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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09 최후의 세션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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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다들 안녕하신지요? 올 겨울의 뉴욕은 아주 지독하게 춥습니다. 여기서 지낸지 8년 조금 더 되었는데 이번이 가장 추운 겨울인것 같아요. 보통 "삼한 사온" 이라하여(이말이 뉴욕날씨에도 적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추우면 또 며칠은 살짝 풀어주고 또 다시 추워지고..이런게 있는데, 올 겨울은 정말이지 12월 1월 내내 한파가 몰아쳐서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한국 방문하러 가는데 한국은 날씨가 어떤지 모르겠네요. 예년에 비해서 많이 춥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는데...아우..저 있을때는 좀 따뜻했음 좋겟습니다.
모두들 따뜻한 콘솔을 난로삼아 열심히 일하면서 겨울을 납시다. (따뜻한 콘솔 하니깐 갑자기 Neve VX가 생각나네요. 열이 정말로 겁나게 많이 나던 녀석이라 계란 후라이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작년 11월쯤인가요?..제가 살짝 A509 문닫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많은 분들이 격려도 해주셨고...자세한 경위를 정리해서 얘기를 하려했는데 그간 또 뭐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지금에나마 좀 짬이 나서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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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도 약간 언급을 드렸듯이 제가 일하고 있는 Legacy Recording Studio(음...전 아직도 이 이름이 정이 가지 않습니다. 여전히 예전의 Right Track이 좋아요..)..여튼간에 이 스튜디오가 빌딩 두개에 나눠져 있습니다. 48가에 있는곳이 헤드쿼터로 보심되고 70년대 부터 쭉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해나가고 있고, 이 48가 스튜디오에는 Studio A, Studio B, Studio C...이렇게 룸이 3개가 있고, 2001년에 38가에 새로운 스튜디오를 만들었습니다. 38가 빌딩에는 Studio A509, Studio D1, Studio D2...이렇게 또 3개의 룸..해서 도합 6개의 룸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문을 닫기로 결정한 곳은 38가에 있던 빌딩입니다. 스튜디오의 반이 홀랑 날아갔지요...

문을 닫게 된 경위를 자세히 말씀드리자면...이게 참 또 분통 터지는 일인데..스튜디오 업계가 요즘 많이 어렵기는 합니다. 근데 저희 스튜디오가 경영난을 겪어서 38가 빌딩을 접기로 한것은 아니고..건물주와 리스 계약이 끝났는데 건물주가 리스 연장을 하지 않고 건물을 팔려고 했습니다. 요즘 맨하탄 서쪽 지역이 재개발이 한창이라 기존의 건물을 부수고 대형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처럼 들어서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로 땅값도 치솟아 건물주가 리스를 연장해서 스튜디오에서 렌트값을 받는것 보다 부지 자체를 팔아버리는것이 몇배는 더 이익이라서 그런 결정을 내렸죠. 그래서 많은 수의 뉴욕 음반업계 종사자와 엔지니어, 프로듀서, 뮤지션들이 뉴욕 시장과 뉴욕주지사에게 탄원서도 많이 보내고 서명운동도 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무위도 돌아가고 결국은 38가 시설을 포기할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11월 마지막날을 시점으로 38가 스튜디오는 공식적으로 Legacy에서 사라졌습니다. 아직 건물을 헐지는 않았고요. 가끔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갈때면 뭐라 말할수 없는 갖가지 상념들이 생겨나곤합니다.

오늘 써 볼려고 하는 얘기는 A509에서 있었던 마지막 세션 이야기입니다.
"Julie and Julia" 라는 타이틀의 영화 스코어링녹음이었는데요. 잠깐 영화 스코어링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아마도 제가 영화 스코어링 작업 후기를 올리는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작업했던 영화가 잘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많은데 세션 후기를 한번도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보통 영화 스코어링 작업이 가을에 와장창 몰려있습니다. 미국의 큰 휴가기간인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 그리고 아카데미를 겨냥해서 제작되는 영화가 많기 때문에 9월부터 11월까지는 거의 인간이기를 포기한 삶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너무 바쁘다보니 글을 쓸 시간도 없고..1월쯤에 한숨 돌릴때가 오면 너무 지난 세션이라 좀 쓰기도 껄쩍지근하고 귀찮기도하고...해서 올릴 기회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스코어링 작업에 일을하는 스튜디오 하우스 엔지니어들은 크레딧을 못 받습니다. 빌어먹을 영화 노동 조합에서 조합에 들어있지 않은 사람은 크레딧을 주지 않습니다.
혹시 영화 끝나고 엔딩 크레딧 올라갈때 자세히 보시면 별의별 크레딧이 존재하는데...가령 트럭 드라이버는 누구누구...트럭드라이버의 조수는 누구누구, 심지어는 트럭드라이버의 두번째 조수는 누구누구..이런식 인데 스튜디오 하우스 엔지니어들은 영화 노동 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전혀" 크레딧을 받을수 없습니다.
그래서 뭐랄까요..좀 "내 새끼"라는 애착이 덜 갑니다.

예외의 경우가 딱 한번 있었는데...3년쯤전인걸로 기억하는데 "The Last Mimzy"라는 영화에 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작곡가는 반지의 제왕으로 끝발을 날렸던 "Howard Shore" 그리고 엔딩 크레딧은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가 맡아서 핑크 플로이드의 엔지니어였던 James Guthrie (음...이 양반과 저는 그다지 잘 맞지 않았습니다. 혹시 캘리포니아에 계신 분들 제임스 만나더라도 제 이야기는 안꺼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 와 일을 한적이 있었는데...
영화 자체는 시쳇말로 "허접"입니다. 한국에서 개봉을 했는지도 의심스럽고..하여간에..마지막날에 영화사 사장이 저희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을 아주 만족해 하시면서..지나가는 말로 반지의 제왕을 영국의 애비로드 에서 했는데 거기보다 여기가 훨 났네...그러면서 같이 일했던 스튜디오 하우스 엔지니어들도 크레딧에 포함을 시키겠다..라고 했었습니다. 저는 오잉? 정말? 에이 설마...했었지요.
그러다가 몇달 후에 한국에 방문할 일이 생겨서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 내에서 이 영화를 틀어주더군요...그래서 정말 크레딧에 제 이름이 나오는지 확인 하려고 재미도 없는 영화 졸린거 억지로 참으면서 끝까지 봤죠...엔딩 크레딧 올라가는데...비행기내의 좌석 뒤에 부착된 코딱지 만한 스크린..두분 부릅뜨고 뚫어져라 바라보는데...네..제 이름 올라가더군요. 별거 아닌데..기분은 참 좋더라구요.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나왔다는 사실보다 약속을 지킨것에 대한 흐뭇한 감정? 뭐 그런느낌이 들었습니다.

크레딧 얘기가 나와서 잠깐 삼천포로 빠져보면...일하다 보면 정말 뼈빠지게 일했는데도 못받는 경우도 허다하고, 또는 잘못 받는 경우도 사람 힘빠지게 만듭니다. 전 아직도 Pat Metheny앨범 잊지 못합니다...거의 엔지니어 수준으로 일해 주었는데도 Hyomin Lee라고 받았죠.

반면에 정말 어이없이 크레딧 받는 경우도 있는데...저에게도 딱 한번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몇 년전의 일인데...존 레전드(John Legend)의 두번째 앨범작업을 저희 스튜디오에서 했는데..저는 그당시 다른 프로젝트에 일하고 있어서 존 레전드의 프로젝트에는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녹음 첫날...프로듀서가 2인치 테입에 녹음하기를 원했는데...엔지니어도...같이 일했던 어시스턴트도 테입머신을 사용해 본적이 한번도 없어서 옆방에서 일하던 저에게 SOS 를 때렸습니다. 같이 일하던 클라이언트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옆방으로 넘어가서 간략하게 Studer A827사용하는법...리모트는 이렇게 저렇게 사용하고 펀치때는 이렇게 저렇게 하고, 테입머쉰 쓸때 유용한 팁 몇개 가르쳐 주고 첫번째 테이크를 시범삼아서 제가 해주고 전 다시 제가 일하는 방으로 돌아왔는데...나중에 앨범나올때 보니 저도 어시스턴트 엔지니어 크레딧을 받았더군요. 이런 황당할 데가...고맙긴 한데 쩝...뭔가 날로먹었을때의 찜찜함 같은거 있죠?


여튼간에 다시 스코어링 얘기로 돌아와서...
라이브룸 사운드가 아주 좋고 녹음 진행시의 편리함, 편안함 때문에 많은 뮤지션들이 A509을 앨범작업용으로도 많이 부킹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A509은 필름 스코어링의 용도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뉴욕에는 스코어링 스테이지라고 불릴만한 스튜디오는 없었습니다. 헐리우드가 영화 산업의 메카라서 많은수의 스코어링 전문 스튜디오가 캘리포니아쪽에는 많습니다. 예를들면 Fox 의 Newman scoring stage나 Skywalker sound 등이 있겠지요. 따라서 많은수의 "블록 버스터" 영화들의 스코어링 작업은 당연히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뉴욕이거나 감독이 뉴욕에 있는 경우, 작곡자나 엔지니어가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이런 경우에는 뉴욕이 헐리우드와 영국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로 적합하기 때문에 저희 사장님께서 도박을 한것이지요..
그 당시는 다들 미쳤다고 많이들 만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예상이 맞아 떨어져서 많은 수의 영화가 A509에서 작업되었습니다. 하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들고..간략히 몇개만 예를 들어보면 올해 그래미의 영화 부분에 노미네이트된 오거스트 러쉬(August Rush), 인챈티드(Enchanted..한국에서는 마법에 걸린 사랑? 뭐 이런 이름으로 개봉했더군요.) 그리고 맘마미아..(사실 맘마미아는 보컬 오버더빙만 저희 스튜디오에서 해서 굳이 포함 시키기에는 껄쩍지근하지만...뭐 하긴 하거니까요..그리고 저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에 여러부문에 후보에 오른 Doubt와 The Reader 가 저희 스튜디오에서 작업되었네요.
맘마미아 빼고는 전부 뼈빠지게 일했는데도 당연히 크레딧은 못받아서 일한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뭐 이제는 달관해서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스코어링 전문 스튜디오란 어떤것을 말하는지 잠깐 훑어보고 가면...

대 형 오케스트라와 밴드를 동시에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큰 라이브룸과 많은 아이솔레이션 부스가 필요합니다. 큰 공간은 많지요. 널려있는 콘서트 홀이나 성당 들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냐 하시겠지만 그런 공간들은 아이솔레이션 부스가 없어서 드럼이나 기타같은 파트를 오케스트라와 같은 공간에 두면 음향적으로 컨트롤하기가 힘들고 틀린 파트 수정을 위한 오버더빙은 꿈도 못꾸죠. 그리고 또 뮤지션들의 큐 시스템도 난감하구요.
A509의 경우는 오케스트라 100피스는 우습게 수용하는 넓은 라이브룸과 4개의 꽤 큰 아이솔레이션 부스 그리고 큐믹서(라이브상황의 모니터 섹션과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가 따로 설치가 되어 있어서 작업이 굉장히 용이합니다.
게다가 같은 빌딩내에 Studio D1, Studio D2라는 프로덕션 룸이 두개가 있어서 한번에 작곡과 에디팅의 모든 작업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서 무척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편합니다.
좋은 예로....몇년전에 "The Good Shepard" 라는 영화의 스코어링 작업이 있었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감독이었고 맷 데이먼과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인 영화였엇는데, 한국에서도 개봉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 때 A509에서는 녹음, D1에서는 작곡가가 곡의 수정 보완, D2에서는 뮤직 에디터가 녹음 끝난 큐들 에딧해서 48가에 있는 Studio B로 보내서 바로바로 믹싱...이런식으로 한번에 모든작업이 톱니바퀴처럼 물려서 돌아가서 굉장히 전체 작업 시간을 많이 단축하고 효율적으로 작업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스코어링 세션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수 없이 큽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상을 보조해 주는 역할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명 장면, 명 대사는 오래 기억을 하지만, 영화의 음악을 기억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물론 엔니오 모리코네나 존윌리엄스의 작품들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음악보다는 영상이 사람들의 뇌리에 더 깊게 각인되는거 같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작 특성상 스코어링 엔지니어의 의도가 100%반영되기 힘듭니다. 믹싱을 할때면 항상 각 파트의 스템믹스도 같이 프린트를 해서 최종 사운드 스테이지 보내면 마지막 단계의 엔지니어(뭐라고 지칭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가 대사와 효과음 그리고 스코어링 엔지니어가 믹스한 스템믹스를 가지고 다시 밸런스를 맞추기 때문에 스코어링 엔지니어의 최종믹스와는 많이 달라지게 되지요. 게다가 또 한번 더 수모를 겪는것이 음악은 최종믹스에서 20dB정도 낮춰서 내보내기 때문에 대사와 효과음에 비하면 뒷전(?)같이 취급당하는 느낌도 받습니다.


다시 세션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면...
위 에서 밝혔듯이 "Julie and Julia"라는 타이틀의 영화입니다. 주연은 메릴 스트립과 인챈티드로 이름을 알린 에이미 아담스..이구요.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유브 갓 메일" 등으로 친숙한 노라 에프런(Nora Ephron) 입니다. 이분이 또 참..카리스마가 흘러 넘치는 분이셨는데...
일반적으로 스코어링 세션에 감독이 동석해도 크게 의견 제시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거의 프로듀서나 작곡가를 신뢰하여 보통 프로듀서가 느끼기에 만족할 만한 테이크가 나오면 가끔씩 감독에게 "어때요. 괜찮죠?" 머 이 정도로만 살짝살짝 챙겨주면 감독들은 거의 "응 좋아요" 그러면서 딴지를 거의 안 겁니다.
근데 노라 에프런 이분은...세션중 아주 자주 딴지를 자꾸 거시는데....예를 들면

프로듀서 : (테이크가 끝난 후 컨덕터에게 지시사항을 내리는 중입니다.) 음...우드윈드 파트가 조금 어쩌구, 스트링은 조금 이렇게 해주고, 어쩌구 저쩌구...그래서 한 테이크 더 녹음하자..
감독님 : (갑자기 버럭~)도대체 뭐가 문제야! 내 귀에는 너무나 완벽하게 들려! 다음으로 넘어가지!
프로듀서 : 아니 그게...이 파트가 조금 어쩌구(버벅버벅..)
감독님 : (일갈을 내림)됐다 시끄러우니깐 입닫고, 다음 큐로 넘어가자....

뭐 이런 식으로 프로듀서를 팍팍 무시하는데...예산이 부족해서 일을 빨리빨리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것 같지는 않고, 원래 사람 스타일이 그런거 같습니다 ...떱.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지만..한편으로 생각하면 반대의 형식으로 딴지를 걸었다면...그러니깐 프로듀서가 오케이 했는데 감독이 불만 스럽다고 자꾸 다시한번 더하자..그랬으면 더 작업이 힘들었을거란 생각도 해 봅니다.

엔지니어는 Peter Cobbin이라고 애비로드의 하우스 엔지니어로 근무하시는 분입니다. 많은 수의 스코어링 작업을 했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믹스를 담당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깐 반지의 제왕팀과 일을 같이 하는 경우가 꽤 되는것 같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작곡가 였던 Howard Shore와는 서너번 정도 같이 일을 한것 같고 반지의 제왕의 트랙킹 엔지니어였던 John Kurlander 와도 3년 전쯤에 Perfect Stranger라는 영화(브루스 윌리스와 할 베리가 주연이었는데 이듬해 무슨 잡지에서 뽑은 최악의 영화 10선에서 당당히 2위인가를 차지한 영화입니다 ㅜㅜ)에서 같이 일을 해 본적이 있네요.


셋업을 조금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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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룸의 모습입니다. 오케스트라 섹션이 펼쳐져 있고..스코어링 녹음이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 녹음 과는 조금 다른것이 믹싱시의 약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음압이 큰 악기들에 대해서는 조금 차음을 시킵니다. 사진에서 보면 왼쪽의 고보로 두른 섹션의 뒤쪽에는 퍼커션들이 위치하여 있고 오케스트라 섹션의 오른쪽 뒤편에도 고보를 둘러서 브라스 섹션도 조금 차음을 시켰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녹음에서와 마찬가지로 스코어링 녹음시에도 메인 마이크로폰의 역할은 지대하기 때문에 퍼커션이나 브라스 섹션이 너무 크게 메인 마이크에 들어오면 밸런스 잡기가 난감하기 때문이지요. 밸런스를 ㅤㅁㅏㅊ추기위해 스트링이나 우드윈드 섹션의 스팟 마이크들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면 이미지를 크게 해치고 소리가 탁해질수가 있습니다.



고보 뒤쪽의 퍼커션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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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섹션들은 아이솔레이션 부스에 각각 위치해 있습니다.



드럼은 당연히 아이소 부스에 들어가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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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도 아이소 부스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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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퍼커션이 아닌 기타 퍼커션들도 아이소 부스에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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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도 아이소 부스에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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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아이소 부스에 넣는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실수도 있는데요, 나중에 수정을 위한 오버더빙의 편의성 때문에 그렇게 하였습니다.




지휘자의 단상 근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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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놓여있는 TV스크린에는 녹음할 부분의 영상을 플레이 시킵니다. 그래서 지휘자가 영상에 맞춰서 지휘를 할수 있도록 한것이구요. 영화를 보실때 음악을 자세히 들어보시면 화면의 시점이나 신의 전환에 따라 음악이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실수 있는데요. 작곡자가 작곡을 할때도 영상을 보면서 프레임을 계산하여 곡을 씁니다.지휘할때도 마찬가지고요. 믹싱할때도 늘 스크린을 보면서 음악이 영상에 잘 녹아 들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화면 아래쪽에는 프로툴의 카운터를 집어넣어 지휘자가 지금 어디쯤 연주되고, 어디서 플레이를 시작하고, 어디쯤에서 몇마디 쉬고..등등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쉽게 가늠할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Auracle" 이라는 스트리머를 써서 화면상에 바 넘버와 시작 마디 신호, 끝 마디 신호 등을 보여주는 기계를 썼는데요, 요즘에는 그냥 프로툴의 바 카운터를 많이들 이용합니다. Auracle을 쓸려면 별도의 오퍼레이터가 필요하고, 또 아주 예전에 개발되어 도스 기반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라 조금 불편한 점도 꽤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메인 마이크를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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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링 세션에 있어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는 M50를 데카트리로 썼고 왼쪽에 멀리 까맣게 주먹만하게 보이는 녀석이 Wide Pair로 쓰인 TLM50 입니다.
수많은 마이크들을 써보았지만 스코어링 녹음에 있어서 최상의 조합이 바로 M50 데카트리 + TLM50 Wide pair 인것 같습니다. M50가 까탈스런 부잣집 딸내미 같은 이미지라면 TLM50는 넉넉함이 느껴지는 푸근한 중년부인의 느낌이랄까요? 서로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내지요. M50의 데카트리를 보시면 센터 마이크 뒤쪽에 검정 막대기 같은게 보이실텐데요. 로이어의 스테레오 리본 마이크인 SF24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마이크 인데요....이유는 형성되는 이미지가 아주 부자연스럽게 넓습니다. 제 귀에는 거의 한쪽 채널의 위상이 심하게 뒤틀린 것같은 소리로 들립니다. 예전에 그런 현상을 경험해서 마이크가 맛이 갔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 그런것 같고...리본으로 쓰는 블룸레인방식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리본마이크로는 블룸레인을 시도해 본적이 없어서요.


콘트롤룸의 사진도 올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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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의 여자분이 프로듀서..프랑스에서 오셨는데..아우..정말 프렌치 액센트가 너무 심해서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만....다른 사람들도 제가 말하는거에서 액센트를 느끼겠지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액센트를 가지고 뭐라할건 못되는 것 같습니다. 제 얼굴에 침뱉기니까요 ^^

그 오른쪽에 흰색 셔츠입은 분이 엔지니어였던 피터..그리고 콘솔 오른쪽이 다리꼬고 앉아계신 분이 노라 에프런 감독님...컨트롤 룸에도 영상을 항상 플레이 시켜 음악과 영상이 얼마나 잘 조화가 되는지 늘 주의를 기울입니다.




컨트롤룸 뒤쪽의 모습이구요. 늘 스코어링 작업이 있을때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립니다. 이건 그나마 적은 편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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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럽지만 저도 라이브룸에서 기념 삼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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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션이라 마음은 편치않았는데 또 카메라 들이대니깐 웃네요 ^^


이건 보너스로 스코어링 세션 하루 전날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과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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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의 세션이 위의 세션 바로 전날에 끝났습니다. 보시면 제가 입은 티셔츠가 똑같지요? 네...류이치 세션 끝나고 바로 스코어링 세션 셋업한다고 집에 못들어 갔습니다. 가을이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고요. 이제는 침대보다 소파에서 자는것이 더 편합니다 ㅠ.ㅠ....류이치가 말하길 A509문열고 첫 세션이 자기 세션이었는데 마지막도 자기였음 했는데 아깝다~ 하시더군요. 제가 원래 클라이언트랑 사진 찍는것을 별로 안좋아하고 또 특히 류이치 처럼 오래 같이 일한 경우라면 더욱더 뜬금없이 사진 찍자고 하기가 망설여지는데, A509 문 닫는 빌미로 한장 같이 찍었습니다. 류이치선생과 제가 키 차이가 좀 많이 나서 제가 키를 좀 낯추다 보니 굉장히 구부정하게 나왔네요.




어쨋든..이렇게 되었고....담주면 한국갑니다. 2월 14일날 도착이구요. 3주간 머무를 예정입니다. 첫주는 아무래도 이것저것 할일이 많아서 좀 정신이 없을듯하구요. 제가 빨리 일 처리하고 영자님댁에서 와인파티 합시다. 정훈님 근데 이렇게 막 쳐들어가도 되남요? 아내분이 싫어하시지는 않을까 걱정도 좀 됩니다. 장소는 어디가 되었던 좋으니 꼭 많은 분들과 좋은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관련자료

DG님의 댓글

효민님 글은 항상 재미있고 배울점도 많아서 효민님 성함만 보고 클릭하기 전에 즐거워 지네요. ^^

미국도 한국도 스튜디오들이 많이 힘들어져서 맘이 아픕니다....ㅠ

잘 읽었습니다. ^^

운영자님의 댓글

에구 효민님을 만나는것은 너무너무 기쁜일이지만

왠지 기분은 허전하네요..ㅜ.ㅜ


우리집에 오시는것은 완전히 환영.

아내도 너무 좋아합니다.^^


지난번 피노누아도 참 맛있었는데.

이번에도 기대됩니당^^

hans님의 댓글

정말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ㅎㅎ...읽을때마다 정말로 재미있고 유익한 글이라 더욱 감사하구요..^^

신동철님의 댓글

문을 닫게 된 경위가 황당하네요~

허기야... 주인의 입장도 있지 않겠습니까?

미국도 어려운지...

제가 하는 한 친구는 미군입대 지원 한다던군요 ^.^

남상욱님의 댓글

효민님, James랑 친합니다. 같이 일하는 거는 좀 짜증나느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좋은 사람이니 이뻐해 주세요. James가 RightTrack에서 작업한 거는 저도 들어봤답니다. 하여튼 아쉬운 마음 잘 정리하시고 한국에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이영민님의 댓글

글 정말 감사합니다.

metheny 앨범을 들을 때 마다 항상 효민님이 떠 오릅니다.

주변에 metheny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효민님 얘기를 합니다.

정말이냐고 상당히 놀라워하죠.

효민님 얘기 하면서 제가 어깨가 들썩 들썩 거려지더군요.. 허허


기술적인 질문을 드려서 죄송한데...

필름스코어링인데 마스터가 서라운드는 아닌가요?

위의 사진을 보니 서라운드를 위한 마이크 세팅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예전 shawn murphy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직접적인 것 보다는 앰비언스 비슷한 느낌을 얻는다고 하던데...


위의 사진을 보니 유명하신 분들과 사진을 찍으셨던데...

저는 효민님이랑 사진찍는 것이 더 영광이겠습니다. 허허허... (아첨이 너무 심한가요?)

caris님의 댓글

부동산 문제로 문을 닫게 되는 가슴아픈 상황이었군요..;;
그래도 효민님의 리포트는 언제 봐도 즐겁고 유익하네요. 들어오시면 꼭 다시 뵙고 싶네요..^^

(아, 포스트 프러덕션에서는 sound designer라고 많이 쓰고 있습니다. sound supervisor가 참여하기도 하구요.)

PaSSion님의 댓글

크리스마스 지난지 한참 됐는데도, 요요마 앨범을 놓을 수가 없네요~ 너무 좋아요! ^^
저도 마음이 싸~ 하네요.

신배호님의 댓글

효민님은 주로 저와 한국을 엇갈려 방문하기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ㅋㅋ~ 

전 2월 초에 미국에 돌아왔구요..  어쩌면 돌아오는 4월에 녹음차 약 일주일 정도 한국에 방문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제게는 출장 녹음인 셈이겠네요.  ^^;

기회되심 언제 가족과 함께 내쉬빌로 휴가차 놀러 오세욤~

강효민님의 댓글

윤송님 DG님 hans님 신목사님..잘 읽어 주셔서 참 감사하구요.

영자님댁에 갈수 있게 해주신 아내분께 감사드립니다. 와인은 어떤걸 가지고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와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미국에서 들어가는 것이니깐...윌러맷 밸리산의 피노 누아를 가지고 갈까? 아님 나파나 소노마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들고 갈까..고민입니다 하하...개인적으로는 요즘엔 이탈리아 와인에 심취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상욱님이 제임스랑 친하시군요. 안그래도 누군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것 같기는 했습니다. 네..저도 나쁜 분은 아닐거라는 것은 아는데요. 뭐랄까...좀 같이 일할때 코드가 안 맞는다고나 할까요? 일하기가 그리 수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괴로왔습니다 ㅎㅎ...그래도 제 얘기는 여전히 꺼내주진 마십시오^^

그리고 영민님..사진 잘 보시면 데카트리 뒤쪽으로 높이 올린 마이크 보실수 있을겁니다. 서라운드 페어로 사용된 DPA4006이구요. 스코어링 믹스시에는 일반적으로 서라운드 마이크로 받은 소리와 약간의 리버브 리턴만 리어 채널로 보냅니다.

caris님도 이번에 영자님 댁에서 기회가 되시면 꼭 뵈었으면 하구요.

제가 살면서 서글서글하게 생겼단 말을 처음 들어보는데요. 좋은 뜻으로 하신 말씀 맞죠^^?사진보니깐 인성님 말씀대로 서글서글하게 보이는것 같기는 합니다. 사진이 평소 모습보다 유난히 더 서글서글하게 나왔네요.

그리고  PaSSion님...요요마 앨범 좋게 들어주신다니 참 고맙네요. 저도 아직도 운전중에 자주 듣고요. 보통 작업한 앨범들은 작업중에 하도 지겹게 들어서 정작 앨범으로 출시되고 나서는 잘 손이 안가는데 요요마것은 자꾸 듣게 되더군요. 위에서 크레딧 얘기 조금 했었는데요. 다행히 요요마앨범은 크레딧을 아주 좋게 받았습니다. 보통 하우스 엔지니어들은 앨범에 어시스턴트 엔지니어로 크레딧을 받는데요. 프로듀서였던 스티브 엡스틴이 열심히 일했다고 저에게 어시스턴트 따위 크레딧은 줄수 없다! 하여  엔지니어 크레딧을 받았습니다. 물론 메인 엔지니어는 리차드 킹이고요. 전 세컨드 엔지니어 크레딧을 받았지요. 앨범에 보면 프로듀서, 엔지니어 이름 다음으로 제 이름이 들어갔고 제 이름 밑으로 어시스턴트들 주루룩 딸려나옵니다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죠.

배호님과 저는 정말로 엇갈리는거 같아요. 지난번에 제가 한국 들어갈 때도 배호님이 한달정도 먼저 가시고 제가 들어갔던걸로 기억하네요. ㅎㅎ 언젠가는 볼날이 오겠죠. 내쉬빌도 꼭 가보고 싶고요.

multimoog님의 댓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정말 없애기에는 아까운 스튜디오인데 안타깝군요.

좋은 영화의스코어링 작업도 많이 하셨네요. 소니스튜디오/힛팩토리  없어진 이후에는 스코어링 할 공간이 있는 스튜디오가 뉴욕에는 거의 없지요. 맨하탄 센터에서도 필름 스코어링 작업 많이 했었는데 이젠 아닌가 보군요.

사카모토 류이치는 Right Track 시절에도 그 곳에서 작업 많이 했었는데. 요즘엔 누가 메인인지 궁금하군요. 페르난도? 아니면 호토다 고와 아직 같이 작업하나요?

강효민님의 댓글의 댓글

A509문 닫고 나서 맨해튼 센터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작업 환경이 용이하지는 않은것 같아요. 3월달 쯤에 브로드 웨이 뮤지컬 녹음이 있을것 같은데 장비랑 스탭을 저희 스튜디오에서 고용하고 장소는 맨해튼 센터를 생각하고 있는것 같은데 조금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류이치는 페르난도와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 시작하면서 부터 그랬으니 적어도 5년 이상은 페르난도와 함께 하고 있겠지요.

하양님의 댓글

좋은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같은 공간에서 인사나눌 수 있는 멋진 날이 오길 바라며..

사카모토류이치와의 사진에 입이 떡.

Jongseon Park님의 댓글

효민님이 녹음하신 앨범중에 전 마이클 브랙커 앨범을 참 잘듣고 있습니다.
유기농(?) 스러운 소리 하며 연주자들 연주면 연주, 들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너무 멋진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좋은앨범 많이 만들어 주세요.
건강하시구요..^ ^

강효민님의 댓글

하양님..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만날 날이 오겠지요? ^^


종선님...마이클 브렉커 앨범 잘 들어주신다니 참 감사합니다. 아날로그 아웃보드기어를 하나도 안쓰고 100%디지털 콘솔로만 믹싱을 하였는데 유기농스러운 소리로 느껴진다니 참 기분이 좋습니다.
믹싱세션때는 마이클 브렉커가 이미 세상을 뜬 후라서 팻 메씨니가 프로듀싱을 담당하였는데....이 아자씨가 거의 리콜에 목숨거는 스타일이라서 아웃보드를 일절안쓰고 믹싱 데스크였던 유포닉스 시스템 5의 내장 EQ와 내장 컴프레서..그리고 리버브로 960와 480만 사용했지요.
믹싱 엔지니어였던 조 펄라의 경우 늘상 니브 콘솔에서 믹싱을 하고 1/2 테입에다 항상 프린트를 하던 올드 스쿨 엔지니어라서 처음으로 디지털 콘솔에서 믹싱한다는 부담감때문에 많이 긴장도 했었는데 결과가 참 좋게 나와서 유포닉스 콘솔에 쏙 반했지요. 그 후의 모든 믹스 프로젝트를 시스템 5로 하고 있습니다.

유포닉스 시스템 5...참 좋은 콘솔인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는 꼭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예전 코카 스튜디오 문닫을때 매물로 나왔던데...한국에 있었으면 당장 샀었을거예요 아마...
잠시 옛 추억에 잠기니...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럼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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