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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무인도에서의 2박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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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더운 여름날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7월 초에 2박 3일의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 기념일인데 주말이 끼든 안끼든 대부분 연휴를 만들어서 휴가를 다녀오는 시기이지요.

스튜디오도 이때는 거의 한가하기 때문에 금, 토, 일..이렇게 3일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제가 여행기를 두어번 올린 기억이 납니다. 한번은 유럽에 배낭여행 갔다온거랑 또 한번은 버지니아 쪽으로 단풍 구경갔었던 것을 올린 기억이 있는데요. 이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 했다시피 전 여행을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60까지 열심히 일하고 은퇴해서 남은 여생을 여행만 하면서 돌아다니고 싶다는 아주 거창한 바램을 항상 가지고 삽니다.



배낭 여행만큼이나 또 좋아하는 패턴의 여행이 있다면 단연코 캠핑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공기좋고 물좋은 대자연의 품에서 며칠 쉬다 오면 그야말로 에너지가 쫙 충전되어서 돌아오지요. 특히나 제가 일하는 Legacy Recording 스튜디오는 사람많고 차도 많은 뉴욕 맨해튼에서도 젤로 번잡한 타임스 스퀘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매번 출퇴근할때마다 아주 짜증이 만빵입니다.



그동안 다녔던 수많은 캠핑 중에서도 단연코 제일 기억에 남는 캠핑을 꼽으라 한다면 3년전에 와이프와 함께 캐나다 록키 산맥의 거의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했던 일주일 동안의 캠핑인데요. 이번에 독립 기념일때 다녀온 여행도 아주 특별한, 쉽게 접하기 힘든 형태의 캠핑이었습니다.



뉴욕에서 4시간쯤 북쪽으로 올라가면 Adirondack 주립공원이라는 아주 큰 공원이 있습니다. 그 공원 안에 Indian Lake라는 아주 큰 호수가 있는데요 호수안데 자잘한 섬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 섬들중에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3일동안 캠핑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안 터지고, 화장실도 땅파서 일을 봐야하며 세면장은 고사하고 물 나오는 곳도 없어서 호수물로 씻어야 하는, 그런 오지에, 섬에는 저랑 와이프 둘뿐인 무인도에 다녀 온거죠. 3일간 마실것과 먹을것도 모두 미리 준비해서 섬에 들어가야 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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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동안 제 영토가 되었던 섬이고 나무들 사이로 살짝 보이는 텐트가 제 집입니다.





출발당일, 길이 막할까봐 일찍 집을 나섰는데도 차가 많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연휴때 길막히는건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동부에 사시는분들 관심있는 분들이 계실까봐 대략적인 지도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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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을 해서 호수변에 있는 사무실에서 등록을 하고 3일간 이용할 모터보트를 빌렸습니다.

사무실 옆에 있는 보트 선착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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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모두 보트에 싣고 섬으로 출발.

모터보트 운전은 처음인데 오토바이랑 비슷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토바이를 실제로 타본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오락실에서 오토바이 타 본 경험이 전부...)



제가 쓸 18번 섬에 도착하여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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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쌓여있는 장작 보이시죠? 밥짓는 것도 물 끓이는것도 모두 장작을 때서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잔뜩 사서 들어갔습니다. 제가 도착하던날 전날에 비가 와서 장작들의 상태가 그다지 바짝 말라 있지는 않더군요. 해서 잘게 쪼갠다고 고생많이 했습니다. 장작이 젖어 있으면 큰놈은 불이 안 붙거든요.







텐트치고 장작패고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 첫번째 식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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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살짝 양념을 한 소고기를 장작불에 구워먹었습니다.

바베큐를 참 좋아하여서 꼭 캠핑을 가지않더라도 고기가 ㅤㄸㅒㅇ기는 날에는 그릴을 챙겨들고 가까운 공원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고 오고 하는데요.

이것저것 석탄도 써보고 숯도 써보고 가스도 써보고 했는데요, 역시나 장작에 구워먹는것이 최고인듯 합니다. 아웅...글쓰는 지금도 침이 마구 고이네요.



저녁을 먹고 좀 쉬고 있으려니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져서 첫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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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많이 내리는 듯하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호수에 예쁜 무지개가 걸렸더군요. 날은 아직 완전히 갠건 아니지만 기분좋은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깐 낮부터 술을 자꾸 먹게 되더군요. 시원한 호숫물에 담가 두었던 맥주 한병을 꺼내서 한모금 마십니다...캬아~죽입니다......맥주랑 안주할려고 소시지를 조금 사가지고 왔습니다. 이럴때 구워야지 언제 굽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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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핫도그나 소시지류를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데 장작불에 구워서 맥주랑 같이 먹으니 정말 환상입니다.





점심은 준비해간 닭꼬치를 먹었고..깜박잊고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낮잠도 좀 자고 책도 보고 하다가 문득 맥주가 거의 동이 날랑말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육지로 맥주를 사러 다녀옵니다.

호수변에 꽤나 큰 수퍼마켓이 있는데 뒤쪽에 보트를 댈수있는 선착장이 있어서 물건을 사기가 아주 편합니다. 맥주 사서 돌아오는 저를 와이프가 찍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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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지고 온 맥주를 한잔하다보니 어느덧 저녁시간입니다.

소고기, 닭고기 먹었으니 이젠 뭘 먹어야 할까요? 네..돼지고기도 먹어줘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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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을 구웠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었을때는 솥뚜껑에 굽는 삼겹살이 유행했던것 같은데 장작에 이렇게 직화로 구워먹는것이 제일 삼겹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인것 같습니다. 기름이 쪽 빠지고 훈제가 되어서 아주 독특한 맛이 납니다. 단 유의 하실점은 기름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길이 잘 치솟습니다. 그리고 될수 있으면 도톰한 삼겹살이 더 좋습니다. 특별한 양념없이 살짝 후추간만 했습니다.









저녁먹고 부른 배 두드리며 잠시 경치 감상을 합니다. 해질때가 되어서인지 살짝 구름에 노을이 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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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더 흘러서 해가 떨어지고 달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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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보름이라서 달빛이 참 밝습니다. 구름에 살짝 가려있긴 하지만 수면을 보시면 달빛이 반사된것이 보입니다.

도시에 살면 달빛, 별빛이 얼마나 밝은지 잘 모릅니다. 예전에 미취학 아동일때 시골의 할머니 집에 놀러가서 자다가 문득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오는데 그날따라 마침 보름달이어서 마치 태양처럼 내리쬐는 달빛을 보고 너무나 황홀하여 소변 볼 생각도 안하고 한참을 넋이 나가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문득 맥주가 아직 남았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내일이면 집에 돌아가는데 무겁게 지고 갈 필요가 있습니까? 까짓것 다 먹어버리고 가지요.

맥주를 먹다보니 소시지도 남았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모닥불도 아직 좋으니 다 구워 먹어버리고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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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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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화창하게 개었습니다. 우라질...진작 이럴것이지. 돌아가는 날 이럴게 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짐을 싸서 보트로 갑니다. 3일동안 부지런히 일한놈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호수 유람할때 한번, 그리고 맥주 사러갈 때 한번...그것 외에는 탄 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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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돌아가서 배 기름값 지불하고 체크아웃 비스무리한거 하고 그리고 다시 복잡한 뉴욕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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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도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을 두고 더럽고 우중충한 뉴욕으로 돌아가야 하다니...



욕이 나오는것을 간신히 참습니다.






더운데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장마철에 녹음실 침수가 많았다던데 부디 큰 피해가 없으셨기를 바랍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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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님의 댓글

너무하시네요...강효민님.....T.T


눈물나는 뽐뿌질이십니다.....아...........아내랑 보고 승질나서 눈물날뻔했습니다.......부러워...

장호준님의 댓글

작년 그랜드캐년에 1박 2일 캠핑간 생각나네요. 마이크로폰 핸드북에 있는 가족 사진찍었을때입니다.

텐트 치고 자는데, 번개치고 비오고, 텐트 밑으로 물이 흘러, 다른데로 옮기고,, 그래도 재미있었답니다.

어디 도봉산이라도 다녀오시길.. 어두워지고 밤이되면 어디나 같으니까..

강효민님의 댓글

크...제가 여러분들에게 염장을 지른것이 되어버렸나요? 한국도 잘 찾아보면 캠핑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을 겁니다. 준비 잘 하셔서 다녀오시면 참 좋을겁니다. 사실 어릴때야 보이스카웃이다 뭐다 해서 다들 한번씩 캠핑을 다녀오지만 어른이 되고나서는 선뜻 짐싸서 나서기가 힘든것도 같습니다. 근데 한두번 하다보면 요령이 생겨서 생활의 큰 낙으로 자리를 잡지요.

매드 포 사운드님 말씀 처럼 미국 동부는 한국이랑 느낌이 비슷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마 지형이 오래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대신 서부로 가면 엄청나게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요. 정말 아직도 잊을수 없는 순간이 그랜드 캐년에서 일출을 볼때인데...세치 혀로 묘사한다는 것은 대자연에 대한 모독이고 정말 인생에 한번 정도는 꼭 느껴볼만한 순간입니다. 그랜드 캐년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다른 캐년들, 그리고 옐로 스톤 국립공원, Canadian 록키산맥등은 정말 경이로움 그 자체이지요.

저도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기전에 두달 정도 시간내서 서부를 싸그리 훑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아..너무 좋으시겠어요.

저도 친한분과 침낭가지고 무인도 들어가서.

한겨울에 그냥 땅바닥에 침낭두고 별보며 잠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여행이라는것은 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생각이 복잡할때 여행은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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