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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마이크들과 이런 저런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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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빈티지 기기들이나 이큐들을 빌려서 사용해볼 기회가 생겨서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보고 있습니다.

요즘 음악에서 보컬 사운드는 하이가 굉장히 강조되었죠.
마이크의 해상도도 너무 좋고 선명한데다가 하이 뿐만 아니라 어퍼 미드를 올려서 건조하고 까끌까끌하게 만드는 게
좀더 하이파이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대부분 그런 사운드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쿠스틱한 곡들의 경우도 그렇게 톤을 잡는 경우가 많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보컬에서 중역 중저역대의 소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대역의 사운드가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된 가장 좋은 예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중반 앨범들이라고 봅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의 줄리 런던의 앨범들도요.

물론 시나트라 생전에 현대로 넘어와서 한 공연 영상을 보면 보컬 체인의 문제보다도 원래 지닌 목소리 자체가 넘사벽입니다.
또 넬슨 리들의 편곡도 브라스나 스트링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시나트라의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점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건 시나트라 개인의 보컬을 떠나서 수음되고 표현되는 방식, 해상도가 낮을지언정 너무나 아름다운 그 질감입니다.
요새 곡들의 편곡에서는 사실 겹치는 영역이 많아서 표현이 가능하다고해도 드러나기 힘든 장르나 곡구성도 있겠죠.

어쨌든... 어찌보면 너무나 올드한 창법과 스타일이지만, 클래식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테고
또한 스타일을 떠나서 사운드 자체로만 보자면 아름답다는 말밖엔 할 수 없습니다.
보컬의 음색과 창법, 스타일을 떠나서 중역대의 폭신폭신한 그 질감, 마치 무슨 마법의 필터라도 걸려있는 듯한 느낌을 어떻게든 표현해보고싶어 암만 만져보아도 힘들어서 포기했었죠.
빈티지 u47이 아니면 얻을 수 없다,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요.

사실 시나트라는 u47이나 u67, m49 등은 사진 촬영용일 뿐 실제로는 rca 44나 77을 많이 썼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시에는 콘솔이나 별다른 보컬 체인이라 할만한 것조차 별로 없을 때였습니다.
스탁 콘솔이 처음 만들어진게 70년대 즈음이니까요.
몇몇 엔지니어들이 손수 디자인한 콘솔을 쓰던 시절이었죠.
그 유명한 전설의 레전드... 빌 퍼트넘이 만든 오리지널 610 콘솔 한 대를 시나트라가 가지고 있었죠.
(나머지 중 한 대는 레이 찰스가 가지고 있었다고도... ㅎㅎㅎ 또 지금의 오션웨이와 첼로 스튜디오에도 한 대씩...)
시나트라 보컬의 질감은 대부분 rca 마이크와 610, 트랜스포머들과 ampex 200 테잎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시나트라 스스로도 싱어를 떠나서 보컬 녹음과 마이크 테크닉에 상당히 뛰어났었다고도 하고요.

안 될 거야 아마... 하고 잊고 있던 차에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오리지널 풀텍 eqp-1as와 meq-5, 밀레니아 nseq, gml-8200 등등 하이엔드 이큐와
빈티지 멀라드를 박은 튜브컴프들, 챈들러 리미티드의 커브 벤더 등등을 죄다 빌려와서 이리저리 마구 엮어서 테스트해보고 있습니다.
아 물론 위에 프랭크 시나트라를 길게 언급햇던 이유는, 그런 사운드를 꼭 만들겠다는 얘기가 당연히 아니구요,
중역대의 포근함에 대해서 얘기하려던 거랍니다.
그리고 요새는 하이의 화사함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어줘야겠죠.
그런면에서 nseq가 하쉬함이 자제된 고역을 잘 올려주네요. 요즘처럼 플러그인 이큐가 잘 나오는 세상에서는 아날로그로는 마스터링 용 이큐가 더 유용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역대에서 풀텍 meq-5가 정말 좋네요. 또 이것도 정말 레어한 물건인데 포커스라이트의 isa115hd라는 이큐도 중역대 만지기 정말 좋아요.
gml의 명성이야 재차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저역대와 고역대, 특히 저역대 반응이 최고네요.
다시 중역대 얘기로 돌아와서, 튜브 기기들도 여러대 인아웃단을 조작한 조합으로 여러가지 좀 과격한 실험을 해봤습니다.

근데 아무리해도 역시나 그 느낌 내기가 쉽지 않네요. 당연한 얘기겠죠. 보컬 체인에서 가장 영향이 큰 것이 마이크인데
그 뒷단을 암만 만져봐야...ㅎㅎ 아 물론 u87로 녹음한 소스에 여러 튜브기기들과 프리앰프의 조합은 참 따뜻한 착색을 더해주긴합니다.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부분을 채우고싶다는 열망을 잠재우긴 쉽지않네요. ㅎㅎ
뭐 어쨌든 유니크한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범용적으로는 u87과 그 뒤의 저 조합이면 충분한 건 맞습니다.
리버브만 좀 고운 걸로 쓴다면요.

제가 직접적으로 아는 지인은 아니고 아버지의 가까운 분(예전에 방송계?의 거물이시라던데...잘은 몰라요)의 자제분의 기기들이라 이게 좀 애매합니다.
강력한 지원을 지시받고 빌려주시긴 했는데 친해지긴 좀 어려운 스타일의 분이시고 ^^;;; 실제작업용 보단 수집의 목적도 많은 분이시기에...
그리고 그 아버님께서 많이 연로하셔서... 쿨럭...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하;;;
사실 1073, 1084도 있고, 상태는 잘 모르지만 rca 44bx는 물론 u47, c12도 있더라구요. 이건 빌릴 수가.......ㄷㄷㄷ


어쨌든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생각해보자면...
rca 44 같은 경우는 아주 독특하고 철저히 계산된 특정한 목적을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컬에 있어서는... 현대적이진 않으니까요.
존 메이어의 Continuum 앨범에 I'm Gonna Find Another You가 바로 44의 후기 모델이지만 거의 비슷한 성향인 77dx로 녹음된 보컬입니다.
중역대가 폭신하다못해 좀... 반대로 말하자면 안개같기도 해서 ㅎㅎ 악기가 많은 편곡의 경우에는 장점이 별로 없겠다...하는 생각도 듭니다.

c12나 c24의 경우에는 샘플도 별로 들어보질 못하긴 했지만, 주워들은 정보에 의하면 중역대가 풍부한 건 당연하고
고역대도 현대 마이크 못지않게 수음된다고 하더군요. 물론 훨씬 자연스럽게 말이죠.
어찌보면 요즘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빈티지 마이크로는 이쪽이겠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u47의 경우는 다른 마이크들보다 샘플 찾아듣기도 쉽긴한데, 소리가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ㅎㅎ
가장 유명한 예가 아마도 비틀즈겠죠. 대부분 애비로드에서 u47이나 u48을 사용했고, 헤이 주드는 신형 멀티레코더를 쓰느라 트라이덴트에서 u67을...
근데 그 당시의 보컬체인들이 지금에 비해서는 좀더 빈티지한 성향이라 직접적인 비교가 약간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u47의 가장 레퍼런스한 음반은 존 메이어도 그렇지만, 케빈 길버트가 아닌가합니다.
정말 어이없고 안타까운 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라 음반도 몇 장 없지만 보컬 뿐 아니라 모든 사운드가 완벽히 예술적이에요.
물론 마이크 뒷단의 체인들의 비밀들도 있겠지만 정말 저런 사운드를 낼 수 있는 u47을 구할 수만 있다면...

글이 중구난방인데 ㅎㅎㅎ
이것저것 그냥 떠오르는 대로 써내려왔네요. 언젠가는 꼭 경험해보고싶은 꿈의 장비들 얘기와 사랑하는 사운드 얘기니까요 뭐. ^^

오디오가이 회원분들 모두들 즐거운 명절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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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님의 댓글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제가 직접 갖고있던것은 빈티지중에는 딱하나 c24이지만....중역이 따듯하게 두툼하고 치찰음 없이 시원하고 인플레이터계열 걸었을때 아주 환상적으로 존재감 생기고 샤한데 거슬리지않고...^^

오랜만에 재밌게 생각하면서 글읽었습니다...

행복한 설 되세요~~~

모나드님의 댓글의 댓글

아 c24를 파셨나봐요. 갖고 계시단 글은 봤었는데. 아 정말 멋진 소리를 담아줄 것 같네요. ^^ 그래도 사용해보셨단 것만도 부럽습니다. ^^ 넵 hans님도 행복한 설 되세요~!

이정준님의 댓글

LA2A가 빠져서 섭섭하내요.

그리고 데크들도 회사마다 소리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데크에 녹음된 소스를 플레이벡해서 비교해보셨다면 더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싶내요.

모나드님의 댓글의 댓글

네 ^^ 빌 퍼트넘 얘기하면서 그 시대의 la2a도 빠질 순 없겠죠. 실제로 사용해본적은 없어서 저도 참 아쉽습니다. adl 1000을 아쉬운대로 갖고있긴한데 뭐 그래도 만족스럽게 잘 쓰고있네요. ^^;;

모나드님의 댓글

아 이런..... ㅠㅠ 급히 사정이 생겨서 글 일부를 좀 지우려했는데 댓글 달린 글은 수정이 안 되는군요... 털썩...ㅎㅎ
하긴 이미 어쩔 수 없는 거긴 한데... ㅎㅎ

운영자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모나드님.

이런저런 빈티지 기기의 매력의 세계에 계씨는군요.

http://music.naver.com/search/search.nhn?query=%EA%B9%80%EC%A3%BC%ED%99%98+best+gift&x=0&y=0

이 음반의 보컬의 C24 + 그레이트리버 + ADL1000 으로 녹음했어요

믹싱시에 리버브만 걸고 이큐나 컴프는 전혀 쓰지 않은 보컬 사운드랍니다.(물론 마스터링에서 초고역을 밝게 올려져있기는 합니다만)

C24의 보컬 소리를 듣기 좋은 음반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C 24는 보컬도 보컬이지만 색소폰에 정말 좋아요!!


전 이번에 AEA R44를 주문했답니다.

아마 이번주에는 오겠네요.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384625

그리고 이 음반의 경우는 보컬이 절반은 GML 8304 프리 + AEA R44C

스튜더 169 + 노이만 M149로 녹음한것인데

두 마이크와 프리에 따른 보컬의 질감이 곡마다 어떠신지 한번 들어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전 이번 AEA R44 이후로는 원더오디오 CM7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빈티지 U47에 가까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마이크가 아닌가 싶어요


빈티지 기기는 그 매력적인 소리의 향기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기기를 직접 점검하고 어느정도 수리까지 가능한 사람이 아니면 사용하기가 여러모로 불편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인것 같아요

모나드님의 댓글

우와 정훈님, 첫번째 음반의 보이스가 너무 멋지네요! 우와...
한국사람 목소리로 저런 사운드가 연출된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너무 아름답네요. 제가 말한 중역대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것.....하하하...
곡들도 너무 좋고요. 멋진 음반이네요.
아직 세네곡밖에 못들어봤는데 천천히 각잡고 제대로 들어봐야겠습니다.

참 이런 중역대 느낌은 뭐랄까... 질감으로 따지면 정말 폭신폭신하다고 할 수 있겠고
양감으로 따지면 약간의 근접효과 비슷한 그런 느낌인데, 정말 물리적으로 가까워서 발생하는 근접효과와는 다른... 뭐라 말하기 애매한 배음이 너무 충실해서 오는 매력적인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음반은... 오로지 보컬의 수음된 컬러만 놓고봤을 때는 살짝 의아하기도 한데요...
좀더 시간을 두고 들어보고 싶네요.
아 물론 음반 자체는 너무 멋집니다. 그냥 제가 예상했던 보컬 사운드가 아니라서..흠... 보컬분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주로 허스키한 보이스의 여성 보컬에게서 주로 받는 느낌 때문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근데 전체 사운드가 정말... ㅎㄷㄷㄷ합니다. ㅎㅎ 스트링도 너무 멋지고... 이런 음반이 있었다니...
(아, 계속 듣는데 마지막 곡 너무 좋습니다. ㅠㅠ...)

그리고 AEA의 R44C도 얘긴 많이 들었는데요. 위에 언급한 rca44도 리본은 AEA에서 교체한 거라고 듣긴 했습니다. CM7도 샘플은 좀 들어봤었는데... 괜찮더군요. ^^

정훈님 말씀대로 빈티지 기기들은 감수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은 관계로 너무 오리지널에 집착하기보단 잘 구현된 복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또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에 유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아, 그리고 정훈님, 블로그 방명록에 질문을 올린게 있었는데 못보셨나봐요. ^^;;
최민수씨 작업에 관련한 건데... 한 번 중단되었다가 작년에 다시 재개되어 발매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작업도 오디오가이에서 진행하신건지요? 그리고 재개된 작업에서도 C24를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

운영자님의 댓글의 댓글

김주환 보컬사운드 정말 좋지요^^

C24가 제대로 사용이 된 음반이라 생각해요.

최민수씨 보컬에는 C24가 사용이 되었습니다!

재게된 작업에는 오디오가이외에 다른 분들이 참여하셔서 마무리를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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