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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반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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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10월이 되면 그리고 11월이 오면 나는 마음이 조금 불편해진다.

아니. 불편이 아니라 안달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이번 가을도 역시. 아름다운 거리와 계절을 느껴보지 못하고 일에만 파뭍힌 채 그대로 지나가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


일요일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우리 집과 서울반대편에 있는 곳으로 발길을 향한다.

이전에는 시끄러운 지하철.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이 죽어있는 지하철을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요즘들어서는 언제나 많은 일과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둘어쌓여있다보니.

이제는 잠시라도 혼자 생각을 즐기고 나늘 찾을 수 있는 지하철안에서의 시간이. 그리고 그 안에서 읽고 있는 책 의 한 단어. 단어들이 딱딱해진 내 마음을 조금더 여유롭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만화로보는 좋은 생각"을 보며 지하철안에서 감동적인 우리들의 이야기에 눈가에 눈물이 맺혀 충혈된 눈 을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마치 졸려서 그련냥 하품도 하고 기지개도 켠다.

잠시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전화에 "아버지"라고 되어있다.

"평소와 같이 그냥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부재중표시를 그대로 넘어간다.


그리고 나서 다시 책을 읽으며 그곳에 있는 가족들간의 이야기에 다시 눈물을 젖힌다..

문득..

남의 가족이야기에 이렇게 감동을 받으면서. 정작 내 자신은 아버지의 전화도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는것은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전화기를 꺼내 통화를 한다.

몇번의 벨이 울리고 나니 아버지가 아닌 동생이 전화를 받는다.


나 : 아버지가 나에게 전화했었단다

동생 : 형! 그거 내가 전화한거야. 나 사주되었어.

나 : 뭐라고??? 잘 안들려 뭐..뭐??

동생 : 사주. 사주라고.

나 : 응.. 뭐라고??

동생 : 아기말이야. 우리아기 4주되었돼..

나 : (순간 내 눈가에 오히려 눈물이 핑..하고 맺힌다.)

정말 너무너무 축하한다. 오히려 내가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이구나.

앞으로 제수씨에게 더욱 더 잘해주고 건강히 잘 보살피렴..

...

동생이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부모님 가게에 가서. 자신의 전화기가 아닌 아버지의 전화로 이 소식을 내게 알려주었다..



동생이 결혼하고 약 반년.

어릴적에 언제나 내 뒤를 쫒아다니며 울던 녀석이.

그리고 찻길을 건널때마다는 언제나 내가 손을 잡아주어야 그녀석도 나도 마음이 편했던 녀석이 벌써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이.

내게 있어서는 참으로 감동적이고 또 행복하다.

전화를 끉고 나서 볼일을 보고 다시 돌아오는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랑하는 동생. 정말 너무너무 축하한다. 제수씨에게도 축하단다고 전해주렴..."





*요즘들어 이렇게 편하게 글을 하나 쓸 수 없다는 것이. 생각하고 느낄겨를이 없다는 것에 하나둘.. 조금씩 지쳐간다.

광화문에 사무실을 만들고. 생각보다 더 바쁘게 지내는 일상 가운데 애초에 생각했던 초심의 여러가지를 잃어버린 것 같다.

사무실을 만들어 오디오가이 가족들 모임도 하고. 와서 오픈스튜디오로 만들어 편하게 믹싱이나 마스터링을 하는등.

단지 나만의 공간뿐만이 아니라 오디오가이 가족들 모두의 공간으로 함께 만들어나가야 겠다라는 생각을.

나는 언제부터 잊고 지내고 있었다.



*아주 많이 믿고 신뢰하는 사운드독의 고제환사장님께 어제 저녁8시에 전화가 왔다.

 
"정훈씨! 술한잔 합시다."

 지난 주엔가. 그분에게 나는 이런 질문을 했었다.

 나 : 저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만.. 대표님이 보시기에 제가 사업을 할 수 있는 스타일인가요?

 가끔 제 짧은 식견으로도 어떤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사업을 할 사람이다.. 아니면 사업과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사업을 한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만..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대표님 : 정훈씨는 당연히 아주 사업에 잘 어울리고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다만.. 한가지가 걸리는 것이 있는데 이것만 해결된다면 분명 아주 잘 해내갈 것 이라고 믿습니다.

 나 : 그것이 무엇인가요? 정말 궁금합니다.

 고대표님 : ...음.. 그것은 내가 좀더 정리를 하고 언제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짧은 대화에 대한 답을 어제 저녁 들을 수 있었다.

 
고대표님 : 내가 보기에는 정훈씨는 서두르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가보는 것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정훈씨가 보기와는 달리 성격이 무척 다혈질이고 성격도 급한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조금 더 천천히.. 한계단 한계단 스텝바이스텝으로 하다 보면 정말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순간 나는 무엇이라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 : 저는 제가 신뢰하고 사랑하는 분꼐서 제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그것에 대해서 내 자신의 짧은 머리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입니다. 가슴으로 새겨듣겠습니다..

고대표님 : 저는 정훈씨를 참 좋아합니다. 제가 이런 표현 마음으로는 간직해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잘 알지요?

...

 
둘이서 기분좋게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타기 전.

고대표님 :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어쩌면 나에 대해서 그 친구들이 알고있는 것은 그 친구들이 나를 보고 있는. 그리고 보았던 그 모습의 단편밖에 일런지도 몰라요.

어쩌면 정훈씨가 오랜 친구들 보다도 저에 대해서 더욱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뢰를 하고 또한 많은 부분 의지를 하고 있지요.


나 : ...

기분좋게 술을 마셔 조금은 어지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생각이 났다.

그리고 함께 같은 택시를 타는데.. 가만히 내 손을 꼬옥 잡아주신다.

술에 취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잠을 청하고 있는 와중에도 말이다.

나는 중간에 먼저 일어나. 택시기사님에게 고대표님의 가시는 곳을 간단히 설명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 다시 오늘 사무실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요즘들어 멋진 모습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

광화문역에서 내리기 한 정거장전.

앉아있는 내 앞에 이쁜 커플이 들어온다.

나는 왠지 그 커플에게 자리를 양보해주고 싶어 자리를 일어났다.

주말에 달콤한 데이트를 하는 두 사람에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하철에서 서있다가 앉는 자리가 생기면 아주 잠시나마 기분이 좋을테니까..

이것도 있지만 왠지 지금은 서서. 주변을 보고 싶었다.

종로3가에서 지하철문이 열리고 어떤 할아버지가 무거운 배낭과 카메라 삼각대를 가지고 내 쪽으로 들어오신다.

자세히 보니 맨프로토 삼각대와 유명한 카메라 가방 제조회사인 로우프로의 배낭. 아마도 그 안에는 카메라와 렌즈들이 여럿 들어있을 것이리라.

내 옆에도 SLR 카메라가 있었지만. 왠지 그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삼각대는.

나처럼 젊은 사람들이 유행처럼 들고다니는 카메라들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사진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생각을 꾹 참으며..

내가 조금전에 양보했던 자리로 곱게 화장을 하신 할머니가 빙그레..감사의 미소를 나에게 띄우며 앉으신다..

자리를 양보한 커플역시. 이 할머니에 양보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리에 일어서서 지하철 안을 둘어보니.

정말 생생하고 살아있는.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풍경들 투성이다..

 
오늘 아침. 지하철역에서 환승을 하면서..

사람들의 진한색상의 겨울옷을 보며.

"왜 사람들은 날씨가 춥다고 모두들 다 이렇게 칙칙해 보이는 어두운색의 옷들만 입는 것일 까..

이러한 어두운 색들 사이에 둘려쌓여 있으니 오히려 정신이 죽어가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며 불만에 휩싸였지만..

돌아오는 길의 지하철의 풍경은.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색상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다.


서로의 자식이나 연인들을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말투. 몸짓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 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사무실로 돌아와 믹싱을 해야하는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잠시 삼십분 후면 오랜 십년기지 친구 재즈오텍 이태원. 오디오가이의 신배호님. 정원석(칼잡지)님..

내가 좋아하는 이 세분과 함께 저녁식사 약속이 있다.

저녁 식사전에 얼른 믹싱작업을 해 놓아야지..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또한 누군가를 약속시간 을 조금 넘겨 오는 것도 좋아한다.

그것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다림의 시간을

그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해 주는 것 이니까..

...

 

11월12일 저녁 6시.

 

오늘 하루 반 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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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nie님의 댓글

스크롤압박이 있었지만.. 한글자 한글자 읽다보니 코멘트까지 오게 되어버렸네요...

이런저런 생각나게 하는 글... 잘보았습니다... 글을 보니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러신지 ..

제가 쓰는 어리버리한 글하고는 차원이 틀리군요;;

박 상욱님의 댓글

재즈오텍 = 영어라서... "님" 자를 붙이면  맛이 살아지고...
이태원 = 은 동내 이름 이라서 그랬을거 같은.. 저의 엉뚱한 -.-;;;

신배호님의 댓글

에그머니..  들켰다.. ㅋㅋ  ^^;

상욱아,

네가 내 대신 믹스해 준다는 소식에 반가워 빌린 마이크 돌려 드리러 간다는 핑계로 휭~하니 다녀 왔다.

용서해 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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