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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고 와서 쓴 긴~~잡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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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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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산책2


절두산 순교 성당을 다녀왔다.

초를 가지고 기도를 드리고. 초에 꿈을 적어 놓은 후.. 그저 두손을 가만히 모으고 있었을 뿐인데.

무엇이라 겉으로건 속으로건 이야기 하지 않았을 뿐인데.

머릿속의 생각들이 한꺼번에 여러가지들이 하나둘 술술 흘러나와 하늘로 올라간다.

 
문득 머리가 맑아진다.

그리고 감각이 예민해진다.(나의 기준은 언제나 청력과 귀의 느낌이다.)

난 스트레스를 받거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들때면 언제나 귀가 멍해진다.

하지만 기도를 드리고 많은 수들의 염원이 담긴 촛불들이 흔들리는 것을 눈을 감은채로 느끼며 드리는 기도의 시간이 지난 후.

머릿속과 귓속이 맑아진듯 상쾌해진다.

 
절두산.. 왠지 무시무시한 이름때문에 강변북로에서 좌측 한강면을 바라만 보았지.

이곳 성당에는 좀처럼 시선이 머물지 않았다.


해가 지고 12년이나 오랜시간을 함께 주고받고 있는 선생님과 둘이 걷는 이 절두산 성당과 주변의 길은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구불구불한(성당의 산책로들은 대부분 직선길이 없이 구불구불하다.) 산책로를 조금만 내려가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그리고 그 계단턱에 앉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이 보인다.



한강은 볼때마다. 새롭고

볼때마다 더욱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어릴적이었던것 같다.

한 사오년.. 이때는 어릴적이 아닌가?

고등학교때를 갓 지났을때.

어느 한 여자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면서.

동네 골목골목을 지나다가 허름한 계단에 나를 앉혀두고.

앞에 있는 동네야경을 나에게 선물해 준적이 있다.(지금 생각해보니 고등학교때 친구 동생이었다.)

이때의 함께 있던 사람은 바로 기억해내지 못해도.

이때 골목길 안 계단에 앉아 보았던 동네거리의 밤 풍경의 모습은 지금도 또렷히 생생하다.


 
절두산 성당에서 한강을 내려와 걸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 : 지금 계절은 정말 걷기 좋은 계절이지 않니?

*나 : 그럼요. 지금 계절 산책하고 걷기에 너무너무 좋지요. 이런 계절을 지금 즐겨야지요..

*함께 한 선생님 "낮에는 아직 더워서 사람들이 없는데 지금은 선선해 지니 이렇게 사람들이 많네"

*나 : 그런가요? 이렇게 천국같고 아름다운 곳이. 시내에 비하면 너무너무 사람들이 없는 것 같이 느껴져요..

 

집에 들어오면서 컴퓨터를 켜면서 문득 생각이 든다.

요즘사람들은 술과 연애가 아니면 딱히 다른 것을 즐기지를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단순히 동네에서 조금만 걸어나와도.

늘 걷던길의 아련한 추억도 좋지만.

오랫동안 쳐다보지 않았던 골목길은 왠지모르게 가슴이 아련하다.


한강변을 걸으면서 생각을 했다.

"이곳은 천국이야~~"

하하하...

 
선선한 바람을 쐬며. 편안한 신발과 무겁지 않은 옷차림으로.

다른사람의 시선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넓게 탁. 트인 한강과. 그리고 그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모두 함께 나누고 싶다.

아니. 소중한 사람들과...


세상은 술과 여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뺏길만큼 아름다운것은 아직도 많으니까 말이다.

 

 

*산책의 조각들

절두산 성당 옆 기도하는 곳(아직 이곳을 무엇이라 부르는 지 잘 알지 못한다.)

초에 이름과 "지향"을 적는 곳이 있다.


나의 이름은 : 최정훈(이나시오)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만나시기 전에 아주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셨기에. 나는 세상에 태어나기전에 이미 나의 이름보다 먼저 주어진 이름이 있다.(하지만 태어나서 성당을 가서 미사를 드려본적은 5번도 되지 않는다.)


"이나시오"

하지만 태어나서 누구에게 한번도 불려본적이 없으며.

내것이지만 내것이 아닌. 그러한 느낌이다.




꿈. 소망을 적은 "지향"에 빈칸에 주저함도 없이 두 단어를 채웠다.

초를 두며 슬쩍 다른사람들의 염원을 훔쳐보니 "취업" "가족" "건강" ...

늘.. 염원하는 것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들.

하지만 늘.. 곁에서 흔하게 듣는 상투적이라는 이유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남의 일로 그저 쉽사리 치부되어 버리는 것들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모두 쓰여져 있다.

 

난 두마디의 두단어를 적었다.


"비움"


"놓음"

 


처음에는 "가족" 이 떠올랐다.

"내려놓음"이라는 책 제목때문에 모두 뜻이 획일화되어버리게 된 "놓음" 전에.

난 오히려 "비움"이 떠오른다.

 
그저 하나 둘. 빼고 또 빼고 비우고..

그리고 나서 놓고..

이렇게 생각하고 또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

누구나 마음속에서 이렇게 꿈은 꾸지만 현실의 욕심과 욕망에 휩싸여 좀처럼 곁에 있지 않은 것들이다.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하신다.

"정훈이가 벽에 부딪이는 일이 있거나 힘든일이 있을 때. 이곳에 와서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가렴.."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로 들리 수 도 있지만

지금까지 들은 그 누구의 전도의 이야기보다 더욱 더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순간 나의 자만심은 마음속에서도 하늘을 찌른다.(이렇게나 좁은 내 마음속에서도 높은 곳인줄 알고 올라가는 내 자만심이 참으로 웃기고 또 재수없다.)

*나 : (마음속으로) "나는 힘들거나 벽에 부딪히거나 그런일들이 별로 없는데.."

하하하..

 

집까지 강변에서 걸어올까 하는 생각이 컷지만.

어서 집에와서 이렇게 마음의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 또한 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을 탓다.

절두산 성당과 강변의 공기는 아주 좋다.

특히 절두산 성당의 공기는 전혀 서울같지가 않다.

지하철은 폐를 바늘로 찌르는것 같은 답답한 공기가 지하로 들어가는 순간 바로 엄습해온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더 힘든 것은.

늦은 밤. 만석의 지하철과.

그리고 동태눈깔처럼 죽어있고 생기가 없는 사람들의 눈빛이다.

 
인생을 즐겨라.

나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척. 그러한 죽은 표정을 지니지 말자.

늦은 밤 지하철에서 물오징어마냥 축.. 늘어진채로. 좀있으면 냉동실에 들어가.

"댕강" 하고 머리가 잘릴 동태가 아니라.

힘들땐 그냥. 한번씩은 걷자.

그리고 또 걷자.

그리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라.

늘 있는 풍경들. 불빛들. 사람들. 심지어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까지도 아름답게 그저..

자연의 소리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지하철을 하고 머리가 죽은채로 한시간 거리를 삼십분만에 가느니.

나는. 한시간 거리가 한시간이 더 걸릴 지언정.

2시간 모두 눈앞에 펼쳐지고 들려오는 모든것에 아름다움과 황홀을 느끼며 시간의 흐름을 안타까워 하겠다.

 
"지금 몇정거장이나 지났지?" 하는 생각대신.

밖으로 나가자.


걷자.
 
그리고 인생을 즐기자~

관련자료

카스테라 케익님의 댓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무라카미 라디오를 읽고선,
그 후로 차 한잔과 산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요..
이런 느낌의 생각을 하면서 산책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가물합니다. ^^..
몬가 사색하며 걷는 느낌을 가져본지가 언제인지..
영자님과 산책하면 어떤 내용들의 대화가 오갈까요? ㅎㅎ
뿌연 안개속에서 한줄기 빛 보는 느낌. 글 잘 읽고 갑니다.ㅎㅎ

johannes님의 댓글

즐거운 상념의 시간들인거 같으네요..^^

근데...장가를~가시면...상념이 많~이 줄어들거 같습니다...ㅋㅋㅋ....

근데 장가간 저도 요즘 센치~해지고 있습니다. 가을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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