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가이 :: 디지털처럼 정확하고 아날로그처럼 따뜻한 사람들
자유게시판

너무 좋은 책이네요.........한번쯤 읽어 보시길...........

페이지 정보

본문



내용이 상당히 깁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려고 하지 마시고
시간이 될 때 천천히 읽어보세요. 울 목사님이 하는 말씀이랑 많이
비슷합니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생각이 비슷한 듯... ^^


P. 6
나는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 사람들처럼 변화에 대한 부담(혹은 두려움?)이 적은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핸드폰, 컴퓨터, 자동차 등 다른 나라에서라면 5~10년은 족히 쓸 물건들도 한국에서는 1~2년만 지나면 골동품이 된다. 한국 사람들은 그만큼 변화에 익숙하며, 변화를 좋아하고, 또 즐기기까지 한다.
(...)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사람, 변화를 이끄는 사람만이 진정한 21세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 사람들은 아직 몇 가지 약점이 남아 있다.


P. 7
한국 사람들은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좁은 울타리 속에 가두고 만족하는 것은 어리석다 못해 죄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P. 40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과 폐단도 만만치 않지만, 세상 모든 일에 음지와 양지가 있듯이 이 또한 치명적인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하루만 늦어도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만큼 경쟁이 극심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 사람들의 이런 급한 성미는 오히려 축복이 아닐 수 없다.
(...)
모든 정보가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5분만 앞서가도 결과적으로 50년을 먼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P. 49
일본 기업들이 이동 통신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려고 열을 올리는 것은 그것이 더 첨단기술이어서가 아니라 한국처럼 전국을 연결하는 정보 고속 도로를 건설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인구 비례를 기준으로 한 인터넷 사용자 수, 인터넷 관련 벤처 기업의 수, 고속 통신망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사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일종의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게 무척 안타깝다. 그렇다고 극일이니 뭐니 하면서 일본을 상대로 투지를 불태우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일본은 일본일 뿐이다.


P. 55
단체 관광객들은 마치 잘 길들여진 순한 양떼와 같아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박물관 같은 곳에 구경을 가도 아무런 걱정이 없단다. 가이드가 깃발 하나만 들고 앞장서서 가면 한눈팔지 않고 그 뒤만 얌전히 쫓아다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다르다. 가이드가 아무리 큰 소리로 떠들어도 자기가 관심이 없으면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할 수 없이 요즘은 관광지 입구에 도착하면 `몇 시 몇 분까지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오십시오`하고는 그냥 해산시켜 버린다고 한다.
(...)
박물관에 가서 어떤 유물을 눈여겨볼 것인가는 가이드가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P. 56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 사람들은 욕심이 굉장히 많다. 일과 돈에 대한 욕심도 많고,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도 많고,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욕심도 많다. 앞장서서 남을 이끌고 싶어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만 경험이 쌓이면 대번에 독립을 꿈꾼다. 한국에 유난히 `사장님`이 많은 이유가 그것이다.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사장님!"하고 외치면 지나가던 사람 열 명 가운데 대여섯 명은 돌아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인지 한국에서는 언제나 활기 차게 무슨 일인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회사가 생기고 또 망한다. 일 년 열두 달 언제나 서울 시내 어딘 가에서는 무언가를 뜯어 고치거나 새로 짓고 있다. 잠깐씩 한국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진다.


P.57
변화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 속도에 민감하지 못한 사람,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서 평온함과 안정감을 갖는 사람, 낯선 사람과 만나면 왠지 거북하고 불편한 사람, 그런 사람들은 절대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반대로 변화를 쫓아가기 보다는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사람, 누군가 나보다 앞서가는 것을 눈뜨고 못 볼 만큼 속도에 민감한 사람,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 때문에 지겨워서 미칠려고 하는 사람, 목욕탕에서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의 등을 정성껏 밀어 주며 시시콜콜 마누라 흉을 볼 수 있는 사람, 새로운 세상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마음껏 활개 치며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 세상을 이끌어 갈 한국 사람의 모습이다.


P. 58
한국이라는 나라가 없으면 컴팩이라는 회사도 없다는 사실이다.
컴팩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가져간다. 어떤 의미에서 컴팩은 단순한 `조립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만약 한국 업체들이 물건을 대주지 않으면 세계 1위의 컴퓨터 업체인 컴팩도 하루 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 과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그 회사의 직원들도 인정하는 바다.


P. 59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제너럴 모터스(GM)의 잭 스미스 회장이 나에게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를 보면 각종 부품, 특히 전자 부품을 만드는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아주 높이 평가했다. 그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첨단 기업들도 한국의 저력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좀처럼 그런 사실을 입밖에 내지 않는다. 그들로서는 괜히 한국을 선전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P. 61
다시 말해서 이미 시장이 성숙되어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순간에 뛰어드는 나라가 한국이다. 철강이나 조선 분야가 그러했고, 반도체와 컴퓨터, 지금의 인터넷 비즈니스도 어떤 면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P. 69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조그만 마을에 변호사가 한 명밖에 없을 때와 두세 명이 있을 때 어떤 경우가 수입이 좋을까?"
정답은 세 명 있을 때다.
(...)
변호사가 한 명밖에 없으면 사람들은 변호사를 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계약을 체결할 때 대충 처리해도 어차피 서로 모르니까 싸움이 생길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확실하게 처리하면, 상대방도 누군가에게 법적인 조언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분쟁을 빚고 있는 양측이 같은 변호사를 고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변호사가 한 사람밖에 없으면 그 사람은 밥을 굶기 십상이다. (...) 나아가 변호사가 세 명이면 그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이 생겨 셋 다 더욱 많은 수입을 올리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상대방을 짓밟고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서로 강해지고 더 큰 성공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윈-윈(win-win)` 사고 방식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P. 71
이제 더 이상 땅덩이가 좁다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석유를 비롯한 모든 천연 자원은 자꾸 쓰다 보면 언젠가는 고갈되어 없어진다. 그러나 지식사회, 정보 사회의 자원인 사람의 머리는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다.


P. 85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일단 서로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과 관련된 가벼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지만, 낯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심각하고 진지한 인생철학이나 내면의 고민도 어렵지 않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통신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그들 말대로 정말 `끈끈한` 데가 있다.


P. 87
흔히 통신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풍토가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런 한계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이른바 `번개`라고 해서, 채팅을 하다가도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으면 다 때려치우고 달려나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가.
(...)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이기도 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도 통신상으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나자고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 제안을 받더라도 대부분 거절한다.
(...)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강조하는 인간 관계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터넷 세상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정작 한국 사람들은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P. 94
그래서 나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경영자를 만날 때마다 이에 대해서 충고를 한다. 경영 이론 중에서도 조직 구성원에게 어떤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점이 아주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신경 써야 할 동기가 두 가지 더 있다.
첫째, 애국심이다. 사람들은 대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일이 조국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느냐의 여부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가장 큰 동기로 작용한다.
둘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의 충족이다. 직원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고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와 유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발전의 계기를 부여해 주는 직장을 선호하고, 그런 동기가 있으면 그만큼 일도 열심히 한다.


P. 96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무리 편안하고 보수가 많은 직장이라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움으로써 자신의 발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흥이 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의 이런 특성은 우리가 이미 정보화 사회, 지식 기반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지금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고리타분한 격언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세상이다. `정보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P. 101
이는 아마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느낄 수는 있으되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 그 무엇. 그 따뜻하고도 푸근한 정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을 나는 존경하고 또 사랑한다.
나는 한국 사람들의 그 `정`이라는 것을 상당 부분 술자리에서 배웠다.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실없는 농담도 나누고 때로는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켜켜이 정을 쌓아 간다.


P. 102
앞으로 좋으나 싫으나 우리의 모든 생활은 인터넷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 삭막하고 각박한 사이버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고 훈훈한 인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 결국은 그들이 인터넷 세상을 지배할 것이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P. 117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한국의 학교에서는 암기를 잘 하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외우라는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
꼭 외워야 할 필요가 있는 지식은 그만큼 중요하고 자주 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외워진다. 그 밖의 모든 정보는 단지 어디를 찾아보면 되는지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P. 121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플로리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5,000년이라는 세월을 견뎌 왔다. 위에서는 중국과 몽골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밑에서는 일본이 조금만 힘을 기르면 치고 올라오는 고단한 역사가 반복돼 왔다. 그런 와중에도 지금까지 독립국가로서, 또한 단일 민족으로서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는 것은 실로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P. 124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방의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면서 넘보고 있는 광활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또한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일본을 비롯한 태평양 지역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허브의 개념이다.
서양 사람들은 중국의 한자를 모른다. 배우려 해도 좀처럼 배워지지 않는다. 서양의 알파벳과는 그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쓰는 한자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중국어나 일어를 배울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온라인 비즈니스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얼핏 봐서는 `닷컴 기업`의 가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것 같지만, 이른바 `굴뚝 산업`도 인터넷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해 가며 여전히 건재하다.
(...)
정보 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반적인 제조업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러한 조건을 더할 나위 없이 충족시키고 있다.
인구 면에서도 한국은 싱가포르의 열 배가 훨씬 넘는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면 독자적으로도 성숙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게다가 한국의 4,500만 인구 가운데 상당수는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며,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인재들이다. 특히 한국이 만약 통일이라는 염원을 달성한다면, 그 누구도 한국을 인구가 적다고 얕잡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인터넷 시대의 `인포메이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한국은 좀 더 개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시장 개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머리의 개방, 마음의 개방이다. 진정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세계로 뛰쳐나가야 한다. `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 힘으로 안 된다`는 생각을 뿌리째 뽑아 버려야 한다. 남이 하는 일을 우리라고 못할 리 없으며, 남이 못한다고 우리도 못한다는 법 또한 없다.
둘째,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한 군데로 집중시켜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통신 분야는 `AOL(American-on-Line), 소프트웨어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 하듯 한 분야를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 129
이사 온 사람이 이웃집에 떡을 돌리면, 그 접시에 하다못해 김치 한 쪽이라도 담아서 돌려 보내는 것이 한국 사람들의 인정이다. 한국어에는 있지만 영어에는 없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인정`이다.


P. 132
정치 문제는 어차피 확률 싸움이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계산하고 분석한다 해도 모든 예측이 들어맞을 수는 없다. 때로는 직관과 감각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조건 없이 좋아하는 사람을 밀어 주는 정과 의리가 필요한 때도 있다.
(...)
지금 전 세계에 걸쳐 형성되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세계는 말 그대로 거대한 도박판이다. 한국은 모처럼 대등한 입장에서 이 도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금은 과감한 베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P. 137
IBM이 B2B (Business to Business)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이 다른 모든 기업이 B2C(Business to Customer) 거래로 얻은 수익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는 바꾸어 말해서 미국에서도 아직 B2B가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미국과 똑같은 입장에서 출발할 수 있는 종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흔히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수준의 차이를 6개월 정도로 간주한다. (...) 그러나 그 6개월 차이라는 것이 대부분 B2C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고, B2B에서는 미국이라고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P. 140
미국에도 재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제너럴 일렉트릭 (GE) 같은 회사는 가전 제품도 만들고, 금융 사업도 하고, 비행기 엔진과 의료 기계를 만들 뿐만 아니라 방송국도 소유하고 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전형적인 재벌 그룹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느냐, 가전이면 가전, 금융이면 금융 등 어느 한 가지만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GE의 각 분야는 각기 독자적인 구조로 굴러가면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이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런 점이다. 예컨대 어느 재벌 그룹의 전자 회사는 반도체를 많이 팔아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다른 계열사, 예를 들면 보험 회사는 해마다 적자에 시달린다. 그러면 전자 회사에서 벌어들인 돈을 보험 회사에 쏟아 붓는다. 결국 전자 회사나 보험 회사 모두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의 재벌 `구조`의 문제이지 절대 재벌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재벌이 등장해야 한다고 까지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P. 152
나는 변화가 많으면서도 동적인 한국을 좋아한다. 그러나 역동성과 아슬아슬한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제 한국 사람들도 좀더 여유를 누릴 때가 되었다. 여유는 평소 조금씩 작은 것부터 양보하고 타협하는 습관,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P. 162
영어에는 `수고하셨습니다.`에 해당하는 인사말이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 `You did good job(너 참 일 잘했다.)`라고 인사하는 경우는 있어도 `You worked hard` 같은 말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수고했다.`는 말 속에는 과정에 대한 칭찬만 있을 뿐 결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결과가 어떻든 과정에서 수고하고 고생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반면에 `You did good job`은 과정이 아닌 결과에 대한 평가다.


P. 167
흔히 책임자는 누가 나쁜 소식을 전해 주면 버럭 화부터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대개의 경우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나쁜 소식을 전한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봉변을 당하게 되고, 다음부터는 아무도 나쁜 소식을 전하려 하지 않는다. 이로써 조직의 책임자는 가장 나중에야 사태를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면 나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에게 절대로 화를 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나쁜 소식을 빨리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체면`을 고수하는 사고 방식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과감히 다른 사람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야말로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P. 181
법은 우리가 이룩해야 할 원대한 목표가 아니다. 현실 생활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고, 또한 지킬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법의 테두리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법을 지킬 수 없어 범법자가 되고, 결국 그런 법은 있으나마나다.
한국의 상황이 꼭 그렇다.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을 2000년인 오늘에도 제대로 준수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 동안 한국의 수많은 기업이 알게 모르게 법을 어겨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생겨나기 어렵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는 모든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할 수가 없다. 어떤 문제가 생겨서 법전을 뒤져 보면 `이러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대통령령 몇 조 몇 항에 의거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대통령령을 찾아보면 이번에는 `시행 규칙 몇 조 몇 항에 의거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또 그 다음에는 `무슨 무슨 관청 지침에 따라 처리한다.`로 끝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침을 봐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결국 관청의 담장자에게 물어 봐야 한다. 담당자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줄 뿐이다. 며칠 후 다시 가 보면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 그 사람의 이야기는 이전 담당자가 했던 말과 또 다르다.
이처럼 법 조문 자체만으로 누구나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문가에게 해석을 의뢰해야만 한다. 바로 여기에 부정부패의 싹이 피어날 충분한 영양분이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법의 해석 여부가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달려 있을 경우 그를 적당히 구워삶기에 따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묘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우선 법 자체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법을 `해석`할 필요가 없다. 그냥 거기에 쓰인 대로 따르면 된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굳이 법을 피하려는 마음이 별로 없다. 오히려 아끼고 사랑한다.
특히 미국의 헌법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애착과 존경심은 대단하다. (...)


P. 225
모세는 홍해를 건너 곧장 이스라엘로 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온갖 시련과 고난을 당하면서도 42년 동안 백성들을 이끌고 사막을 헤집고 다녔다. 왜 그랬을까?
이집트는 당시 군사적으로 아주 강대한 나라였고 전쟁을 자주 치렀다. 젊은이들이 모두 전쟁터에 나가 농사 지을 노동력이 필요했던 이집트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데려다 일을 시켰다.
몇 백년 동안 남의 나라에서 노예 생활을 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노예 근성이 몸에 배어 있었다. 채찍을 휘두르며 감시하는 자가 있어야 일을 하고, 삶의 기쁨과 즐거움은 물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갈 뿐이었다. 그들에게 하루 아침에 주인으로서의 삶을 안겨 준다면, 그들은 노예 시절보다 못한 혼란과 불안 속에서 삶을 마쳐야 했을지도 모른다.
모세가 그들을 이끌고 42년 동안 사막을 헤맨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노예 근성으로 물든 1세대가 늙거나 병들어 죽고, 새로운 땅에서 태어난 2세대가 새로운 정신과 의지로 무장한 성인이 될 때까지 그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킨 것이다.
물론 단순히 북한 사람을 수천 년 전의 이스라엘 사람에 비유하자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분단 1세대들이 모두 사라지면 통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마저 식어 영원히 두 나라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5,000년을 이어 온 한 핏줄이라는 저력이 20~30년을 더 기다린다고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서히 닫힌 마음을 열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P. 230
내가 `미래의 동반자`라는 이름으로 실직자를 돕기 위한 재단을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로 암참에 가입한 미국 기업들이 참여해서 만든 재단인데, 1999년에는 자선 음악회를 개최하여 적지 않은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로 실직자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치거나 벤처 기업을 만들려는 대학생을 돕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한 달에 1만 원씩 회비를 내는 개인 회원제도 만들었다. 회원카드가 있으면 맥도널드 햄버거나 하얏트 호텔, SK주유소 등을 이용할 때 요금을 할인 받는 등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활요하기에 따라서는 1만원 이상의 가치가 충분하므로 독자 여러분도 많이 가입했으면 좋겠다.


P. 231
~ 232
경쟁 관계라는 것은 참 묘해서 많은 사람이 윈-윈이라고 생각하면 윈-윈이 되고 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된다. 주한 미군 문제도 마찬가지다.
(...)
나는 미국이 군인들을 철수시키지 않는 이유가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그 비싸고 좋은 땅을 미군 부대가 차지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P. 235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한국의 택시 기사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유식하다는 점이다. 복잡한 경제 문제나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막힘 없이 술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으면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한 마디씩 주워 들었을 뿐이라고 한다. 아무튼 IMF가 뭔지, WTO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미국 대도시의 택시 기사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강연에서 농담 삼아 한국은 경제 지표니 뭐니 다 필요 없고, `택시 기사 체감 지수`를 만들면 경제 동향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P. 250
미국 사람들의 이런 정신은 아주 오랜 뿌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싸우던 독립전쟁 당시 네이선 헤일이 한 말은 아직도 대부분의 미국 사람 가슴속에 남아 있다.
"I only regret that I have but one life to give for my country."
"내 조국을 위해서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는 말이다. 미국 사람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이 말, 그리고 이 말에 깃든 정신을 배우며 자란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정신이 온몸에 배어 있다.


P. 252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은 약 40년에 한 번씩 심각한 위기에 맞닥뜨려 왔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도전자가 40년 주기로 등장했던 것이다. 가장 최근 미국이 받은 두 차례의 공격은 공교롭게도 모두 일본에 의해서 였다.
1940년대 중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일본이 그로부터 40년 뒤 가전 제품과 자동차를 앞세운 경제력으로 다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타성에 젖어 있던 미국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새로운 각오로 다시 일어서곤 했다.
(...)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미국이 그런 위기를 겪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P. 253
이런 40년 주기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20 ~ 30 년 정도 미국은 별 어려움 없이 편안한 시기를 누릴 것이다. 그러나 2025년을 전후하여 미국은 다시 한 번 누군가의 도전을 받고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미국을 공격할 것인가?
나는 가장 강력한 후보자가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그 무렵의 한국은 인터넷 세상의 선두 주자가 되어 있을 것이고, 이미 통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뛰어난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이 엄청난 인구를 가진 중국과 손을 잡으면 얼마든지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부디 나를 모른 척하지 마시길.


P. 258
나는 진정한 친구 관계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심 없이 서로를 돕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하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마음은 꿈에도 갖지 않는 상대,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한 우정이 싹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히 단언하건대, 미국에서는 이런 우정이 불가능하다. 미국 사람들은 친구끼리 서로 돕는다는 것과 서로를 이용한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이용가치가 있어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들에게 진정한 친구에 대한 내 생각을 이해시킬 자신이 없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에게는 굳이 그것을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 누구나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들에게서 배웠으니까. 그래서 나는 한국이, 한국 사람들이 좋다.

-----------------------------------------------------

제프리 존스(Jeffrey D. Jones)

1952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출생
브리검 영 대학 법대 졸업
세계적인 법률회사 `베이커 & 매킨지`변호사로 일함.
1971년에서 2년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
1980년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한 이래 20년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인수합병(M&A)전문 변호사로 활동.
국내진출 미국 기업들의 단체인 `주한 미국상공 회의소(AMCHAM) 회장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슴.
미국 기업에서 기금을 걷어 한국의 벤처기업을 돕는 `미래의 동반자` 재단 설립.
한국음식을 즐겨 먹는 그는 한국을 가장 잘 알고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


출처-책안의 세상

 
 

관련자료

  • RSS
전체 107건 / 5페이지

+ 뉴스


+ 최근글


+ 새댓글


통계


  • 현재 접속자 578 명
  • 오늘 방문자 2,704 명
  • 어제 방문자 6,048 명
  • 최대 방문자 15,631 명
  • 전체 방문자 12,815,993 명
  • 오늘 가입자 0 명
  • 어제 가입자 1 명
  • 전체 회원수 37,545 명
  • 전체 게시물 280,799 개
  • 전체 댓글수 193,391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