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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I was just playing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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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오랫만에 가짜(키보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원없이
 
치고 싶은대로 피아노를 쳐 보았습니다.  어렸을 적 피아노를
 
못 배운게 한이 되어서 그런지.. 오늘은 여러 데드라인에 걸쳐
 
있는 음악 프로젝트들을 물리치고 그냥 혼자 못치는 피아노를
 
열심히 똥땅 거렸습니다.  하도 안치다 쳐서 특별히 왼쪽 새끼
 
손가락이 좀 얼얼하긴 하지만 그래도 속은 다 시원하네요.  ^^
 
 
 
앨범을 편곡하고 챠트(악보)를 만들거나 일을 하느라고 건반
 
을 이리저리 똥땅 거린 기억은 있어도.. 오늘처럼 그냥 스트레
 
스 해소용으로 '놀며' 피아노를 치기는 정말 오랫만인것 같습
 
니다.
 
 
 
그냥 기존 곡의 멜로디에 매여서 편곡하느라 건반에서 코드를
 
이리 저리 눌러보는 것과 달리...
 
 아무 제약 없이 생각나는 대로..
 
느낌 드는대로 이리 저리 쳐보고..
 
쳐 본것의 악상을 악보에 이리 저리 스케치 해보고...
 
 
 
햐얀 복실털의 북극 곰을 잊기 위해서는 남극의 뒤뚱 뒤뚱 펭
 
귄을 생각하라..는 말처럼 삶에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일들이
 
많을때 그저 나만의 고독의 휘장을 두르고 여행을 떠나는 데
 
피아노가 꽤 좋은 항해 도구라는 것을 새삼 깨닳았습니다.
 
 
 
가사도 없고 한곡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마무리 안하긴 했
 
지만 그러면 어떻나요?  이걸 일로 생각하고 처음과 끝을 치밀
 
하게 음악적 이론은 어떻고, 대선율은 어쩌고 저쩌고, 화성 진
 
행은 어떻고등을 생각하며 쓰면 오히려 똑같은 작업도 스트레
 
스가 더 쌓이는 일에 불과 할 뿐이겠지요.

 
 
비록 오늘 저녁은 이번 주말까지 마무리 해서 보내야 하는 프
 
로젝트를 향해..
 
"배 째!"
 
하고 놀아 버려서 클라이언트 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은 있지
 
만..  그래도 속시원하게 혼자 놀다 마음편하게 잠자러 갑니다.

 
 
언젠가 다른 주로 출장 녹음 나갔을때..  제가 열심히 몰두해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문밖에서 누가 문을 쿵~쿵! 두드리던 기
 
억이 갑자기 나네요.  내쉬빌로 돌아오는 새벽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야 하는데... 제가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던 시간
 
이 되도 안 나타나고 전화를 해도 안 받자, 같이 여행하던 미국
 
친구가 제 방문 앞에서 '쿵!쿵!' 일어나라고 두드리던 소리였습
 
니다.
 
 
 
부시시한 눈을 비비고 방문을 열며 제가 미국 친구인 Phil에게
 
한 첫 말...
 
"Hey!  I was just playing piano."
 
 
 
그 이후론 제가 출장 나가서 호텔 로비에 약속시간보다 1-2분
 
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항상 그 친구가 제게 하는 말이 있죠.
 
"Were you playing your piano again?"
 
 

삶에 복잡한 일이 있다면 피아노를 쳐보시죠?  그게 비록 꿈에
 
서 나 혼자치는 피아노 일지라도요.  혹시 아나요?  꿈에서 피
 
아노를 치면 본인이 '박마에'가 되실지?  ^^
 
 
 
좋은 하루 되세요.

내쉬빌에서
신배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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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님의 댓글

원없이 마음가는데로 피아노치는거 참 행복한 일이죠 ~~
전 학교다니면서 거의 4년 내내 공강시간마다 대강당에있는 그랜드피아노를 치곤 했담니다.

다만 좀더 자유롭게 원하는걸 자연스럽게 치고싶어서 저도 짬나는데로
가스펠피아노다 블루스피아노다 연습하고 조바꿔서 또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런것들이 쌓이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코드진행과 보이싱과 라인들이 나오고
그럼 정말 행복하죠. 맘대로 하는 즉흥연주에 만족할만한 음악이 튀어나왔을때의 그 감격이란.. 아!!

신배호님의 댓글의 댓글

아항... 찬님도 공학도이시네요....  반갑습니당.  ^^

저도 처음에는 전자공학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레코딩 학부와 음대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벌써 오래전 얘기??  ㅠㅠ)  물론 90년도부터 심각하게 MIDI 음악에 빠져있긴 했었지만요.  ㅎㅎ

신배호님의 댓글의 댓글

딱 걸렸넹?  ㅋㅋ~  첼로도 좋긴 한데.. 아직도 보잉이 마음대로 안되기에 하고 한동안 너무 바뻐서 조금 소홀히 하기도 했었네..  ㅎㅎ  오늘 저녁 자러가기 전에 한번 깽깽 거려 봐야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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