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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시고, 또,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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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바뀌어,
창가에 햇살이 아름답게 내리쬐는 날입니다.
참 따뜻하군요. 정말, 따뜻합니다.


어제 저녁이지요.
여섯시 즈음이 되었던가요.

작업실에 있다가,
저와 함께 일 하시는 문팀장님이 퇴근을 하시고,
잠시 쉬던 차에 오디오가이에 접속을 했더랬지요.

게시판에 장난치고는 좀 과하다 싶은 글이 있어 클릭을 하게 되었습니다.

헤드뱅님이 올려주신 글이지요, 그 소식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읽고 또 읽고, 그 글에 달린 답글들을 보면서 한참동안 충격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방금 퇴근하신 문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팀장님. 어떡하지??"
"뭐가.? 무슨 문제있나?"
"아니.... 상욱씨가.. 상욱씨가.."
"응? 뭐? 누구?"
"오디오가이 박상욱 씨.."
"아! 어. 그래 상욱씨가 왜?"
"상욱씨가...."

죽었다는 세 글자가 왜 이렇게 내뱉기가 힘들던지요..
아마 입으로 내뱉는 저조차도 차마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겁니다.

휴대폰을 타고 들려오는 문팀장님의 탄식도..
울먹거리며 전화하던 저도..
뭐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망연자실.
그냥 저희 둘 다 망연자실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울먹거리다,
배호님이 만든 온라인 분향소엘 갔더니,
트리니티에 추모공간을 만들어놓은 이야기가 보입니다.

아무생각없이 작업실에서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신사동에서 역삼동가는 그 길을 가는 동안,
차에서 그의 전화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지 않는 전화기에,
음성안내의 녹음에 무슨말을 어떻게 지껄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일요일 낮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스케줄과 순서들에 대해서 고민을 나누다
일요일날 전화해서 미안하다며 끊었습니다.

어떻게 도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정인카센터의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튜디오에 도착해 지하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아닐거야, 설마. 아니다. 그럴 수가 없지.. 암.. 암..
나랑 약속한게 있는데 이렇게..
아니다.. 말도 안돼..."

수십번을 읆조리며 내려갔습니다.

닫혀있는 컨트롤룸 문을 차마 열 수가 없어서
먼저 사무실을 기웃댔지요.
계시던 분께서 컨트롤룸에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며,
조용히 "대표님." 을 부르시며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초췌한 안대표님께 목례로 인사를 드리고,
대표님이 건네주시는 국화를 손에 들고,
그 앞에 섰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아무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터져나오는 오열....


한참을 흐느끼며 국화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차마 그 꽃을 사진앞에 놓을 수가 없었지요. 아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울고만 있었지요. 아니,

믿을 수가 없어서 울고만 있었지요. 아니,

나랑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억울해 울고만 있었지요. 아니,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가 안타까워서 울고만 있었지요. 아니, 아니, 아니....

음향계가 잃어버린 한 엔지니어가 애석해서 울고만 있었지요.  아니,

한국이 잃어버린 훌륭한 인재가 아까워서 울고만 있었지요....


그냥, 터져나오는 제 울음들은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순간에도 눈가에 맺히는 눈물은, 어찌해야 하나요..



웃기게도..
주차장의 차를 빼달라는 전화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그렇게 선 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국화에 저의 눈물과, 콧물,
존경의 키스를 담아 태권브이와 그의 사진앞에 내려놓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내려놓으며 떨리는 제 손을 추스리기가,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제 대신 차를 빼주신 안대표님을
처음뵈었지요..
진정하라며 따뜻한 녹차를 담아 내어주셨던
안대표님과 한참을 침묵하고 있다가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달 말즘에 들어갈 작업.
그가 레코딩과 믹싱을 맡아주기로 한 이야기에
이르러선, 저도 대표님도 서로

"어떡하나요?"  만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리니티에 마련된 박상욱님의 배웅공간에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는데, 제가 막차라고..
감사하다고.. 아니요.
그렇게나마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 안대표님께
오히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박상욱님과 그리 친하지도,
또 많은 인생을 함께 나누지도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것이 못내 아쉽지요.

오히려 나눈 시간들보다는,
함께 꿈꾸며 앞날을 걸어보자는 약속들만 했던,
주.변.인.이지요.

멀리떨어져 계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이리 많은 눈물을 쏟지는 않았을 것인데,
왜 그렇게 슬퍼했는지, 슬퍼하고 있는지..

저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가까운 많은 분들은 얼마나 힘들어하고 계실지..
몇 줄 글자조각으로나마

위로를.... 전합니다.

소중한 인재를 한분 잃었습니다.
오디오가이도, 후배들도, 선배들도,
음향계도, 음악계도, 한국도, 세계도..
물론, 사랑하는 그의 가족들도..

어서, 모두들, 마음이 평안해진다면....

좋겠습니다..




누구 말씀처럼,

산 사람은 또 어떻게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아가겠지요.
지금 창가에 내리쬐는 햇살도
또 이렇게 내일도, 모레도,
아름답게 내리쬐겠지요.


이 사람이 못다한 인생을

그 어느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있을까요..


다만 우리는,

치열하고도, 또 열정적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이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남은 생을 살아내는 일 뿐일 겁니다..



 to.  박상욱.


부디..

좋은 곳에서

항상 짓던 그 웃음 계속 웃으며,

당신 사랑하는 음악들과

또, 아름다운 소리들과 함께.

행복하시길 비네,

이 사람아.



잘 가시고..


또 잘 가시게..

관련자료

루엘레나스님의 댓글

저는 이 업계에 종사하지도... 그분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오디오가이"라는 인연으로 그분의 삶에 일면을 접하였던 저에게도...

이것은..... 큰 아품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네요...


이럴땐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 하늘이 참... 많이 야속합니다.



그분이 바라시던 꿈들이 남아있는 누군가에 의해 일궈나가는 모습들을 보며...

하늘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이웅선님의 댓글

상욱님의 글들을 항상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저도 역시 음향일을 하진 않지만 ...
어제 점심시간에 잠시 그분을 기억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사진만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그 흔한 영안실 빈소도 없이 떠나시는 그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모든이들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宋 敏 晙님의 댓글

지금쯤은 벽제 화장터에 계시겠군요.

유가족들의 말씀을 존중하여 화장터에 가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나마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며........

신동철님의 댓글

오늘도 고인이 남긴 레코딩포럼의 글로

저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몸은 떠났지만...

오디오가이의 회원들의 마음 속과

이 사이트에

고인의 흔적은 영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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