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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잘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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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홧 방금 암스테르담 로얄콘서트 헤보우 스트링 콰르텟 공연 보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혹여 영자님 오지 않았을까 해서 매표소에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려봤는데 안보이더니만 일하러 가셨었군요
정말 환상적인 연주회 였습니다.
아름다운 연주라는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정말 소름돋는 연주랄까요
ㅎㅎ 다만 날이 겨울철이라서 그런지 주위에는 조금씩 주무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편안히 졸면서 즐기는게 두눈 억지로 부릅뜨고 벌 서면서 듣는것보다 낫겠죠 ㅎㅎ

초반 모짜르트 쿼텟은 아름답고 균형잡힌 멜로디 라는것에는 동의 하겠는데
이상하게도 저한테 크게 오지는 않더라구요
뭐랄까 내취향은 아닌데 이쁜 여인을 보는 기분이랄까

와인으로 치면 향은 너무나 달콤해서 꼬옥 맛보고 싶어지게 만드는데
사실상 제 취향은 아니었던 멜롯계열 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맛으로만 치면 쉬라쪽에 가깝게 상큼하면서도 텁텁함이 없는 그런 맛이였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노루와 토끼들 그리고 한켠에서 멀뚱히 쳐다보는
너구리의 느릿느릿한 걸음걸이
그러다 어느순간 깜짝 놀란 이 초식 동물의 무리들이 여기저기 들판을 뛰어다니는 그런 상상을 했드랬죠

다음으로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그리그의 쿼텟
사실 아무 생각없이 듣다가 문득 기억이 났드랬죠
얼마전에 제가 작업중이던 애니메이션에 삽입 시킨 곡이 바로 그리그의 노르웨이 춤곡 이었다는걸요
그 음악을 작업하면서 노르웨이의 서정성에 반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입맛에 맛는 그런 멜로디가 귓가를 즐겁게 해주더군요
확실히 개인적으로 남성적이고 강렬한걸 더 좋아해서 그런지 그 장엄함과 물밀듯 밀고 들어오는
멜로디의 향연은 입이 떡벌어지게 만들더군요 바로전 모짜르트의 쿼텟과는 전혀 다른
민족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리그의 쿼텟은 앞으로 저를 그리그의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더군요

어쩐지 무도회장을 연상하게 하는 뒤 악장들을 들으면서
어수선한듯 많은 군중들과 그사이에 뛰어들어 도망다니는 고양이,
그리고 첼로의 뒤뚱거림은 고양이를 쫓아가는 강아지를,
그리고 고양이를 잃어버린 아이의 울음과 아이를 달래는 엄마
길게 늘어진 식탁보 안으로 여기저기 도망다니다 궁지에 몰린 고양이와
마지막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강아지 그러나 벽에 꽝 하고 부딛히며 끝나버린 희극
뭐 그런 상상을 하면서 감상을 했네요


잠시의 휴식시간 한잔의 커피를 뒤로 하고 앉은자리에는
오늘의 마지막 브람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피아노 5중주가 스며들었습니다.
얼마전 베토벤 바이러스에 깜짝 등장으로 눈길을 끌어주셨던 서혜경 피아니스트가 방송에서와는 다르게
긴머리를 휘날리며 등장 하셨드랬죠 개인적으로는 짧은머리의 서혜경 선생님이 더 맘에 들던데 ㅎㅎ
제가 앉은 위치가 아쉽게도 연주하시는 모습은 자세히 보기 힘든 위치였습니다.
각설하고

시작된 5중주는 제귀에 왜 그렇게도 서글프게 들리던지
듣는 내내 한편의 슬픈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감상하게 되더군요
1악장을 들으면서 뭔가 사연을 품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한 여인의 모습과
그녀를 가까이할수 없는 청년의 취한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가슴이 살짝 저릿하더라구요
그이후 악장들도 글로 쓰기에는 유치하여 다 말할수는 없지만 암튼 슬프지만 해피엔딩을 그리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듯 했습니다.

그렇게 마무리를 아쉬워하는 청중들의 박수에 앵콜공연이 이어졌구요
이마저도 아쉬워 계속 박수를 보내는 바람에 예정에 없었던듯 서혜경 선생님의 눈짓에 갑작스레
두번째 앵콜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기립박수를 보내고야 말았죠

정말 오랜만의 공연 관람 이어서 그런지 한음 한음 놓치고 싶지 않아서 꼼짝 않고 들을수밖에 없더군요
사실 평소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아서
클래식의 경우 유명한 곡들조차도 잘 모르는 무식쟁이 이지만
뭐 음악이란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들으면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가는 재미
전문 연주자나 지휘자가 아닌이상
누구의 무슨 음악인가를 알려고 노력하는것보다 그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내것으로 시식하는거
그게 청중의 할일 인거겠죠
암튼 영자님덕에 비싼 공연을 맘껏 상상하면서 즐기고 왔습니다.
가뜩이나 나이만 먹고 미디음악에만 몰두 하다보니 마음이 삭막해져 갔는데 간만에 단비를 맛보았네요
다음에도 이런기회 종종 부탁 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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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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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넵.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글을 올리겠습니다.^^

잘보시고 글까지 남겨주시니 저도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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