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들 사진은 링크 참조.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삑삑거리는 스피커 이들 숨은 일꾼 손만 닿으면… 생생하게 말씀 선포

담임목사 설교 중 갑자기 마이크에서 '삑' 소리가 난다면?

그 순간 누구보다 식은땀을 씻어내는 이는 다름 아닌 교회 방송실에서 기계를 만지는 음향 엔지니어일 것이다. 요즘엔 교회들마다 좋은 음향 시스템을 갖춰 에코현상(하워링) 같은 '음향 사고'를 볼 수 없다지만, 이 역시 기기를 작동하는 엔지니어들의 손길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교회 음향 엔지니어는 성도들의 순조로운 예배를 돕는 숨은 일꾼이다.

이런 엔지니어들이 섬김과 나눔을 위해 뭉쳤다. 포털사이트 다음카페 '교회음향엔지니어(church-sound.org)' 모임이 오는 13∼16일 충남 예산군 일대 시골 교회들을 돌며 '하워링 잡기'에 나선다.

카페지기 박경배(36)씨는 "지방의 낙후한 교회들을 대상으로 음향과 영상기기, 그 밖에 필요한 시설들을 개·보수하는 '음향 농활(농촌봉사활동)'을 실시한다"며 "이미 20여명이 참가신청을 냈고, 직접 농활에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들은 후원금을 보내줘 관련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3년째 음향 농활을 전개하고 있다.

원래 이 모임은 2002년 결성됐다. 교회에서 컴퓨터를 잘 만진다, 공대생이다, 젊다 등의 이유로 방송 관련 일을 맡던 이들이 '동병상련'으로 만나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수시로 일어나는 음향 사고에 스트레스를 받던 이들은 모임을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회원 수가 점차 늘자 이들은 직접 교회 음향 관련 세미나도 열게 됐다.

카페총무 정우용(37)씨는 "그러나 우리는 엔지니어 이전에 예배자"라며 "감성적인 신앙에 이성적인 기술을 덧입은 우리 역시 예수님의 삶을 닮아가는 게 비전이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음향 농활을 시작했다.

2007년 전남 순천 지역 교회들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경북 문경의 30개 교회를 돌았다. 노후된 음향 시스템 점검과 라인이나 커넥터 교환 등 간단한 작업부터 마이크, 스피커 등 장비 교체까지 해줬다. 일부 교회에선 피아노 조율과 수리도 해줬고, 누전이 심한 교회에서는 전문가를 데려와 안전점검도 실시했다. 또 시골 교회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운용 방법을 알려주는 세미나도 열었다.

회원 이재만(25)씨는 "시골 교회에선 목사님들이 바닥부터 천장의 선까지 직접 수리하고, 명절 때만 잠깐씩 마이크를 켜고 예배를 드리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나마 20년 된 스피커는 고장이 나 들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석지연(35)씨는 "선 하나만 교체해도 스피커 소리가 확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목사님과 사모님이 환한 표정으로 인사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음향 농활을 위해 회원들은 전국에서 모여든다. 지난해에도 부산과 경남 마산, 경북 칠곡, 전북 군산 등에서 섬김을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대부분 20대와 30대 젊은이들로 직장이나 학업에 매여 3∼4일씩 휴가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건이 안되면 하루라도 동참하겠다며 나선다. 왜일까?

"저희가 배우고 가진 달란트를 나누려고요. 제 삶의 십일조를 드리는 기분으로 사역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