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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사랑' 과는 그다지 관계 없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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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날씨가 슬슬(or이제서야) 여름다워 졌습니다.

더워서 잠시 공상&망상을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개인적인 사용기나 전문적인 잡지의 리뷰에서, 심지어는 공공 기관의 안내 문구나 커다란 업체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에서 ‘동작’ 이라는 말이 들어간 글을 자주 봅니다. 물론 ‘동작’ 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동작하다’ 라고 사용되는 쓰임새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동작하다’ 라는 말을 국어사전으로 찾아보면 ‘작동하다’ 의 북한어로 나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표현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일본어 ‘動作する’ 가).

동작이라는 말 자체에는 동명사적 성질이 없기 때문에 ‘~동작을 하다’, ‘~동작이 가능하였다’ 등으로, 조사를 붙여서 써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주어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한 것을 대상으로 합니다. 기계나 소프트웨어 등등.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잘 동작한다’, ‘감시카메라 동작 중’ 과 같은 글이 자주 보입니다. 음향 기기와 관련된 글에서는 ‘CD 플레이어의 트레이가 부드럽게 동작한다’ 라든지. 물론 하나의 비유법적 표현으로서 ‘동작’ 이라는 것을 살아있지 않은 물체에 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동작하다’ 라는 표현에 대해, 본래부터 아무런 인식이 없다면 다시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고성능 프로세서의 ‘동작’ 스피드에 대해서는 최초의 원어 표현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사용되어 온 부분은 ‘잘 작동된다’, ‘작동이 원활하다’, ‘ ~~ 작동 중’ 등입니다. 올바른 국어사 사용되어야겠습니다.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글로서, ‘CD 플레이어의 트레이가 부드럽게 작동된다, 트레이의 움직임이 우아하다’ 등의 표현도 충분히 뛰어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필자’ 라는 표현에 많은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 역시 일본에서 건너온 표현이지요. 듣기로는 독일의 과학 논문 등을 그들이 일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빌어다 쓴 한자 표현은 사실 딱 들어맞은 &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그럴싸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들 역시 짧은 생각으로 만들어서 사용한 것은 아니겠지요.

‘필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필자란 표현을 한낱 낙서 수준의 글에서 보게 될 때는 많이 난감합니다. 지인들끼리 가볍게 주고받는 글이라면 모르겠지만, 모두가 보는 게시판에 극히 개인적인(어떤 객관성이나 개연적 근거가 필요한 글과는 전혀 관계없는) 한 두 줄 소견에까지 ‘필자’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의 유래나 쓰임새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즉 외국에서 들여온 표현의 유래를 모르고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이 국어파괴의 일역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솔직히 필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반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지만, 자국어로 대체할 수 있는 그 밖의 상황에서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관형격조사 ‘의’ 를 ‘에’ 와 구분하지 못하는 글을 보면(물론 문장의 내용상 그 둘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무척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선뜻 이해가 안 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제 모국어 실력이 평범&조금은 평균 이하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보수적이 된 것도 아니며 평소 은어나 비속어를 멀리하는 것도 아니지만(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자긍심을 가져도 될 모국어의 가장 쉬운 부분(상기 거론된 모국어 실력의 소유자인 저조차 눈에 거슬려 하는)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습니다.

뭐~ 한글날도 아직 멀었고, 평소 ‘국어사랑’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생각난 김에 한 번 써 봤습니다.

* 혹시 있을지도 모를 오타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시선을 부탁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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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님의 댓글

저는 보다보면 제일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문안하다'.  어른한테 문안 인사 드리는 것도 아니고, '문안한 가격', '문안하게 쓸 수 있는' 너무 황당합니다.
인사드리는 가격, 인사드리며 쓸 수 있는..도 아니고 '무난'無難 하다가 맞지요.

Samuel님의 댓글

수학 용어중 대부분이 다 일본식 말이지요.. 컴퓨터 용어도 그렇고...

검색 치환 이런 말도 국어가 아닙니다..

윤태수님의 댓글

와~ 상당히 좋은 글 감동깊에 읽었습니다. 누군가는 적었어야 하는 글인데, 총대를 메 주셨네요.

'먹거리'라는 표현도 옳지 않은 표현이지요. '먹을거리'의 북한식 표현(북한지역 사투리) '먹을거리'가 맞습니다. 칼잡이 님의 '문안한'과 비슷하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이 하나 있는데 '무뇌안' 입니다. 어떤 영역 밖에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문외한(門外漢)'이 맞는 표현이지요.

아마도 어느 플래쉬 애니메이션에서 가수 문 모군을 무뇌충(뇌가 없는 벌레같은 놈)으로 표현하면서 '무뇌한' 뇌가 없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국어를 잘 하는 것은 서로의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적절한 표현은 의사소통이 더욱 잘되도록 도와줍니다.

인터넷 때문에 국어파괴가 엄청나게 일어나는 요즈음에 앞으로 더욱 올바른 국어 사용에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우주여행님의 댓글

국어보다 영어가 더 중요해져버린 한국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씁쓸하죠.
개인적으론 인터넷 때문이 아니라 영어만 중시되고 국어교육은 엉망인 사회풍토 때문이라고 봅니다.
국어교육이 제대로 되었다면 인터넷이 절대 국어를 파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줄리님의 댓글

피지배민족으로 지낸 36년, 그 후 자각없이 지내온 수 십 년.
너무 멀리 왔습니다.
글 쓰신 회원님과 같은 일부 선각자(이것도 일본식 한자어. 그냥 씁니다.)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안타깝게도 최소한 1~2세기 안에는 복구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자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한자신문을 읽는 정도입니다) 일본에 처음 가서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간판, 각종 안내판의 한자어가 우리와 동일해서 아무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식민지 시절, 눌려살면서 많이 가져왔다고는 들었지만 완전히 동일한 모습을 직접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쓰고 보니 '완전', '동일' 이런것들 모두 해당되겠습니다.)

이것이 과연 극복이 가능할까요?
극히 일부 어휘들은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어 파괴 현상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타 언어의 유입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월한(그것이 군사력이든 경제력이든 정신적이든) 민족의 문화가 그보다 못한 민족의 문화에 침투하는 현상을
이미 세계사를 통하여 익히 배워왔습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약소국 로마.
초기에 인접국 에트루리아로부터 정복도 당하고 기술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점차 강대해지면서
주변 국가 혹은 부족을 차례로 동맹 혹은 속주의 형태로 자신의 영향 아래 두었는데
결국 대부분의 민족이 로마의 문자, 문화, 정신까지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그 결과는 지금 보시는 유럽의 상황 그대로이고요.

민족주의자의 관점에서는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변국에서 벌어지는 한류열풍도 해당 문화의 입장에서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침투를 통한 기존 문화의 파괴지요.

참.
제품 리뷰나 개인 블로그에 올라가는 가벼운 글에 '필자' 운운하면 저도 무척 거슬립니다.
건방지지요.
'손발이 오그라든다' 정말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저도 써먹어야겠습니다.

Me First님의 댓글

일본에서 차용한 여러가지 한자식 표현에 대해서는, 그만큼 그 시기에 우리가 뒤쳐져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혹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만큼 민족에게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차용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한자 문화권에서 어려움 없이 통용될 수 있는) 그들의 정서가 깊이 베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그것도 최근에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을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0년도 더 전부터(이십 수년 전부터) 안전지대의 팬이었지만, 국내 그룹이 그들의 곡을 번안하여 외국의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그렇더군요.

일전에 본 게시판에서 거론한 모 방송국의 '춘투=춘계투쟁' 에 대해서는 그것을 사용한 사람에게 따져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말을 사용한 것인지 말입니다.

'문안' 과 '무난' 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좀 심하지요. 한자 교육이 경시되던 때의 부작용이 아닌가 합니다. 
백년해로가 백년회로라고 사용되는 것은 애교(?)로 넘어갈 수 있지만 말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처음 머리에 떠 올린 것은) 기계의 움직임을 '동작하다' 라고 쓴다거나 관형격의 '의'를 '에' 와 구분하지 못해서 '나에 것' '너에 것' 라는 식으로(발음되는 대로 그대로) 작성된 글이 너무 눈에 띄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틀리지 않을 내용이기 생각해서요(저 때는 그랬습니다, 받아쓰기 시험을 매일 받았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 . . .).

아주~아주 기본적이며 어렵지 않은 맞춤법이나 표현 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글입니다. (뭐~ 쉬운건 틀리지 말자는 의미입니다.)

거론했듯이 '필자' 라는 표현이 난감하긴 합니다. 문제는 기사 등에서 오직 이것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용된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간접적으로 사용하지만(꼭 지키고 있습니다), 저 자신의 의지를 직접 표현하는 글에서라면 '나, 저'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모국어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걱정과 관심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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