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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문화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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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간만에 글을 쓰는군요.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추모문화제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수원에서 서울시청까지는 지하철로 2시간정도 걸립니다.
시청 앞 지하철에서 내려 서울광장 쪽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서울 광장 쪽 출입구를 방패들과 검은 옷들이 막고 있더군요.
다른 곳으로 피해 가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 보니...아예 못들어가게 막아놓았더군요.
미리 와있던 후배가 정동로터리 서울미술관앞에서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보았습니다.

서울미술관 앞 광경을 보고 기가 막혔습니다.
그 좁기 좁은 공간에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행사 주최측으로 보이는
한 분이 똘똘이 앰프(싸구려 기타앰프)에 마이크를 꽂고 진행하고 있더군요.
이게 무슨...코미디도 아니고...

앉으라고 해서 앉긴 했지만...
울화통이 터지고 열분이나고 기가 막혔습니다.
사회자는..서울 광장에서 행사를 하기위해 무대와 음향 영상차량을 준비시켰는데...
행자부 장관이 불허를 통보해 장소를 이곳으로 옮기려 하였지만 경찰에서 행사차량을 빼주지
않는다는 것이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추모하는 행사를 갖겠다고 하는데...장소도 안내주고
행사차량까지 볼모로 잡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이란 말인가요?
창피하고 어이가 없고..상황이 이러다 보니 맥이 다풀리군요.

주최측에서는 어렵게 다른 행사차량을 섭외하여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무대차량도 아니고 음향차량도 아닌 영상차량이 왔더군요.
영상차량에 달린 스피커를 연결해 행사를 진행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똘똘이앰프보다는 났지않을까 하고 있었는데...

'삑' '웡' 계속되는 하울링으로 도저히 진행이 안되더군요.
더이상은 두고 보기 힘들어 행사차량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진행요원들에게
" 제가 음향감독 일을 하고 있는데 좀 만져보면 안될까요 "
얘기하고 콘솔 앞에 붙었습니다.
콘솔이라고 해야...베링커 16ch짜리이고 앰프와 스피커는 족보도 모르겠는
그런 장비에 모든 EQ는 12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잽싸게 몇가지를 조작해 하울링은 좀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졸지에 음향을 맡게 되었습니다.
주최측도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처럼 모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하울링은 계속났고... 그 와중에 기타까지 연결하며 어거지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스피커 뒤에서 오퍼레이팅을 했음에도 계속 돌아가는 발전기 소리에..500w도 안되보이는 앰프
출력에 전혀 모니터를 할수 없었고 누가 어떤 마이크를 붙잡고 있는지 볼수도 없고...가지고 간
헤드폰은 잭도 안맞고...
이때까지 오퍼레이팅 환경 중에서 가장 최악의 환경이었습니다.
다른 행사였다면 화라도 냈을텐데....
행사 중에 하도 이상해서 확인해 보니 두대의 스피커 중에 한쪽 스피커가 안나오더군요.
영상차기사에게 얘기했더니 잘나오던 것이었다고 하는데...아마도 초반 하울링때문에 네트워크가
나가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어떨결에 행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너무 분통이 터져 눈물이 나오더군요.

현직 대통령이란 사람이 전직 대통령에게 어떻게 이런 대접을 할 수가 있는지...
일하고 있는 공연장에서 제일 썩은 장비를 가져왔어도 이것보다 잘할 수 있었는데...

대한문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조문을 위해 스스로 자원봉사가 되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봉사자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을 볼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봉사...비슷한 일을 하게되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께도 면목이 생겼습니다.

저 말이죠...
탄핵당하셨을때 촛불들었구요. 추모문화제때 음향도 봤어요...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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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님의 댓글

수고하셨습니다...현 정치인들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 이라고 생각됩니다..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그들...설사 국민의 심판을 벗어난다하더라도

편히죽진 않을것입니다...세상은 뿌린대로 거두기에...

ByKJW님의 댓글

저런 상황에선 아무래도 음향상태보단 일단 나오면 되는 그런상태이다보니 그런건 이해하셔야 했을듯 합니다 ^^

이구... 망할 정치... 망할 경찰놈들.. 망할 시위대... 킁...

지난날의락키드님의 댓글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좋은일 하셨습니다. 가시는 길에.. 멀리서나마 그분이 지켜 보시며 행복해 하셨을겁니다.
모두들 그리워 하고 모두들 한 마음으로 보내 드리는거니까요 삼가 명복을 빕니다.

강효민님의 댓글

아주 잘 하셨습니다, 수고도 하셨구요..

너무나 만화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자꾸만 벌어지네요..

funkboy님의 댓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소인배, 간신배, 뱀의 혀를 가진 자들이 반드시 숙청될 날이 올겁니다...

dk님의 댓글

책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독재자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에 참 이렇게 명백한 선/악 구도를 보게 될 줄이야.

체면도 없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 같아요.

어쿠스틱러브님의 댓글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너무 수고 많으셨구요.
이제 고인에 대한 장례의 마지막 날이 내일로 다가왔군요.
그런데...쉽게 보내드리기 힘들것 같습니다.

지혜민님의 댓글

고생 많으셨네요..
오늘 저도 그냥 보러 갔는데...지하철 입구 나와 보니....우리 전경님들은... 준비태세 열심히
자기 역할들 준비중이시고 몇몇 눈에 좀 보기 좋지 못한...어르신 들도 계시고..
위로 이동을 하여 덕수궁 쪽으로..
돌담길을 따라 사람들 줄 을 따라서...오르고 걷고 걷고....걷고.
촛불도 나눠 주시고
신문도 나눠 주시고 중간에 분향소 처럼 사진과...막걸리. 향. 그리고 상복 입으신 두분.
바닥의 은빛 깔개..절 하시는 분들.. 또 따라서 걷고 걷고 걸은 결과
길고 긴 행렬은
돌담길 끝나고 정동길 끝나고 정동극장 까지 이어져 있더군요. 이 많은 사람들과 국민들이...
이 날. 현실. 상황들을 알고 행하고 있으니...좀 더 좋은 미래가 있을 꺼라는.....더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드라고요...더 공부해서 나라 좋아지게 할 수 있는 현명한 투표를 해야하겠다는 다짐과.
아쉬움... 으메................

디자이너님의 댓글

더 이상 울 필요도 화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가시는 길 곱게 보내드리고...

우리는 복수의 칼날을 갈아야 합니다...
빳빳하고 날카로운 투표용지로 그들의 목을 날려야 합니다...

그것이 남아있는 자들의 할 일입니다...

완소남프로젝트님의 댓글

저도 가까운 곳에 있는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퇴근해서 분향하고 집에 가니 수원 연화장에서 그분의 유골이 떠나고 있더군요 ㅜㅜ

새벽 5시 즈음 경찰들이 분향소들을 철거 했다죠.... 철거한 분향소를 시민들이 다시 세우고...

합법을 가장한 폭력..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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