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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키스 할배 그리고 내겐 불편한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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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키스자렛 연주회 다녀왔습니다.
작년 공연이 세종문화회관 역사상 최고의 유료 관객 점유 기록을 세웠다해서 정말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가보니 무슨 팝스타가 온 듯 사람들이 몰려드는 모습 보고 또 놀랐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이 과연 피아노 솔로 연주에 적합한 장소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재즈 거장들이 내한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항상 1순위 갈망의 대상이던 키스할배는 그동안
높은 연주료때문에 성사되지 못해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5백-천 명 정도의 연주홀에서는 답이 안나오는 거겠지요.
그래도 무대 음향판이 너무 뒤까지 깊숙이 위치한건 아닌지,
2-3층 관객은 좀 몽롱한 사운드를 들었을 겁니다.
저는 2층 앞줄이었는데도 좀 답답했거든요.

연주 내용은, 제 기준으로는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는 곡들이 펼쳐졌습니다. 결코 대중적이지 않았던 거지요.
이제는 '키스자렛 스타일'로 분류될 수 있는,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atonal 로 분류될 색채.

그럼에도 연주 내내 한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반응은 정말 열광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총16곡이, 끝날 때마다 단 한 번도 마지막 음의 여운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터치가 끝나면 바로 터져 나오는 엄청나 박수와 환호성을 통해 그들이 제대로 음악을
듣고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편하더군요.  그 허세 때문에...

미치도록 신비로운 음색과 폭풍 같은 전율에서 깨어나는  1-2초의 짜릿한 순간을 대다수 청중은
단 한 번도 허락하질 않았던 겁니다.
키스할배도 아마 청중과의 소통은 실패라고 느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매우 겸손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이끌어 갔습니다.

연주 시작전에 사진 촬영 자제를 그토록 부탁했건만 결국 후레쉬 한 방 터뜨려 주는 분도 계시고.
다음 내한 공연이 또 세종회관 대강당에 피아노 솔로라면 저는 안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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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기에챙기름님의 댓글

저도 비슷한 느낌이네요.
어제 라보리엘 아찌 공연 보러갔는데 신나게 가다가 조용해지면 무조건 박수 치고, 환호성 지르고...
조용한 곡도 솔로 부분 끝나면 무조건 박수치고...
아직 국내 공연 문화가 정착이 안되서 그런건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곡에서 연주자가 유도하면 하는게 아니고 다 자기들 마음대로...
좀 세세한 부분까지 즐기고 싶은 청자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 한곡이 끝나고 잔향마저 사라진 후 연주자가 일어서거나 모션을 취하기 전까지 박수를 치면 안된다는 사실은 기본인데 말이죠. ㅡㅡ;

Me First님의 댓글

음악이 끝나는 그 순간에, 혹은 끝나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반응이 꼭 나쁜 것은 아니겠죠. 정말 좋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연주 중에도 말이죠. 게다가 장르에 따라서는 꼭 필요하기도 하고요.

마일스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이었던가요, 앞 부분에서 '예에~' 하고 외치는 '놈'이 꽤 유명한데, 마일스의 전기 같은 것을 보면 연주자 본인이 그 반응에 흡족해 한 걸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뭐, 리액션을 하는 관객도 타이밍을 잘 맞춰야  '내 귀도 보통이 아니야' 라는 걸 입증할 수 있을 테지만요.


음악이 끝나고 난 뒤의 간극, 그것이 극히 짧은 1~2초의 시간이 되었든 눈 깜짝할 새의 더 빠른 시간이 되었든, 소리의 여음과 마음의 여운을 달래면서 진심어린 반응(박수 or 환호)을 보여야 할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국내 공연에서 음악이 끝난 다음에 숨 한 번 들이키거나 내 쉴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 . . 정말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위의 '딸기에~'님 말씀처럼 어제의 라틴 재즈 공연에서도 박수 소리가 한 반쯤 줄었으면 어땠을까 했습니다.
환호 때문에 인터플레이나 구성을 들음에 방해받는 순간이 제법 많았습니다. 곡에 따라 구분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클래식에서도 잦은 박수 소리가 연주에 끼치는 영향이 항시 언급되곤 합니다만, 곡을 세세하게 즐기고 싶은 입장으로서는 국내의 환호 문화가 달갑지 않습니다.

물론 열정적인 반응이 있는 그대로 공연의 활력소가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만, hazz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곡에서 그런 반응이 나온다면 성급한 박수를 보내는 사람에게 '얼마나 좋아서, 한 번 설명해 봐?' 라는, 무척 심술맞은 시선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잘 이해 안 된다고 해서 남까지 모르라는 법 없는데도 말입니다.  ^^;

'콜트레인의 도쿄 공연에서 환호하는 대분의 관객은 위선이다' 라는 말이 옆 나라에서도 오래 회자되었을 정도죠.

정말 좋다면 환호하는 것이 뭐 어떻겠습니까만은, 분명히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끝난 뒤의 여운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연주자에 의해 움켜 잡혔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라지는 소리의 마지막까지 즐기는 기쁨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꼭 아셨으면 합니다.

평소, 저 역시 불만이었던 내용인지라 사족임에도 불구하고 주절주절 떠들어 봤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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