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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 , , '열폭'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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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주 볼 수 있는 '멘탈 붕괴'  . . .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명보호가 중동 원정에서 승리했던 경기, 상대가 어디였더라 . . . 지금 헷갈리는데, 아무튼 홈팀의 패색이 짙어지자 관중석에서 물병을 비롯한 각종 물건이 투척되었습니다.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여서 한참 중단되었죠. 뭐, 시청은 거기까지 했었습니다.

당시 아나운서가 홈 관중의 소요 사태를 가리켜 ‘멘탈 붕괴’란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는데,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나운서는 신조어를 추구할 젊은 사람도 아니었으며 명색이 아나운서이니까요.

SBS에서 피겨 대회의 중계 예고를 하면서 김연아와 일본 선수의 대립 구도를 멋지게 포장하기 위한 카피로 ‘순간순간을 탐하는 냉혹한 요정 누가 피겨를 아름답다고 했는가, 이것은 춘투의 또 다른 이름’ 이라는 표현(문장이 100% 정확한지 확실하지 않지만 거의 이렇습니다)을 사용했을 때 저는 정신 나간 놈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 카피를 작성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덤으로는 그것을 그대로 사용한 제작진 전체라고나 할까요). 

‘춘투’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뭐, 대개 ‘봄에 하는 싸움’이라는 식으로 생각은 하겠지만 말입니다.
본래는 '춘계투쟁'이라는 말입니다. 줄여서 '춘투'라 하는 것이죠. 일본의 임금인상 교섭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것이 봄에 이루어지므로 투쟁을 함께 사용하여 비유한 것입니다. 뭐, 검색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저는 ‘춘투’에 앞서, ‘순간순간을 탐하는 냉혹한 요정’이라는 말에서 무척 짙은 일색을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전형적인 일본식 표현으로 다가오죠. 거기에 ‘춘투’라 . . .
이 내용은 일전에도 다른 것과 함께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남의 나라 색이 잔뜩 들어간 겉멋성 문구를 내보내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멘탈 붕괴’란 말을 또 다른 공중파의 국가 대표 축구 경기를 보면서 듣게 되었습니다. 굳이 저런 표현을 쓸 필요가 있을까.
멘탈 붕괴가 일본 표현이라는 걸 아시는, 혹은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 기원을 차치하더라도 ‘멘탈 붕괴’란 표현 자체가 일본식이므로 그것을 한국의 누군가가 먼저 사용했다 하더라도 일본의 정서가 깊이 배어 있는 조어(造語)입니다.

비교적 새로운 조어를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공중파의 아나운서가 굳이 사용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겁니다. 일반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나운서이니까요. 마치 기자가 기초적인 맞춤법을 틀리는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른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발자국 옆으로 물러나 바라보면 사람 사는 세상 거기서 거기겠죠. 하지만 정말 넘기 힘든 문화적 사고는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그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겠지만, 어느 한 순간 또 다시 단절된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주체는 사람이니까요.

어쨌든 위에서 언급한 표현이 저에게는 옆 나라의 정신세계가 상당히 반영된 말로 느껴집니다. 같은 한자 문화권에 있고 지리적으로 워낙 붙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따져보면 미묘한 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사고가 많이 있죠.

남의 나라 표현이 되었든 자국민의 표현이 되었든 그것이 공감 받고 입에 붙기 위해서는 발음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자기가 직접 먹고 체험한 경험인데도 맛있다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맛있는 것 같아요’ 라는 식으로 ‘같아요’를 남발하는 것도 발음하기 더 편하다는 점이 상당한 이유가 될 겁니다). 

‘멘붕’, ‘열폭’ 등, 입에 붙기 쉬운 발음이 한 몫 거들어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표현 중에는 일본에서 차용한 것이 많습니다(세세하게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많을 겁니다). 교향곡이나 합주곡, 그 밖의 기술 용어 등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은어나 신조어에 무척 관대한 옆 나라의 새로운 표현이 그대로 사용되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가 우려하는 것은 그런 표현 하나하나에 그 나라의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대표 경기의 패배를 소재로 한 인터넷의 어느 글에서 책임을 따지는 부분에서 ‘전범’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식 표현이죠. 요즘 같은 범지구적 시대에 남의 나라 말을 사용했다고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전범’이라는 말을 우리나라의 어떤 상황에 대입시키는 것에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사용할 게 따로 있지 . . . . . . 주도 애들이나 젊은 층에서 사용하겠지만 말입니다.

저도 콩글리시까지 동반하여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외국어(외래어가 아니라)가 입버릇처럼 붙어 있습니다(조리법이나 요리법을 일부러 ‘레시피’라고 말하지 않으려 하는 건 예외적인 경우고...).

어떤 상황을 정말 일물일어(一物一語)적으로 잘 나타낸다면 남의 나라 표현이라고 해서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공중파에서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필자’ 같은 말도 같은 범주로 생각하며 ‘작동하다’를 ‘동작하다’로 잘못 사용하는 것도 옆 나라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떠한 사정으로 일부러 일색이 드러나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혹은 그것을 배제하기 위해 발음이 조금 매끄럽지 않다든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지 않은 모국어를 사용하려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언어적 표현의 혼합과 교류는 더욱 증가할 것이고 시간이 더욱 흐르면 인종의 구분조차 모호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할 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매우 기초적인 모국어 맞춤법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멘탈 붕괴’ 같은 표현을 공중파에서 들은 게 기억나 한 번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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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나님의 댓글

멘탈붕괴(멘붕)는 어린 친구가 쓰는 것을 재미있게 들은 뒤로 최근에 저 역시 즐겨쓰는 표현입니다.
이 말을 재밌게 쓰는 이유가 이국적 느낌 때문이었는데 그게 바로 일본식 표현에서 오는 엽기스런 느낌이었네요.
본문에서 하시고자 하신 얘기에 공감이 갑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짚어 봐야겠구요.

Me First님의 댓글의 댓글

말 자체에서도 이국적 느낌을 받으셨군요.  제가 우려하는 것도 그 말에는 다른 나라의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린,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구분조차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국의 스포츠 선수&감독을 대상으로 '전범'이란 말을 쓰는 건 철이 없다고밖에 생각되지 않고 . . . . . )

아무튼 공중파 아나운서가 사용한 점에서는 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블래스토프님의 댓글

어우 저는 예전 K1, Pride 시절 이종격투기 방송에서 하도 많이 봐온 문장스타일이라 신물이 날 정도네요.

"열도를 잠재울 초강력 진짜 남자 링 위의 황제를 꿈꾸는 야망의 펀치, 오늘 작렬한다!!"뭐 이런 풍의 손발오그라드는..

근성 있다, 느낌 있다, 기깔난다, 간지난다, 뽀대난다..... 혼방이다....

반드시 한국어만 사용해야하는 법은 없고 나름 잘 사용하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도 왠지 모르고 쓰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완전 맛있어, 절대 재미 보장.. 이런 문구도 사실 잘못된 표현이죠.

저도 무의식중으로 잘 지키지 못하는 적도 있겠지만 알아차리는 순간 좀 머쓱한 생각도 들고, 다시 고쳐말할수도 없으니 앞으로 주의해서 말해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 하루에 20단어씩 당시 새로 바뀐 맞춤법을 적용한 단어를 외우게 하셨었죠.

매일 시험보고, 매맞고 암기 숙제하고, 다음날 또 시험보고.. 그때는 왜그러시나..했더니 학기 말 쯤에 설명해주시더군요.

너희들 하루에 20단어만 외워도 200일이면 4000단어다. 너희들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가고 사회생활 할때도

한글을 자신있게 사용하는 밑거름이 될것이다. 라고 말씀해주셨죠. 수업도 초등학생이 차트 그려가면서 토론식 수업을

했으니 당시로는 엄청나게 혁신적인 교육자의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정말 지금 이때까지 그 1년의 시간이 효과를 내는것을 보면 한사람의 교육자가 가지는 선견지명은 수백,수천명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경외감이 듭니다.

Me First님의 댓글

네 . . .  ^^, 이종 격투기에서 그런 표현이 많이 사용됐었죠.
저는 향상이나 발전이라는 말을 두고 굳이 진화란 말을 사용하는 게 귀에 거슬릴 때가 있었습니다.
그 말이 사용될만하다면 모르겠지만, 너무 남발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말씀하신 거나 진화나 일본의 카피를 여과없이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일 테죠.

'초강력' '야망의 펀치' . . . 우리도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 배경이나 정서는 일색이 짙습니다.

말씀하신 '완전 ~' 이나 '절대~ ' 는 중요한 지적입니다.
단지 뜻이 통한다는 것을 떠나서, '완전' 과 '절대' 가 지니고 있는 발음상의 강약, 그리고 일반적인 문장에서의 부사형(완전히, 절대적으로)이 아니라 한자 단어의 원형을 그대로 붙임으로써 형성되는 구절과 그 구절을 발음할 때의 강약(완전과 절대가 장음으로 강하게 발음되기 때문에 말할 때에 자연스럽게 강조되죠) .

그러다보니 우리 문화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죠. 이런 현상에 대한 판단은 언어 학자들이 해야 하겠지만, 평소 이런 생각을 하셨다니 . . . . 예리하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뉴스에서도 앵커들이 단어 나열을 하죠. 조사를 붙임으로써 연음이 되어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역학조사했습니다' 처럼 4글자 명사를 그대로 동사형으로 사용합니다. 이럴 때는 띄어 읽기가 필요할 텐데, 그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담임 선생님... 정말 교사다운 가르침을 학생들에게 베푸셨네요. 그냥 사용하는 게 하니라 '자신있게' 사용하는 건 정말 중요하죠. 모국어인데 말입니다.
학창시절 내내 공부와는 담 쌓은 저도 그런 교육을 다양하게 받았다면 최소한 맞춤법은 덜 헤맸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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