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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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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했건만, 음악에 자신의 삶을 불사르던 상욱씨는 그보다 조금 더 이르게 육신을 하늘에 불사르고 있었습니다.
무슨 걸음이 그리도 훠이 훠이 빠른지...

낯익은 얼굴들, 그러나 서로 굳게 닫혀진 입술들...
나중에 도착한 정훈씨는 고인의 화장중임을 알리는 알림판 앞에 넋을 놓고 앉아있고...
상욱씨 생전에 일하던 트리니티 뮤직의 사장님과 직원들도 슬픔으로 허공을 무겁게 침묵시키고 있었습니다.

하얗게 밀봉된 상자위에 선명한 '고 박상욱'이라 씌여진 글자를 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습니다.
함께 한 다른 동료들의 눈에서도 슬픔이 흘러내렸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부딪칠까, 혹시라도 찬바람에 몸을 떨지 않을까, 진한 청색 스웨터 옷깃으로 어머니께서는 아들을 그렇게 꼭꼭 끌어안고 눈물로 걸음을 옮기시고, 조만간 장모와 아내가 되었어야 할 유족이 소리없이 눈물로 그 뒤를 따랐습니다.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우리를 뒤로 하고 상욱씨는 그렇게 갈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잘가라, 내 사위!!!"
장모되실 분의 한마디 외침...

그래. 잘가라. 그렇게 가버려라.
한 보따리 풀어놓겠다던 당신의 이야기, 청아하기 그지없다는 안산의 하늘을 남겨두고 어서 가라.
사랑도 내려두고, 미련도 묻어버리고...
그래. 가라. 어서 가라.

하지만 상욱씨...
우리가 당신을 얼마나 아꼈는지...
우리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마음은 함께 가져가요.
하늘에서 우리가 그리워지면.
그 때에 하나씩 풀어 놓아요.
꽃잎으로 눈송이로 그렇게 풀어 놓아요.

그리 길지 못했던 인연이지만, 당신과 함께 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 있었음을 잊지 않을께요.
한 앨범에 같이 이름이 올려있음을 감사할께요.
서로의 믹싱을 들어가며, 경쟁 아닌 경쟁하던 그 때를 행복하게 기억할께요.

그 곳에서도 모쪼록 평안하기를...
우리의 마음에 남겨진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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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혁님의 댓글

저랑은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여러분들의 추모글을 읽다보니 왠지 저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단지 한번의 이메일만 주고 받은 사이일 뿐인데,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처럼 이렇게 마음이 허한걸 보면 드러내진 않으셨지만 참 좋은 분이셨다는걸 새삼 또 느낍니다.

얼마전 친척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화장터를 다녀온 터라 이번  기회를 통해 또 한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됩니다.

모두들 살아있는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주위의 모든걸 더욱 사랑하며 사시길 기도합니다.

아마도 상욱님이 가시는 길에 다시한번 이런 평범하고 소중한 진리를 깨우쳐 주시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상욱님이 알려주신 많은 지식과 열정적일 삶의 모습들에 다시한번 깊이 감사합니다.

언젠가 요단강 건너 다시 만나는 날에는 모두 기쁨의 눈물을 흘릴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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