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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피아노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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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가졌던 아주 재미있었고도 힘들었던 세션 이야기를 좀 풀어 놓을까 합니다. 여러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구요.

보통 다 마찬가지이겠지만...개인적으로 가장 탐구욕을 불러일으키고 또 녹음하기 까다로운 악기가 피아노가 아닐까합니다. 다른악기들은 대부분 녹음하는 "정석"이 있어서 마이킹에 있어서 답이 대충 나와있는데 피아노만큼 엔지니어에 따라서 마이크 종류나 위치가 천차만별인 악기도 없는것 같습니다. 저도 나름 표준을 가지고 있고 계속 나은 사운드를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는중인데...

얼마전에 피아노두대를 같이 녹음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Alex Heffe"라는 생소한 영국 뮤지션의 앨범작업입니다. 그동안 주로 필름 스코어링 작곡쪽으로 많이 일하다가 이번에 자기앨범을 제작하던 중인데 전세계를 돌면서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하는 식의 앨범이 될거라고 합니다.

우간다에도 가고 남미쪽도 가고 머 많이도 돌아다니다가 이번에 뉴욕에서는 피아노 듀오 트랙을 녹음하려고 왔습니다. 같이 연주했던 피아니스트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뉴욕에 적을 두고 있고 또 자기 전용 야마하 피아노를 늘 저희 스튜디오에 보관하고 항상 여기서 앨범작업을 하기 때문에 저희 스튜디오까지 오게 된것이지요.

녹음 전날 알렉스의 엔지니어(제프 뭐시긴데 이름을 까먹었습니다 ^^)와 류이치선생의 엔지니어인 "페르난도 아폰테" 그리고 저..이렇게 세명이 모여서 머리를 마주대고 셋업에 대해서 의논을 했는데....세명다 피아노를 두대 한꺼번에 녹음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이리저리 갑론을박하다가 일단 피아노를 양쪽으로 리드를 펼쳐서 > < 이렇게 놓자..아무래도 그러면 간섭음이 적지 않겠느냐...그래서 그렇게 피아노를 놓고 피아니스트인 알렉스가 자리에 않아서 한번 쳐보더니....서로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말인즉슨...서로 얼굴은 볼수 있지만 리드가 연주자쪽을 향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연주를 잘 들을수가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정해놓고 하는게 아니라 100%즉흥연주이기 때문에 서로의 연주를 잘 들어야한다는 얘기지요.

가끔 음향적으로 컨트롤하기 쉬움과 연주자의 퍼포먼스...이 두가지 요소가 충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나 재즈 녹음에서 그런일이 많은데...엔지니어 입장에서는 각각 아이솔레이션부스에 넣고 녹음하는게 간섭음 걱정도 없고 편하지만 연주자들은 또 "연주시 교감"을 중요시 하기때문에 같이 모여서 연주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저같은 경우는 거의 99%연주자들의 의견을 따르는 편인데...엔지니어로 일하지만 결국은 "음악"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음향"을 다루는 직업이기 이전에 말이죠.
연주가 훌륭하지만 사운드는 그저그런 앨범이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큰 감동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엔지니어라면 좋은 연주 좋은 사운드..둘다 달성해야 하겠지요.

여튼간에 연주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결국 피아노의 배치는 피아노 두대가 서로 리드가 열리는 방향으로 마주보는...< > 이런형태가 되었습니다.

마이킹은 주로 류이치 선생쪽의 셋업을 많이 차용하고....클로즈 마이킹은 그리 큰 문제가 없었는데 룸마이크가 또...난감했습니다. 룸마이크 안쓰고 리버브로 대충 때워버릴수도 있겠지만 녹음 장소였던 저희 스튜디오 A509의 라이브룸의 사운드는 거의 스튜디오급에서는 최고수준의 룸사운드라 (물론 콘서트 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안쓰기엔 아깝죠. 그래서 결정을한게 양쪽 피아노 앞 뒤로 두개씩 4개의 룸마이크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연주자인 알렉스가 피아노 바로위에도 두개를 대자...해서 결국은 6개의 룸마이크를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셋업이 아래사진처럼 나왔습니다.


1202187584_a57a573f_AlexHeffe%2B001.jpg




앞쪽의 피아노가 류이치 선생의 야마하 뒤쪽이 알렉스가 연주한 스튜디오의 스타인 웨이...

룸마이크로 앞 뒤로 TLM 170, 피아노 바로위에 알렉스가 제안했던 Schoeps MK2...
TLM170는 개인적으로 참 이뻐하는 녀석입니다. 뭔가 전천후 폭격기 같은 녀석이라서 어떤 악기에도 베스트는 아니지만 웬만한 소리는 뽑아줍니다. 뭔가 연주자가 생소한 악기를 들고 오거나 또는 대형 트랙킹 세션에서 마이크들이 부족할때 대어주면 늘 만족할만한 소리를 들려주는 녀석입니다. 4개동시 가동한 마이크가 TLM170밖에 없어서 믿음을 가지고 한번 시도해 봤는데..결과는 쩝...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보컬에 실망한 이후로 룸 마이크로 두번째 실망을 안겨주더군요. 역시 악기 클로징 마이크에나 사용해야겠습니다. 4006이 넉넉하게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 당시 있었던 다른 세션들에 사용되어서 4개나 확보하기가 어려웠죠.
그리고 중간에 놓았던 MK2역시...반대편 피아노에서 오는 소리가 더 강하게 잡혀서 무용지물...우려했던 바이긴한데 알렉스의 요구를 따르다 보니...아예 리드를 다 뗀 상태라면 모르겠는데 리드를 붙힌 상태에서는 좋지못한 포지션인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좀더 이해가 쉬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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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마이크로는

알렉스의 피아노엔 C24와 U47을 저음현에 그리고 약간 떨어져서 AB로 4006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엔 C12둘 그리고 저음현에 U47, 알렉스와 같은 방식으로 4004 그리고 피아노내부의 홀에다가 MD421을 아주 가깝게...나중에 조금 Lo-fi한 소리가 필요하면 쓸거라던데...쩝..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테크닉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꼭 이상하게 마이킹해놓고 의외의 효과를 노리는데...그냥 레코딩시에 내가 원하는 소리를 최대한 가깝게 뽑아내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요 물론...


그리고 처음사진의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 앞에보면 뭔가 검은 박스가 있는데 야마하에서 만든 Disklavier라는 물건입니다. 류이치의 야마하에는 미디출력기능도 있어서 이 디스클라비어를 프로톨과 연결해 녹음시에 마이크소리와함께 미디신호도 같이 녹음합니다. 그래서 이 미디신호를 다시 피아노에 쏴주면 피아노가 미디신호를 따라서 자동으로 연주를 하지요..머 가끔 백화점이나 식당에서 가끔 볼수 있는 무인 연주 피아노와 같은 원리라 보시면 되겟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에 녹음된 이 미디신호를 샥샥 손을 봐서 실수한부분을 수정하여 다시 녹음하는..뭔가 완벽을 추구하는 일본인스런 트릭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그런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고 다른 이유가 있을것 같은데...아직은 그냥 엔지니어인 페르난도가 마이크 셋업후 사운드체크하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이 디스클라비어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가 있는데 글 말미에 하도록 하죠.

이렇게 셋업을 하고 녹음에 들어갔습니다. 100% 즉흥연주임에도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마치 미리 약속하고 한듯 정말 놀랄만큼 훌륭했고 사운드는......떱...그냥 나쁘진 않았습니다.
클로즈 마이크로 사용되었던 C24와 C12야 피아노에 좋은 마이크들이고 많이 걱정했던 4006과 4004의 사운드도 생각보다 사용할만했습니다. 시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두 피아노의 거의 중간지점에 있고 또 둘다 옴니패턴이라서 뒷쪽에서 오는 다른 피아노 사운드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패닝을 신경써서 해주니 나름 잘 블렌딩 된 사운드가 나왔습니다. 룸 마이크 사운드야...아까말한 바와같이 그다지 신통찮았고...

전반적인 사운드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게 나왔습니다. 근데 뭔가 2% 만족스럽지가 않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어서 이리저리 실험해 볼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내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구요.
혹시 피아노 두대 녹음해보신분들 있으면 한번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래사진은 보너스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반적인 셋업입니다.


1202187584_9ef0631c_RS.jpg






클로즈로는 C24, C12 둘, U47둘을 사용하고 가까운 룸마이크로 4006 pair를 중간거리 룸마이크로 MK2 pair를 원거리 룸마이크로 역시 4006 pair를 사용합니다. 상당히 많은수의 마이크를 사용하죠?
전 개인적으로 악기에 필요이상으로 많은 마이크를 사용하는것을 싫어해서 처음 류이치와 일할때 "이게뭐야"하면서 속으로 툴툴 거렸는데 막상 사운드를 들어보면 그 어느 마이크하나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하지 않는게 없고 일반적인 피아노사운드와는 조금은 벗어나는 류이치 사카모토만의 뭐랄까요 우울한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냅니다.
클로즈 마이킹 사진은 함부로 올렸다가 류이치의 엔지니어인 페르난도가 "버럭"할까봐 안올립니다.
그래도 뭐 마이크 보시면 대충 어떻게 마이킹 할지 짐작되시죠?


그리고 아까 잠깐 위에서 언급했던 디스클라비어 관련 세션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 보면...
지난주에 막 끝낸 따끈따끈한 프로젝트인데.."Art Tatum"이라는 재즈피아니스트가 있습니다. 재즈 초창기때 활동하던 뭐랄까 재즈피아노의 초석을 닦은, 후대의 모든 재즈피아니스트에게 영향을 끼친...지금까지도 재즈 역사상 가장 정교한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찰리 파커 + 프란츠 리스트 같은 인물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데 어떻게 녹음 세션을 가졌냐하면...

Zenph Studios(www.zenph.com)라는 회사에서 웨이브 파일에서 미디파일을 생성해 낼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으로 Art Tatum의 1940대에 녹음된 음반에서 미디파일을 뽑아내어서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하이 레졸루션 디스클라비어가 장착된 피아노에 그 미디신호를 보내 피아노가 Art Tatum의 플레이와 99.9%동일하게 연주를 한것을 Sonoma시스템을 사용하여 DSD레코딩을 한것이죠. 녹음은 LA에 있는 어느 홀에서 했고 믹싱을 저희 스튜디오에서 했는데...원반과 비교해서 들어보니...정말...이것이 진정한 복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Zenph에서 계속해서 이런 시리즈로 음반을 낼것이고 차기작은 아마도 Thelonious Monk 가 될것이라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피아노..어렵습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7-12-18 00:35:42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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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쓰베이다님의 댓글

와우... 역시 녹음실은 대단해... 구경가보고 싶어요 ;ㅂ;

아트테이텀이라하면  한쪽눈이 안보이는 피아노 연주자

원래 2명이서 치는 걸 혼자쳤다고도 하던데
음반들어보면 대단하더라구요 ㅎㅎ

김용진님의 댓글

디스클라비어....참 재미있군요..

말씀하신..복각되는 음반들 관심이 가네요..예전 음반들 많이 작업되길..

세션 얘기 잘 들었습니다 ^^

musicman님의 댓글

무척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셋팅도 재미있구요
사운드가 매우 기대됩니다 ^- ^
제작년쯤 피아노 5대를 동시에 녹음했던 세션이 기억납니다
실황이라 마이크설치도 마음껏 하지 못하고 난감했었지만
참 재미있었는데요..
사진을 남겨두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내년초에 10대의 피아노합주를 동시에 녹음해야 하는데요 그땐 저도 꼭 사진찍어 올리겠습니다
효민님 멋지십니다 ^- ^

슬아빠님의 댓글

어제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담당한 가이낙스의 초기 애니 "왕립 우주군"을 새벽 3시 까지 보면서 도데체 이 사람은 외계인인가 하는 경외감을 느꼈었는데 즐거운(?) 작업 하셨군요.  부럽슴다.

이수형님의 댓글

Disklavier하니까 생각는게 있어서 조금 적습니다.
저희 학교에도 Disklavier 비슷한게 있죠. 교수님께서 심심해서 만드신.. 한 십년전에 만든 나름 골동품인데, 자기 연주한 거 라이브로 듣고 싶어서 만드셨다다군요..ㅋ 피아노 건반 밑에 달려있고, 플로피 디스켓을 저장매체로 사용하고 플레이하면 건반과 해머가 직접 움직입니다. 자세히는 설명 안 해 주셨어요. 요즘 다른 제품도 좋은 거 많으니까 관심있으면 다른 제품을 공부하라고 설명하기 귀찮다고. 이 분 꽤 '기분파'이시건든요.
지금은 주로 실습시간에 이용합니다. 주제는 피아노 스테레오마이킹, 4명이 한 그룹을 짜서 2시간동안 하고, 피아노는 스타인웨이, 마이크는 Neumann U87 4대, 음원의 장르는 클래식 여러곡과 째즈, 팝이긴한데 클랙식 위주로 합니다. 클래식이 그나마 마이킹하기 편하다(?)는 이유에서요.. 그냥 학생들 맘대로 합니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주의사항만 지키면 돼니까 2시간동안 놀다 가라고 하시고 나가십니다. 연주자가 없으니까 건반에도 클로징해보고 음향판에도 해보고, 1미터 떨어져 마이킹한 앞에 서서 마이크 가로막아놓고 앰비언스 얻어보기도 하다가,  앰비언스 마이킹한 걸 메인으로 하고 XY 마이킹한 걸 살짝 걸어준 걸로 끝을 맺었죠. 
저희 조의 결론은 클라이언트도 중요하지만, 우선 내가 듣기에 좋은게 제일이다.. 라는 곳에 이르럿는데 교수님께서, 여러 그룹들 중에서 제일 좋은 결론을 얻었다고 칭찬하시더군요. 대신 너희는 웬만하면 음향하지말라고 굶어죽기 딱 좋다는 말씀을 덧 붙이면서 말이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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