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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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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일찍 귀가하였고, 마침 주말을 앞 둔 평일의 마지막이었는지라 인근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포장이 되어 있는 산책로이며 산 정상까지는 도보로 약 30분가량 걸립니다. 포장이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정기 순환 버스와 인가를 얻은 차량만 다닐 수 있는, 그야말로 산책을 위한 길입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다 보니 중간 지점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저를 쳐다보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 할 말씀이 있는 것처럼 서 계시더니 역시 말을 거시더군요. 연령은 60세 중반쯤으로 보이셨고 산책을 위한 복장을 잘 갖춰 입고 계셨습니다. 인상도 처음 보는 분은 아닌 것 같았고......

무언가 말을 해야 속이 풀리겠다는 분위기가 느껴졌고 그 내용도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동네의 그 산책로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산 정상을 기점으로 하여, 양 방향으로 나뉘어 있는 오르막 길(버스는 한 쪽으로 올라와서 다시 한 쪽으로 내려간 다음 시내를 살짝 돌아서 다시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산은 한 바퀴 빙 두르는 산책로. 빙 두루는 산책로의 양 끝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근처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산을 한 바퀴 두르는 그 길은 언제부터인가 자전거 출입이 제한되게 되었습니다. 원동기가 달려 있지 않으므로 소음이나 매연 등을 유발하지 않지만, 이유는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랜 세월동안 그 길을 다녔기 때문에, 자전거로 그 길을 누비는 즐거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는 굉장히 쾌적하며 몇몇 코스는 질주의 즐거움도 누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한 때는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재활을 위해 자전거를 타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 길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었을 때는 무척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잘 아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말도 했지요.
‘그럴 만도 하지’, ‘그 등신 같은 놈들 때문에....’ (말이 좀 거칠었습니다만, 상대를 나무라기보다는 그저 잘 아는 사람과 거리낌 없이 말한 정도로 이해해 주십시오.)

저도 자전거를 타지만, 그 곳을 다니다보면 위험하게 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사가 져 있는 곡선 주로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바짝 붙어 고속으로 지나가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그 곳을 이용하는 반 수 이상이 노인들이거나 눈이 불편한 분들입니다.

아무리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라도 그것을 알 리 없는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주행은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로하신 분들은 그런 상황에서 놀라게 되어 몸에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며칠 불편함을 겪으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자존심도 무척 상하실 수 있습니다(구태여 설명하지는 않습니다만, 대부분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은 일부러 자전거가 갈 만한 길로 비집고 가면서 무의미한 기싸움(?)을 벌이는 광경도 보았습니다. 제 3자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자전거의 길을 막는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결국 사고로 이어졌고 자전거를 아찔한 자세로 넘어졌습니다. 뭐, 위험하게 속도를 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저는 산책, 런닝, 자전거 타기를 모두 해 보았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대한 느낌이나 입장 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만약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먼저 주의를 하고 상대를 배려하여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개념 없는 보행자 역시 존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자전거 이용자 쪽에서 먼저 조심해야 했을 것입니다. 결국 시민 의식인데, 아직은 무리인가 봅니다.

그렇게 해서 산을 빙 두르는 그 산책로에서는 자전거 이용이 금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얕은 경사의 오르막 코스로 산 정상에 오른 자전거 이용자(주로 전문 사이클 애호가)자 내리막길에서 그간의 수고를 보상받을 때, 너무 기분을 낸다는 것입니다. 꽤나 상쾌하며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저 역시 경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곡선 주로로 이어지는 그 내리막길에서 한 쪽의 도보용 코스로 바짝 붙어 돈다는 것입니다. 속도에 비례하는 것이므로 속도를 줄이면 되지만, 많은 사이클 이용자가 스릴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그 날, 제가 하산하던 중, 도중에 만난 분은 과속 방지턱을 피해서 도보용 코스로 완전히 들어왔다 나간 사이클에 무척 놀라셨으며 마음이 상하셨었습니다. 젊은 양반, 하면서 말을 걸어오신 분의 표정에서 마음에 쌓인 것이 많다는 것을 눈치 채고 함께 내려가면서 연신 맞장구를 쳐 드렸습니다. 아마 그 산책로를 자주 다니셨다면 그런 일 또한 자주 겪으셨을 것입니다. 연세도 있으신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마음에 쌓아두시지 않으셔야 한다는 생각에 연신 맞장구를 쳐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자전거를 탄다는 말을 거들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앞뒤가 막힌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게, 아주 조금만 배려해도 되는데, 도무지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하며 아쉬워 하셨습니다.

제 경험상 약 40% 정도의 사이클 이용자가 그런 라이딩을 합니다. 물론 사람들이 있으면 무척 조심스럽게 운행하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10에 4 정도가 그런 배려심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물 흐리는 것도 약 20% 정도의 사람들인데, 반수이면 큰 것이죠.

그 중 개념 없는 사람들은 순환 버스와 사람들 사이를 곡예하듯 지나가기도 합니다. 거 참 . . .

그 어르신은, 아무리 자신감이 있더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팔을 흔들거나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바짝 붙어서 뒤에서 지나가는 것이 생각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사고라도 난다면 누가 되든 위험한 일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간접 경험의 기회가 예전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늘었지만, 역지사지의 자세는 비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길에서 가끔씩 런닝을 하는데, 넓은 보도에서 2~3사람씩 나란히 서서 걸어오면서 비켜주지 않는다거나 가까이 왔을 때 피하는 듯 마는 듯 어깨를 살짝 트는 듯한 사람과 만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애인과 팔짱을 끼고 걷는 거는 좋지만, 2사람으로 꽉 차는 길에서도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아예 찻길로 내려와 피하면서 가지만 밤에는 위험합니다.

설마? 하실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이 많습니다. 런닝을 라이프웍으로 하는 단골 외국 서점 아저씨가 있는데(매우 점잖은 분입니다), 그 분이 사는 곳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 하다고 하시더군요(이 분은 전국적으로 다 뛰는 분이신지라).

‘자기들이 안 뛰어 봐서 그래’ 라고 하셨는데, 2~3명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길에서, 그것도 마주 보며 오면서도 안 비켜주는 것은 그저 기본적인 배려심이나 에티켓이 없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런닝을 하면 외국 사람들은 눈인사를 하거나 손을 들어 줍니다. 아예 우리식으로 고개를 크게 숙이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익숙하게 잘 합니다.

구태여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점은 같이 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날, 그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생각 중에, 저러시다가 사이클 타는 사람들과 괜히 불필요한 싸움을 벌이시면 안 되겠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혹시 자전거를 즐기시거나 주변에 자전거를 타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점들을 좀 말씀해 주십시오. 물론, 자전거 등이 다가오면 살짝 비켜주는 보행자의 배려심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평균 기온이 올라간 탓인지 모기의 크기가 약간 커져 있습니다. 집이 산동네라 각종 벌레를 볼 기회가 많은데 변하는 기후에 따라 자주 눈에 띄는 종에 차이가 보입니다. 이것도 기후의 악화로 인한 부작용일까요?!?!?!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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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berry님의 댓글

저도 자전거를 탑니다.
사람들이 걷는 길 보다는 차도를 달려야 할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확실히 자전거, 오토바이 타시는 분들 중에서 너무 교통법규도 안지키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택시운전사나 버스운전사들이 자전거에 너무 적대적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도로에서 자전거랑 오토바이의 매너없는 라이딩에도 얼마간의 책임은 있지 않은가 싶더군요.

미국에서 살면서 자전거를 많이 탔는데, 제가 살던 지역에선 자전거가 자동차와 거의 같은 법적용을 받아서 자동차와 자전거가 도로에서 사실상 같은 권리를 가지고, 법을 어기면 같은 처벌을 받았습니다.
자동차 운전자들도 자전거를 도로점유권을 동등하게 가지는 차량으로 대하고, 자전거도 자동차 운행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참 좋았습니다.

산책할때도 미국서 살때는 기분좋게 인사하고, 비켜야 할때는 서로 비키면서 실례합니다 한마디씩 건네고..
한국와서는 왠지 길에서 제가 비켜설 때 상대방이 같이 비켜주거나 미안하다는 기색을 본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뭐 그렇다고 미국살때는 다들 매너좋았고, 한국 살때는 다들 매너꽝이다 이런건 아닙니다....ㅎㅎ
결론은 서로서로 배려하고 입장을 생각해주면 좋은세상인데....쉽지는 않네요...:)

宋 敏 晙님의 댓글

결국은 모두가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저도 라이딩을 하다보면, 도로까지 마구마구 튀어나오시는 분들 때문에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차와 모터바이크도 예외는 아니죠. 자전거 도로를 도보로 다니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이고..

인식의 문제입니다.

모두가 같이 이용하는 길. 어떤 길이든 간에, 누가 우선권이라기 보다는 서로가 지킬것만 지키면 분쟁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주여행님의 댓글

200% 공감 가는 글입니다.
오토바이가 인도로 다니고 횡단보도로 건너다니는 나라는 한국 뿐이죠 아마.
자전거가 인도에서 사람들 옆을 쌩쌩 지나다니는 걸 보면 제가 다 화가 납니다.
저 역시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다가 바로앞을 휙 지나가버리는 자전거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자전거가 인도로 다닐 땐 완전히 서행을 해야 되는게 아닐까요? 걷는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토바이는 오토바이대로 도로의 무법자가 되어버렸는데 무조건 약자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교통법규가
이 땅의 오토바이들로 하여금 차와 차 사이를 위험하게 마구 지나다니며 추월하게 하고 위험한 곡예운전을
하도록 조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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