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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기사 - - - DSD 레코딩에 관한 좌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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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켠에 쌓아 둔 책을 만지작 거리다가 일전에 흥미있게 읽었던 기사를 다시 되게 되었습니다.
  전직 레코딩 엔지니어와 현직 엔지니어의 좌담이하고 할 수 있겠네요.

  스테레오 사운드 154호(한국판)에 실린 내용으로 벌써 2년 전의 글입니다.
  현재의 기술 변화는 2년이라는 시간을 상당히 오래전의 모습으로 보게 하고 있습니다.

  최신 포멧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취미로 귀동냥하는 아마츄어들은 감을 잡기도
  버거운 것이 요즘입니다. ( 뭐, 아무래도 구입이나 그런 것에 관계된 것이겠죠. )

  2년 전의 DSD레코딩에 관한 것이므로, 현재의 사정과는 또 다른 차이가 많겠지만, 녹음과 재생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점에서 이것 저것 느껴 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에 대해서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 그것 또한 궁금하군요 ), 재미
  있게 읽었던 내용이라 한 번 올려 봅니다.

  [ 그나저나 스가노 오키히코 씨는 Old Fashioned 라고 느끼게 하면서도 항상 새겨들을 만한 말씀을 해
    주시는군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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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SA(슈퍼 오디오)CD 그 최첨단 세계
특별대담  SACD의 현재


-SACD가 등장한 지 벌써 만 6년이 지났습니다. 이번 특집은 그 최첨단의 상황을 여러분께 전하려는 것인데 여기서는 현재 시점에서 SACD에 대해 생각했던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낱낱이 이야기해 주셨음 합니다.  스가노 오키히코 선생은 오디오 랩을 비롯해 수많은 녹음 제작에 참여했던 분이고 옥타비아 레코드에 주재하고 있는 에자키 모토요시 씨 역시 현역 녹음 제작자로서 SACD릴리즈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분입니다.
녹음과 재생의 양쪽에서 진지하게 오디오에 관여한 두 분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자키 모토요시(이하 에자키) : 제가 녹음 제작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985년의 일입니다.  그때 이미 CD발매가 시작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아날로그의 최후와 디지털의 최초가 교차하고 있던 무렵입니다.

스가노 오키히고(이하 스가노) : 제가 녹음 현장의 일선에서 물러난 때와 에자키 씨가 시작한 때가 거의 같은 타이밍입니다. 바톤 터치를 했다고 할까요.

에자키 : 그렇습니다. SACD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저의 지금까지의 경험을 이야기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좀 더 이야기하자면, 녹음 제작 일을 시작했던 무렵의 저는 아날로그의 뛰어남을 잘 몰랐습니다.  요즘은 CD방식이 PCM디지털이지만,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같은 히스 노이즈가 없고 레코더도 컴펙트하고 소리도 깨끗합니다.  따라서 디지털을 전면적으로 믿고 있었던 듯합니다.

스가노 : 저도 1970년대 디지털을 처음 만났을 때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자키 : 그런데 CD포멧으로 녹음을 계속하다보니 아날로그는 아날로그로서 디지털보다 상당히 좋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녹음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었죠.

스가노 : 질감에서 말인가요?

에자키 : 그렇습니다.

스가노 : 당시 디지털에 불만을 느낀 부분이 바로 질감입니다.  노이즈는 없었지만 좀 심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자키 : 모처럼 이탈리아 명기로 연주된 바이올린 연주가 디지털 녹음에서는, 극단적으로 말해, 싸구려 느낌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아날로그는 좀 더 좋은 질감으로 녹음되었죠.  때문에 아날로그가 가진 좋은 면에 가까이 가려고 녹음 방식을 16bit에서 24bit라는 하이스펙으로 바꾸었죠.  그렇게 하면 소리의 부드러움이나 두께가 나옵니다.  그 부분은 좋았어요.

스가노 : 그렇죠.

에자키 : 그리고 SACD의 디지털 기록 방식인 DSD로 녹음해보니 그때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전부 사라져 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제가 생각하는 SACD는 디지털의 장점을 살리면서 아날로그에 가깝게, 혹은 그것을 능가할 가능성을 가진 미디어입니다.

스가노 : 재미있네요.  저도 소리의 감촉, 텍스처, 촉감의 중요함을 알게 된 것이 디지털을 알게 된 이후인 것 같습니다.

에자키 : 그럼 70년대겠네요?

스가노 : 그렇죠.  그때는 12bit PCM 시대였습니다.  제가 녹음을 할 때는 아날로그 전성 시대였죠.  그때 당시는 지금과 반대로 아날로그의 단점을 피력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이내믹 레인지, 노이즈 문제도 그렇고 이퀄라이저 특성, 변조 왜곡, 기계적인 각종 시간 정밀도, 안정성 보존성, 녹음 기기의 보수 등을 포함해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문제를 대폭 해결해준 것이 디지털입니다.  비트 수 등 스펙(물리특성)도 점점 개량되 16bit/44.1kHz의 CD 탄생을 맞게 된 것입니다.


[ 인간의 감각은 스펙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가노 : SACD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하자면 CD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 곳에 같은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사실은 CD 발매 시 처음부터 SACD 정도의 스펙이 준비되어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확실히 이론적으로는 인간의 가청 대역을 커버하고 16bit 분해능도 어느 정도인지 몰랐습니다.  그것이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였죠.  하지만 인간의 감각은 스펙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재생 측과 제작 측의 기기가 완전히 같은 스펙인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자키 : 이전에는 녹음 측의 기기 쪽이 훨씬 큰 비중이었스니까요.

스가노 : 아날로그 시대에는 오리지널과 최종 상품이 많이 달랐죠.  대문에 저는 CD를 `가마솥 녹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큰 가마솥에 지은 밥을 나눠 담았을 때 그 중에서도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거죠.  단지 사고 방식을 바꾸면 제작시의 소리 열화 없이 재생 측에 전할 수 있다는 의도가 되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 일단은 납득했습니다. 
그리고 스펙으로 말하면 CD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아날로그를 상회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예를 들면 녹음 측이 16bit에서 24bit가 되거나 혹은 샘플링 주파수 44.1kHz 에서 96kHz가 되었다고 해도 CD의 규격은 그것을 다이렉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계가 아닙니다. 
하물며 현행 DSD 스펙의 레벨은 완전히 무리죠.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디지털 기술의 진보를 기다려 여유를 가진 스펙으로 CD가 시작되었으면 했죠. 
때문에 SACD가 시작되었을 때 저는 이후 전면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부터의 오디오 패키지 미디어는 기기와 기록 정보량이 극히 큰 SACD 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물론 스펙이 좋으면 좋은 소리가 된다는 단순한 얘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SACD의 가능성이 굉장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에자키 : 아까 잠시 언급했지만 DSD로 처음 녹음했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기기의 크기였습니다.  홀에 울리는 소리가 전부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마이크의 위치가 다소 잘못되어도, 극단적으로 말하면 반대로 세팅되어도 충분한 정보량으로 기록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아날로그 시대를 포함해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죠.

스가노 : 그렇죠.  그것은 기기가 아니라 `기록 정보량`이죠.

에자키 : `그 곳`에 있는 분위기를 모두 녹음하는 것.  DSD의 스펙이라는 것은 그만큼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준의 녹음이 가능한 것이 DSD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부 녹음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엔지니어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담을지 고민합니다. 
그것이 엔지니어의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고 `재미`이기도 하죠.  하지만 DSD 녹음 방식에서  `어쨌든 전부 녹음해 두는` 것 같은 관행은 좋지 않은 점일지도 모릅니다.

스가노 : 그렇게 말해도 역시 녹음한 `사람`은 소리에 드러나는 법이지요.

에자키 : 물론 그렇습니다.  프로나 아마추어가 다 마찬가지란 얘기는 아니죠.


[ 자연스러운 존재감이 녹음되는 DSD ]

에자키 : 또 하나 DSD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전부 녹음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의 얘기인데, 바로 실재감입니다.

스가노 : 실재감이라구요?

에자키 : 네, 실재감.  말하자면 현장에서 울리고 있는 생생한 현장감을 말합니다.

스가노 : 그렇군요.

에자키 : 즉, 오디오 파일이 말하는 실재감이라는 것은 마치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듯한 소리를 말하는 것이죠.

스가노 : 빈틈없이 말이죠.

에자키 : 네, 그런데 연주 회장에서는 그런 빈틈없는 소리를 들을 수 없죠.

스가노 : 오디오 특유의 소리죠.

에자키 : 네, 그것이 오디오의 매력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인정합니다.

스가노 : 라이브로는 들을 수 없는 악기 그 자체의 소리니까요.  그것이 오디오의 독자성이고 멋진 점이죠.

에자키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생생한 현장에서 울리는 실재감이란, 악기와 듣는 사람 사이에 거리와 공기를 충분히 두면서 완전히 악기의 존재가 둔해지지 않고 흔들리는 느낌입니다.  실재감은 공기감이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죠. 
자연스러운 존재감으로 녹음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그런 녹음을 하려고 했다면 소리가 둔해져서 쓸 수 없게 되었겠지만, DSD라면 가능합니다.

스가노 : 소리라는 것이 공기의 소밀파(疏密波)이므로 공기감이 정확히 녹음되는 것은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최근 몇 십 년의 녹음 . 재생의 취향 변화와 궤적을 같이 하는 않습니까?  옛날에는 공기감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악기에 육박하는가가 중요했죠.  현재 피아노 녹음은 잔향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이 많지만, 제가 젊었을 때만 해도 그런 녹음을 하면 한 대 얻어맞았죠(웃음).  그런데 점점 공기감이 좋아지게 되었고 DSD라면 더욱 잘 녹음됩니다.

에자키 : DSD가 처음부터 그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가노 : 물론 그런 것은 아니죠.  기기의 크기, 스펙의 우수함을 원한 결과가 자연히 DSD 녹음에 작합했다는 거죠.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요.

에자키 : 한편으로는 빈틈없는 존재감이라는 것은 오히려 PCM 쪽이 녹음하기 쉽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DSD는 공기가 들어가는 대신 물질감이 멀어진다고 하는데 그 편이 자연스럽고 솔직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스가노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DSD와 SACD의 대비로도 바꿔 말할 수 있죠. 재생하는 측의 인상과 같습니다.

에자키 : 때문에 지금까지의 오디오 사운드에 익숙해져 버리면 DSD 녹음이 만족스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스가노 : 그렇죠. 그런데 DSD는 PCM처럼 손에 잡힐 듯한 물질감이 있는 소리를 녹음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에자키 : 현재로는 어렵죠.

스가노 : 그래도 그건 PCM 시대의 방법이 아무래도 남아있기 때문 아닐까요?

에자키 : 그렇겠죠.

스가노 : 정보량의 크기가 있다면 공기감과 물질감도 녹음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래야만 하고요.

에자키 : 그건 우리의 과제가 되겠네요.  그만큼 우수한 스펙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 계속 --

[간만에 자판 두드리려니 힘드네요.  오타는 너그러이 참아주시기를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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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저도 이 기사가 나온 스테레오사운드(하늘색표지였죠 아마?) 지니고 있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DSD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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