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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서호공원 ‘뮤직맨’ 깜짝 인기 

혼자 음악 들으며 걷는 ‘뮤직맨’ 주위에 시민들 모여 매일 저녁 함께 운동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더불어 건강 다지며 온·오프서 친목 도모도 

미디어다음 / 김진양 통신원 

 
 
 
 
 
데이트하는 연인들, 소풍 나온 가족들, 운동하는 주민들로 연일 북적대는 경기도 수원의 서호공원. 요즘 이 공원에서 저녁마다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뮤직맨’을 선두로 한 시민들의 ‘유쾌한 걷기’가 그것. ‘뮤직맨’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어깨에 메고 걸으면, 그 뒤로 20~30명의 사람들이 함께 공원을 걷는다.

이처럼 매일 오후 9시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키며 걷는 사람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이는 이병돈 씨. 이 씨는 공원에서 실제 이름보다 ‘뮤직맨’으로 더 알려져 있다.

‘뮤직맨과 함께하는 유쾌한 걷기’가 시작된 계기는 단순했다. 퇴근하고 나면 집에 틀어박혀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던 이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이 씨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해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자주 일어났던 것이다.

이 씨는 이때부터 이어폰을 사용하는 대신 스피커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 공원에 나온 사람들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어깨에 멘 채 공원을 걷는 그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씨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함께 걷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4명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의 숫자는 서서히 늘어났다. 그리고 요즘엔 최대 50~60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와 함께 걷는다.


 
수원 서호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맨 앞에서 흰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스피커를 멘 사람이 ‘뮤직맨’ 이병돈 씨다. [사진=김진양 통신원] 
어느덧 이 씨는 서호공원의 유명인이 됐다. 스피커를 메고 공원을 걷는 이 씨의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뮤직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뮤직맨’이 없으면 운동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같이 뜻밖에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씨는 점차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나날이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 뒤 이 씨는 음악 선곡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이 씨는 요즘 공원에 나오기 전 꽤 골똘히 그날의 음악을 고른다.

서호공원 한 바퀴는 대략 2km다. 이 씨는 매일 사람들과 함께 이 공원을 5바퀴씩 돈다. 이렇게 10km를 걷는 동안 음악이 끊이지 않게 하려면 무려 25곡의 노래를 미리 준비해야만 한다.

이 씨는 “함께 걷는 이들이 초등학생부터 50대 아주머니, 아저씨까지 다양해 노래를 고르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래가 좋다고 무작정 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걷는 속도와 템포가 맞는 음악이어야만 한다.

이 씨는 “메트로놈으로 약 125~145인 약간 빠른 노래를 주로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 튼 음악들은 코요테의 ‘순정’, 클론의 ‘내사랑 송이’, 싸이의 ‘환희’ 등 댄스곡부터 한혜진의 ‘너는 내 남자’, 송대관의 ‘유행가’등 트로트까지 다양하다.

음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 운동하는 방법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 씨와 함께 걷는 사람들은 처음 두 바퀴는 워밍업 삼아 천천히 걷는다. 그리고 세 바퀴째부터 천천히 속도를 높여 마지막 다섯 바퀴째는 아주 빨리 걷는다.

처음 공원을 돌 때부터 함께 걸은 사람은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지만, 중간에 걷기 운동에 합류한 사람은 뛰어야만 겨우 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이 씨가 고르는 음악은 이 같은 걷기 운동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씨가 처음에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비교적 느린 곡들로, 나중에 나오는 노래들은 빠른 곡들로 미리 골라놓기 때문이다.

한번 남들이 걷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이 씨가 틀어주는 음악 소리도 못 듣게 되고, 결국 일행을 따라가기 더욱 힘들게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뮤직맨’을 놓치지 않으려고 더욱 애쓴다.



 
서호공원에서 ‘뮤직맨’과 운동하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진양 통신원] 
운동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서호 워킹(cafe.daum.net/mswk)’이라는 카페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 카페를 통해 온라인상에서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종 운동이나 건강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때로는 이 씨에게 음악을 신청하기도 한다.

카페 회원 ‘엘리’는 “에어로빅을 배우러 다니면 한 달에 7만 원 정도는 써야 하는데 ‘뮤직맨’을 따라 다니면 돈도 들지 않고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벌써 운동 효과가 나타나는지 살이 조금 빠졌다”고 말했다.

이 카페에서 회원들은 ‘반장’을 꼽기도 했다. 반장은 매일 운동에 나와 사람들은 3열 종대로 줄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군기 반장’인 셈.

반장으로 선출된 카페 회원 ‘군기 반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무질서하게 서서 걸으면 운동이 잘 되지 않는다”며 “매일 모이는 사람들을 세 줄로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아지자 요구 사항도 점점 늘고 있다. ‘좀 천천히 걷자’, ‘시간대를 변경해달라’, ‘음악 소리를 크게 해달라’, ‘댄스 음악을 틀어달라’, ‘트로트를 더욱 많이 틀어달라’ 등 사람마다 요구하는 것도 다양하다.

이 씨는 이런 사람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왔다. 음악 소리가 작다는 건의가 많아 지금까지 스피커도 다섯 번 정도 바꿨다.

한편, 최근에는 더욱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서호공원에 또 다른 ‘뮤직맨’이 등장한 것. 이 씨가 운동을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자 또 다른 사람이 ‘뮤직맨’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매일 저녁 서호공원에는 두 명의 ‘뮤직맨’이 서로 다른 노래를 틀고 공원을 걷고 있다. 사람들도 두 부류로 나뉘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는 쪽에 가서 운동을 한다.

새로운 ‘뮤직맨’을 자청한 류욱희 씨는 “걷기만큼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다”며 “전국적으로 ‘뮤직맨’들이 생겨나 다 함께 운동을 하는 문화를 정착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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