써는 그간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요.

안동의 첫방문은 전통적인 마을이 아닌. 아마도 안동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물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되는 안동예술의 전당.

이곳의 백조홀이라는곳에서 안동시립합창단의 녹음이 있었습니다


합창녹음.

오디오가이의 많은 가족분들도 합창녹음에 대한 경험이 많이 있으시리라 생각을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 어떤 녹음보다도 가장 어렵게 생각이 되고 있는 녹음분야가 바로 합창입니다.


참.. 쉽지 않더라구요.

저도 벌써 5년넘게 합창만 정말 무수히 많이 녹음을 해보았지만 할때마다. 아.. 정말 합창녹음의 내가 원하는 나만의 사운드는 무엇일까?? 하고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피아노나 색소폰. 오케스트라의 경우는 오히려 훨씬 더 쉽게 녹음을 하고 있는것에 반해서 합창은 그렇지 못하기도 하였지요.


최근 합창에는 작년에 선덕원 소녀 합창단 녹음때 좋은 결과를 얻었던 DPA 4011 NOS(혹은 ORTF)원포인트를 메인으로 해서 솔리스트와 피아노등에 약간의 스팟마이크를 추가하는것이라 이번에도 이렇게 설치를 하였습니다.

다만 NOS나 ORTF는 좌우의 확산감이 조금 아쉬울때가 있어서 DPA 4006 무지향성을 AB로 설치해서 좌우의 확산감과 공간감을 더하는 용도로 설치를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최종적으로는 모든 마이크를 제거하고 DPA 4006에 고음특성을 좋게 하는 볼형식의 어쿠스틱 이퀄라이저를 장착해서 사진과 같은 높이로 AB로 원포인트만으로 녹음하였습니다

피아노의 경우도 별도의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고.

곡 중간의 솔리스트가 있는 경우만 노이만 TLM-170R을 약간 사용해서 엑센트를 더해주었지요.


오랫만에 다시 사용해본 스페이스트 페어(일명 AB)방식


늘 오케스트라나 합창녹음은 녹음 장소의 천장이 높아야 한다는 일말의 선입견때문에(물론 녹음장소의 천장이 높으면 대부분 좋은경우가 많습니다)

클래식 녹음에서는 마이크높이도 높아야 소리가 좋을 것 같다는 왠지모를 선입견이 나에게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발전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부분이 "고정관념" "선입견"들인데 그간의 합창녹음에서도 이러한 저의 생각들때문에 마음에 드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는 사진의 높이에 상당히 낮고 가깝습니다. DPA 4006 AB 페어


합창녹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가지 요건을 꼽는 다면

첫째로 : 앙상블

메인 마이크이든 스팟마이크이든 가장 중요한것은 마이크를 설치했을때 지휘자가 생각하는것과 같은 각 파트마다의 앙상블 = 즉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는것입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가 모든 부분에서 다 들려야 하는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밸런스가 음악적으로 잘 맞고 어울리는 것

저는 이것을 "앙상블"이라 표현을 합니다.


합창녹음에서는 이러한 앙상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AB 에서는 무엇보다도 이 앙상블이 참 좋게 들렸습니다.


보통 DPA 4011 단일지향성역시 이러한 앙상블은 참 좋게 들려옵니다만 여기서는 앙상블의 "깊이"감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번의 무지향성 AB페어에서는 이러한 깊이감이 완벽하게 표현이 되어. 저와 함께 녹음을 했던 장인순 선생님 모두 무척이나 예상외의 결과에 놀라워 하며 만족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원포인트에서 다른 스팟마이크가 필요하지 않을정도로 마음에 드는 세팅을 하고 나니.

음악이 참 많이 들려오더군요.

녹음이 끝난 후 피아노 반주자분께 우리가 다음번에 함께 녹음을 하게 되면 이러한 부분에 관해서 한번 생각해봐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비(contrast)


비단 이것은  합창 녹음 뿐만 아니라 믹싱에서도 가장 중요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반주자분께 말씀드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자 : 오늘 피아노 연주가 참 좋으셨습니다. 터치와 페달링이 훌륭하셔서 피아노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도 무척이나 깔끔하고 이쁜 소리로 녹음이 되었습니다.(이것은 멘트가 아니라 실제로 그러하였습니다.^^)

다음에 우리가 이팀으로 다시 한번 녹음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대비"에 관해서 한번 생각을 해봐주세요.

합창음악에서 피아노 반주라는것은 어찌보면 많은 사람들이 반주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합창음악을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합창과 피아노 반주가 50:50의 비중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음량의 크기가 아니라 음악적인 부분에 관한것이지요.

예를들어 음악의 포르테 부분이 있습니다.

이경우 합창단과 반주는 모두 악기의 표기대로 크게 연주를 합니다.

하지만 이경우 반주자선생님께서는 악보와 반대로 오히려 포르테에서 합창이 크게 연주를 할때.

반주는 조금 작게 연주를 해봐주세요.

그러면 이것이 "대비"가 되어 전체적으로 음악이 훨씬더 음악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들려옵니다.


성악도 마찬가지이지만 피아노 반주라는 것은 지휘자의 커다란 음악적 테두리 안에서

때로는 작곡자의 악상 표기를 반드시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들어 작곡가가 어떠한 곳에 포르테라고 표기를 했다면.

그 음악이 더욱 더 포르테로 들리는 방법으로 연주를 해야합니다.

단. 그렇다고 해서 꼭 반주도 합창과 함께 포르테로 연주를 한다면 그것은 음량만 커진것일뿐.

전혀 포르테로 들리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반주는 클라이막스에서 조금 감정을 절제하면 오히려 전반적으로는 훨씬 더 음악적인 표현이 잘 되는 것이지요.

**********

실제는 이보다 훨씬 더 짧게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조금더 살을 붙였습니다.


세팅을 마음에 드는 원포인트로 해놓고 나니 참 많은 부분들이 보이더군요.


공간의 공간감.

피아노와 공간감

그리고 플룻과 윈드차임은 지휘자의 뒷쪽 객석쪽에서 마이크 없이 연주를 하였습니다..

이경우 플룻과 차임의 느낌.

합창의 깊이감. 등등..


확실하게 저는 깨달았습니다.

오케스트라면 몰라도 적어도 합창음악에서 내가 좋아하는 소리는

"정확한 위치에 설치된 원포인트"구나..라는것을 말이지요.


때론 무지향성 마이크는 공간음향이 좋은곳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라는 선입견

원포인트는 무엇인가 위험할수 있으니 나중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선 스팟마이크도 받아는 두자..라는 이러한 안이한 시각

등등이 그동안 수많은 합창녹음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늘 아쉬움을 함께 따라다니게 했던 이유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번기회는 그동안은 메인 세팅으로 사용하지 않던 AB에 대해서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세팅이었습니다.

이 마이크의 위치는 어찌보면 제가 합창녹음을 처음 막 시작했을때 두었던 위치와 비슷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리는 전혀 다른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소리와 음악이 있는 상태에서 마이크를 설치하는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비단 합창녹음 뿐만 아니라 여러 녹음과 그리고 믹싱을 하는데 있어서 "대비"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실 수 있는 시간들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관련자료

heavenvoice님의 댓글

피아노로 박사 과정에 있는 제 동생에게  늘 주제 넘게 이야기합니다.
포르테는 오른손 왼손의 밸런스에서 나온다구요^^;; 동일한 이야기를 영자님의 글에서
발견하고는 제가 틀린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영자님 글은 늘~~ 힘이 됩니다 ^^

젊은구름님의 댓글

녹음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녹음테크닉을 통해 만들어내는 발란스보다
수준높은 연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완성도 높은 발란스가 먼저라는 부분입니다.
연주자들이 그 발란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레코딩 엔지니어가 할일은
사실 원포인트 마이크로 포인트를 잘 잡아서 게인만 맞추어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미 잘 만들어진 발란스를 스팟마이크등을 를 통해 굳이 조절할 필요는 없을테고
때로는 스팟마이크를 설치하는 것보다 피아노의 위치를 조금 옮기는 것이 더 도움이 될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피아노와 합창단과의 음량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대비'보다는 '선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짜피 그 음량차이에 대한 절대값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주자, 지휘자, 레코딩 엔지니어가 음악적인 판단에 의해서(혹은 취향에 의해서)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포르테 부분에서 피아노가 조금 줄이는것이 더 다이나믹하게 느껴지신다면
어쩌면 이미 합창쪽에 좀더 비중을 두고 계신것이고
또 다른사람은 피아노가 합창단의 소리를 거의 먹어들어갈 정도로 크게 치는것이
더 다이나믹하게 느껴질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선택이라고 얘기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기준은 음악적인 해석일 것입니다.

운영자님의 댓글의 댓글

네 정말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의견을 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바에 관해서는 저도 무척이나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수 많은 녹음현장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수준높은 발란스를 들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엔지니어는 때로는 아티스트가 지니고 있는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주어야 할 책임(?) 또한 있으며.

많은 아티스트들이 엔지니어에게 이러한 부분을 기대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비"에 관해서 표현을 한 이유는.

우리의 음향은 늘 언제나 "선택"의 연속입니다.

마이크부터 모든 경우에 까지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엔지니어의 머릿속에는 늘 "선택"이 자리잡고 있지요.

"대비"또한 하나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저는 우리가 또하나의 음향적이 관점 즉 "대비"에 대해서 모두 한번 생각해보자 라는 의미에서 글을 남기게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의견주시면 참 감사드리겠습니다.

꾸벅.

미디님의 댓글

ㅎㅎ 정말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아직 음향에대해 잘알지 못하지만 이런 중요한 내용들을 알게되네요 안그래도 요즘 합창시 포르테부분에서 피아노가 너무 거슬렸는데 저런 방법으로도 할 수있군요 ㅎㅎ 정말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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