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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의 청승마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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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까지 믹싱을 하고 있다가.

컴퓨터 창을 닫고.

영자 싸이에 늘어놓은 잡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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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음반을 만든다는 것은



음악이 담긴. 음반을 만든 다는 것은..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르게.

 

아직. 아주 예민하게 느낄 겨를 도 없이.

 

 

음반을 만드는 일이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가만히 밖에서 바라보면.

 

음반을 만든 다는 것.

 

왠지 멋진 일 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도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일을 하든. 사람의 시간의 흐름 자체는 모두 다 행복한 것이 아닌가?..)

 

 

사무실 왼쪽 편 벽에.

 

내가 만든 음반들이 서른장 넘게 걸려있다.

 

그 순간에는 모두 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내는 것.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듯이.

 

마음속에 와닫는 음반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드문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몇몇 다른 레코딩 프로듀서들은 내가 참여한 음반들을 들으며.

 

부러움을 표하기도 하지만.

 

 

 

음악을 너무도 사랑해서.

 

음반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 플레이어에 걸리는 음반은 언제나 나의 가슴을 거친 것들이 아니다..

 

 

요즘 한달 째 새로운 한개의 프로젝트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유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내 마음속에 쏙 하고 들어오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밀려있는 일들을 뒤로 한채.

 

몇몇 이들의 원망까지 얻으며.

 

지금 만들고 있는 한 앨범을 위해 지금 이 시간의 거의 모든 것을 다 하고 있지만.

 

결과는 참으로 참담하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들이 내 손을 거쳐 왠지 더 음악성이 사라지고.

 

강렬한 개성은 평범해지며.

 

무엇보다도 처음 그 음악을 들었을 때의 두근거림을 사라지게 해 버렸다.

 

 

그냥 너무 잘하려는 생각없이.

 

무심히.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만든 앨범 보다도 훨씬 더 듣기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본디 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늘 마음을 비우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작업을 해야한다고들 하지만.

 

나역시 비교적 그렇게 지내고는 있지만.

 

때론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 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 늘 냉정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음악이 담긴 음반을 만든 다면.

 

굳이, 내가 음반을 만드는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음반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항상 시간에 쫓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 남을 음반을 만드는데 있어.

 

많은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탄생되어 지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음악은 감정을 지니고는 있지만.

 

사람과는 달라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음반은 세상에 내어 보내고 싶지는 않다.

 

 

올 초 적극적인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오디오가이 레코드도 벌써 4개의 앨범을 작업했지만

 

출시된것은 1개뿐.

 

작업이 완료된 2개는 조용히 컴퓨터의 하드에만 저장해 두었고.

 

지금 진행중인 또 하나의 앨범은 완성단계에 다다르기는 했지만.

 

무언가 이대로 내 보내기에는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 다.

 

 

내가 만들어 내는 음반.

 

거기에

 

나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담겨있지 않다면.

 

그 누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과연 그러한 음반은 태생의 가치가 있는 것일 까?

 

 

 

욕심내어 하고 있는 이 음반작업.

 

내일이 믹싱된 음원을 아티스트와 기획사에 들려주기로 약속한 시간이지만.

 

이제 앨범의 절반정도. 아니면 그만큼도 다 하지 못했다.

 

3주동안 계속해서 이 음악만을 들은 탓인지.

 

참신하고 새로운 마음이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아.

 

음반을 만드는 데 있어.

 

이제는 무심한 마네킹처럼.

 

그리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들 처럼 그대로.

 

무언가 새롭고 창조적인 것은 없이.

 

마치 습관처럼. 또 하나의 음반을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다.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다.

 

어서 내가 음반의 최종 작업들을 끝내서 시장에 출시 되어 질 수 있기를.

 

 

하지만 나는 조금 쉬고 싶다.

 

그리고 다시 참신하고 보다 맑은 정신을 가지고.

 

한번 태어나면. 나보다도 그리고 우리보다도 더욱 더 오랜시간 세상에 남아있는 "음반"을 위해.

 

그리고 그것을 들으며 기뻐하고 혹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더욱 더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져 내었으면 한다.

 

 

이 또한 지나친 욕심일까?

 

그러나 이러한 욕심이 없다면.

 

음악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런지도 몰라 .

 

 

모든 것들이 왜 이리도 급한 것 일까?

 

사람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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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성님의 댓글

  저도 믹싱을 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제 가슴을 울려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죠...
너무 바쁘게만 움직였던 최근엔 그런 충전이 간절합니다.

장호준님의 댓글

  그래서 이름있는 엔지니어나 프로듀서 또는 뺀드는 녹음 끝내고 한달정도 여행하고 놀고, 그런다음 믹싱을 한다기도 합니다.  그럴만한 상황이 되니까 그렇겠지만,,,

이장호님의 댓글

  영감이 메마르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요즘 고민이 inspiration 을
노력해서 만들어 내야 한다는것이 큰 숙제 입니다.
샘물 처럼 마르지 않는 그런 능력...........
릴랙스도 필요 하고 재 충전도 필요한것 같읍니다.
부산 에 오셔서 해운데 보시면서 소주에 재 충전을 해보심이 어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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