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음향엔지니어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은"이란 운영자님의 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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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최근들어.. 일이 힘들게 느껴집니다.
저는 대구/경북권에서 크다면 큰, 작다면 작은 회사의 오퍼레이터(SR)임을 먼저 밝힙니다.
예전에 이 일을 첨 시작할때나.. 콘솔을 잡고 난 후 이건 간에..
현장에서 세팅후 소리가 나올때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살아있다 이런 느낌... 아마도 쇼생크 탈출에서 오페라 아리아가 울려퍼질때의 느낌과 비슷할까요?
그때건 최근이건..
제 머리속의 직업에 대한 의식중 하나가..
"나는 대중 문화의 첨병이다." 라는 생각이었지요.
유명한 가수의 공연만큼이나.. 자그마한 지역축제에서 각설이의 공연에 눈물짓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더욱 더 그러한 생각이 들었더랬지요.
물론 돈짜내려 애쓰는 각설이들은 무지 싫어합니다만.. 그들도 나름대로 그게 일이니 따로 비난할 순 없겠죠.
두서 없지만.. 저는 그랬어요.
유명하다고 거들먹 거리며.. 생방송 중에 인이어 연결해달라는.. 자신이 갖고온 인이어 대역도 모르면서... 무조건 연결해달라는 사람들 만큼이나.. 최선을 다하는 신인가수들이 중요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요 최근들어 이 일이 힘들게 느껴집니다.
돌이 다되어 가는 딸아이가.. 새벽에 깨서 아빠 오나 싶어 앉아 문을 쳐다보며 기다려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돈주고 불렀으니.. 무조건 어떻게 해달라는 클라이언트의 태도나..
전문성보다 그림이 잘나오길 바라는 주최측의 태도 같은 것 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섭외된 게스트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인거 같기도 하고.. 그 게스트들의 무리하지만 합당한 요구를 못 들어줄 상황이 자꾸 반복되어서 인것 같기도..
저는 울 회사 후배건, 아니면 같은 업에 종사하는 친구, 후배에게
우리는 엔지니어 이지만.. 아티스트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아티스트인 이유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음이라는 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라고 늘 말해왔는데..
제 역량이 그에 미치지 못해 힘든거 같기도 하고..
가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서울의 유명한 회사들의 좋은 장비가 내게 주어진다면 과연 훌륭한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아마도 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기에 그런 생각이 들고 더 힘이 드는 것이겠지요.
생방송을 앞두곤 무선마이크 RF가 무지막지하게 떨어지는 꿈을 꾸면서...
예전엔 "생방이나 녹방이나 뭔 차이.. 어차피 우리에겐 모든게 실시간인데.. "라고 생각하며 임했었는데..
요즘은 왜이리 모든게 낯설게 느껴지고 힘이 드는지...
윗 글들은 매우 두서 없지만..
운영자님의 글에서..
남들이 부러워 하는 일..
그래도 우리에겐 음악이 있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크게 묻어 옵니다.
오늘은 집에 가서
간만에 기타를 꺼내.. 이펙터를 연결하고.. 한번 연주해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쓰던 리퍼런스 음악들을 쭉 들어봐야 겠습니다.
나이가 39살로 치닫는 10월 말에..
예전의 푸릇푸릇 했던 그 맘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제 미니홈피의 대문 제목처럼..
Corpse Grinder Ri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