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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진로

26살.. 인생의 기로에서 음악가/엔지니어분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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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래전부터 음악관련 싸이트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말로만 들어왔던
이곳 "오디오가이"에 뒤늦게 몸담게 된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는 26살 청년입니다.

타 싸이트들도 물론 그렇겠지만 이곳을 운영하시는분의 글과 회원분들의 글을
하나씩 읽어보고 있자니 정말 음악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남다르다는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부터 저의 인생의 방향설정에 대해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이 오디오가이의 분들에게 얻게 된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우 긴글을 작성할것 같습니다. 다소 글이 길더라도 저의 지금껏 살아온 길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오디오가이 회원분들에게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하니
예전에 여러분들도 열정하나로만 밀어부치던 때를 잠시 떠올리시면서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동생놈이구나..
하며 작은 관심을 갖고 읽어내려가 주시면 정말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글을 쓰기전에 당부드리고 싶은것은 클래식이나 재즈등 수준높은 음악들에
관한 유창한 이야기가 아닌 정말 대중가요 / 팝에 관한 얘기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좀 부끄럽지만 무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시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음악사랑의 시작은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우연히 미군부대에 갔던 8살때였을겁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제 나이정도되는 한 건장한 미군 한명이 저에게 귀엽다며
지금은 어디갔는지도 그 뮤지션의 이름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선물로 주겠다고 들어보라며 하나의 테잎을 주었습니다.

지금 기억으로는 블루스나 소울계열의 흑인 음색이 짙은 음악이였던것 같네요.
매일 만화주제곡이나 따라부르던 꼬맹이에게 그러한 낮선 리듬의 음악은 신선했습니다.
클래식이나 재즈를 이해하고 즐길 나이는 당연히 아니였기 때문에 그 당시의 그 음악들은
조금 대중적이였지만 저의 마음을 너무 신나게 때론 슬프게 들었다 놨다 하며 전율을 주었습니다.

아버지께 선물로 받은 AWIA 워크맨을 (당시엔 스피커가 붙어있었어요^^) 밥먹을때도 틀어놓고
목욕할때도 크린랩으로 싸들고 들어가고 시험공부하면서도 틀어놓으며 정말 매일같이 듣게 되었고
결국 체르니 40번까지 치고 그만두었지만 피아노학원을 졸라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중가요를 접하게 되면서 TV에 출연하지 않는 90년대를 풍미하던 유명한 많은 뮤지션들의
테잎들을 하나씩 사면서 자연스럽게 모으게 되었고 아티스트들뿐만 아닌 대중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도 매주 빼놓지 않고 보고 그냥 음악이 좋아 골고루 들으며 점차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초등학교 6학년때쯤 외국에서 2~3년동안 살다온 친구를 하나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그 네임밸류가 어마어마한 "NAS"라는 힙합 뮤지션의 명반 1집 Illmatic이란 앨범을
테잎으로 제 생일날 선물받게 되었습니다.

헌데 여기서 부터 저의 음악편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령 댄스음악의 흥을 돋구기 위한 양념같은 랩이 아닌
정말 묘한 4마디 루프의 반복에 리듬의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바운스를 유도하는 랩은 가히 충격이였습니다.

여태들었던건 "반주는 반주이고 그 위에 노래를 한다." 라는 느낌이였는데
이건 "사람의 목소리도 마치 타악기처럼 악기로서 어울리면서 이 전체가 음악이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면서 힙합음악의 알수없는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중학교때 쏟아져나오는 YG소속의 각 뮤지션들과 듀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MC등의 음악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물론 그 당시에 한국의 힙합은 미국것과는 성향과 본질이 좀 달랐지만)
틈틈히 모은돈으로 레코드사에서 미국의 유명한 힙합 뮤지션들의 테잎이나 CD를 모으며 즐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컴퓨터를 잘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재밌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며
소개받은것이 "케익워크"였고 전 그 케잌워크에 푹 빠져 모듈이니 음원이니 MIDI에 대한 정보가 하나
없는채로 그냥 사운드블라스터 차제 내장음원으로 마스터 건반도 없이 마우스로 찍어가며 밤을새고
학교에서도 오로지 머리속엔 마우스로 미디찍는 생각만 하면서 그 음악들을 흉내내곤 했습니다.

(컴퓨터에서도 음악을 많이 듣게되서 그 당시에 30~40만원하는 사블 고급형 카드와
1~20만원이 넘는 크리에이티브 PC스피커를 부모님께 졸라 달았던것이 생각나네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왠만한 좋은 소리를 내는 오디오 하나보다 못했지만 그 당시엔 몰랐죠^^;)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전 모뎀으로 연결하는 10초에 몇십원 하는 프로그램등으로 인터넷과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등 PC통신의 동호회를 전전긍긍하며 점점 힙합음악뿐만 아닌 R&B, 소울,
블루스, 펑크, 재즈, 가스펠등으로 즐기는 장르의 영역을 넓혀가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고
(현재는 접할 수 있는 모든 장르는 다 들으려 노력하지만 당시엔 흑인음악이 주였죠.)
주로 즐기는 힙합음악의 랩 가사도 공책 몇십권 분량으로 써보고 몇일밤을 새가면서
케잌워크로 만든 제 노래에 전축마이크를 이용해 녹음도 하면서 기뻐하곤 했습니다.

음악이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저 그렇게
음악듣길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으로서 점점 MIDI에 대해 알아가고 나름 책도 사서 독학으로
공부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같이 소프트악기나 음원들이 풍부하지 않을때 몇백을 호가하는 모듈이나 신디,
그리고 각종 주변장비들을 학생의 신분으로 살 수 없었고 매일 악기를 판매하는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여러가지 제품에 대한 스펙이나 외형등을 구경하고 샘플 소리들을 듣는것 만으로 만족하며 지내오다
"소나"와 "기가 샘플러"를 접하게 되면서 그나마 예전보단 조금더 리얼한 소리들을 가지고
곡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방송부 친구에게 부탁해서 점심시간에 틀어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하였고 고등학교 축제,
도에서 주최하는 축제에도 몇번 참가하게 되면서 주변에서 친구들이 절 마치 대단한 놈인것마냥
취급하는걸 보며 "내가 가야할길은 음악이고 음악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 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건방지고도 우스운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멀지않아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그저 들어왔던 감각으로만 곡을 만든다는것은 한계에 부딪혔고
더이상 저는 예술쪽이 아닌 인문계쪽으로 진로를 본의아니게 정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그리고 MIDI에
대한 기술력이나 지식은 그 이후 더이상 발전이 없었으며 그저 듣는것으로만 만족하는 "리스너"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를 넘어가면서 중학교 당시 PC통신에서 봐왔던 여러 사람들중
곡을 만드는 실력이 그다지 나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그 뮤지션들에겐 죄송합니다.
현재는 제가 감히 흉내낼수 없지만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부쳐 현재는 가리온, 45RPM,
Verbal Jint, 데프콘, 휘성, 주석, Minos, CB Mass(현재 다이나믹듀오)등 (물론 이보다 수없이 많지만..)
각자의 뮤지션 이름을 달고 음반들이 나오는걸 보며 정말 너무너무 부러워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책했죠, 왜 나는 이렇게 하질 못했나.. 그러다 어느덧 군대를 가게 되고 다니던 학교도
과가 적성에 맞지않아 그만두게 되었고 그냥 아무 의미없이 돈을벌기 시작하면서 사회에 한 일원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던중 음악을 듣는것 마저도 시간이 없어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돈에 맛들이고 사회생활에 찌들다 보니 내가 과연 이렇게 의미없이 살아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문득하게 되었고 다시 음악을 시작해보자! 라는 굳은 마음을 먹고 그렇게 23살 군대전역후 3년간의
사회생활을 접으며 26살이라는 나이에 모아놓은 돈으로 하나씩 하나씩 장비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고사양 컴퓨터부터 마스터 건반, 오디오카드, 모니터 스피커, 컨트롤러와 마이크, 모니터 헤드폰등등
가상악기가 많이 활용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MIDI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무작정 시작했지만 역시 시퀀싱후에 막히는것은 믹싱과 마스터링 이였습니다.
정말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리고 작/편곡과 달리 감각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걸 느꼈기 떄문이죠.

저의 꿈은 가수가 아닙니다. 제 노래로 음반을 내고 TV나 라디오에서 노래를 하는 뮤지션이 아닌
저만의 음악과 소리를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정말 이세상에는 표현할 수 있는 소리들이 너무 많고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거들떠도 보지않던 흑인 프로듀서들의 음악이란것에 들어가기도 어색할법한
사운드들은 이젠 힙합장르 뿐만이 아닌 이미 미국의 빌보드 챠트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그 뒤엔 이름이 잘 알려진 작곡가보다도 엔저니어들의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더 크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말 희한하고 생소한 사운드로 리듬을 만들어 내는것을 보면서 신기하다! 아이디어가 좋다! 라며
감동도 받고 하루하루 진화하고 그 시대에 입맛에 따라 변화하는 "소리의 창조"는 정말 재미있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제 이 시대는 작/편곡은 꼭 작/편곡가들에게만 주어진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도 쉽게 접할수 있는 MIDI의 편의성과 기술력, 오히려 아마츄어들의 다양한 작/편곡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멜로디와 리듬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낼수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믹싱/마스터링등 그 만들어진 음악을 어떤 소리로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엔지니어링은
아마츄어가 해내기 어렵고 작/편곡 보다도 더 그 끝이 없는것같습니다.

지금 시대처럼 음악도 옷처럼 유행따라 MP3에 넣었다 뺏다하며 듣고 버리는 시대에선 (안타깝지만요..)
엔지니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더더욱 중요한 역할들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편곡을 하면서 엔지니어링을 흉내낼수 있는 사람이 아닌
엔지니어링이 주가되면서 작/편곡도 전문 작/편곡가들 처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인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물론 여태껏 저와 같은 생각으로 덤벼들었다가 좌절과 포기한 사람이 수십, 수백만명이 넘겠지만
너무도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묻어두고 살아가는 삶은 너무 비통할것 같네요.

죽을때까지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듣고 싶고, 자식들에게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고 싶고
매일 아침 피아노 한곡으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삶을 너무나도 살고 싶은데 26살이란 나이가 결코
빠른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오디오가이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거나 또는 걸어온 분들의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간절히 듣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환경에선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면 좋을까요?

무작정 들이대는것보다는 꼭 거쳐가야할것과 필요한 부분들을 인지하고 실천해 나가는것이
늦게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그리고 엔지니어링이란 분야는
정말 저에겐 또 다른 새로운 세계이기 때문에 모르는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이렇게 호소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긴글을 읽어주신점 정말 감사드리고 깊이있는 답변이 아니더라도 작은 관심으로 냉혹한 충고 또는
따듯한 격려라도 정말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오디오가이 회원분들의 소중한 답변 너무 듣고싶네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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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님의 댓글

제가 답글을 달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랑 비슷한 진로를 꿈꾸고 계시는거 같고
오랫동안 리플이 안달려있어서 짧게 달아보겠습니다.

작/편곡 (특히 편곡)은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웬만한 악기들을 두루두루 수준급으로 다룰줄 알아야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프레이즈들을 각 악기별로 소화하고 있어야되고
화성과 리듬에대한 이해가 있어야지  가능한거 같습니다.

믹싱 역시 오랜시간의 훈련이 필요하고 아마츄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편곡보다는 접근하기 쉬운거 같습니다.  믹싱을 공부하는 방향에 대해 짤막하게 얘기해드리자면...

믹싱 엔지니어를 하려면 먼저 악기 소리들을 아는게 가장 중요한거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이어트레닝을 해야되는거죠
그러러면 괜찮은 모니터 환경에서 좋은 음반들을 반복해서 들어보는게
가장 빠른길인거 같습니다.

현재 밴드음악에서의 뼈대는 드럼이고 엔지니어들 역시 드럼 소리를 잡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 드럼 소리가 잘 잡힌 음반들을
들어보시면서 (TOTO, Fourplay 등등이 생각나네요 ) 이런게 킥드럼 소리구나
이런게 스네어드럼소리구나 하는걸 기억하는 훈련이 첫 단계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믹싱에 관한 서적으로는 Art of Mixing 이라는 원서를 추천합니다.
믹싱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죠. 이어트레이닝을 하시면서
이 책을 정독하시면은 멀티트랙 소스들을 가지고 믹싱을 시도해 보실 수 있을꺼에요.

www.musicexpress.co.kr에서  아트오브믹싱도 주문판매하는거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제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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