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원 故선우경식 원장의 전기평생 사회적 약자 위한 의술 펼쳐 의사 선우경식/이충렬 지음/308쪽2만 원위즈덤하우스한두 번도 아니고 저희가 난처합니다.
1982년 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라 접수를 시키며 미리 진료비나 수술비를 내야 진료가 가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응급실 근무를 하던 의사 선우경식 은 환자 치료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응급 진료를 했습니다. 이후 그는 환자의 경제 사정에 따라 진료비를 면제해 주거나 할인해 주는 강원 정선군의 성프란치스코의원과 서울 관악구 사랑의집 등지에서 진료 봉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1987년 요셉의원을 세운 뒤 20여 년간 환자들에게 모든 것이 무료인 요셉의원을 이끌었습니다. 책은 쪽방촌의 성자 영등포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요셉의원 설립자 고 선우경식 원장의 삶을 다룬 전기다. 의대 교수직 미국 전문의 등 화려한 경력을 마다하고 평생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술을 펼친 그의 삶은 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요셉의원은 1987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세워진 뒤 10년간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환자 중에는 공장 근로자 맞벌이 부부 등이 많은 탓에 진료 시간을 오후 2∼10시로 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병원을 운영했습니다. 병원 재정은 당연히 악화됐습니다. 그럴 때마다 선우 원장은 의사로서의 체면은 내려놓고 후원 행사를 위해 자선음악회를 열거나 주변 동료 의사들에게 구형 의료기기를 요청했습니다. 거액의 후원자도 있었다.
유언으로 요셉의원에 내지 못한 약값 1만3000원을 내달라는 환자 등 수많은 소액 후원자가 곁에 있었습니다. 요셉의원이 1997년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으로 옮긴 뒤에는 노숙자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넘쳐났습니다. 선우 원장은 오갈 곳 없는 환자들을 위해 영등포시장 근처에 임시 숙소인 성모자헌의 집을 지어 거주 치료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선우 원장은 2003년 호암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선우 원장을 직접 만나러 왔습니다. 이 상무가 요셉의원과 쪽방촌을 둘러본 뒤 사비 1000만 원을 기부하고 이후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게 된 사연 등도 소개돼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은 중년 창업의 득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93세를 맞는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박사의 인생 여정을 깊이 있게 취재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1987년 모리스 창은 보통 사람 같으면 은퇴할 나이에 기존에 없던 파운드리 사업 모델을 만들어 TSMC를 창업했습니다. 이 회사는 2023년 기준으로 528개 고객사 1만95종의 반도체 칩을 주문 생산하는 세계 제1의 반도체 제조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TSMC의 시가총액은 7635억 달러로 반도체 업계 2위가 됐습니다. 시가총액 1위 반도체 기업은 TSMC 파운드리 서비스가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2조2700억 달러의 엔비디아다. 모리스 창 도전으로 TSMC 성공 전략적 변곡점서 현명하게 선택 AI가 새 파운드리 만들어낼 것 다양한 제조업 보유 한국엔 기회 애플 엔비디아 AMD가 2023년 기준으로 TSMC의 1 2 3위의 고객들입니다. 각각 TSMC 매출액의 25 11 7 를 차지합니다.
그 뒤로 퀄컴 미디아테크 브로드컴 같은 기업이 있습니다. 낙후된 자체 반도체 라인을 가지고 있는 인텔도 TSMC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5㎚ 반도체 생산 시장의 70~80 3㎚ 시장의 90 이상을 TSMC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TSMC의 성공은 모리스 창의 도전적 인생과 혜안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전략적 변곡점을 맞은 1985년 미국에서 타이완으로 옮겨와 타이완 공업기술연구원 원장을 맡았습니다. 타이완이 무에서 반도체 강국으로 가는 초석을 놓은 포석이었습니다. TSMC는 준공기업 형태로 출발했습니다. 정부가 48 유럽의 필립스가 27 타이완 기업들이 25 의 초기 자본을 조성했습니다. 전례 없던 사업 모델의 TSMC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모리스 창은 2005년 74세 때 고령을 이유로 은퇴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회사가 어려워지자 78세의 나이에 최고경영자 로 복귀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생산 등 투자를 선제적으로 확대해 TSMC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파운드리 서비스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20 다시 은퇴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죠 그는 작년 가을 고령에도 불구하고 학사와 석사를 받았던 매사추세츠공대 에서 그의 경험을 공유하는 강연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전기공학 박사를 받았던 스탠퍼드대에서 엔지니어링 히어로 상을 받고 당시 총장이었던 존 헤네시 구글 알파벳 이사회 의장과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대담했습니다. 그는 타이완으로 오기 전 1958년부터 83년까지 25년 동안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반도체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1958년 집적회로를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 잭 킬비와 함께 무명의 반도체 기업 TI에 입사한 모리스 창은 IBM을 제치고 TI를 제1의 반도체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공로로 TI 반도체 사업 부문의 수장이 됐습니다. 그가 TI를 떠날 때 TI의 반도체 사업 비중은 전체 사업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이때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고 성장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TI 인텔 IBM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을 위협하던 때였습니다. 모리스 창은 이 산업의 전략적 변곡점에서 TI가 반도체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폈다. 하지만 TI는 반대로 사업 다각화의 길을 선택했고 CEO가 되지 못한 모리스 창은 TI를 떠났습니다. 모리스 창이 타이완으로 옮겨간 1985년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있던 나는 TI 본사 AI 연구원에서 6개월 동안 연구했습니다. TI의 메모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은 국방용 반도체와 인공지능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이 차지했습니다. 40년 전이지만 당시 TI의 AI 연구원 출입문은 음성 인식을 통해서만 열렸습니다. 나는 TI가 설계하고 제조한 AI 컴퓨터에서 자연어 생성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한국에서 온 나는 TI의 반도체 생산 라인들에 압도됐습니다. 이 모두가 TI를 떠난 중국인 반도체 수장이 남긴 유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국인이 TSMC 창업자인 것은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의 TI 경험이 없었다면 TSMC의 혁신적 파운드리 사업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작년 3월 나는 모리스 창의 파운드리 창업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TSMC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TSMC 최초의 빌딩 A에는 창신 박물관이 들어서 있습니다. 자체 반도체 제조 시설을 구축할 자본이 없는 팹리스 기업의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사업 모델을 만든 역사적 기록과 함께 TSMC의 최신 기술과 생산 라인들을 홍보하는 공간입니다. 이 박물관은 고객과 절대로 경쟁하지 않고 고객의 성공이 TSMC의 성공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 기업 특유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제품 설계를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업에서 HD 중공업 한화 오션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경험 자본을 모아 선박 설계 자동화 AI 플랫폼 기업을 만들면 이 설계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계 선박 제조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구동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TSMC 파운드리에서 진일보한 새로운 모습의 파운드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다양한 제조업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새로운 발상으로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전략적 변곡점입니다.
TSMC와 모리스 창 리더십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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